산 이야기

깊어가는 가을, 대둔산을 가다

adam53 2024. 11. 4. 16:45

2024. 10. 29

10월도 다 가는 즈음에 대둔산을 찾아갑니다.

대둔산이 처음은 아니지만, 1천여 개의 암봉이 6㎞에 걸쳐서 이어지고,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호남의 금강산'이기에 가고 또 가는 겁니다.

생각만 해도 그 아름다운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밤잠을 설치거든요.

11시 30분.

버스는 4시간 반을 달려서 수락주차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2년 전에도 왔었던 논산 벌곡면 수락리 주차장.

그때는 낙조대를 거쳐서 정상으로 간 다음, 삼선계단과 구름다리를 지나 기동주차장으로 내려갔지만,

오늘은 코스를 조금 달리해서 수락폭포 방향으로 가서 정상을 오른 다음 용문골로 내려 갈 요량입니다.

그리하면 배티재, 수락주차장, 용문골, 기동주차장 등 대둔산을 오르는 길은 다 걸어보는 것 같습니다.

논산쪽에서 올라가도 대둔산의 모습을 다 볼 수 있건만, 오늘 수락주차장에는 차량이 몇 안되는군요.

아마도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완주에서 많이 올라가는 가 봅니다.

활짝 핀 꽃처럼, 길 양쪽은 빨갛게 노랗게 단풍이 들었습니다.

예쁘게 물든 단풍을 보며 걷노라면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뭔가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길 것 같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슴속이 환하게 밝아오면서

오늘 하루도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대둔산 승전탑까지 왔지만, 오늘도 승전탑은 들리지 못합니다.

5년 여를 대둔산 일대에서 활동하던 빨치산과, 영호남에서 패하여 북상하던 북한군을 섬멸하던 중 전사한 경찰관, 국군, 애국청년단원 등의 호국 영령들을 추모하며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건립한 '대둔산 승전탑'이건만, 다들 무심히 지나칩니다.

석천암과 수락폭포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의 데크로 향합니다.

전에는 왼쪽 석천암 방향의 산길로 올라갔거든요.

계곡옆으로 긴 데크가 이어집니다.

머리를 들어 위를 쳐다보면 고깔바위가 보입니다. 고깔같이 뾰족하다고 고깔바위입니다.

바위 오른쪽 아래에는 입을 삐죽 내민 사람얼굴이 보이구요.

옆에서 본 고깔바위.

수락폭포에 도착했습니다.

水量이 많지 않아 폭포소리는 우렁차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수락폭포는 백제 때 청년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며 심신을 수련하던 곳이랍니다.

그리고 한여름에도 얼음장처럼 물이 차다고 해요.

잠시동안 폭포를 본 후, 오른쪽에 보이는 철계단을 올라갑니다.

여기에서 일행은 갈라집니다.

몇몇은 낙조대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직진을 하고...

이 길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를 하면서 계단을 오릅니다.

계단이 좀 가파르군요.

온 산은 단풍으로 물들었습니다.

마천대로 가는 등산객을 위해 계단도 많이 설치했네요.

전망대는 들렸다 가는 게 맞죠?

기암괴석과 단애와 단풍이 어우러지는 대둔산은 사시사철 어느 때 와도 좋지만, 그중에서도 가을에는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습니다.

길 아래에 구름다리가 보이네요.

내려가 볼까? 말까? 망서리다가 그냥 보기만 하고 갑니다.

날씨가 포근한 오늘은 여기까지 오는데도 많이 덥고 힘들어서, 가파른 길을 내려갔다가 올라오면 기운이 다 빠질 것 같았거든요.

예전같았으면 그 정도는 단숨에 갔다왔겠죠.

해가 갈 수록 기력이 딸리는 걸 확연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전망대에서 내려서자 계단 한켠에 보이는 작은 현수막.

마천대로 가는 길이 '비법정탐방로'이기에 출입을 금한답니다.

무엇때문에 그러는지 몰라도 아무런 설명도 없으니까 궁금증만 더 해 갑니다.

위험구간이라 사고발생 우려때문에 그런다던가, 자연휴식년제로 통행을 금지한다던가 하는 문구하나쯤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많은 돈을 들여 계단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비탐이라고 출입을 통제한다는 게 이해가 안갑니다.

그냥 못본척하고 진행합니다.

이정표도 이리 잘 세워뒀는데요!

이 길은 마천대로 가는 그 어떤 길보다도 유순합니다.

위험한 곳도 가파른 곳도 없는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길이기에, 정상으로 가는 길 중에서 제일 수월한 코스입니다.

나무들은 저마다 예쁜 색깔로 반겨줍니다.

가을길을 걷는 마음도 단풍을 닮아갑니다.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가고, 참나무 잎은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마천대를 1km 남짓 남겨두고

단풍은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가을이 아쉬운 듯, 햇살은 마냥 따스하기만 한데

숲 그늘에는 용담꽃이 피었습니다.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용담은 산지의 풀밭에서 자라며, 한국과 일본, 만주, 시베리아 동부 등지에 분포하고 8~10월에는 종(鐘)모양의 보라색꽃이 피어나죠.

