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12월의 산행 - 정선 석병산

adam53 2023. 12. 7. 12:03

2023. 12. 5

12월입니다.

꽃 피던 봄도 무더운 여름도 어느새 지나가고, 단풍도 제대로 못 봤는데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습니다.

금년도 한달이 채 남지 않은, 12월 첫 산행은 정선 석병산입니다.

8시 40분.

강릉시 왕산면 목계리 산460-56, 삽당령 고개에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삽당령'은 왕산면 목계리와 송현리 사이에 있는데요,

산 정상 생김새가 삼지창처럼 세 가닥으로 되어있다 하여 삽당령(揷唐嶺)이라 불리는 고개입니다.

또, 이 고개를 넘을 때는 길이 험해서 지팡이를 짚고 넘었는데, 정상에 오른 후 짚었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 갔다고 '꽃을 삽(揷)자를 써서 '삽당령'이라고도 합니다.

들머리에서 몇발짝 걷다가 임도와 마주치면 우측으로 갑니다.

이정표가 있어, 길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구요.

삽당령에서 석병산까지는 6km.

잎을 다 떨군 나무들이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서 있는 비탈길을 오릅니다.

눈이 살짝 내렸군요.

산행을 하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걸을까요?

일기예보에는 춥다고 해서 단단히 준비를 하고 왔는데, 산으로 접어들자 날씨는 의외로  포근합니다.

석병산 가는 길은 그 흔한 돌맹이 하나없는 전형적인 육산입니다.

정상은 1천미터 조금 넘지만, 삽당령이 680m라서  400m 남짓 올라가면 되므로 힘들지도 않고

산세도 부드럽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게 있으면 너무 좋아서, 아끼고 또 아낍니다.  그것처럼 석병산은 아끼고 아끼다가 나중에 찾는 그런 산입니다.

겨울되면 산불예방 차원에서 '입산통제'하는 곳이 많아 갈 곳이 마땅찮을 때, 그때 찾는 산.

석병산은 여러모로 산행하기 좋은 산입니다.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산행하는 게 힘들지 않고, 걷기 좋은 육산이면서, 무엇보다도 정상 부근이 정말 멋진 곳이거든요.

산죽(山竹)이 무성하게 자라서 산을 덮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정선땅을 밟으며 갑니다.

더워서 땀이 나네요.

옷 좀 벗고 가야겠어요.

또다시 산죽 사잇길로 갑니다.

산죽으로 뒤덮힌 산은 다른 식물들이 자랄 여유공간 하나 없이, 산죽뿌리로 빽빽하게 얽히고 설켰습니다.

산죽밭을 지나 너른 평지, 부드러운 능선을 걷습니다.

쉼터에서 잠시 쉽니다. 

과일도 먹고, 물도 마시면서 기력 보충을 하고...

가뭄이 계속되는 요즈음입니다.

바짝마른 가랑잎이 수북한 산길을 걷노라면, 건조한 날씨에 혹여 산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됩니다. 영동지방에는 강풍이 많이 불거든요.

크던 작던 산불 소식이 들려오면 괜히 가슴이 철렁해집니다. 제발 불길이 속히 잡혀서 큰 피해가 없기를, 아름다운 우리의 산이 시커먼 잿덩이로 남지않기를 모두가 한마음으로 간절하게 바랍니다. 불이 났던 지역을 지나갈 때면 무척이나 가슴아프고 저리고 아려오던 그 기억을 상기하면서...

겨울철 특히 봄이 되면 동해안은 대형 산불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입는데요, 최근 3년간 대형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2위에 강원도가 올라가 있답니다. 2020~22년 전국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 68건 중 경기도가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도가 8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는군요. 이런 건 순위 안에 들지않아도 좋은 건데 말이죠. 아무튼 자나깨나 불조심 그리고 산불조심을 해야겠다 마음먹지만 실화(失火)가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봄 4월 11일 아침 강릉 난곡동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양간지풍의 강풍에 소나무가 쓰러지면서 전깃줄에 닿아 전기불꽃이 발생해서 산불을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이 산불은 주택과 펜션 125채, 차량 1대, 불길을 피하지 못한 80대 남성 1명이 사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는데요, 화마(火魔)가 지나갔던 자리를 볼 때면 불조심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더 높아집니다.

