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1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는데도 괴산 도명산으로 길 떠납니다.
그렇게 많은 비는 아니라니까 '비 오면 비 맞고 걸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가는 아침인데, 바람은 왜 이리 불어댈까요?
사나흘 전 부터 바람이 엄청 불어댔었는데, 오늘 아침은 그 보다도 더 심하게, 아주 말도 못하게 불어댑니다.
얼마나 심한지 바람에 막 날려갈 정도에요.
하늘은 잔뜩 흐렸습니다.
비 소식은 오후에 있건만,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이 하늘은 컴컴합니다.
10시 30분.
화양동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넓디 넓은 주차장에는 우리가 타고 온 버스까지 2대의 버스와 1대의 승용차 뿐입니다.
아마도 비 온다는 예보가 있어 사람들이 오지 않은 것 같군요.
주차료징수하는 곳을 지나 오른쪽으로 갑니다.
이 돌무더기는 성황당이라는 군요.
오늘은 속리산국립공원 화양탐방지원센터에서 화양구곡을 따라 걷다가 화양3교에서 도명산을 오른 다음, 낙영산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서 학소대로 하산할 계획입니다.
'가무낙도'라 해서 가령산, 무영봉, 낙영산, 도명산을 가고 싶지만, 가령산과 무영봉은 현재 산불예방을 위한 출입 통제지역이라 부득이 도명산과 낙영산만 가기로 했죠.
사람들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드는 벚꽃의 그 화사함은, 우중충한 날씨탓에 그 빛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연두 연두한 나뭇잎과 벚꽃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경에 기분이 UP됩니다.
산행 시작 전 사진 한장은 찍고 가요.
역사가 흐르는 계곡 '화양구곡'이랍니다.
화양동계곡 일원은, 우암 송시열선생이 낙향하여 은거하면서 학문을 닦고 제자를 가르치던 곳으로,
이곳에 남아있는 우암 선생의 유적으로는 화양서원, 읍궁암, 암서재 등이 있으며 '구곡' 명칭은 우암 선생 사후에 수제자인 수암 권상하 선생이 아홉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단암 현진원(?) 선생이 구곡의 이름을 바위에 새겼다고 한답니다.
화양계곡의 백미는 화양구곡이 있는 3km 구간.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보기로 한 대표적인 구곡 중 하나로써, 명승 제110호로 지정될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답니다.
개울가에는 딱 봐도 수령이 수백년 된 느티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느티나무는 늦게 티가 난다고 느티나무랍니다.
다른 나무는 잎과 꽃이 있을 때 아름답지만, 느티나무는 잎이 졌을 때 그 미끈하고 아름다운 자태가 멋있답니다.
느티나무는 벌레가 없기 때문에 새가 오지 않는다고 해요.
또한, 땅속의 물을 빨아 올려 90%는 밖으로 내놓으므로 느티나무 아래는 시원해서,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날 느티나무 아래로 더위를 피하려고 찾는대요.
화양동 계곡은 원래 황양나무(회양목)가 많아 황양동이라 불렀으나, 송시열 선생이 중국을 뜻하는 화(華)와 일양래복(一陽來復)의 양(陽)을 따서, 화양동으로 고쳐 불렀다고 하는데요,
이 화양동 계곡은 몇년전에 한번 와 본적이 있습니다. 2015년도 여름이었죠.
그때는 주차장에서 부터 학소대까지 계곡길을 걷다가 도명산을 오른 후 다시 학소대로 내려와서, 화양구곡의 절경과 화양서원을 둘러보았더랬죠.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는 뜻을 가진 운영담((雲影潭).
주자의 시 ‘관서유감’중 ‘하늘빛과 구름이 함께 서성인다(天光雲影共徘徊)’라는 구절에서 빌려왔다고 해요.
봄이 되면서 더 푸르러진 소나무를 닮아 강물도 푸른색으로 짙게 흐르고 있습니다.
화양서원을 지납니다.
도명산만 간다면 서원을 두루 살펴보고 가도 되지만
낙영산까지 갔다 올려면 여유롭게 산행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지나갑니다.
숙종 42년에 세운 '화양서원 묘정비'.
서원이 철폐되면서 이 비도 땅속에 묻히게 되었던 것을, 광복 이후에 묘정비를 찾아 다시 세웠다고 합니다.
계곡물은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해요.
금사담(金砂潭)과 암서재.
