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가을산행은 즐겁다 - 원주 감악산

adam53 2024. 10. 13. 17:52

2024. 10. 8

가을은 깊어만 가고, 그에 따라 날씨도 선선해져 갑니다.

이제 반팔과 반바지는 못 입을 정도로 기온이 내려 간 오늘, 모처럼만에 원주 감악산을 갑니다.

10시 30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감악산 쉼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만남의 광장' 이라고도 하는 여기는, 주차장 인근의 식당에서 주차요금을 징수합니다.

승용차는 3천원, 버스는 1만원의 요금을...

감악산 가는 길은 2가지

식당이 있는 작은 다리를 건너 능선길로 가던가 아니면, 오른쪽 계곡길로 갑니다.

능선코스는 밧줄구간이 있고, 낭떠러지도 많아 위험하다고 구간 폐쇄를 했습니다만, 빼어난 암릉미를 갖추고 있는데다 산행을 하면서 밧줄잡고 올라가는 그 재미를 놓칠 수 없죠.

그래서 능선길로 갑니다. 거리는 짧아도 감악산은 노송과 어우리진 암봉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山이거든요.

다리를 건너 식당앞 오른쪽으로 가면 능선길 들머리가 있는데

너무도 오랫만에 온 탓일까요? 처음 온 것 마냥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등산로는 과거에 설치했던 시설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창촌동과 충북 제천시 봉양읍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감악산 정상은, 원주시 감악산(930m)과 제천시 감악산(945m) 2봉이며, 험준한 산봉우리 주변에 가마바위, 감바위가 있어 감악봉 또는 감봉이라고도 부릅니다.

그 동안 치악산의 명성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던 감악산을 오늘 다시 찾았습니다.

10시 45분

겨우 15분 정도 올라왔는데도 숨이 많이 찹니다. 많이 가파르군요.

6년 전 2018년 1월 말, 눈이 가득 쌓인 길을 걸을 때는 눈이 덮혀서 몰랐는데 가을에 본 등산로는 이렇네요.

돌길이 많아요.

10시 55분

여기 이 이정표를 만나기까지 25분 걸렸습니다.

처음부터 빡세다고 했지만, 생각해 보면 어느 산이나 처음부터 완만하게 올라간 산은 없었네요.

괜히 엄살을 부렸나 봅니다.

오르막이 주춤한 곳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구절초가 방긋 방긋 웃고 있습니다.

아고, 예뻐라!

위험구간 표지와

통행금지 표지판이 눈에 띕니다.

경고판도 있구요.

여기서 부터 폐쇄구간인가 봐요. 금(禁)줄이 쳐져 있습니다.

禁줄 옆으로 돌아서 바위밑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단풍이 물들어 가고

붉은 단풍나무와 함께 살찐 대구같이 통통한 내 종아리도 찍혔군요.

짧게나마 밧줄을 잡고 오른 후

좁은 바위틈으로 가고

감악산에서 제일 긴 밧줄구간을 만납니다.

거리는 20~30m 가량 되는 것 같군요.

눈이 쌓였을 때도 별 어려움 없이 거뜬히 올랐던 곳.

눈도 없는 이 가을에 이 정도를 올라가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암벽을 오르는 재미에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네요.

그렇다고 해도 여기는, 겨울이 오고 눈이 내려서 얼어붙기라도 하면 위험한 곳입니다.

그럴때는 산행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정 하고 싶다면, 완만한 계곡길로 다니는 게 안전하죠.

다 올라왔다 싶을 때 멋진 바위를 만납니다.

층층히 포개놓은 바위도 만나고

이 바위를 지날 땐 내려가기가 조금 난감하더라구요.

오른쪽으로 돌아가도 그렇고

바위 왼쪽으로 돌아가도 디딜만한 곳이 없어, 결국은 이렇게 남의 도움을 받아서 갑니다.

보기에는 별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데도 말이죠.

바위를 간신히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오는데요,

왼쪽은 밧줄잡고 올라가는 지름길이고, 오른쪽은 안전한 길입니다.

이 바위로 올라가면 길이 있고, 옆으로 가는 안전한 길과 만나게 됩니다.

모험과 스릴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바위로 올라가죠.

바위옆으로 돌아서 안전한 길을 택한 사람들

들머리에서 여기까지 2.24km를 왔습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580m인데, 아마도 여기는 폐쇄한 구간이라 그런가 봅니다.

이정표가 쓰러졌는데도 그냥 그대로 방치를 했군요.

이정표에서 떨어져 나간 안내표시판

바위주변은 가을로 물 들어 갑니다.

전형적인 가을날씨답게 약간은 선선한,

오늘은 산행하기에 아주 쾌적한 날입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날씨.

그래서 가을은 산행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그래서 산행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죠. 

전망좋은 곳에 왔습니다.

