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천년고도 경주의 '토함산'에 오르다.

adam53 2023. 6. 16. 17:59

2023. 6. 12

경주 토함산을 가는 날 아침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잔뜩 흐렸습니다.

오후에는 '전국적으로 한 소나기 한다'고 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길가의 논에는 벼가 파릇파릇 자라고 있습니다.

4시간 반 가까이 지루함을 참아가며 7번 국도를 달리고 달린 버스는 

경주시 마동 탑마을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11시 25분.

다들 버스에서 下車하자 마자 서둘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래서 산행 전 준비운동은 생각도 못합니다.

골목길에 접어들자 '탑골탐방로 입구' 팻말이 보입니다.

담장너머 꽃들은 반갑다 인사하네요.

아래의 사진처럼, 우리지역에서는 검은 비닐을 씌우고 그 위에 고추를 심은 뒤에 지주대를 꽂아 주는데,

여기 탑동마을의 고추밭은 우리와는 다르게 둥그렇게 흰비닐을 씌우고, 고추를 심었습니다. 

잡초 걱정도 덜고 또, 비닐이 햇빛을 받으면 따뜻해져서 고추가 더 잘자라기 때문이겠지요. 새로운 고추 재배방법입니다.

고추의 한자 이름은 '괴로울 고(苦)'자를 쓰는 '苦椒(고초)'였답니다. 먹으면 맵다고 고초였는데, 이것이 '고추'로 변했다고 해요.

고추는 비타민 A와 C의 보고랍니다. 사과의 10배가 넘는 비타민 C를 함유하여 두세 개만 먹어도 일일 권장 비타민을 충족한다고 합니다.

그 외에 노화방지, 항암효과, 피로회복, 고혈압 예방 등 영양적으로도 뛰어난 채소라고 하니까 고추를 많이 먹어야겠습니다.

주차장에서 몇분 거리에는 마동 삼층석탑이 있습니다.

높이 5.4m의 석탑이 있는 곳은『삼국유사』권5, -  '대성효이세부모(大成孝二世父母)'조에 기록된 장수사(長壽寺)의 옛터라고 합니다.

석탑은 화강암으로 만들었는데, 머리장식인 상륜부(相輪部)에서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의 복발(覆鉢)을 제외한 부분은 없어진 상태이구요.

 

이 삼층석탑은 8세기 후반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1962년에 국보로 지정되었구요.

특히 불국사와 가까운 곳에 있었으므로, 불국사 삼층석탑으로 대표되는 한국 석탑의 전형 양식을 충실히 따르면서, 아무런 장식이나 조각이 없는 소박하고 단정한 모습의 석탑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합니다만, 보물이라는데 보물 몇호인지 표기가 안되어 있네요.

개망초가 핀 평탄한 도로를 걸어갑니다.

까만 기와지붕을 한 집들은 아담합니다.

마을도 평화로워 보여, 살기 좋은 고장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만치 앞서가는 일행들이 보입니다.

이거 부지런히 쫓아가야 되겠는데요?

이제 어느 정도 따라 잡았습니다.

포장도로를 걷다가 산길로 접어듭니다.

토함산 가는 길은 마을 뒷산같이 걷기 좋은 산입니다.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5월경이면 한국의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꽃입니다. 보통 흰색의 꽃이 피며 꽃잎은 다섯개로 향이 무척 강한 꽃이죠.

가만 가만 속으로 불러보는 찔레꽃 노래.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이원수 '찔레꽃'

 

 

숲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새풀(억새)이 자란 묘지를 지나고

꿀풀이 핀 풀밭도 지나고

소나무와 참나무, 전나무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산길을 올라갑니다.

아직은 그런대로 수월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오르막길을 걷고 있는데, 오늘은 바람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입니다.

비 오기 직전 그 후텁지근한 날씨로 인해 땀은 줄줄 흐릅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소나기라도 한차례 쏟아졌으면 시원할텐데, 푹푹 쪄대는 날씨는 그야말로 장작불로 삶아대는 것 같네요.

