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흐린 하늘, 거기에 눈까지 내려서 조망은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그저 가까이 있는 진달래만 보는 정도죠.
눈발은 점점 더 세어집니다.
눈, 비, 바람으로 벗겨진 안내판.
읽기 힘들군요.
그래서 2019년도 2월의 눈 산행할 때 찍은 사진을 가져와봤습니다.
그래도 읽기가 좀 그렇죠?
이번에는 2014년도 9월에 찍은 사진을 가져왔죠.
이제야 제대로 보입니다.
1시 10분.
점심때가 지났지만 눈 때문에 서둘러 내려갑니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풍경.
정상에서 문재터널쪽으로 가면 '서울대 나무'를 볼 수 있지만, 이 날씨에 '서울대'나무'까지 갔다 온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죠?
그래서 바로 관음사(흥원사)로 내려갑니다.
진달래는 참꽃이라고 해서 毒이 없어 예전에는 많이도 먹었습니다. 심심해서도 먹고 배고파서도 따 먹었죠.
술도 담가먹고 화전도 부쳐서 먹기도 했습니다.
찹쌀가루 반죽에 진달래꽃을 얹어서 기름에 지져 먹던 약간 딱딱한 화전, '우갱이'라고도 했죠.
삼월삼짓날 진달래꽃으로 花煎을 부쳐먹던 화전놀이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시작되어 대중적으로 번졌는데요,
부녀자들은 화전을 부치고 노래하므로써 남성중심의 유교 사회에 짓눌린 감정을 털어내고 억눌린 스트레스를 풀었답니다.
눈발이 날리면서 부터 손은 엄청 시려왔습니다.
시리다 못해 아파오는데도, 배는 고프고
그래서 이정표 있는 여기가 좀 넓은편이라고, 함께 모여서 점심 좀 먹자하는데
눈발과 추위로 인해 먹지도 못하고 자리를 뜹니다.
계단이 있다고는 하지만 엄청 가팔라서 조심스럽군요.
판운리 법융사로 가는 길도 있네요.
그러나 우리는 흥원사로 갑니다.
빗길에서도 우릴 반갑게 맞아주는 건 진달래꽃.
마음까지 밝게 해주는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라 해요.
오르막도 힘들었지만, 내리막은 이거 장난이 아니네요.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가파른 길의 연속입니다.
와! 이리도 경사가 급한 바윗길이라니...
촛대바위까지 왔습니다.
그 옛날 신선들이 내려와 신선바위 위의 바둑판에서 바둑을 둘 때, 바둑에서 진 신선의 편을 들던 청년들이 홧김에 옆에 있던 바둑판을 굴려버린 후 신선들이 더 이상 신선바위를 찾지 않게 되자, 신선들의 노여움을 풀고 마을의 평안을 위한 제를 지내기 위하여 제사상을 차려놓고 촛대로 사용하였다는 바위.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마을의 평화와 개인의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그때부터 촛대바위라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답니다.
그랬답니다.
촛대바위 아래로 계단이 보이는데, 등산안내도에는 '급경사 주의'라 표시되어 있어 촛대바위 갈림길에서 신선바위쪽으로 갑니다.
몇몇은 촛대바위아래 계단으로 내려갔는데요, 나중에 하산해서 보니까 신선바위 방향보다 1시간이나 빨리 도착했더라구요.
사진찍는 솜씨가 없어 그저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경사가 엄청 심한 곳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츄어라서 구도 설정을 잘 하지 못해 그런가, 급경사를 제대로 표현을 할 수 가 없네요.
영월에서는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계단 설치를 많이 해놓았습니다.
하지만 까딱하면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기에,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가 없습니다.
겁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짜릿 짜릿합니다.
비에 젖은 돌맹이와 나무가 미끄러워서 더 조심스럽기도 하구요.
가다가 멈춰서면 이런 모습이...
정상가까이 갔을 때에는 진눈깨비가 내려서 벗었던 비옷을 다시 입고,
내리막에서는 걸리적거린다고 다시 벗고 갑니다. 비옷을 벗고 가는 게 더 안전하기도 해요.
계속 이런 길의 연속입니다.
진달래꽃은 담을 없애고 혈액순한을 도와 만성기관지염과 고혈압을 치료하고,
또, 어혈을 풀고 면역력을 높이며 뇌 질환 및 노화를 방지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디다.
비에 젖은 옷은 흙이 묻어 말이 아니네요.
흙물이 배어서 닦아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절벽위 암릉구간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면서도 자꾸만 실실 웃음이 납니다.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이런 재미난 곳이었다니, 우중의 산행이지만 마음은 즐겁습니다.
한차례 암릉구간을 지나느라 바짝 신경썼던 마음을 능선에 올라 풀어보고,
임도로 갈 것인가 신선바위로 갈 것인가 의논끝에, 신선바위로 결정합니다.