100m 더 가면 두리봉이랍니다.

두리봉은 봉우리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냥 산행길에 만나는 조금은 넓은 곳? 그런 생각이 드는 곳이죠.

10시 40분

쉬어가기도 좋고, 식사하기도 좋은 평상이 있는 두리봉에 왔습니다. 

1,033m의 두리봉.

여기는 만덕지맥이기도 합니다.

백두대간 두리봉(1033m)에서 분기해, 강릉시 왕산면과 옥계면을 가르며 출발한 뒤에 선목치, 만덕봉, 칠성봉, 매봉산, 늘목재, 모산봉을 지나면서, 남대천과 섬석천이 합류하는 강릉 남항진에서 맥을 다하는 약 30.4km의 산줄기인 만덕지맥.

낙엽위에 내려앉은 눈을 보면서 눈은 안 오더라도 비라도 흠뻑 내렸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건, 혼자만의 바램은 아니겠지요?

석병산을 800m 앞에두고, 산계리 '석화동굴'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강릉시 옥계面으로 가는 거죠.

이 등산로는 山客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길이 썩 좋은편이 아닙니다.

또한, 석화동굴은 '石花'가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이름도 '석화동굴'이지만, 개방한 동굴이 아니라서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도록 동굴입구는 막아놓았습니다.

동네 뒷산같이 편안한 산책로 같은 길

야트막한 봉우리를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하다보면, 저 앞에 멋진 암봉이 보입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보이는 석병산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11시 30분 

석병산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이정표가 가르키는 왼쪽으로 올라갑니다.

일행들이 올라 간 돌탑 봉우리는 나중에 들려봅시다.

삐죽 삐죽한 바위로 이루어진 석병산이 무척이나 근사해 보입니다.

돌탑봉에 올라간 일행들

석병산 정상은 세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는데요, 

무속인들이 촛불켜고 치성을 드리던 작은 동굴이 있습니다. 

위 사진의 아랫부분을 보면, 오른쪽 아랫부분에 동굴이 있는데 지금은 돌로 막아버렸습니다.

미관상으로 보기 안좋을 뿐 아니라, 산불염려도 있어 그러지 못하도록 한 것이죠.

남쪽 백봉령 방향의 봉우리들은 보드라운 솜털같습니다.

살며시 어루만져보고 싶은 동글동글 몽글몽글한 산 봉우리들.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일월문과 일월봉을 먼저 보려고 비탈길을 내려갑니다.

눈이 쌓이면 엄청 미끄러운 길이죠.

눈이 없다고 해도 밧줄은 꼭 잡고 내려가야 합니다.

일월문입니다.

거대한 암봉(岩峰) 중간부분에 지름 약 2m 정도의 상어이빨처럼 둥글게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게 ' 일월문(日月門)'입니다. 구멍 뒷편은 천길 낭떠러지이구요.

이 구멍을 통하여 아침이면 해를 볼 수 있고 밤이면 달을 볼 수 있다고 '일월문'이라 하는데, 건너편에서 떠오른 달빛이 일월문의 둥근문을 비추면 장관이라고 합니다.

일월문을 지나 좀 더 아래로 내려갑니다.

일월봉도 보고 가야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석병산보다 일월봉의 경치가 더 멋집니다.

꼭대기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발 아래의 산줄기들이 그림같거든요.

석병산, 일월문과 마찬가지로 일월봉도 깎아지른 절벽이니까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일월봉에서 바라 본 일월문 방향.

일월문과 일월봉 사이로 보이는 산 풍경을 보느라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되돌아서 올라가요.

석병산 정상을 들렸다 가야죠.

석병산 정상은 꽃과 같습니다.

이리저리 가지를 뻗으며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 아니라, 줄기끝에 피어 난 한송이 꽃.

활엽수 나무들이 서 있는 산길을 걷다가 정상에 도착했을 때 보이는 멋진 암봉은, 가녀리면서도 청초한 자태의 향기짙은 구절초를 연상케 합니다.

