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설악산 대청봉에서 희운각, 천불동으로 내려오기 (下)

adam53 2023. 11. 1. 18:04

양지쪽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중청을 바라보고

대청도 바라보고

이제 슬슬 내려갈 채비를 합니다.

다시한번 대청과 중청을 바라보면,

설악산은 참 매력적인 산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리 멋진 산이 있었나 싶게, 바위산들은 웅장합니다.

처음보는 이 경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산봉우리들이 아주 장관이거든요.

설악산은 1970년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이어 다섯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 되었답니다.

1982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지정됐구요.

또한 국제적으로 우수하게 관리되고 있는 보호지역 명단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녹색목록에도 등재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설악산국립공원은 총면적이 약 398km²에 이를 만큼 규모가 광대하구요.

설악산은 내·외설악과 남설악까지 전역에 걸쳐 아름답고 빼어난 산세, 맑은 계곡과 암자들, 기암괴석 등이 어우러진 산으로 사시사철 절경을 이루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죠. 험준하면서도 산세가 수려하여 등반객들에게 인기가 높고...

소청봉에 다다랐습니다.

400m 가면 소청대피소가 있고, 그리로 계속가면 봉정암으로 갑니다.

산아래에서 보면 소청봉도 산봉우리겠지만, 지나가면서 보는 소청봉은 봉우리라는 느낌이 전혀 없군요.

그냥 여기서, 이리저리 갈라지는 갈림길같다는 생각입니다.

이젠 중청대피소 대신 숙박기능을 하게 된 '소청대피소'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내려갑니다.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어, 궁금증은 더 해만 가고...

이런 낭패가 있나? 아 휴 ~

소청을 지나면서 길은 아주 형편없습니다.

돌맹이 계단길은 경사가 너무도 급합니다.

여기는 왜 등산로를 정비하지 않는거야?  투덜 투덜..... 쿨럭

불편한 마음을 이 멋진 암봉들이 토닥토닥 달래줍니다.

가파른 길을 내려감으로 인해, 발이 앞으로 쏠려서 발가락들이 아픈 걸 참게 만드는 건,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이 경치들입니다.

그래요. 이건 완전 감동입니다.

내려가기도 어려운 이 길을 올라오는 사람들도 꽤 많습디다.

희운각으로 해서 대청으로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이 길을 택한 사람들이 그저 놀랍고 그들의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빼어난 산세,

웅장한 암봉이 만든 절경을 보려고 이 길을 내려가지만,

이 길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그래서 여길 한번이라도 다녀간 사람들은 울산바위, 금강굴, 토왕성폭포 등 쉬운 코스로 다 빠져버리고, 오늘 이 대청봉코스를 선택한 사람은 여나믄명밖에 안됩니다.

눈앞의 이 돌산은 공룡능선이죠?

희운각 대피소가 보이는군요.

희운각 대피소는 4년 전부터 기존 대피소를 허물고 증축을 해서, 2023년 10월 16일부터 이용객을 받습니다. 숙박인원도 과거에는 30명 정도의 작은 대피소였지만, 지금은 80명을 수용할 수 있게 크게 지었습니다.

희운각 취사장, 그 옆은 화장실

희운각 대피소는 등산객들에 꼭 필요한, 몇개 품목의 물품을 판매합니다.

1969년 2월 14일 계곡의 막영지에서 눈사태를 당하여 전원(10명)이 사망하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국산악회 소속 '제1기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히말라야 원정을 위하여, 설악산 '죽음의 계곡(옛 지명 반내피)'에서 등반 훈련을 하던 중에 그리 된거죠.

이 사고 이후 이곳에 대피소를 세우면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희운(喜雲) 최태묵 선생이 본인의 사재를 들여서 지금의 이 자리에 대피소를 건립했었습니다. 나중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게 되었지만 '희운각'은 그런 연유로 '희운'선생의 호를 따서 지금도 이곳을 희운각이라 부릅니다.

희운각 앞 개울가 옆 벤치에서 음료를 마시며 휴식하는 등산객들

희운각을 뒤로하고 무너미고개로 갑니다.

고개 정상은 갈림길입니다.

여기서 공룡능선으로 가기도 하고, 비선대로도 가며 아까 지나쳐 온 대청봉으로도 갑니다.

공룡능선을 가는 일행도 있었지만, 우리는 지쳐서 천불동계곡 쪽으로 갑니다.

무너미고개엔 단풍이 곱게 물들었어요.

이제 천불동계곡에 진입합니다.

속초시 설악동 설악산에 위치한 천불동계곡과 그 주변 지역은,  2013년 3월 11일에 명승 제10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세계자연유산 잠정 목록으로 등재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내에 있는 명승인거죠.

천불동계곡은 지리산의 칠선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대한민국의 3대 계곡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내설악의 수렴동계곡과 함께 설악의 2대 계곡으로도 꼽힙니다.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면 천불동계곡이 시작되고, 비선대는 계곡 입구에 있는 커다란 3개의 바위입니다.

그 비선대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약 7㎞ 구간의 계곡을 천불동계곡이라 부르는데, 천불동계곡은 외설악을 대표하는 절승의 계곡으로 대청봉의 공룡능선과 화채능선 사이에 있습니다.

천당폭포 윗쪽까지 왔습니다.

빨갛게 물든 단풍이 무척이나 예쁘네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기암(奇巖)도

물소리가 제법 큰 폭포(瀑布)도 아름답습니다.