임도로 가는 길은,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도 했거든요.
이 바위는 부부바위라는데 뭘 보고 그리 이름지었을까요?
짝 갈라진 바위가 서로 붙어있는게 사이좋은 부부로 보여서 그런가요?
우산으로 빗물을 가리고, 렌즈를 계속 닦았는데도
렌즈에는 빗물때문에 군데 군데 사진이 번졌습니다.
이 계단을 올랐을 때는
멋진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었지요.
'신선바위 전망대' 가...
에이, 나무에 가려 잘 안보이네요.
계단 하나를 또 올라가 봅시다.
이제야 제대로 보이네요.
신선이 바둑두던 곳이라서, 왼쪽에 보이는 밧줄을 잡고 위로 올라가면 평평하다는데 미끄러워서 그냥 바라보기만 했죠.
백덕산 신선바위는 신선들이 즐겨 머물던 곳으로, 가을햇살 따사롭던 어느 날 흰수염 신선과 까만수염 신선이 이 바위에서 바둑을 두는 동안 동네 청년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내기를 하다가,
까만수염 신선이 불계승을 거두자 흰수염 신선에게 걸었던 청년들이 아쉬워하며 나무를 하러 가기 위해 도끼를 집어드는데, 도끼자루가 썩어 나무를 못하게 되자 화가 난 청년 서너명이 바둑판을 법흥사 쪽으로 굴려버려 더 이상은 신선들의 대국을 볼 수없게 되었다는 전설이 남아있다는 신선바위.
아까 지나쳐 온 촛대바위도 이 신선바위와 연관이 있는 거였죠.
설치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아직 따끈따끈한 계단.
안전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했드군요.
계단을 오르내릴 때 행여 미끄러질까 봐, 타이어 조각같은 고무, 리어커 고무줄같은 것으로 계단을 하나 하나 묶었습니다.
안그러면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는 주르륵 미끌어지기 쉽상이거든요.
그 덕분에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가랑잎 수북한 길을 만났다고 아직 마음놓기는 일러요.
계속 신경 바짝쓰고 내려오기에, 갈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점심도 거른 상태라 배는 고프고...
산철쭉을 보면 마을이 멀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티없이 맑고 깨끗한 꽃이, 보면 볼수록 예쁩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백덕산 기슭에 살아서일까요?
계속되는 암릉구간.
조심 조심
또 조심해서 내려가요.
또 급경사 길.
캠핑장이 즐비한 마을에 내려오기까지는, 조금도 딴 생각한다던가 한눈 팔면 안되는 길.
그게 영월의 백덕산입니다.
그래서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백덕산.
그래서 더, 백덕산의 묘미를 느끼고 싶은 산악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산.
그래서 백덕산은 영월 흥원사에서 올랐다가 흥원사로 내려와야 할 이유입니다.
산행도 이제 끝나갑니다.
저 산밑에 흥원사가 보이네요.
카메라가 흔들렸어요. 걸으면서 찍어서 그런겁니다.
캠핑장 뒷길.
노란색 안내판 뒤에는 간이 화장실이 있습니다.
아침에는 저 흥원사앞을 지나갔었죠.
4시 20분.
오늘아침 하차했던 그 곳으로 왔습니다. 오늘 산행코스는 아래 지도를 참조하세요.
산행코스: 흥원사 - 용바위 - 백덕산 - 촛대바위 - 신선바위 - 흥원사 ( 9.3km, 5시간 50분 소요, 평균속도 1.6km )
아래의 지도는 참고용입니다.
백덕산(白德山 1,350m)
백덕산은 차령산맥 줄기의 이름난 산으로 능선의 곳곳에 절벽이 깎아지른 듯 서있고,
바위들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분재와 같이 장관을 이루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백덕산의 주계곡쪽에는 태고적 원시림을 아직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沼)와 담(潭)이 수없이 이어진 계곡은 10월 중순 에서 말경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
산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울철이면 풍부한 적설량에다 곳곳에 설화가 만발해 백덕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풍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백덕산은 남서쪽 영월 땅에 법흥사라는 사찰을 품고 있다.
예로부터 네 가지 재물이 있다고 해서 사재산이라고도 불린다.
네 가지 재물이란 동칠, 서삼, 남토, 북토라고 해서 동쪽에는 옻나무 밭이 있고, 서쪽에는 산삼이 있으며
남쪽과 북쪽에는 전단토라고 하여 흉년에 먹는다는 흙이 있다고 전해지지만 아무도 이 재물이 있는 곳을 모른다고
한다. 주목단지가 있고 산정 부근에는 몇백년 된 주목이 껍질이 벗겨져 붉은 색깔의 빛을 발하면서 있어
큰 산의 면모를 느끼게 된다.
등산로 경사가 완만해 가족단위 등산로로는 일품이다.
※블랙야크선정 100대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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