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8
11월의 마지막 산행은 충남 계룡산입니다.
오늘은 동학사에서 신원사로 내려오는 '동학사 1코스' 를 걸어봅니다.
강릉에서 출발한 버스는 4시간이나 달려서 동학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10시 55분.
버스에서 하차 후 산행준비를 한 다음, 계룡산호텔 앞 계단을 올라갑니다.
계단을 올라와 포장도로 왼쪽으로 ...
수면부족으로 인해 흐리멍덩한 머리가, 차가운 아침공기에 맑아집니다.
상가 끝에 서있는 이정표의 거리를 확인해 봅니다.
오늘도 산행시간은 4시간 밖에 되지않아, 남매탑과 삼불봉을 거쳐 관음봉으로 돌아올려면 시간이 너무 빡빡한게 도저히 안되겠기에, 은선폭포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단풍이 들어 사람들로 북적였을 이 거리는 우리들 뿐.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하고 쓸쓸한 거리입니다.
바람도 가만히 숨 죽이고 있는 아침.
동학사 일주문 주변에는 단풍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길옆에는 뭔가를 표현한 조각품들이 있고
궁금하다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 일행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했을까요?
충청남도 공주시·계룡시·논산시와 대전광역시에 걸쳐 있는계룡산은, 주봉인 천황봉(846.5m)에서 연천봉(739m), 삼불봉(775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닭 볏을 쓴 용의 모양과 닮았다고 하여 계룡산이라 합니다.
예로부터 신라 5악 가운데서 서악(西嶽)으로 제사를 지냈고, 조선시대에는 중악단(中嶽壇)을 세워 산신제를 지낼 만큼 신령스러운 산이었으며, 우리나라 4대 명산의 하나이기도 하고
'정감록'에는 이 산 일대를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예언했으며, 조선초에는 계룡산 신도안에 왕도를 건설하려 할 정도로 명당이라 알려졌답니다.
19세기말부터 나라가 혼란해지자, 신도안을 중심으로 전래의 무속신앙과 각종 신흥종교가 번성하고, 이들의 수도장으로 이용되어 계곡 곳곳에 교당과 암자·수도원·기도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는데,
종교 정화운동으로 시설물을 철거하고 주변을 정리해서 눈에 거슬리는 모습은 이제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연이어 있는 사찰앞을 지납니다.
11시 20분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789번지, ' 동학사'까지 왔습니다.
비구니들의 불교 전문 강원(講院)인 동학사는 724년(성덕왕 23) 상원(上願)이 암자를 지었던 곳에, 회의(懷義)가 절을 창건하여 청량사(淸凉寺)라 하였으며, 920년(태조 3) 도선(道詵)이 중창한 뒤 태조의 원당(願堂)이 되었답니다.
936년, 신라가 망하자 대승관(大丞官) 유거달(柳車達)이 이 절에 와서 신라의 시조와 충신 박제상(朴堤上)의 초혼제(招魂祭)를 지내기 위해 동학사(東鶴祠)를 지었고, 사찰을 확장한 뒤 절 이름도 동학사(東鶴寺)로 바꾸었답니다.
동학사라는 이름은, 이 절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으므로 동학사(東鶴寺)라 하였다는 얘기도 있고, 고려의 충신이자 동방이학(東方理學)의 조종((祖宗)인 정몽주(鄭夢周)를 이 절에 제향하였으므로 동학사(東學寺)라 하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고 합니다.
동학사를 지나면 산길로 접어듭니다.
은선폭포쪽으로 가요.
동학사 주차장에서 동학사 계곡, 동학사, 은선폭포, 관음봉을 돌아보는 '동학사 1코스'는 편도 4.4km에 2시간 반 정도 소요됩니다.
계룡산국립공원 전 탐방로 중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코스로, 계룡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와 계룡산의 대표적 사찰인 동학사. 계곡의 신록과 은선폭포의 운무, 관음봉의 한운과 절경을 짧은 시간 안에 모두 탐방하려는 사람들이 찾는 그런 길입니다.
이제 차츰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관음봉까지 1.5km 남았다는 군요.