수락폭포에서 마천대로 가는 이 길은 조망도 좋아서, 가는 내내 아름다운 대둔산의 모습을 보며 갑니다.

온통 바위로 된 강한 인상의 산이면서도 예쁜 산.

대둔(大芚)이라는 명칭은 ‘인적이 드문 벽산 두메산골의 험준하고 큰 산봉우리’를 의미한다죠.

대둔산은 '산림청 100대 명산' 중의 하나입니다.

정상인 마천대를 비롯하여 바위능선의 기암괴석과 수목이 어우러져 경관이 뛰어난데다, 1980년 5월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기에 100대 명산에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완주 방면의 케이블카로 금강구름다리 아래까지 가서 1시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기에 나들이 코스로도 인기가 많아,  '인기명산 6위'에 오른 산이기도 합니다.

산행을 하다 만나는 자생화는 잔잔한 기쁨을 줍니다.

꽃이 적은 늦가을에 만나는 용담은 그래서 더 반갑고 예뻐보이죠.

가느다란 줄기끝에 피어나는 꽃은 줄기에 비해 크기 때문에, 용담꽃은 옆으로 대부분 옆으로 누워서 핍니다.

어린싹과 잎은 나물로 먹는다지만, 어쩌다 어쩌다 볼 수 있을 정도로 개체수는 그리 많지 않은데, 

한방에서는 뿌리를 말려서 건위제로 쓴다고 해요.

낙조대 방향의 저 기암 괴봉들은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단풍이 들면 아름답지 않은 산이 없지만, 바위 사이로 물든 단풍은 대둔산을 더 아름답게 합니다.

12시 30분.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건너편의 저 멋진 산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가야겠습니다.

마침 장소도 여럿이 둘러앉아 밥 먹기에 좋군요.

이쪽 저쪽을 둘러보면 눈에 보이는 岩山들

산 아랫쪽에는 저수지도 보입니다.

이 계단을 오를 때는 오후 1시.

완주쪽에서 정상을 오르며 보는 풍경도 풍경이지만, 논산쪽에서 올라오며 보는 경치도 아주 멋집니다.

그래서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게 돼요.

충남 금산군과 논산시, 전북 완주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대둔산은, 3개 시군에 속하는 구역별로 풍광이 뚜렷하게 차별된다고 하죠.

완주 구역은 관광, 금산 쪽은 호젓한 등산의 재미가 특별하며, 논산 지역은 그윽한 계곡의 멋이 일품이라고 말합니다.

 

경치에 취해서 시적~ 시적~ 걷고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쪼이는 바위에서 사진을 찍는데

저기 저만큼에 개척탑이 보이네요.

국내에서 하나의 명승지를 2개의 道에서 도립공원으로 지정해 놓은 곳은 대둔산이 유일하다고 해요.

남으로 전북 완주군 운주면, 서북으로 충남 논산시 벌곡면, 동으로 금산군 진산면 등에 걸쳐있는 대둔산은, 오대산(569m),월성봉(649m), 비랑산(555m), 태고사 계곡의 갓바위, 고깔바위, 선녀폭포 등 신선경을 이루고 있는데,

이 산 하나를 두고 전북과 충남에서 도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니 얼마나 멋지면 그리하였을까요?

산 중턱으로는 낙조대 방향에서 마천대로 오고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마천대는 대둔산 정상을 가르키는데, 

하늘과 맞닿았다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마천대'라 이름 붙였다고 하죠.

1시 30분.

정상까지 300m 남았습니다.

거의 다 왔군요.

마천대로 올라갑니다.

개척탑이 햇빛을 받아 반짝 반짝 빛이 납니다.

등산로 개척을 기념하기 위해 1970년 11월에 완주군민 및 공무원들이 자재를 직접 운반해 설치한 뒤, 1989년 10월에 재 정비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이 개척탑에 대해서 참 말도 많습니다.

산 정상에는 당연히 정상석이 있어야 하거늘 개척탑이 뭐냐고, 많은 등산객들이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듯 일부의 우리 일행들도 핏대를 세우기도 합디다만, 군민의 노력봉사로 축조한 것인 만큼 자부심이 녹아있는 이 개척탑은 금강구름다리, 삼선 철계단, 케이블카와 함께 대둔산의 명물이기에 존치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많죠.

 

개척탑 아래 전망대에서 바라본 기암 괴석 들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 윗부분도 조그맣게 보입니다.

이제 용문골로 내려갑니다.

마천대에서 내려오면 위 사진에서 보듯이, 삼선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죠.

용문골 가는 길은 여기를 지나쳐서 앞으로 곧장 갑니다.

오후 2시

낙조대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용문골 삼거리가 있습니다.

용문골 가는 길 왼편으로 보이는 낙조산장.

저 산장 뒷편 바위에는,  오랜 세월 비바람에 견디다 못해 지금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다고 하는 마애불이 있다고 하던데.....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용문골로 내려가기 전, 심호흡을 크게 해봅니다.

길이 형편없거든요.