경주시 덕황동, 불국동과 양북면의 사이에 있는토함산은, 높이가 745m 정도 되지만 신라시대에는 동악(東岳)이라 하여 왜구의 침범을 막는 호국의 진산으로 신성시했다고 합니다.

신라인의 얼이 깃든 영산으로 신라 5명산(名山) 중의 하나이며, 예부터 불교의 성지로 자리 잡아 산 전체가 마치 하나의 유적지로 보일 만큼 유물과 유적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토함산(吐含山)은 단석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라 합니다.

토함산이라는 이름은 이 산이 바다 가까이에 있어 안개가 자주 끼는데, 산이 바닷쪽에서 밀려오는 안개를 들이마시고 토해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안개와 구름을 삼킨 토함산은 변화가 심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동해의 습기와 바람이 사납게 굴다가도

안개와 바람이 걷히면 소나무와 산 봉우리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나타나고 또, 동해의 잔잔한 수평선 위로 해가 떠 오르고

그 붉은 태양이 토함산을 넘어 갈 때의 전경은 마치 토해낸다 할 정도로 변화가 심해 토함산이라 한답니다.

또 다른 얘기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 탈해는 토해라고도 하는데, 토해와 토함은 유사음이라 토함산이 되었을 것이라는 說도 있다고 해요.

꽃이 지고 난 뒤의 은난초.

묘지가 있는, 조금 넓은 곳을 지납니다.

또 다른 묘지는 관리를 하지 않아 흙이 무너진데다가, 은방울꽃이 산소를 완전히 뒤덮어 버렸습니다.

----------------   앞으로는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인 체감온도에 따라 폭염특보가 내려지게 된다고 합니다.

지난 5월 15일, 기상청은 체감온도를 기반으로 한 폭염특보 정식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는데요,

체감온도에 기반해 폭염특보를 내리면 폭염피해가 큰 7월과 8월에는 특보 발령이 늘어나고, 6월과 9월에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는데, 특보에 대한 경각심은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폭염피해 예방에 도움될 것으로 본다는 거죠.

그동안 기상청은 기온만을 고려해 폭염특보를 내렸었고,  2020년 5월부터는 3년간 습도를 함께 고려한 폭염특보를 시범 운영해왔는데, 15일 부터는 체감온도 기반의 폭염특보 체제가 정식운영되며 특보 발령 기준도 바뀌었답니다.

즉,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급격한 체감온도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발효된답니다.

폭염특보도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그리고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내려진다고 해요.

체감온도는 기온에, 습도와 바람을 반영해 산출한다고 합니다.

여름철에는 습도를, 겨울철에는 바람을 고려한다는 군요.

별로 높지 않다고 만만히 본 토함산.

정상을 1km정도 남겨두고는 계속 오르막을 치고 오느라 보통 힘든 게 아니네요. 우습게 여길 산이 아닙니다.

능선길에 올라섰을 때는 조금 살 것 같군요.

쥐똥나무꽃이 지금 피었어요. 

5월에 흰꽃이 피는 이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나뭇가지의 강인한 생명력에 있습니다. 

나무와 나무사이에는 빈틈없이 가지를 뻗어 자리를 메움으로써 주로 울타리에 많이 쓰이는데, 꽃 향기는 백합향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향기롭습니다. 가을이 되면 까맣게 익는 열매가 색깔이나 크기, 모양까지 쥐똥같아서 쥐똥나무라 부릅니다.

산수국 꽃망울이 피어나려고 합니다.

산골짜기 그늘진 계곡이나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산수국은 7,8월에 흰색, 붉은색, 파란색의 꽃이 피는데, 수국은 전부 무성꽃이 핍니다.

해에 자란 가지끝에 큰 편평꽃차례가 달리며 그 둘레에 있는 지름 2-3cm 무성꽃의 꽃받침조각은 우리가 꽃이라 착각하게 하죠.

그리고 양성의 꽃은 꽃받침조각이 작고 꽃잎과 함께 각각 5개로 핍니다.