낙석 방지를 위해 그물을 씌운 이 계단을 내려가면 천당폭포가 있죠.

천당폭포.

천당폭포 아래의 계단을 내려오면 양폭(兩瀑)이 있구요,

양폭이 있다는 건 양폭대피소가 지척에 있다는 거.

이 계단을 내려오면 양폭을 볼 수 있죠.

양폭대피소에 왔습니다.

설악산 천불동계곡의 중간쯤에 자리한 대피소인데, 여기서 아래쪽 비선대까지는 1시간 30분, 위쪽 희운각대피소까지도 1시간 30분쯤 걸립니다.

양폭대피소는 수용인원 10명의 소규모입니다. 취사장도 따로 없으며 물품도 햇반과 생수만 팝니다

대피소에서 설치한 간이 음수대가 있지만 최근 음용수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식수는 대피소에서 파는 생수를 사 먹거나 휴대용 정수기를 이용해서 식수를 마련해야 한답니다.

 

양폭대피소는 지날 때마다 들리곤 했는데, 오늘은 그냥 패쓰합니다.

소공원까지 갈려면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하거든요.

천불동은 계곡 양쪽의 기암절벽이, 천 개의 불상이 늘어서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하여 생긴 이름입니다.

또는 계곡 일대에 펼쳐진 천봉만암(千峰萬岩)과 청수옥담(淸水玉潭)의 세계가, 마치 천불의 기이한 경관을 구현한 것 같다는 데에서 명칭이 유래하였다고 전해옵니다. 

가을이 오고 나뭇잎에 단풍이 들면,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천불동계곡은 그야말로 선계(仙界)와도 같이 아름답습니다.

천불동은 문닫이골로도 불렸는데요, 천불동계곡에는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인해 형성된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많습니다.

깎아지른 절벽과 폭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뾰죽 뽀죽 솟은 봉우리 사이로 깊게 패인 협곡이 형성되어 있으며 계곡을 따라서는 급경사의 단애가 발달되어 있기도 하고.....

가을 단풍들 때면 천불동으로 가야해요.  설악산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산인지 천불동계곡에 가야 알 수 있습니다.

천불동계곡에는 와선대를 비롯하여 비선대, 문수보살이 목욕했다는 문주담(文珠潭), 귀신 모양의 귀면암(鬼面岩), 이호담(二湖潭), 오련폭포(五連瀑布), 양폭(陽瀑), 천당폭포(天堂瀑布) 등의 뛰어난 경관을 볼 수 있습니다. 

천불동계곡은 매우 험한 곳이었지만, 1969년에 안전시설물을 설치한 후 일반인들의 출입이 허용되었죠.

어질 어질 단풍에 취해 걷다보니 귀면암까지 왔습니다.

귀면암 쉼터에서 숨 한번 고르고,

내려갑니다.

이 돌계단을 보니 비선대가 멀지 않았네요.

설악에서 많은 시를 남긴 김창흡(金昌翕, 1653∼1722)은 『설악일기(雪岳日記)』에 “瓊臺俯金潭 右扇排靑峰 融時備衆妙 豈惟勢奇壯(경대 같은 맑은 물 굽어보니, 부채 같은 청봉이 그 곳에 펼쳐졌네. 이곳이 생길 때에 묘리를 갖추었던가, 그 세가 어찌하여 이리도 기장한가)”라고 하여 비선대 주변의 경관을 묘사하였답니다.

김몽화(金夢華)도 『유설악록(遊雪嶽錄)』에서 설악산 비선대 주변의 경관을 극찬하였다고 해요.

종아리가 뻐근해져옴에도 부지런히 걸어서 비선대공원지킴터까지 왔습니다.

비선대공원지킴터 다리끝 부분은 천불동으로, 금강굴로 또, 마등령으로도 가는 갈림길입니다.

비선대는 그 아래 부분에 있는 와선대(臥仙臺)에서 노닐던 마고선(麻姑仙)이라는 신선이, 와선대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누워서 감상한 후 하늘로 올라갔다는 데에서 명칭이 유래하였다고 해요.

세 봉우리 중 맨 왼쪽의 봉우리 중턱에는 원효가 수도하였다는 금강굴이 있고.

비선대에는 예로부터 많은 시인묵객이 찾아와 자연의 이치를 감상하면서, 바위 표면을 파고 글자를 새겨넣은 각자(刻字)가 여럿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윤순(尹淳)이 쓴 것으로 알려진 ‘비선대(飛仙臺)’라는 글자가 대표적입니다. 고종 대에 갑신정변의 3일 천하로 유명한 김옥균(金玉均)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고 해요.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에서 발을 잠시 담갔더니 날아갈 듯 가뿐합니다. 얼음같이 차가워 잠깐 담갔을 뿐인데도 이렇게 발걸음이 가벼울 수가!

권금성을 보며

통일대불을 지나고

일주문을 지나면서 오늘의 산행을 끝냅니다.

조금 지친 상태였지만 대청봉에서 희운각, 천불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아무 탈없이 무사히 마쳤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공룡능선도 도전해봐야지 마음먹어봅니다.

산행코스: 남설악탐방지원센터 - 대청 - 중청 - 소청 - 희운각 - 천불동 - 비선대 - 소공원 (16km, 8시간 35분 소요. 평균속도는 1.9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