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8
전국적으로 꽤 많은 양의 비가 온다고 하는 일기예보에, 대구 비슬산 철쭉꽃 보러가기로 한 산행도 취소되어
山友 두명과 가까운 곳이라도 가자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래서 발길 머문곳은 <안보체험등산로>
강릉 안인삼거리에서 시작하는 산행 들머리.
빈손에 우산만 받쳐들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비는 그냥 조금씩 오는 정도거든요.
안보등산로는 본 블로그에 몇번 소개했었죠.
산우에 바닷길, 괘방산 등산로, 안보체험등산로는 모두 다 같은 곳, 같은 장소입니다.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라고 '산우에 바닷길'이라 하고,
이 곳에 무장공비가 침투한 사건 이후, 공비들이 도주한 길을 따라 걷는 길이라서 '안보체험등산로'라 부릅니다.
본 블로그의 '송년산행 - 안보등산로 눈길을 걷다'에 이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자세히 다루었었는데요,
안보등산로를 만들게 된 동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안인과 정동사이에 있는 대포동은 1996년 9월 18일밤 북한 무장공비들이 잠수함을 타고 내려와 침투한 곳인데,
이들은 1996년 10월 7일에 춘천시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개막식에 참석한 대통령을 저격할려고 했던거었죠.
그래서 강릉까지 잠수함으로 온 다음 춘천까지 도보로 이동 한 뒤, 민간인으로 위장해서 우리의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했습니다.
이들을 맨 처음 발견하고 신고한 것은 택시기사였는데요,
택시기사는 9월 18일 새벽 1시 30분경, 대포동을 지나던 중 좌초된 잠수함을 발견하고 인근의 강동파출소에 신고하였고,
해안경계부대가 모든 병력을 잠수함 발견현장에 투입되면서 ‘진돗개 하나’도 발령되었으며,
5시경에는 전군에 경계령이 내려짐으로써 공비 소탕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색은 9월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49일간 계속되었으며,
잠수함에 탑승했던 26명중 살해된 11명을 발견하였고, 13명 사살, 1명을 생포하였지만,
우리측도 군인 12명, 예비군 1명, 경찰 1명, 민간인 4명 사망, 부상자도 27명이나 되는 피해를 입었었죠.
강릉시에서는 이 일을 잊지말고 안보를 굳건히 하자는 뜻에서,
1997년 등산로를 정비하고 공개하면서 [안보등산로]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안보 1지점 갈림길
오늘도 왼쪽길로 갑니다. 그냥 직진하면 평탄한 길을 가는데도, 굳이 왼쪽의 오르막길을 선택합니다.
왼쪽의 오르막으로 가는 이유는, 에너지 소모량도 많을 뿐더러 조금이라도 더 바다를 보고싶기 때문이라고 해요.
바다 가까이 사는데도, 바다는 볼 때마다 가슴설레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나 봅니다.
6,25 전사지 유해발굴 지역을 지나 좀 더 올라가면
산등성이에는
쉼터가 있습니다.
연분홍 산철쭉이 비에 씻겨 맑고 깨끗한 얼굴로 함초롬히 맞아줍니다.
진달래 지고 난 그 자리를 철쭉이 대신하는, 지금은 철쭉의 계절.
비는 점차 잦아들어서 우산을 접었습니다.
촉촉히 젖은 땅이 예뻐보여요.
여리 여리한 나뭇잎은 너무도 사랑스럽구요.
안개는 나무를 감싸고
산허리를 휘감았습니다.
누렇고 삭막하기만 하던 산을 연두색으로 물들이는 이 떡갈나무 이파리 좀 보세요.
꽃처럼 너무도 예쁩니다.
매번 그랬듯이 오늘도 안보등산로 2개의 코스 중에서, 2번 일부구간을 걷습니다.
이 2코스는, 대부분의 산악회에서 선택하는 코스인데요,
이 길은 안인삼거리에서 출발해서 활공장 전망대와 삼우봉과 괘방산, 그리고 당집을 거쳐서 정동진으로 하산하는 길이구요.
당시 무장공비들이 도주했던 그대로의 길인 1코스는,
잠수함이 침투했던 대포동을 들머리로 해서 삼우봉과 괘방산, 그리고 당집에서 화비령, 청학산, 밤나무정으로 갑니다.
비 그친 뒤, 안개속을 걷는 것도 꽤 운치있군요.
마치 영화속으로 들어온 듯 합니다.
제2활공장에 왔습니다.
패러그라이딩 활공장인데요, 1활공장은 이 길을 계속가다가 괘방산을 지나면서 언덕에 있습니다.
2활공장은 전망이 좋고, 데크도 넓직한게 좋아서 비박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자연히 활공장주변에는 그들이 버린 쓰레기와 오물이 눈에 거슬리게 되어 비박을 금한 지금은, 주변이 깨끗해졌습니다.
나무와 산과 구름이 한데 어울려 그려낸 그림.
