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영월 <백덕산>에는 봄비 내리는데... (上)

adam53 2023. 4. 26. 20:41

2023. 4. 25

오늘 전국적으로 비 온다는 예보가 있음에도, 백덕산을 간다고 집을 나섰습니다.

과거의 백덕산 산행은 평창 방림 문재에서 올랐다가 먹골로 내려왔었습니다만,

오늘은 영월 무릉도원면 법흥리에서 백덕산을 오릅니다.

자꾸만 깊은 산속으로 구비 구비 돌아가는 버스,

멀미나는 속을 억지로 달래며 참고 참다가

마침내 산골캠핑장 마당에 내렸습니다.

차 한대가 겨우 다닐 정도의 좁은 도로라서, 흥원사까지는 더 이상 버스가 갈 수 없대요.

흥원사는 조금만 걸어가면  있다지만 문제는, 평창휴게소를 지날 즈음 내리던 비가

버스에서 내리니까 제법 쏟아집니다.

그래서 일행 대부분은 산행을 포기하고서 버스에 남아있고, 여나믄명만이 산행에 나섰습니다.

영월군 무릉도원면 법흥리,

백년계곡이 있어 마을은 백년마을이고, 이 길은 백년계곡길입니다.

들머리 부근에는 주차장이 없어서 사람들은 이 상류펜션에 주차 한다던데, 우리는 사전 지식도 없이 무턱대고 온 상태라 그것도 몰랐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이 펜션에 안전하게 주차를 했을텐데...

※ 상류펜션주차장 :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백년계곡길 194-5(무릉도원면 법흥리 286-20)

다른 이의 블로그에서 가져 온 위 사진의 주차요금을 참조하세요. 

흥원사앞을 지나갑니다.

​※ 흥원사(옛 관음사) 주소 :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백년계곡길 200-5

------------------  갈 길 바쁘다고 급하게 찍어서 그런가, 흥원사 사진이 선명하지 못하군요.

흥원사는 백덕산(白德山)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불교 태고종 소속의 사찰로,

서울 관악산 자운암의 주지였던 차보륜 스님이 1984년에 창건하고, 2년에 걸쳐 불사를 했으며,

원래는 관음사(觀音寺)라 하였다가 근래에 와서 흥원사로 이름을 변경했다고 합니다.

사찰 마당 양쪽으로 2층 규모의 양옥 건물인 선원과 요사동이 마주보고 있고, 그 위쪽 높은 지대에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인 대웅전이 있구요,  대웅전 내부에는 천불상이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대웅전 오른편으로는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약사전과 삼성각 그리고 응향각 등의 전각이 있으며,

대웅전 앞 길가에는 관음보살 입상이 있는데, 여태 봐 왔던  사찰과는 좀 다른 그런 느낌입니다.

아마도 현대식건물이 좌우에 있어 그런 느낌이었지 싶더라구요.

응향각은 창건주인 차보륜스님의 초상화를 모신 건물이라 해요.

비옷을 입고 경내를 돌아보기도 뭣하고, 또 오늘 산행시간도 넉넉한 편은 아니라서 그냥 길에서 바라만 보고 지나갑니다.

흥원사를 지나면서 징검다리를 건너고, 그때부터 산행이 시작되었죠.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 참 좋군요.

이런 길이라면 비옷을 걸치고 우산을 쓰고 간다해도 큰 불편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물가에는 금낭화가 피었습니다.

깊고 깊은 산골이라서 봄이 더디게 오고 있군요.

영월 흥원사에서 백덕산을 오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새잎 돋아나 연두색으로 물드는 호젓한 산길을 갑니다.

길옆의 이 바위는 설통바위.

큰 바위밑에 토종벌을 받기위해 벌통을 많이 세웠으므로 벌통바위라고도 한답니다.

관음사에서 백덕산까지 4.2km라고..... 흠.

이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저 윗편, 돌을 쌓아놓은 곳에 뭔가가 있어 궁금해서 부랴 부랴 와 봤더니

여기가 제단터라네요.

'그 누구도 이곳을 지날때면 옷깃을 여미며 숙연해 하고 있다'니까요, 우리도 숙연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고 가야죠.

조금씩 조금씩 가팔라집니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육산인 줄 알았는데, 이 산은 순 돌맹이뿐인 바위산이군요.