'제천 감악산'이 보이고, 그 옆 오른쪽으로 '월출봉'도 보이는 바위에는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 앉았습니다.

12시 15분

서너명씩 적당히 자리잡고, 점심을 먹고가기로 합니다.

이달 초 설악산에서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자, 단풍이 빠르게 물들어갑니다.

그래서 산행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산행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산행을 할 때는 혼자보다는 2명 이상 짝을 이뤄 등산을 하고, 위급할 때를 대비해서 연락 가능한 휴대전화를 반드시 챙기되 충전을 충분히 하고 보조배터리도 챙겨가면 좋습니다. 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거든요.

산이 험하지 않다고 운동화를 신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는데, 낙상사고를 예방하고 발을 보호하기 위해선 미끄럼 방지용 등산화를 착용해야 해요.  쌓인 낙엽아래에는 돌맹이나 꺼진 지형이 있을 수 있어 더러는 접지르는 일도 당하거든요.

그리고 또, 보폭을 작게 해서 천천히 걷되 스틱으로 확인하며 걷는 것도 좋습니다.

안전하게 산을 오르려면 어깨에 힘을 빼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여서 걷는 것도 좋죠.

내리막길에서는 앞으로 힘이 쏠리기 때문에 체중의 3~5배가 관절에 실리므로, 산에서 내려올 때는 관절에 무리가 덜 가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계단을 내려올 때는 옆으로 걷고...

산에 오를 때는 옷을 가볍게 입고, 휴식할 때나 정상에서는 겉옷을 입어서 체온 손실을 막는 것도 저체온증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산행 전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을 풀고, 심폐기능을 활성화시켜 저체온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하죠.

산행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스트레칭을 반복하면 저체온증을 막는데 효과적이구요,

만약에 저체온증 같다면 바람불지 않는 양지바른 곳에서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나 수건 등으로 머리와 목, 손으로 열이 빠지는 걸 막아야 해요. 떨리고 말을 하기 힘들어지며 맥박과 호흡이 느려지는 증상이 보이면 119에 신고해서 도움 받아야 하고.

어쩌다 가끔씩 산행하는 사람 중에는 산행 중에 술을 마시기도 하는데요, 술은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확장되는 혈관을 통해 열이 피부로 빠져나가게 한답니다. 그러면서 우리몸을 조절하는 사상 하부와, 체온조절 중추신경계의 기능이 저하되어 저체온증에 노출되기도 하니까, 날씨가 추워지고 일교차가 클 때는 산행하면서 술을 마시면 안됩니다.

일교차가 크면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도 크기 때문에, 등산 전에는 몸 상태를 확인하고 무리한 산행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디, 登山하는 걸 가벼히 여기지 말고 山을 우습게 여기지도 말기를, 그래서 아무런 사고없는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하길 바랍니다.

'얼굴바위'는 얼굴 옆모습을 닮아서 그 이름을 얻었구요,

점심을 먹던 바위에는, 경치가 좋다고 사진찍는 일행들이 아직도 사진을 찍고 있네요.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한 감악산 능선길

디딤판이 놓인 이런 좁은 곳도 지납니다.  왼쪽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낭떠러지.

감악산 능선길은 아찔한 낭떠러지, 절벽이 많아서 산행할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원주 감악산에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그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한때는 100대 명산 인증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감악산 정상은,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지입니다. 

그냥 갈 수 없죠. 다시 또 인증을 합니다.

정상주변은 그리 넓지도 않고 조망도 그렇습니다.

옛 문헌에는 감악산을 감암산으로 표기했다가, 후에 감악봉으로 바뀐 것으로 본 답니다.

그리고 이 산에는 감암산성이 있었고, 이 산성은 제천의 다른 산성들과 달리 강을 끼지 않은 산성으로, 이 산성터가 남아있다고 해요.

'제천 감악산'으로 가는 길도 그리 만만하지 않군요.

밧줄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갑니다.

산행 중에 만나는 풍경들

안내판이 줄줄이 서 있는 앞으로 지나가요.

감악산 산행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제천 정상을 찍고나면 내려갈 일만 남았거든요.

원주 감악산과 제천 감악산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 지척에 있습니다.

400m 가량 되거든요.

사람들은 바위사이로 구멍이 뻥 뚫린 여기를 '천국으로 가는 문'이라 하드군요.

큰바위밑을 지나면 다 온 겁니다.

황둔리와 백련사, 석기암을 가르키는 이 이정표 맞은편으로 올라갑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에구, 힘들어 !

정상석 뒷편 펑퍼짐한 바위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바위틈에 자라서 아주 짜들게 컸습니다.

분재같은 느낌이 들죠?

바위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바위위에서의 조망은 시원스럽습니다.