장황해서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데, 이건 꽃을 보며 얘기하면 금방 이해를 하게 되죠. 그래서 아래에 다른 이의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산수국의 5개 꽃잎은 벌,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한 가짜꽃(무성화)입니다. 진짜꽃은 안쪽에 모여있는 자잘한 것들이죠.

산불감시초소에 다다랐습니다.

과거에 여기에서의 조망은  괜찮았나 봅니다.

지금은 나무에 가린데다가, 오늘은 하늘까지 흐려서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흐릿하게나마 산과 마을이 조금 보이긴 하네요.

여기서 눈을 돌려 왼쪽을 보면 토함산 정상이구요.

여기에 오는 동안, 짧은 거리를 참 힘들게 올라왔습니다.

13:00

토함산 정상에 도착을 했습니다.

해발 745m의 토함산

처음 왔는데도 많이 봐 온 것 마냥 익숙하고 친근합니다.

넓직하고 평평한 곳이라서, 마음도 덩달아 넉넉하고 푸근해진 때문인가 봅니다.

진행방향의 벤치에는 석굴암주차장에서 올라 온 일행들이 점심을 먹고 있어요.

2004년에 세운, 대한산악 경북 경주시연맹 토함산악회의 정상석이 아주 듬직해 보입니다.

배우 '마동석'을 볼 때의 그 믿음직하고 듬직해보이는 모습같이...

정상에서의 조망도 그렇습니다.

예전의 정상석은 91년도에 경주일요산악회에서 세운 이것이였나 봅니다.

정상 바로밑에는 '석탈해왕 사당터'가 있습니다.

2020년, 토함산 정상에서 사당터와 2단의 축대, 각종 유물이 조사되었다는데요,

삼국유사에 석탈해왕 사당터는 문무왕 20년(680년)에 지어진 것이나, 이번에 발견된 것은 고려 후기에 중건된 것이라 해요.

석탈해왕 사당터 벤치에서 점심을 먹고갑니다.

'사당터'라고 하는 풀밭에 둘러쳐진 목책은, 별거 아닌데도 멋진 그림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평화로운 풍경을 마주하고서 느긋하게 먹는 점심은 맛있을 수 밖에요!

야자나무매트가 반가운 길

아침부터 흐린 하늘은 심통이 난 아이처럼 아직도 잔뜩 찌푸리고만 있고...

사당터를 사이에 두고 정상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길입니다.

추령갈림길에 왔죠.

추령( 楸嶺)또는 추령재는 경주시 황용동에서 문무대왕면을 연결하는 고개라고 하는데, 가내동재라고도 한답니다.

높이는 약 310m이고 국도 제4호선이 추령터널로 가로질러 지나가는데, 도로명은 추령재길이라고 해요.

여기서 우리는 석굴암 주차장으로 내려갑니다. 석굴암도 둘러봐야 하거든요.

거리도 1km 남짓하대요.

돌맹이 하나 없는 길은 완전 평지입니다. 

빗자루로 쓸은 것같이 깨끗하구요.

세상에 이런 산길이 또 어디있겠냐 싶더라구요. 너무도 편안한 길입니다.

소나무 가지에는 뭔가 시커먼게 달렸어요.

층층이 매달아 놓은 이것은 벌레(해충)를 잡는 기구네요.

토함산은 성화 채화지랍니다.

각종 체육대회 개최시 토함산에서 성화를 채화함으로써 경북도민의 안녕과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고 해요.

전나무 숲길을 걷는 가족의 모습은 참 이쁘고 정답게 보입니다.

그들이 그리는 그 풍경이 예뻐 사진을 찍고

또, 찍습니다.

이제 토함산을 다 내려왔어요. 석굴암 주차장이 보입니다.

1시 30분.

오늘 산행시간은 2시간 정도 걸렸네요. 이 길로 바로 석굴암을 들렸다 오겠습니다.

석굴암을 둘러본 얘기는 '경주 석굴암을 둘러보고'에서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