연분홍 산철쭉이 비에 씻겨 깨끗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꽃 하나 하나가 너무도 깨끗해서, 여태까지 이런 맑은 얼굴의 꽃은 본 적이 없어요.

매화말발도리도 함초롬히 피었습니다.

산지의 바위틈에서 약 1m 높이로 자라는 나무. 댕강목이라고도 하죠. 

4~5월에 하얀꽃이 피며 묵은 가지에 1∼3개씩 달리는데, 꽃 밑에 1∼2개의 잎이 달리기도 합니다.

꽃말은 '애교'라해요.

이거 재밌어지는데요.

길을 내기도 힘든 지형이라 말뚝을 박고 밧줄을 맨 곳.

곳곳에 철계단과 밧줄을 설치한 걸 보면, 영월군에서는 등산로 조성에 많은 신경을 썼음을 알게 되죠.

백덕산은 평창군 방림면과 횡성군 안흥면, 영월군 수주면의 경계에 있는데요,

백덕산의 산행은 문재에서 시작하여 운교리로 빠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산행코스중 가장 쉬운 곳이, 문재에서 시작하면 정상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많이 이용하는 산행코스이기 때문입니다.

백덕산은 겨울에 인기가 좋은 산으로 해발 1,000m 내외의 주능선을 따라 눈꽃이 절경을 이루고 또한,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장관이며

주변에 높이를 견줄 만한 산이 없어서 치악산은 물론, 청옥산, 가리왕산 등도 훤히 보이는 곳이라고 합니다.

백덕산의 유래는, 능선에 눈이 쌓이면 그 모습이 하얀 쌀과 같이 큰 덕으로 보인다 해서 백덕산이라 부른다고도 해요.

영월에서 백덕산은 처음 가 봅니다.

평창에서 올라갈 때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었다는 기억이 있어 이 길도 그럴꺼라고 생각했는데,

'평탄하다니, 뭔 소리야?' 하듯 그쪽과는 전혀 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큼직 큼직한 기암괴석이 있는 돌산이고, 악산(岳山) 중의 악산입니다.

그래서 땀 흘려가며 하는 산행, 그야말로 산행다운 산행을 하는 짜릿하고 상콤한 그런 산입니다.

영월의 백덕산은 결코 평범한 산이 절대 아닙니다.

백덕산은 물이 많아 주천강과 평창강의 수계를 이루는데, 북쪽 사면의 물줄기는 동쪽으로 흘러 평창강이 되고  남서쪽 사면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백년계곡을 따라 주천강으로 흘러듭니다.

그리고  1,000m를 넘나드는 봉우리들이 솟아있어 산세가 웅장하고 골이 깊은 것,

또 山群 내의 봉우리인 사자산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는 적멸보궁 '법흥사'가 있는 것 등등 해서 산림청의 100대 명산에 선정되었답니다.

앞서 백덕산의 유래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만, 백덕산 유래는 정확히 밝히기가 어렵다고 해요.

국립지리원의 지도는 주봉인 백덕산과 주능선 서쪽의 사자산을 따로 구분하고 있는데, 옛 문헌에는 대부분이 사자산(獅子山)으로 명기되어 있다는군요.

<한국 백명산기>에 '백덕산이란 이름을 언제부터 써 왔는지 모르지만, 윤두서의 <동국여지지도>에 처음 그 이름이 보인다'는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또 <산경표>에는 분명히 사자산이라 해 놓고 그 곁에 일명 '백덕산'이라고도 한다고 적어 놓았다는군요.

아무튼 백덕산이라는 이름은 근래에 생긴 것은 아니며, 풍문으로는 백덕산과 서쪽 능선에 있는 사자산을  통털어 사자산이라 불렀다는 얘기가 있답니다.

산 아래쪽에는 철쭉이 피는데, 산 윗쪽에는 이제야 진달래가 활짝 피어났습니다.

이정표는 제각각입니다.

우리가 늘 봐 오던 이런 '나무이정표'와 '흰 철판으로 된 이정표'의 거리는 다르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흰 철판의 거리표시는 '그건 아마도 GPS로 찍어서 그럴꺼야' 라고 같이 걷던 일행이 말했지만, 정확하게 거리표시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비는 줄창 쉬지않고 내립니다.