월출봉 '동자바위'를 비롯해서 능선코스를 따라 밧줄과 암릉산행으로 이어지는 감악1봉, 2봉, 3봉들이 그 멋진 자태를 뽑냅니다.

맨앞부터 월출봉, 감악3봉(원주 정상), 2봉, 1봉.

지나 올 때는 그게 1봉인지 2봉인지 몰랐는데, 제천의 정상에서 바라보니 아주 멋진 봉우리들이네요.

제천 감악산 정상석으로 내려왔습니다.

정상석 뒷편 바위는, 한그루의 소나무와 어울려 그림같습니다.

바위틈에서 짜들게 큰 그 소나무가 이렇게 멎진 풍경을 연출하다니!

제천 감악산 표지석은 산림청 헬기로 날라왔다고 해요.

원주 감악산 정상석도 그렇게 해서 세웠겠지요?  무거운 돌을 지게에 지고 오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일출봉(정상)을 뒤로하고 내려갑니다.

아, 한가지 잊은 게 있군요.

블랙야크 인증은 원주 감악산이나 제천 감악산, 둘 중 어디에서 해도 괜찮습니다.

정상에서 내려와 백련사로 내려갑니다.

감악산 자락의 백련사는 신라 문무왕 2년(서기 918년) 의상조사가 창건했는데, 창건 당시 아래의 연못에서 白蓮이 피어나서 '白蓮寺'라 했답니다.

조금도 다듬어 놓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산길을 내려와

백련사에 도착했습니다.

제일 먼저 만난 건 샘물.

'물 한바가지 마시고 가야지' 했는데, 시원한 샘물을 한모금 마시려던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이른 새벽 불전에 올릴 정한수라서 그런가, 샘물이 나오는 곳은 자물쇠로 잠가 놓아서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사찰 경내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은 입구에서 멈칫했습니다.

'사찰 참배객외 출입금지' 팻말을 보고서는 안에 들어가기가 좀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 보곤 돌아섭니다.

왠지 세속의 때가 잔뜩 묻은 몸으로 들어가면, 수행하는 스님들께 누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천시 봉양읍 명암리 감악산 자락에 있는 백련사.

감악산의 산세가 수려하고 천년 영기가 서려있어, 수도 도량으로 적절함을 알고 의상조사가 암자를 창건했다죠.

전설에는 무착선사가 수도상 소요 자재로 매일 한번씩 용마를 타고 원주 치악산 상원사를 왕복하던 중, 인근에 있는 험준한 벼랑을 오르다 미끄러져 부상한 말굽 자취가 지금도 있다고 합니다.

------------------------------   서남방 아래 100m 지점의 그 龍馬가 먹던 샘물을 지금도 용마수라 하고,

신라 말 경순왕이 여기서 피난했다는 23,600척의 성터주위는, 역사적인 사실을 뒷받침한다고도 합니다.

백련사를 나오면 포장도로를 만나는데, 감악산을 최단거리로 오르는 이들은 이 길로 백련사에 와서 주차를 하고 정상을 다녀오기도 합니다만, 좁은 산길인데다 눈이 오는 겨울철에는 더욱 더 조심해야 합니다.

커브길에서 오른쪽으로 승용차가 보이죠? 그쪽 길로 가면 계곡길로 갑니다.

승용차가 서 있는 방향으로 가면 이 이정표를 만나고, 이정표를 지나면서 포장도로는 끝나 비포장길인데

계속 직진을 하면 좁은 산길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등산로가 좀 안좋더라도 그냥 가요.

그러면 감악고개가 나오고,

이정표가 보이고, 나무에는 '감악고개' 팻말이 보이죠.

진행하는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도 보입니다. 

이제 제대로 길을 찾은 겁니다.

지금부터는 감바위골(계곡길)로 계속 내려갑니다.

경사는 그리 심하지 않지만, 계곡길이라 돌맹이들이 많아요.

이렇게 .....

능선길을 걸을 때는 어느 정도 긴장을 하며 걸었다면, 계곡길은 위험하지 않아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갑니다.

아직은 단풍이 들지않은 감악산.

짧은 거리임에도 산행하는 즐거움을 듬뿍 안겨주었던 감악산 산행도 여기까지입니다.

백련사로 돌아서 내려왔기에 오늘 걸었던 거리는 6.2km랍니다.

여유있게 걸었으므로 4시간이 소요되었구요, 평균속도는 1.6km 였습니다

계곡길 입구에는 감악산 등산로 안내판과 '해충 자동분사기'도 있었네요.

'해충 자동분사기'는 여름철에 진드기 걱정을 덜어주는 아주 유용한 기기죠.

산행코스 : 황둔리 감악산 주차장 - 창촌교 - 감악3봉(원주정상석) - 감악산 일출봉(제천정상석) - 백련사 - 삼거리 - 감악고개 - 계곡길 - 주차장(6.2 km,   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