그 정도 거리야 깨금발로도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닌가? 하면서 아주 만만하게 여기며 갑니다.
돌로 만든 계단을 오르고
5백 85개의 나무계단을 오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뾰족하게 솟은 황적봉(661m)이 보입니다.
삿갓같은 황적봉
이 바위산 이름은 모릅니다.
납작 납작한 돌로 만든 계단은 은근히 땀이 나게 하는군요.
윗도리를 벗어도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 송글 맺힙니다.
능선에 다다르자 저만치 멋진 바위산이 보입니다.
남매탑에서 자연성릉을 거쳐 관음봉으로 오는 그 길이죠.
편안한 흙길도 걷습니다.
편안한 계단도 내려가고
'은선폭포 전망대'로 가는 곳 까지 왔습니다.
계룡8경 중 제7경인 은선(隱仙)폭포는 옛날에 신선이 숨어 살았대서 이 이름이 생겼다고 해요.
20m 높이에서 내리 쏟아지는 동학계곡의 유일한 폭포이기도 한데, 폭포 앞의 기암절벽은 자연경관의 극치이며 그 너머로 멀리 보이는 쌀개봉의 위용이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그 은선폭포를 산위에서 내려다보면, 그냥 가느다란 물줄기로만 보입니다. 가물어서 水量이 적어 그런거죠.
은선폭포를 지나 이 평평한 곳을 왔을 때 만 해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아주 힘든 고갯길을 올라갑니다.
처음엔 그저 평범해 보이는 돌 계단이고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길이라 수월하겠다 싶었는데
왠 걸, 계룡산 관음봉 가는 길 중에서 제일 빡센 길입니다.
숨이 턱까지 차 올라 헥헥대며 오르는 길
체력을 다 소진하면서 땀 흘리며 올라야 하는 빡세고 빡센 길.
찬공기가 온 몸을 감싸 안아서 몹시 춥군요.
벗었던 윗도리를 꺼내입고 귀마개를 하고 워머도 하고 갑니다.
계단이 많은 곳은 '이 계단이 몇개'라고 써 놓았어요.
324개 중 하나요, 둘이요.....
계단을 하나 하나 세면서 갑니다. 그래야 힘든 걸 잊을 수 있으니까요.
주변에서 흔히 보는 물품(제품) 중에는 KC인증마크와 KS마크를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 KC마크는 지식경제부. 노동부. 환경부. 방송통신위원회. 소방방재청 등 5개 부처에서 각각 부여하던 13개 법정인증마크를 통합해서, 2009년 7월 1일부터 단일화한 국가통합인증마크입니다.
각 부처별 인증기관이 다른 번거러움을 없애고 국제 신뢰도 증진을 위해 이전까지 사용되던 안전. 보건. 환경. 품질 등의 법정강제인증제도를 단일화한 것인데요, 쉽게 말해서 'Korea Certification Mark'의 약자로 공산품, 전기안전 등 730여개 품목의 마크들을 단일화한 것입니다.
전기용품은 소비자가 화재 및 감전 등의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인증이 중요하고, 그래서 이 때문에 제조사는 의무적으로 KC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감전, 화재, 폭발 등의 위험으로부터 사람,동물, 기기를 보호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제조, 검사설비 및 원자재, 공정검사와 제품검사를 거쳐 인증을 받고, 또 정기적으로 제품시험과 공장확인을 하여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므로, 전기용품을 사용할 때는 항상 KC인증마크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KS인증은 '품질' 인증마크이며 임의 인증이지만, KC인증은 '안전' 인증마크이며 강제 인증입니다. KS인증과는 달리 KC인증은 제품을 제조, 유통, 판매하기 위해 반드시 취득해야만 하는 거죠. 그러므로 취득하지 않고 제조, 판매하고 유통하는 건 불법이므로 법적 제재를 받는데요, 이러한 두 인증 모두 국가적으로 안전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인정해주는 점에서는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불봉'을 배경으로 사진찍는 일행.
