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6월의 <선자령>은....

adam53 2023. 6. 8. 10:42

2023. 6. 6

때 이른 더위가 한여름같은 요즈음.

수은주는 연일 30℃를 웃돌고, 사람들은 시원한 그늘로, 바다로 갑니다.

오늘 모처럼 선자령을 찾았습니다.

사실 선자령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지만, 하는 것 없이 매일 매일을 바쁘게 살다보니 자주 찾지를 못했습니다. '지척이 천리'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산행시작점은 (구)대관령휴게소입니다.

08:40분.

원래는 휴게소 주차장에서 시작하는건데, 양떼목장과 선자령 갈림길에서 下車했지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모두들 바쁘게 걷는군요.  급하게 가는 게 습관이 되어 그런가 봅니다.

오늘은 느긋하게 걸어도 되는 날인데 ...

오늘도 갈림길에서 왼쪽의 계곡길을 선택합니다.

포장도로쪽의 KT송신소를 지나는 능선길보다 조금 더 걷기는 하지만, 해가 쨍쨍한 날에는 숲길을 걷는 게 더 좋거든요.

선자령을 찾는 사람들은 휴게소주차장이 아닌, 여기의 공터에 주차를 하곤 했는데 주차하던 곳은 사유지라고 주차를 금했습니다. 그러면서 왼쪽에는 주차장처럼, 넓고도 평평하게 터를 닦아놓았군요.

6월의 선자령은 연두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연두색 숲은, 연두색이라는 그것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쥐오줌풀이 피어나고

범꼬리가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평창 대미산과 횡성 청태산을 연계산행을 하던 날 처음보고, 대공산성길에서 한포기, 대청봉을 오르면서 본 게 다 였는데 선자령에는 무더기로 자라고 있네요.

범꼬리는 전국 각지 산기슭이나 높은 산마루에서 자생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꽃이였는데

1개의 꽃대가 올라와 연한 붉은색이나 흰꽃이 피는 범꼬리는, 이름 그대로 범의 꼬리같다고 그리 부릅니다.

범꼬리의 뿌리를 민간에서는 수렴, 지혈, 지사 등의 약으로 쓴다고해요.

박새도 꽃 피기 시작했어요.  꽃 치고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냐마는 화려한 색깔이 아닌, 연두색빛깔이 도는 흰색이라 눈에 확 띄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박새꽃도 예뻐요.

국수나무도 이제야 꽃이 피었구요. 국수나무 가지를 꺾어서 껍질을 벗기면 국수와 같은 하얀 줄기가 나온다고 해서 국수나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요, 꽃이 피어나는 모양새가 아름다워 관상용이나 조경용으로 심기도 하지만, 공해가 심한 지역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여 지표식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국수나무.  

푸른 숲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가니까 더 멋있는 풍경이 되는군요.

자연속에 사람이 있을 때 자연은 더 빛나고 더 멋진 그림이 됩니다.

양떼목장 울타리길로 올라가는 계단.

홀아비꽃대도 지금에 꽃대를 밀어 올리는군요.

산과 들은 날로 푸르러만 가는데

노린재나무의 꽃은 지고 있네요. 봄날이 가고 있다고...

양떼목장을 바라보며 걷는다는 건 축복입니다.

이 멋진 풍광 좀 보세요.

양들이 있을 때면 더 멋진 그림이 되는 이국적이고 목가적인 풍경.

양떼목장에는 늘 관광객들이 넘쳐나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하나도 안보이네요.

현충일이라서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려는 이유에서일까요?

뻐꾹채도 꽃 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뻐꾸기가 울 때, 뻐꾸기가 날아올 때 꽃이 핀다고 '뻐꾹채'라 합니다.

이름에 나물'菜'자가 들어갔으니까 당연히 어린 순은 나물로 먹죠.

잣나무숲길에 접어들었죠.

흙길이라서 발이 편합니다.

부드러운 흙을 밟으면 마음도 부드러워지고 나누는 이야기도 순하고 부드럽죠. 정겹구요.

왼쪽의 작은 길은 재궁골로 가는 길.

눈개승마가 실하게 자라서 꽃도 아주 실하군요.

다시 갈림길.

오른쪽은 국사성황사, 산신각으로 갑니다.

왼쪽은 선자령으로 가는 길이죠.

