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단양 [제비봉] 오르던 날, 10월은 가네!

adam53 2023. 11. 3. 11:33

2023. 10. 31

시월의 마지막날 산행은 단양 '제비봉'입니다.

안개는 단양으로 가는 내내 자욱히 끼었습니다.

오늘처럼 안개낀 날은, 물기를 머금은 공기로 인해 산행하기가 아주 좋죠.

제비봉은 장회나루가 있는 제비봉 탐방센터에서 올랐다 내려가기도 하지만, 얼음골에서 장회나루 방면으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산악회 버스로 여기를 찾은 우리는, 얼음골에서 시작합니다.

9시 50분.

충북 단양군 단성면 월악로 4192-6,  얼음골식당이 보이는 큰길에서 하차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서둘러 온 때문인지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군요.

장회나루로 가는 도로 왼쪽으로 얼음골식당 간판과 탐방로 이정표가 있는 사잇길로 갑니다.

입구에서 얼마안가 주민이 살고있는 집 돌담은, 담쟁이가 예쁘게 물들였습니다.

여기서  '산불조심' 현수막이 있는 쪽으로 접어듭니다. 

'사고예방과 공원자연자원보호를 위해 입산과 통제시간을 지정한다'는 옆으로 난 작은 길로...

10여년 전, 등산을 막 시작한 초보였을 때 찾아 온 제비봉.

등산로 정비를 하지않아 좋지 못했던 이 길은 그때와 조금도 달라진게 없네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은 등산로엔 돌맹이가 딍굴고

솔잎과 참나무 이파리들은 수북히 쌓여있고.....

들머리에서 10분 쯤 경과한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얼음골에서 제비봉까지는 1.8km, 제비봉에서 탐방지원센터까지는 2.3km

산행거리 도합 4.1km를 걷는데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산행거리가 짧아서 인근에 있는 구담봉과 옥순봉을 연계해서 산행을 해도 좋죠.

그렇게 한다 해도 조금 빨리 걸으면 대,여섯시간이면 충분하니까요.

제비봉은 단양읍에서 서쪽인 충주호 방면의 단성면 장회리에 위치한, 높이 721m의 산으로 월악산 국립공원 일대에 속합니다.

단양팔경 중 수상관광지로 유명한 구담봉과 옥순봉에서, 동남쪽 머리 위로 올려다 보이는 바위산이 바로 제비봉인데요,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 방면에서 이 산을 바라보면, 충주호쪽으로 부챗살처럼 드리워진 바위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모습을 닮았다고 ‘제비봉’이라 합니다.

한참을 올랐더니 계단이 있군요.

안개가 걷히고 해가 나면서 날씨는 봄날같습니다.

이마에선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요.

몇개의 이정표를 보았지만, 이정표마다 거리를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그냥 '방향표지목'이라고 봐야죠.

위로 올라갈 수록 계단들이 보이네요.

가파르지만 계단이 놓여있어 조금은 덜 힘듭니다.

생강나무가 노랗게 물든 곳을 지납니다.

올해는 단풍이 곱지 않군요.

가파른 고빗길을 오르려니 몹시 힘드네요. 

어떤 이는 '산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 정상까지 2km 남짓하므로 초보 산행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이 길을 올라보면 결코 쉽다거나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된비알에 설치한 계단을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구요.

이정표는 음~ ,

아무래도 제대로 정비를 해야겠어요.

월악산 국립공원인데 거리표시를 이렇게 하다니, 너무 무성의해 보이고 대충대충 건성으로 일 처리를 한 느낌이 듭니다.

험한 길에 계단을 설치한 건 고맙지만, 좀 더 세심하게 등산로를 정비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해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이 노래 ‘잊혀진 계절’을 듣게 됩니다.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의 가수 이용이 부른 노래인데요, 1982에 발표되어 그해 MBC 최고 인기가요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노래 '10월의 마지막 밤을...노래 가사는 처음엔 ‘9월의 마지막 밤을’ 였다고 해요.

비가 내리는 9월의 마지막 밤에 연인과 헤어졌기에 노래 가사도 처음에는 ‘9월의 마지막 밤을’ 이였답니다.

노래도 처음에는 조영남에게 주려던 것이 이용에게 갔는데요, 이 때문에 음반발매 시기가 9월에서 10월로 늦춰지므로 인해, 작사가 박건호가 직접 ‘시월의 마지막 밤‘으로 가사를 고쳤다는데

만약 조영남이 취입하고 노래했었다면, ‘잊혀진 계절’은 9월의 마지막 날에 듣는 노래가 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문법적으로 안맞는 말이 있죠. ‘잊혀진’의  올바른 표현은 ‘잊힌’ ‘잊어진’입니다.

‘잊다’는 ‘잊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잊히다’는 그 행위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잊음을 당하는 것’입니다.

박상철의 노래  '빵빵'  가사중에 '빵빵, 빵빵 기적(汽笛)을 울리며 시골버스 달려간다'에서 '기적'도 잘못된 낱말이죠.  