삼불봉은 세 부처님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삼불봉의 설화(雪花)는 계룡8경 중 제2경이랍니다. 이곳 나무숲에 눈이 쌓이면 그야말로 신비로운 경관을 보여준다는 군요.
삼불봉, 자연성릉, 관음봉으로 가는 저기는 정말 멋있군요.
자연성릉은 경사가 심한데다가 탐방로가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추락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는 곳이지만, 자연성릉과 주변지역의 풍광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힘든 고갯길도 다 올라왔습니다.
능선에 올라서면 쉼터가 있습니다. 먼저 올라 온 일행들이 찬바람을 피해 쉼터안에서 점심을 먹고 있네요.
점심은 나중에 먹고 일단은 관음봉으로 올라갑니다.
관음봉에도 쉼터와 전망대가 있죠.
계룡산의 정상은 천황봉이지만, 천황봉 정상에는 군사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비법정탐방로이기 때문에 실질적 정상은 관음봉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12시 05분
관음정에 누워 한가로이 떠다니는 흰 구름을 바라보면, 세상사가 한낱 물거품과 같다하여 계룡8경 중 제4경은 관음봉 한운(閑雲)입니다.
여기서 쌀개봉으로 이어진 철쭉 길은 관음봉의 자랑이라는 군요. 공주십경의 하나인 ‘계악한운’은 곧 관음봉의 한운을 가리킨 것이라고 합니다.
관음봉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저 멀리 천황봉도 보이고
연천봉도 보이고
연천봉 아래의 등운암도 보입니다.
관음봉 전망대로 가서 주위를 다시 둘러봅니다.
자연성릉과 삼불봉 능선을 보고
산아래 마을도 바라보고
산 품에 폭 안겨있는 보광암도 바라봅니다.
정상을 내려오니 쉼터에는 사람들로 꽉 차서, 쉼터 밖에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밥 먹고 따뜻한 커피도 한 잔 마시고나니 기운이 납니다.
일행 몇몇은 연천봉 가는 길가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을 먹네요. 이제는 따뜻한 게 좋아지는 추운 겨울입니다.
연천봉 고개에 왔습니다. 여기서 직진하면 연천봉으로 가고, 오른쪽은 갑사로 가는 길.
왼쪽은 신원사로 갑니다.
13시 40분
일행 대다수는 신원사로 간답니다.
그래서 잠시나마 함께 걷던 일행과는 여기서 헤어집니다.
"내려가거든 편지해요" ........... 훌쩍.
신원사까지는 2.7km라고 해요.
연천봉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늘도 일행 1과 2, 그렇게 셋이서 올라갑니다.
산행하면서 주변에 볼만한 곳, 경치좋은 곳은 다 들려보자는 생각을 하는 길동무 이거든요.
헬기장을 지나고
둥그렇게 휜 소나무를 보며, 무슨 연유로 이렇게 휘었을 까 궁금증도 가져보고
연천봉 갈림길에서 연천봉까지는 100m 밖에 안되는 데, 왜 여기는 들려 볼려고 안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걷기좋은 등산로를 올라갑니다.
해발 743m의 연천봉에 올랐습니다.
산봉우리가 구름(하늘)과 맞닿았다고 해서 연천봉이라 한다죠.
저녁 무렵 노을(낙조)이 그렇게 유명하답니다. 저녁 무렵에 확 트인 연천봉 서쪽을 바라보면 낙조가 계룡, 양화 저수지와 백마강을 붉은 물결로 뒤덮는, 장관을 볼 수 있대요.
또한 연천봉 정상에서는 관음봉, 쌀개봉, 천황봉, 국사봉등의 수많은 계룡산의 아름다운 봉우리와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구요.
연천봉에 올라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저 암봉 들.
연천봉 석각도 눈에 띕니다.
갈 수 없는 산봉우리도 바라보고
정겨운 농촌마을도 바라봅니다.
계룡8경 중 3경인 연천봉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천왕봉의 해돋이와 견줄 만큼 일품이랍니다.
계룡산에서 높이로는 6번째이지만, 산 모양이 준수하기로도 으뜸이랍니다.