하늘과 수평선의 경계도 없는 구름띠를 두른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안개와 구름에 가려 바다가 안 보여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가요.
활공장 내리막을 내려와서
길 건너편 삼우봉 방향의 소나무 숲길로 들어섭니다.
왼쪽길로 가면 정동진통일공원으로 가는 길이거든요.
이달 22일부터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는 일시정지를 해야합니다.
금년 1월 22일부터 교차로에서 우회전 시는 일시정지를 해야한다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3개월간은 현장계도만 하고 단속하지 않았었는데요,
새로 시행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량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는 빨간신호에 우회전을 하지 못하고, 녹색 화살표 신호가 켜져야만 우회전할 수 있다고 해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도 차량 신호등이 빨간색일 때는 반드시 일시정지한 뒤에 우회전해야 하구요.
신호에 맞춰 우회전을 하고 있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면 즉시 정지해야 한답니다.
보행자가 없으면 일시정지 후 출발하면 되구요.
이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승합차는 7만원, 승용차는 6만원, 이륜차는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고 하니
범칙금 보다도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일시정지'하는 걸 습관화 해야겠습니다.
비는 이제 완전히 그쳤습니다.
먼지 폴폴나는 산길만 걷다가 비에 젖은 산길을 걷노라니 마음도 촉촉하게 젖어들고
눈에 보이는 모든게 다 詩가 되고, 노래가 되고, 즐거움이 되고
처음가는 길처럼 이 산등성이도 새롭게 느껴집니다.
가다가 멈춰서면 눈에 보이는 풍경.
구름뒤로 보이는 마을도 그림같습니다.
떡~하니 길을 막아선 바위가 있는 곳.
삼우봉입니다.
삼우봉의 뾰죽한 바위에서는 사진을 찍어야해요.
그 어떤 자세로 찍던, 누가 찍던지간에 하여튼 사진은 멋지거든요.
해안선을 따라 구불 구불한 도로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통일공원에 전시한 비행기도 그림같습니다.
보고 또 봐도, 떡갈나무 이파리의 색감이 이렇게도 예쁘다니,
눈을 뗄 수가 없네요 ... !
새벽비 / 김영승
오늘 새벽도 뻐꾸기
울음은 들린다.
닭장 속의 수탉도
여러 차례
목청 큰 울음을 울었고,
참새 떼가 날아와
소나기처럼
시원한 울음을
부어놓고 갔다.
아닌 게 아니라
새벽비가 후득후득
듣고 있다.
언제였던가 그 어느
때였던가
그 새벽비처럼
그렇게 맑은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아직 살아있어도
되리라.
창문으로
빗방울이 들이친다.
-------- 끝.
열흘 붉은 꽃은 없다 / 이산하
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
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
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
득음의 경지에 이른
물방울 속의 먼지처럼
보이다가도 안 보이지
한 번 붉은 잎들
두 번 붉지 않을 꽃들
너의들은 어찌하여
바라보는 눈의 깊이와
받아들이는 마음의 넓이도 없이
다만, 피었으므로 지는가
제 무늬 고운 줄 모르고
제 빛깔 고유한 줄 모르면
차라리 피지나 말지
차라리 붉지나 말지
어쩌자고
깊어가는 먼지의 심연처럼
푸른 상처만 어루만지나
어쩌자고
뒤돌아볼 힘도 없이
그 먼지의 무늬만 세느냐
괘방산에 도착했습니다.
도란 도란 이야기 하며
감성 가득한 시를 읊으면서 걸으면 산행이 즐겁습니다.
당집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요.
패러글라이딩 제1활공장까지만 갔다가 올려구요.
안보등산로는 있는 그대로의 산길을 유지하려고, 계단도 많이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안인삼거리의 들머리야 가팔라서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설치했지만,
제1활공장 직전 그리고 임도로 내려서는 곳 외에는 계단이 없습니다.
그런데요, 몇달동안 오지 않은 사이에 등산로에는 야자나무껍질로 만든 길이 생겼습니다.
폭신 폭신해서 좋기는 합니다만, 없다고 해도 다니는 건 별 문제없는데 하는 생각이...
소나무 밑둥이 있는 위쪽이 활공장입니다.
제1활공장에서도 조망은 좋습니다.
시선이 닿는 곳 오른쪽으로 '하슬라 아트월드'건물과 뒷편의 조각공원이 보이고
당집으로 가는 방향에는 구름이 그리는 풍경,
그 환상적인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안개 엄마>
안개가 온 산을
품에 껴안고 있는 걸 보면
팔이 퍽 큰가 보다.
어릴 적 우리 삼형제
품에 꼭 껴안던
우리 엄마다.
한없이 좋은 우리 엄마처럼
사랑을 퍼 주는 안개.
엄마 사랑 넉넉히 마시고 있는
산.
- 서 향숙-
구름과 안개의 차이점은 쉽게 얘기해서 땅에 근접해 있으면 안개, 하늘에 있으면 구름입니다.