그 때문에 지면은 촉촉하게 젖어서 먼지가 날리지 않아 좋군요.

가녀린 단풍나무 가지에는 수정같은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렸습니다.

비옷은 거추장스러워 벗어버리고...

아주 아주 커다란 바위를 만났습니다. 혹자는 이 바위를 소원바위라 하드군요.

바위위에 바위가 켜켜히 얹혀있는 모습입니다.

안개는 점점 짙어옵니다.

어떤 이는 이 바위를 가리켜 '상상바위'라 하던데,

안내문구가 떨어져나간 여기에, 누군가 글씨를 써 놓았는데 뭐라고 썼는지 알 수 없군요.

다시금 안개속으로 들어갑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즐겁게 산행할텐데, 비 맞으며 걸으니 몸이 축축해서 발걸음이 무겁네요.

봄비는 싸락눈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건 지난 겨울의 잔설(殘雪)이 아니라, 지금 내리는 눈입니다.

정상이 멀지 않았군요!

-------------------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살면서 숱하게 다투고 서로에게 상처주는 게 夫婦입니다.

그렇지만 세월이 갈수록 처음의 사랑은 옅어질지라도 '정'은 세월과 함께 더 끈끈해집니다.

오래전, 농촌 어르신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 중 낱말 맞히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어느 노부부에게 주어진 낱말은 '천생연분'.
설명은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정답을 맞히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임자가 나랑 만나서 자식 낳고 지금까지 살아온 거 있잖아!"
하지만 할머니는 이해할 수가 없었고, 애가 탄 할아버지는 같은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얼마 뒤 할머니가 감을 잡은 듯 외쳤습니다.
"웬 수"

할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화가 났지만, 다시 진지하게 설명했습니다.
"이봐, 임자랑 나랑 신랑 각시되어 살을 맞대고 살면서 자식을 낳아 시집 장가보내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평생을 살아온 거 있잖아.
이제는 알겠지? 두자 말고 넉자, 넉자"

넉자라는 힌트에 할머니의 눈이 반짝이더니 또박또박 정확하게 발음했습니다.
"평ㆍ생ㆍ웬ㆍ수"

미움과 원망은 미운 정으로, 사랑과 고마움은 고운 정으로 남아 서로를 끈끈하게 붙들어 줍니다.
부부는 그렇게 평생 함께 사는 것입니다.

나무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이 바위 보세요.

용의 머리를 닮은 용바위랍니다.

꽤 그럴싸하게 잘 생긴 바위네요.

오늘 우리는 무릉도원面의 법흥리에서 산행을 하는데요,

이 무릉도원面은 과거에는 수주面으로 불리었습니다.

퇴계 이황이 영월군수로 있을 때, 영월군 수주면에 갔다가 그 동네 경치가 좋다고 무릉, 도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적이 있대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곳은 무릉도원같이 아름다운곳이고 행복하게 살수있는 곳이라고 해서, 영월군은 2016.11.15일 수주면을 무릉도원면으로 이름을 바꿨답니다.

'무릉도원면'만 이름이 바뀐게 아니라, 영월 신천면은 한반도 지형을 닮은 곳이 있어 '한반도면'으로 또, 김삿갓 유적지가 있는 하동면은 '김삿갓面'으로 바뀌었죠.  그 지역의 특징이나 상징적인 뭔가가 있을 때, 그것을 강조하는 이름으로 행정동명을 바꾸는 곳이 많은데요, 이름을 바꾼 지역을 갈때면 예전의 이곳 이름은 뭐였지? 하는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회색빛 하늘에 나무한그루 서 있는 풍경도 멋져보입니다.

4월에 내리는 눈은 촉촉히 땅을 적시고

나뭇가지를 살포시 어루만지고

꽃망울도 살짝 건들여봅니다.

비와 함께 내리는 4월의 눈 그리고 짙은 안개속의 산행은, "백덕산"하면 제일 먼저 생각 날 겁니다.

정상 직전의 마지막 오르막입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하산은 신선봉, 관음사 방향으로 할꺼에요.

정상의 진달래는 진분홍색이라 더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오늘도 사진이 많은 관계로 (下)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