낙조는 볼 수 없지만, 연천봉에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면 눈길 가는 곳마다 절경입니다.
연천봉에서 신원사로 내려가는 도중에는 등운암이 있습니다.
여기서 연천봉 고개까지 다시 내려가 신원사로 가지않고, 연천봉에서 등운암쪽으로 가는 길을 택합니다.
그리로 가도 신원사로 가거든요.
생각보다 등산로는 좋습니다.
데크 쉼터에서 보이는 저 건물은 등운암의 산신각(?)이구요.
'내려가는 길' 안내판은 잘못 표기했네요. 갑사, 동학사, 신원사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이 길은 신원사로 내려가는 길이거든요.
철책이 끝나면 등운암이 있습니다.
등운암(登雲庵)은 이름 그대로 구름위에 올라탔다는 뜻이랍니다. 암자 이름이 이리도 멋지다니.....!
등운암은 1,300여년 된 유서깊은 사찰이랍니다. 관음봉, 쌀개봉, 국사봉, 천황봉 등의 봉우리 중에서 가장 영험하다는 연천봉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산 중의 암자 중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구요.
신라 진덕여왕때 경주에 사는 '진광세'라는 영특한 아이가 있었는데, 불국사에 출가하여 '부설'이라는 법명을 받았답니다.
하루는 오대산을 가던 중 구씨의 벙어리 외동딸 '묘화'가 그를 보고는 말문을 열었다지 뭡니까. 그리고는 죽자 사자하며 인연을 맺고자 하므로 자비보살 마음으로 부부의 연을 맺어, '등운'과 '월명'남매를 두었대요. 아들 '등운'은 계룡산 등운암, 딸 '월명'은 월명암, '묘화부인'은 장흥의 보림사, '부설거사'는 망해사를 창건했답니다.
그후, 시간이 흐르고 세월의 무상함속에 '등운암'의 법당은 퇴락하고 협소하여, 지금은 중창불사(공사)를 하고 있는 중 인데요,
여래출현 본뜻과 무량중생의 영원한 귀의처가 될 중창불사를 발원하게 되었다 해요. 후일 이곳을 다시 지날 때면 '등운암'의 모습은 많이 변해있겠죠?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등운암은 포근하고 아늑해서 정감이 가요.
이정표 위에 놓인 동자승 인형은 미소를 짓게 하는군요.
...
저 멀리에 양화저수지가 보입니다.
내리막길인데도 등산로는 완만한 산책로같고
발이 편안한 길입니다.
보광원을 지납니다.
14시 45분
보광원 대웅전 앞을 지나면서도 들릴 시간이 없어 그냥갑니다.
'조금 늦으면 어때?' 그러고 싶지만, 하산 후 일정이 있다기에 아쉬움안고 지나칩니다.
신원사 길가에는 단풍이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백제 의자왕11년(651)에 열반종의 개종조(開宗祖) 보덕화상이 창건한 신원사는 고려 태조23년(940), 법당만 남아있는 것을 도선국사가 중창을 했고, 충렬왕24년(1209)에 부암화상이 중건하면서 중수하기를 거듭하다가, 조선 태조때 무학대사가 중창하고 고종 13년(1876) 보련화상이, 고종 22년(1885) 관찰사 심상훈이 중수하면서 '어수선한 나라가 一新發展하여 新紀元이 이룩되기를 염원하는 뜻으로 神阮寺를 '新元寺'로 고쳐 현판을 달았던 게 지금에 이르렀다 합니다.
이 사천왕문도 1998년에 복원했다고 해요.
국가적 제사처인 중악단과 국보 제299호인 신원사 노사나불괘 불탱 등 많은 문화재가 있는, 유서깊은 신원사도 둘러보지 못한 계룡산 산행은 여기서 마쳐야겠습니다.
오늘 걸었던 거리는 8.4km였습니다. 4시간 소요되었구요.
딱 제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산행코스 : 동학사 주차장 - 동학사 - 은선폭포갈림길 - 관음봉 - 연천봉 - 등운암 - 신원사 주차장(8.4km, 4시간 소요. 평균속도 2.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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