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천상의 화원을 거닐다 - 대덕산에서 검룡소까지 (下)

adam53 2023. 6. 1. 09:36

눈이 시원해지면서 맑아지는 푸른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돌아서 있는 수리취꽃.

수리취는 어린 잎을 뜯어서 수리취떡을 해 먹으므로, 수리취는 떡취라고도 부릅니다.

묵밭같은 넓은 풀밭.

여기도 화전민들이 농사짓던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넘어가지 말라고 세운 목책을 쭉 따라 가면 대덕산으로 갑니다.

풀밭사이로 난 작은 길을 걸으며 왼편을 보면

풍력발전기 2대가 안개속에 서 있습니다.

대덕산도 거의 다 왔어요.

감자란과

어린 잎은 나물로 먹는데, 고기맛이 난다고 하는 눈개승마와

풀솜대

먹으면 안되는 유독성식물 삿갓나물

미나리냉이꽃을 보며 걷다보면 대덕산 정상입니다.

태백시 창죽동과 삼척시 하장면의 경계에 있는 1,310m의 산.

정상부근은 넓은 풀밭. 

나무도 없어 사방이 뻥 뚫려 조망이 좋은데,  오늘 저기 저 산들은 안개에 가려서 보이질 않습니다.

대덕산 정상 부근도 들꽃들이 무수히 피고 지는데, 지금은 때를 못 맞춰서 별로 없습니다.

하얀가루를 뿌려 놓은 듯, 울타리 너머에는 전호만이 무리지어 흰꽃을 피웠습니다.

둘러보는 곳마다 안개는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함께 사진 한 장 찍고

특별히 예쁘지도 않으면서도 자꾸만 마음에 들어오는 전호를 보며 내려갑니다.

노랑장대와 흰 전호

왜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아재비보다 키가 더 작아 '왜미나리아재비'라 부릅니다.

유독성식물이지만 한방과 민간에서는 미나리아재비처럼 풀 전체를 '毛간'이라고 창종, 고혈압, 황달, 간질병, 만성대장염, 부인병 등의 약재로 쓴다고 해요.

할미꽃은 진즉에 피었다가 져버렸습니다.

꽃이 진 후 길고 흰 암술대가 하얗게 부푼 모습이 할아버지 흰 머리카락같아 백두옹(白頭翁),  꽃대가 꼬부라진 모습이 할머니의 굽은 허리같아서 노고초(老姑草)라 부르기도 하는 할미꽃.

지대가 높은데도 완만한 능선길은, 산책을 나온 것 같은 생각이 들게합니다.

地面에서 가까이 있으면 안개, 지면에서 먼 공중에 있으면 구름인데

구름인 듯 안개인 듯 모호한 물방울들은 여전히 산허리를 감싸고 있고...

 

정상에서 조금 내려왔을 때 만난 하얀 풀꽃.

숨막힐 듯한 흰 꽃밭은 흡사 메밀꽃 핀 모습과 같습니다.

이른 봄에 올라오는 전호는 울릉도의 유명한 나물인데요, 어린순을 생치나물 또는 새생이나물이라 하여 먹는데 향긋한 미나리향이 납니다.

미나리처럼 생으로 먹거나 고기와 같이 쌈을 싸서 먹어도 되고,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거나 전을 부쳐 먹기도 하죠.

그 전호가 글쎄 너른 풀밭 가득히 흰꽃을 피웠는데, 이건 뭐라 말도 못하게 멋진 모습입니다.

구절초가 피었다해도 이렇지는 못할꺼에요. 눈호강 한번 제대로 싫컷하며,

마치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풍경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댑니다.

들판 가득한 전호의 흰꽃은 눈에도 담고, 카메라에도 담고, 가슴속에도 가득 가득 담으면서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돌아보고 또 돌아봅니다.

보기에는 그냥 수수하고 평범한 꽃이지만, 무리지어 피니 이렇게 보기좋을 수 가 없네요. 대덕산의 전호꽃밭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겁니다.

전호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습니다.

이제 야생화 탐방은 끝났습니다.

계단을 내려와 

평지와도 같은 오솔길을 걷습니다.

저마다의 풀들이 돋아나 이 땅을 푸르게 덮어버린 호젓한 숲길.

연두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풍경.

기품있는 흰 꽃의 고광나무가 반겨줍니다.

고광나무란 이름은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이 하얀색으로 밝게 빛나,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꽃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른 봄에 돋는 새순과 잎은 나물로 먹어도 맛있다고 해요.

고광나무 꽃말은 '품격, 추억, 기쁨'이라네요.

고추나무도 꽃 피었습니다.

잎이 고춧잎을 닮아서 고추나무라 하지만, 어린 잎을 나물로 먹으면 고춧잎과 같은 맛이나므로 고추나무라고 하죠.

검룡소탐방지원센터까지 왔습니다.

몇년전에는 두문동재에서 출입허가증을 받아서 여기에 오면 반납했었는데, 지금은 출입증이 없고 두문동재에서 신고만 합니다.

검룡소는 들렸다 가야죠?

일행 몇몇은 주차장으로 바로가고, 몇몇은 검룡소로 갑니다.

지느러미엉겅퀴는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이랍니다.

어린 잎은 나물로 먹는데요, 한방에서는 풀과 뿌리를 지혈약 원료로 쓴대요. 민간에서도 잎을 지혈제로 사용한다는 군요.