쳐다보면 고개가 아플 정도로 미끈하게 죽죽 자란 낙엽송 숲길입니다.

약간의 내리막을 지나면 재궁골과 선자령으로 가는 갈림길에 다다르고, 여기서 재궁골은 '대관령바우길 국민의 숲'길이 시작된다고 봐야죠.

 

'국민의 숲길' 트레킹 코스는  대관령 상행휴게소 → 대관령 양떼목장옆길 → 국사성황당 삼거리(바우길 2구간 분기점) → 재궁골 삼거리(바우길 1구간 분기점) → 재궁골 등산로 입구(잎깔나무 숲길입구) → 대관령 800마을 입구(래포빌펜션) → 횡계3리 버스정류장(남경식당) →국민의 숲 산림트레킹코스 → 산림양묘장입구 → 대관령 하행휴게소까지 약 10km,  3시간 정도를 걷는 데, 이 길도 한번 걸어볼만한 아름다운 길입니다. 

(본 블로그의 "비에 젖다 - 대관령바우길 국민의 숲길" 사진을 보시면 어떤 길인지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재궁골 삼거리에서 선자령 방향으로 갑니다.

'전호'도 꽃 피었습니다.

지난 번 대덕산 하산길에, 산행하던 사람들 마음을 다 빼앗었던 그 전호나물꽃.  그날 그 꽃 피었던 들판이 생각나게 하는 전호.

요즘은 맑은날씨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데요, 이때 주의할 게 바로 자외선입니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높기 때문에 야외활동이 줄어들고 선크림같은 자외선 차단제를 철저히 사용하지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는 날씨가 한여름보다 덥지않다고 차외선 차단에 대해 관심을 갖지않게 되죠.

자외선 지수는 낮지만 자외선 노출량은 늘어나므로, 밖에 나가기 전에 자외선 차단에 신경써야 한대요. 자외선을 무시할 경우 심하면 피부질환이나 백내장에 걸릴 수 도 있다네요.

자외선 피해의 대표적인게 피부질환이랍니다. 심한 일교차와 건조한 환경 탓에 피부수분과 재생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자외선같은 외부자극은 우리의 피부를 쉽게 손상되게 한대요. 그 증상 중에서 대표적인게 '기미'랍니다.

기미는 표피와 진피로 나뉘고 색소성 기미와 혈관성 기미로 나뉘는데 이 기미의 주 원인이 자외선이라고 해요.

그외에도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노화와 주근깨, 잡티 등의 피부질환은 물론 일광화상까지 입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눈이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백내장, 황반변성같은 안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고도 해요. '광각막염'은 자외선 노출로 인한 대표적인 안질환이라는군요. 광각막염은 각막이 화상을 입어 충혈, 눈물흘림통증, 시야흐림같은 증상을 보이는 질병이랍니다.

눈을 쉬게 하면 자연스레 회복되지만,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안연고를 발라 치료해야 하는 일도 생긴답니다.

60세 이상에서 주로 발행하는 '백내장'은 수정체에 혼탁이 발생하는 질환인데, 눈에 들어오는 빛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증상으로, 자외선을 많이 쐬면 수정체에 변성이 생겨서 발생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대요.

자외선은 망막색소 상피층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황반변성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답니다.

그러므로 정기검진을 해서 눈 상태를 자주 체크를 하고, 자외선으로 부터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쓰고 항산화성분이 풍부한 채소와 눈 영양제를 충분히 섭취하면 도움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눈과 피부를 보호하려면, 자외선을 대수롭지않게 생각하지 말고, 햇살을 우습게 보지말아야 하겠죠?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와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선자령을 걷던 많은 날 중에서도 오늘이 최고로 쾌적한 상태, 기분좋게 걷는 날입니다.

봄날, 선자령의 길가에서 왜미나리아재비는 오고가는 길손들을 맞아주고,

봄이 오면 누구보다도 먼저 피어서 봄이 왔다고 알려주는 산괴불주머니가 피었어요.

지금에 꽃이 핀걸 보니 부지런한 사람이 어쩌다 늦잠을 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습한 곳에 자라는 졸방제비꽃도 옹기 종기 모여서 작은꽃을 피웠네요.

숲길은 끝나고, 임도에 올라섰습니다.

왼쪽은 하늘목장 가는 길.