옥계면에서 바라보면 석병산은  바위암벽이 마치 병풍을 둘러친듯 하다고 해서, "돌 석(石), 병풍 병(屛)"자를 써서 석병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봄날같은 날씨라 바람 한 점 없다지만, 서 있기가 마땅찮아 사진찍기도 좀 그렇습니다.

돌탑봉도 들려보고 가야죠.

일월봉, 석병산, 돌탑봉 등 정상부근의 어떤 암봉에 오르던, 사방이 탁 트여서 조망은 아주 그만입니다.

봉긋 봉긋 솟은 산봉우리들을 다시 둘러봅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 나무들도 바라보고

석병산과 생계령 갈림길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내려갑니다.

지금은 이용하지 않지만, 강릉 옥계와 정선 임계를 왕래하던 옛길 '생계령'.

백두대간이 지나는 '생계령'으로 가면 정선 임계의 '백복령'이 나옵니다. 

2017년에는 그 백봉령에서 출발해 생계령, 고병이재, 석병산을 갔다가 백두대간수목원으로 내려갔었죠.

백봉령 음식점에서 출발해서 조금 더 가면 카르스트지형(돌리네 현상)도 볼 수 있구요,

그쪽 코스도 거리가 9.5km 네,다섯시간 걸리니까 오늘 10km가량, 네시간 남짓 걷는 것과 비슷합니다.

나무토막 의자가 있지만, 내리막길이라 그냥 지납니다.

갈림길에 왔습니다.

12시군요.

백봉령(白봉嶺)은 정선과  동해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로 42번 국도가 지나고 있죠.

여기서 '백두대간 수목원(생태체험단지)' 방향으로 접어듭니다.

지금부터 개울에 이르기까지는 계속 내리막입니다.

마중 / 허림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쉼터의자는 눈으로만 앉아서 쉬어 갑니다.

산죽밭을 지나 개울가로 내려오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자란 전나무숲도 지나고

고향집을 온 듯 편안한 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걷고

봄 오면 다시 푸르러질 숲길을 걸으면

어느 새 생태체험단지에 도착합니다.

석병 8담이 있는 '물치유길' 일부분을 걸어볼까요?

용파담은 '6담'입니다.

용파담

빙족담은 '1담'이구요.

2담은 녹수담, 3담은 옥정담, 4담은 세심당, 5담은 청유담, 7담은 일월담, 8담은 현광담이라는 아주 아주 예쁘고 멋진 이름을 가진 '석병 8담'.

숲속의 집이 보입니다.

이 숙소앞으로 쭈욱 가면 주차장까지 포장도로라, 발이 아픕니다.

그래서 집 건너편 개울따라 설치한 데크를 걸을 겁니다.

다리를 건너 저 앞의 승용차에서 왼쪽으로 작은다리를 건넌 다음, 개울따라 갑니다.

다리 건너 왼쪽에는 '숲속 홀림길'이 있습니다. 통나무를 쌓아서 만든 '미로찾기'를 하는 곳입니다.

보기에는 저래보여도 막상 놀이를 하다보면 푹 빠져듭니다. 의외로 재미있거든요.

미로를 다 빠져나오면 저기에 매달린 종을 치는 거죠.

한여름, 가족들과 함께 이 수목원 개울에서 물놀이도 하고 게임도 하고, 숲속 데크를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정선군 임계면 임계리 산 51, 백두대간 수목원의 규모는 124만㎡이며, 1,283종 35만 4천 본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요.  2002년 6월 15일에 공립수목원으로 승인되어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수목원을 조성해서, 2010년 5월 20일에 준공했다고 합니다.

그 후 2012년 4월 9일, 백두대간생태수목원으로 등록하고 2012년 5월 1일에 정식 개원하였대요.

데크에 불쑥 튀어나온 바위밑에는 발밑을 내려다 볼 수 있게 유리로 만든 곳도 있구요,

이제 다 왔습니다. 저기 주차장이 보이는 군요.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의 첫 산행.

백두대간 43구간(백봉령-삽당령-닭목령)의 길목에 있는 석병산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삽당령 - 866고지 - 두리봉 - 석병산 - 백두대간수목원 대형주차장 (11.3km, 4시간 10분 소요.  평균속도 2.7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