열차와 선박은 '기적(汽笛)'이라고 부르고,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경적'으로 부르는데, 버스가 기적을 울린다?

박미경의 노래 중에는 '민들레 홀씨 되어'가 있습니다. 이 노래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죠.

그런데요, 민들레는 홀씨(胞子, 포자)가 아닌 '씨'로 번식을 하는데 '홀씨'라고 잘못 표현을 했습니다.

식물은 크게 꽃식물과 민꽃식물로 나뉘고, 꽃식물은 꽃이 지고 씨로 번식을 하지만, 이끼나 양치식물같은 민꽃식물은 꽃을 피우지않고 홀씨로 번식을 하는데, 이 노래가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민들레 홀씨',  '민들레 홀씨'라고 말합니다. 그 노래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으니까 잘못된 정보임에도 아무 생각없이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거죠. 

비록 대중가요(歌謠)'이지만 매스컴의 영향이 얼마나 큰가 한번쯤 생각을 하고서 올바른 어휘와 제대로 된 우리말을 썼으면.....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정상에 다 왔습니다.

1.8km의 짧은 거리를 대,여섯번 쉬어가며 힘들게 올랐습니다.

해발 721m의 제비봉.

11시 10분

힘들게 올랐으니 사진 한장 찍어야겠죠?

블랙야크 명산100+ 인증장소이기도 하거든요.

정상에서 몇발짝 아래에 있는 전망대도 가 봐야죠.

우리 일행외에도 멀리 전남 광주의 산악회 회원들도 제비봉을 찾았습니다.

멀리서 온 그들은 구담봉과 옥순봉도 돌아볼 계획이라는데, 너무 느긋해보입니다. 다 돌아보려면 걸음을 조금 빨리해야 하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충주호는 기가 막힙니다.

호수에 발을 담근 저 산 좀 보세요.  톱날처럼 보이는 게 그림같군요.

소나무가 있어 더 멋져보이는 풍광.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좀 더 내려가기로 합니다.

공원지킴터로 내려가는 길 이정표는 거리를 제대로 표시했군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장회나루(제비봉 공원지킴터)에서 올랐다 내려가기에 좀 더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디다.

잠시 낙엽이 깔린 평탄한 길을 걷고

또 다시 돌이 많은 길과

계단을 오르고 난 뒤, 전망대에서 보았던 그 풍경을 다시 마주합니다.

푸른 충주호가 바라다 보이는 여기서 부터, 제비봉의 아름답고 멋진 참 모습을 봅니다.

기암괴석과 송림이 일품이라서 작은 장가계라 불리는 제비봉.

하산하는 길의 바윗길도, 그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도 멋진 그림이 됩니다.

구담봉도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 보이고

산자락의 마을도 그림같고

저 멀리 삐쭉 솟은 월악산도 보입니다.

단양팔경의 하나이면서, 단양군 단성면과 제천시 수산면에 걸쳐 있는 구담봉은 높이 330m의 아담한 산봉우리입니다.  구담봉은 물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이 형태를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죠.

예로부터 이황(李滉), 이이(李珥), 김만중(金萬重) 등 수많은 학자와 시인묵객이 그 절경을 찬미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퇴계 이황은 구담봉의 장관을 보고 “중국의 소상팔경이 이보다 나을 수는 없을 것이다.”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조선 인종 때 백의재상이라 불리던 이지번(李之蕃)은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했는데, “푸른 소를 타고 강산을 청유하며 칡덩굴을 구담봉의 양쪽 봉우리에 매고 비학을 만들어 타고 왕래하니 사람들이 이를 보고 신선이라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온다고 해요.

내려가는 계단도 꽤 가파릅니다. 

뒤돌아 본 계단

기암괴석과 호수를 둘러 싼 산들을 병풍 삼아, 한가로이 떠다니는 유람선을 보면 마음이 여유로워집니다.

 

바위 한켠에 앉아 점심을 먹고

다시금 주위를 둘러봅니다.

구담봉과 옥순봉은 몇번을 다녀왔기에 2곳 산행은 생략하고, 그냥 제비봉만 산행하는 오늘은 한껏 느긋하고 여유롭습니다.

 제비봉은 720m 정도 오르면서 충주호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입니다.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제비봉은 장회나루 선착장(제비봉 공원지킴터)이나 얼음골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승용차로 여길 왔다면 장회나루에서 오르는 걸 추천합니다. 오르는 내내 멋진 풍경과 충주호를 감상할 수 있고 주차도 편리하거든요.

그리고 산은 山입니다. 거리가 짧다고 아무 신발이나 신고 오면 안됩니다.

등산로가 평탄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등산화를 신어야 합니다.

제비봉을 산행하며 10월을 떠나보냅니다.

이제는 내년에야 다시 또 만나겠죠.    안녕! 10월.

안녕 ~!

제비봉.

산행코스 : 얼음골 - 제비봉 - 제비봉 공원지킴터 (4.1km,  3시간 소요.  평균속도 1.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