곤신봉으로 가는 임도를 걷다가 선자령 정상으로 갈까, 아니면 한일목장 草地로 올라가서 초막교로 하산할까 의논 끝에

선자령 뒷길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붉은 병꽃도 가는 봄을 아쉬워하고 있네요.

갑작스런 불볕 더위에 축 늘어진게 안쓰러워 보여요.

노루오줌이 이제 막 꽃 피려고 해요.

뿌리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난다고 그리 부르지만, 어린 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어요.  풀 전체를 충독 등에 약으로 쓰기도 하구요.

이 임도를 계속 가면 곤신봉과 삼양목장으로 가지만, 우리는 선자령으로 올라갑니다.

이정표에 '등산로 없음'이라 표시한 곳으로 자꾸 가다보면 곤신봉이 있어요.

산행을 하다보면 가끔씩 이름을 모르는, 처음으로 보는 풀이 있어 당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파리 4개가 서로 마주보고, 그 사이로 꽃대가 올라온 이 식물이름은 도대체 무엇인가요?

선자령에 오면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종종 보게되죠.

대단해요. 이런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니 ~

지금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흔하게 보게 되는 풍력발전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정상석 부근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네요.

절반은 포장도로로 올라 온 우리일행들, 절반은 파릇 파릇한 젊은이 들.

선자령의 정상석을 보면 그 거대하고 웅장한 위용에 압도당할 것 같습니다.

1,157m의 선자령 정상은 넓직하고 평평하며 사방이 뻥 뚫려있어 조망이 좋습니다.

앗, 실수. 사방이 아니구나!    오른쪽만 빼고는 푸른하늘과 목장의 푸른들과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서 있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내려가야겠어요. 이 푸른 靑春들이 여기를 떠날 줄 모르네요.

이들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선자령에 오면, 불어오는 바람과 그 넉넉한 품과 하늘로 이어질 듯한 풍광에 쉽게 자리를 뜨지못합니다.

오늘은 한일목장 목초지를 가다가, 중간에 있는 이정표에서 초막골로 내려갈꺼에요.

목초들은 키가 작고 약간 누리끼리한 색을 띄고 있습니다.

사료용으로 쓰던 키 큰 풀이 아닙니다. 이건 키가 작아도 너무 작아서 땅에 거의 붙어서 자라는 정도랄까요?

소의 사료로 쓸려면 키가 커야 되는데, 사료로 쓸 수 있는 풀은 아닌 듯 싶습니다.

'사료로 쓸 목초를 재배하는 곳이니까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도 없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일행 중의 한사람이 그럽니다. 한일목장에는 이제 소가 없대요. 연구용으로 대여섯마리 소(牛)밖에 없다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목초가 아닌 쓸모없는 풀들만이 자라는 풀밭인가 봅니다.

초막교까지는 3.3m라 해도, 가파른 내리막이라 조심해야 합니다.

밧줄을 잡고 가야해요. 안그러면 죽 죽 밀리거든요.

작년 6월 중순, 대청봉에 가다가 만난 꽃인데 오늘 선자령 하산길에 또 만났네요.

이름을 몰라서 궁금했는데, 아직까지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풀꽃.

내리막이 힘들다고 조금 평평한 곳에서 한번 쉬고 내려가요.

계곡길은 사고예방때문에 통행금지랍니다.

능선길로 가라는군요.

이쪽이든 저쪽이든 길이 나쁜건 마찬가지.

개구리를 연상케 하는 바위가 보이고

숙은노루오줌도 보입니다.

노루오줌과 흡사하지만, 꽃차례가 숙어서 '숙은노루오줌'입니다.

길 참, 험하네요.

이리도 나쁠 수가 있을까요?

나빠도 너무 나빠요.

개울가에 핀 산목련이 반겨주지 않았다면, 어지러운 마음이 갈아앉지 않았을꺼에요.

비탈길 내려오느라 화끈 화끈한 발을, 날머리 가까운 개울물에 담가봅니다.

산야는 점 점 푸르러만 가고, 햇살은 점 점 더 따가워지는 6월의 한낮.

개망초와 눈맞춤을 하고

초롱꽃의 향기와

기린초와

애기똥풀과

꿀풀과 작별인사를 합니다.

초막교의 산불감시초소가 보이거든요.

그래서 오늘의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오늘은 대략 10km 정도 걸었구요,  3시간 20분 정도 소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