검룡소 가는 길은 평탄하고 순탄합니다.

검룡소는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 북쪽 기슭에 있는 샘으로, 고목나무샘과 물구녕석간수, 제당굼샘 등에서 처음 솟은 샘물이 지하로 1~2km쯤 흘러 내려와 검룡소에서 다시 솟구치는데, 웬만한 샘물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그 양은 하루 2,000~3,000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최상품의 샘물로 인정받던 평창 오대산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었으나, 1980년대 정밀측정 결과 검룡소에서 흐르는 물줄기의 길이가 32km나 더 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가 되었습니다.

검룡소에서 솟은 검룡수(儉龍水)는 사계절 내내 9℃를 유지하기 때문에, 물이 흐르는 주변 바위에는 한겨울에도 푸른 이끼가 자라고 있으며,. 물맛 역시 그윽하게 혀끝을 감돈다고 합니다.

전에는 샘 가까이 갔었지만, 지금은 전망대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검룡소는 오랜 세월동안 솟아흐른 물살로 인해 깊이 1~1.5m, 넓이 1~2m의 석회암반이 푹 파였으며 곧바로 20m에 이르는 와폭이 계단을 이루며 용틀임을 하는데,  전설에는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오르다가 검룡소에 이르러 더 이상 거슬러 올라갈 곳이 없음을 알고 그 자리에서 용이 되는 수업을 쌓았다고 해요.

이때, 이무기가 못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이 검룡소에서 쏟아지는 와폭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검룡소에서 머물며 용이 되는 수업을 쌓던 이무기가, 부근에서 풀을 뜯다가 물 마시러 오는 소들을 잡아먹자 화가 난 마을 사람들이 검룡소를 메워버렸고, 이무기는 결국 용이 되지 못했다고 하구요.

1986년에 검룡소는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하고 정비했다고 합니다.

검룡소는 비가 오지않는 시기에도 마르지 않고 힘차게 솟아 민족의 젖줄이자 생명의 근원지로 여겨, 지금도 매년 8월에 한강발원제를 지낸답니다.

오늘은 참 기분좋게 걸었던 하루였습니다.

산책로같은 등산로와 제철에 피어난 들꽃, 흐린 날씨덕분에 땀도 많이 흘리지 않으면서 즐겁게 보낸 한나절이었죠.

다시 검룡소탐방지원센터에 왔습니다.

대덕산 탐방출입구를 돌아보면서 

사뿐 사뿐 주차장까지 걸어갑니다.

오늘은 램블러상으로 11km를 걸었습니다. 시간은 4시간 20분을 소요했구요.

평균속도는 2.9km였답니다.

2시 30분.

오늘산행은 여기서 끝냅니다.

산행코스: 두문동재(1,268m) - 금대봉(1,418m) - 분주령(1,061m) - 대덕산(1,310m) - 검룡소(929m) 11km,  4시간 20분소요(소요시간은 야생화 탐방에 따른 개인의 사정에 의해 더 걸릴 수 도 있습니다)

 

 

<금대봉(金台峰/金臺峰 1,418.1m)>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과 태백시 삼수동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로, 금대봉이라는 이름의 어원은 그 옛날 정암사를 세울 당시 모셨던 금탑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또다른 설은 옛사람들이 이곳을 '신이 사는 곳'이라 하여 금대봉이라 하였다고 한다.

'금'은 '검'이고 '검'은 '신(神)'을 의미하니 '금대'는 곧 '검대'와 같은 말이다.

'검대'는 '신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므로 금대봉은 '신(神)이 사는 대(臺)'라는 뜻이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고 야생화가 온 산에 흐드러져 산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대덕산(大德山, 1,310.3m)>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과 삼척시 하장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정상부에는 초지가 넓게 펼쳐지며 앙증맞은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고, 주위의 모든 산들이 다 보이는 그야말로 일망무제인 산이다.

대덕산의 북쪽 사면에서 발원한 수계(水系)는 남한강의 지류인 동대천(東大川)으로 흘러들고, 남쪽 사면에서 발원한 수계는 골지천(骨只川)의 최상류를 이루며, 북쪽으로 흐른다.

대덕산과 금대봉 일대는 생태적 우수성이 높아 환경부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곳의 임상(林相)은 신갈나무림으로 구성된 활엽수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대덕산 주변지역에는 낙엽송조림지 등으로 식물상은 전체 85과 282속 480종으로 나타났고, 특산식물은 키버들, 은꿩의다리, 금강제비꽃, 금강애기나리 등 총 19종이며, 이는 한국의 3.33%, 강원도의 12.8% 정도가 분포한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종(Ⅴ등급)인 개병풍과 가시오갈피나무, 솔나무, 노랑무늬붓꽃 등이 나타나 자연환경이 우수하며 희귀식물인 나도파초일엽과 한계령풀, 공작고사리, 흑쐐기풀, 미기록종인 대성쓴풀 등 20여 종이 나타났고, 수서곤충은 24과 40종이 관찰되었고, 어류는 2과 4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창죽동 계곡에는 한국고유종인 금강모치가 나타났다. 조류는 총 8목 22과 38종이 나타났으며, 천연기념물인 검독수리, 붉은배새매, 소쩍새 등이 관찰되었고, 포유류는 총 5목 10과 14종으로 조사되었으며, 보호야생종인 삵과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가 발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