말도 마세요. 온통 돌맹이 투성이인데다 가파른 건 또 어떻구요?

발목을 접지르지 않도록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조심해서 내려가야 해요.

한참을 애쓰면서 내려오면 칠성봉 전망대를 가르키는 이정표를 만나죠.

용문굴로 가는 길

사람하나 겨우 지나 갈 정도의 암벽사이의 길을 빠져나가면

용문굴에 다다릅니다.

당나라 정관 12년 선도대사가 이곳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용이 이 바위문을 열고 하늘로 등천했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용문굴'입니다.

이 문을 통과하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고, 신선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하죠.

용문굴은,  전투원이 든 수천개의 용기(龍旗)가 펄럭이던 골짜기였기에 '龍門골'이라고도 한답디다.

용문굴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칠성봉 전망대(七星峰 展望臺)가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칠성봉.

칠성봉은 대둔산의 산줄기와 암봉이 어우러진 곳으로 볼 때 마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었는데, 오늘은 햇빛이 비쳐서 제대로 보지도 못합니다.

암봉사이로 단풍 든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운데, 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쉬움에 돌아서는 발걸음은 무겁습니다.

石峰 7개가 병풍처럼 서 있는 칠성봉은, 용문골에서 용이 승천하기 직전에 이곳에 7개의 별이 떨어졌다해서 七星峰이라 하죠. 

이 칠성봉은 ' 금산 10경' 중의 하나랍니다. 

용문골을 나와서 아래로 내려가면

신선암을 지나 '용문골 등산로'로 하산을 했더랬죠.

그런데 이정표는 케이블카를 가르킵니다.

용문골 등산로가 폐쇄되었나 봐요.

그래서 오른쪽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갑니다.

 

예전에는 그냥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 용의 입 모양을 한 '신선바위'를 볼 수 있었죠.

'용의 입'이라고도 하는 이 굴은 길이가 15m나 되는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로, 동학농민혁명 당시 우금치전투에서 패배한 농민군들이 신선암 부근의 이 신선바위로 은신했다고 하고, 높은 고지임에도 불구하고 일년 내내 샘에서 물이 나와 천혜의 요새로 평가받은 그런 굴입니다.

신선바위를 지나 아래로 더 내려가면 커다란 바위를 지붕삼은 작은 암자 '신선암'을 만나고

신선암을 지나면 용문골 등산로 입구가 있었죠.

예전에 내려왔던 용문골 등산로 입구 사진.

 

오늘 내려오지 못했던 이 등산로는, 아직 남아있겠죠?

용문굴을 나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이 나옵니다.

지난 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 가노라면 별다른 재미하나 없었던 일이 생각 나 계곡길로 걸어가기로 합니다.

계곡길에 접어들면서 약간만 위로 올라가면, 삼선계단과 구름다리로 갈 수 있습니다.

대둔산이 처음이라면 그리로 가야해요.

삼선계단을 올라가는 짜릿함과 구름다리를 건너는 재미를 놓칠 수는 없으니까요.

산악회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도 사실 대둔산과 삼선계단 때문이었습니다.

개인 산행만 하던 때였죠. 어느 날 밥 먹으려고 한 식당에 들렸더니 새빨간색 가파른계단 사진이 걸려있는 거에요.

와! 우리나라에 저런 곳이 있단 말인가?

검색해 보니 그게 삼선계단인 겁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기에는 너무 멀고 힘드니까 산악회에 가입을 했고, 그래서 대둔산은 기회있을 때 마다 오고, 몇번이고 올 때마다 삼선계단을 올라갑니다.

동심바위는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원효대사가 이 바위를 보고나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을 이 바위 아래에서 지냈다는 동심바위.

동심바위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원효사를 마주하는데요, 어제의 그 원효사가 아닙니다.

법당으로 가는 길은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가랑잎만 딩굴고

출입문에는 거미줄이 쳐 있고

법당내부는 텅 비었습니다. 

 

과거의 원효사를 한번 볼까요?

아래 4장의 사진은 예전의 '원효사'입니다.

재작년, 케이블카 탑승장 부근에서 불사를 위해 시주를 구하던 주지스님을 뵌 적이 있었는데, 부디 좋은 곳에 터를 잡아 번성하기를 바래봅니다.

금강계곡은 예나 지금이나 최소한의 손길만 간 자연그대로의 길입니다.

혹시라도 하산하다가 굴러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울타리 정도만 설치해 놓았죠.

단풍나무가 보이는 곳까지 왔다면 다 내려온 겁니다.

이 문을 나서면

동학농민혁명 전적비가 있고

케이블카 하부정류장을 지나고, 마을 주민들이 농산물을 파는 곳을 지나면 주차장입니다.

오후 3시 45분

단풍이 예쁘게 물든 대둔산 산행도 여기서 이만 마칩니다.

산행코스: 수락주차장 - 수락폭포 - 마천대 - 용문골 - 칠성봉 전망대 - 용문골 -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 동심바위 - 케이블카 하부정류장 - 대형버스 주차장(기동주차장)  (6.8km, 4시간 15분.  평균속도 1.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