말하자면 증기가 응결하여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알갱이 상태로, 공중에 떠 있는 것이 구름이고
지표면 가까이 깔려 있는 것은 안개라고 합니다.
안개와 구름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평지에서는 구름으로 보이나 산에서는 안개로 보이기 때문에, 높은 산에서 안개와 구름을 구별하는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지표 가까이에 작은 물방울이 뜬 현상을 말하는데요,
가시거리 200m 이하의 짙은 안개를 "농무" 라 부르기도 하고, 가시거리가 1,000m 이상이면 옅은 안개 혹은 박무(薄霧)라고도 합니다.
또, 바다위에 끼는 안개를 해무(海霧)라 하며 지금 이 안개는 해무입니다. 바다안개라고도 하죠.
안개는 크게 4종류로 구분하는데요,
증기안개, 복사안개, 이류안개, 활승안개로 구분합니다.
증기안개는 저온건조한 공기가 따뜻한 수면 위로 이동하며 발생하는데, 주로 1년중 가장 추운 겨울에 생깁니다.
복사안개는 밤에 차가운 공기가 이슬점 이하로 냉각되어 발생하는 안개를 말합니다.
즉, 야간에 지형적인 복사가 표면을 냉각시키고 표면 위의 공기를 노점까지 냉각될 때, 응결에 의해 형성되는 안개를 말하며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자주 발생하며, 우리가 흔히 보는 안개가 이 복사안개 입니다
이류안개는 공기의 밑부분이 냉각되어 응결이 일어나는 안개입니다.
습윤하고 온난한 공기가 한랭한 육지나 수면으로 이동해 오면, 하층부터 냉각되어 공기속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생기는 안개를 말하며,
바다에서 생기는 이류안개를 해무라 부릅니다.
활승안개는 수증기의 냉각에 의한 안개 중 하나입니다.
습한 공기가 산 경사면을 타고 상승하면서 팽창함에 따라 공기가 노점 이하로 단열 냉각되면서 발생하는 안개로 산악지대에서 많이 볼 수 있죠.
안개중에는 스모그도 있죠.
도시의 매연을 비롯한 대기 속의 오염물질이 안개 모양의 기체가 된 것을 말하는데요, smoke + fog 합성어라는군요. 1905년 영국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해요.
청미래덩굴 새 이파리도 꽃처럼 예쁘네요.
활공장에 올라가,
아무것도 안보이는 바다만 바라보다가
이제는 가라고 등 떠미는 안개에, 못 이기는 척 내려갑니다.
안개는 점점 더 짙어오고
전망대에 올랐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어
그림판만 보고...
오늘도 곳곳에 놓여있는 벤치에는 한번 앉아보질 못하고
삼우봉까지 왔습니다.
이제 바다는 그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안개에 가려서 아무것도 안보이네요.
숲을 휘감는 안개에 쫓기듯이 바삐 걸음을 옮기고...
<산과 안개>
어느 날 보니
안개는
배가 엄청 크더라
글쎄,
그 큰 산
대관령을 통째로 삼키고
산 없다!
시침 뚝 떼더라
어느 날 보니
대관령은
가슴이 엄청 넓더라
글쎄,
그런 안개를
포옥 감싸 숨겨 주고
안개 없다!
점잖게 앉아 있더라
- 유 희윤 -
제2활공장까지 왔습니다.
지난 11일 대형산불로 인해 막대한 산림이 소실되고, 화재로 인해 검게 변한 모습에 관광객도 감소해서 지역경제도 어려운 이즈음, 강릉市는 해안관광지의 해송(海松)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소화전을 설치하기로 했답니다.
저동과 안현동, 경포 일대의 산불로 179ha의 산림이 소실되고 그 중에서도 소나무 11만 6천여 그루가 불에 타므로 인해, 강릉의 자랑 명품소나무인 해송을 지키려고 소화전을 설치하기로 했는데요,
6억 8천만원의 예산을 들여서 7월까지 강문과 송정에 20곳, 경포 7곳, 사천 7곳 등
견소동과 안현동 그리고사천면에 이르는 6.3km구간의 송림내에 34개의 소화전을 설치한답니다.
강릉 해안가에 자생하는 해송림(海松林)은 수령이 40~80년된 것들로, 이 해송림은 방품림 역할은 물론 솔향기를 맡으며 데크길을 걷는 산책로로 크게 인기를 얻고 있었던 만큼,
해송지키기 사업을 펼침으로써 더 이상의 송림 피해를 없이하여,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솔향강릉' 이미지를 지켜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도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네요.
산 위에서 듣는데도 바닷가에서 듣는 것 만큼이나 파도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요.
안보1지점까지 왔네요.
이 길을 걸어서
쉼터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오늘의 산행도 끝입니다.
바다는 잔잔한데,
비에 젖은 나무는 더 푸르러만 가는데,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서 하얗게 부서지는데,
비 그친 뒤의 공기는 상큼하기만 한데...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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