금사담은, 맑은 물 속에 보이는 모래가 금싸라기처럼 깨끗하다고 해서 그리 부른답니다.
암서재는 금사담에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세워졌는데, 말 그대로 바위에 있는 서재라는 거죠.
암서재 앞 바위에는 ‘금사담’ 글자가 새겨져 있고, 금사담 동북쪽 바위에는 ‘충효절의’ ‘창오운단 무이산공’ ‘대명천지 숭정일월’ 같은 글자들이 새겨져 있는데, 물 건너가서 보면 좋으련만 그냥 멀리서만 바라봅니다.
암서재는 목조기와에 방 2칸 마루 1칸의 세 칸의 소박한 건물입니다. 송시열은 이 집을 암재라 했대요.
송시열이 사약을 받고 죽은 뒤 돌보는 사람이 없어 허물어진 것을, 송시열 사후 26년인 1715년(숙종 41)에 김진옥이 중건을 했으며 6년이 지난 후 송시열의 제자 한수재(寒水齋) 권상하(權尙夏 1641~1721)가 ‘암서재’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길가에 군데 군데 서 있는 느티나무 들.
괴산의 상징물답게 수령이 오래 된 느티나무들은 볼 수록 멋있어요.
화양3교 입구의 도명산 들머리로 접어듭니다.
예로부터 충북 괴산은 산의 고장으로 불렸답니다.
가령산, 낙영산, 대야산, 칠보산, 희양산 등 <괴산 35名山>이 있을 정도이니까, 산의 고장이라 불릴만도 하죠.
거기에다가 괴산은 갈은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과 같은 물 맑고 경치 좋은 계곡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승지 '화양구곡'입니다.
철제난간과
철계단이 있는 길.
도명산은 그리 험하지도, 그리 힘들지도 않은 산입니다.
정상부근을 제외하면 커다란 바위도 어쩌다 있는 것이구요.
진달래가 피어서 예쁜 산입니다.
연두색으로 새잎 돋아나는 숲 풍경도 예쁘구요.
사계절 중 이맘때의 산이 제일 예쁩니다.
흐린 날씨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따뜻한 봄날이라 덥네요.
땀으로 젖어가지만
모처럼 함께 산행하는 모습이 참 보기좋습니다.
계단을 오르다 바라 본 풍경.
별도의 전망대는 없지만, 도명산 가는 길에는 전망좋은 곳이 여러군데 있고
가다가 멈춰서면 이런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진달래꽃
비 오는 봄날 노래방에 갔네 4.4조로 내리는 봄비에 맞춰
소월의 진달래꽃을 부르는데 한 여자가 화면 속에서 걸어
나와 탬버린을 흔드네 경쾌한 7.5조의 율동, 느린 내 노래
로는 그 여자의 율동을 따라갈 수 없네 그 여자가 진달래
꽃을 흩뿌리며 화면 속으로 사라지네 언제나 반 박자 느
린 내 사랑법 머리 위에 꽃비가 또 하염없이 내리네
- 이재봉 -
진달래꽃 피는 거 / 강인호
진달래 저리 꽃피는 거
그거 봄비 때문 아니다
보고픔이 저도 모르게
삐어져 나오는 것이다.
소쩍새 저리 우는 거
그거 어둠 탓이 아니다
그리움이 저도 모르게
울음 토해내는 것이다.
내 마음 이리 쓸쓸한 거
누가 시키는 거 아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저 혼자 그러는 것이다.
<진달래꽃에 관한 詩> 하나 더 감상하며 가요.
진달래꽃 / 김종안
그대여
저 능선과 산자락 굽이마다
설레임으로 태어난
그리움의 바다를 보아라
모진 삼동을 기어이 딛고
절정으로 다가오는
순정한 눈물을 보아라
그리하여 마침내
무수한 사랑의 흔적으로 지는
가엾은 설움을 보아라
그러나 그대는 알리라
또 전설처럼 봄이 오면
눈물과 설움은 삭고 삭아
무량한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나는 것을.
정상에 거의 다와갑니다.
커다란 암벽에 길을 내었네요.
정상 가까이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있고,
묵직한 바위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길도 있구요.
우리가 '통천문'이라 부르는 바위사이로 난 구멍.
우람한 바위들.
여기는 조망이 시원스러운 곳.
위험하다고 줄을 쳐 놓았지만, 전망좋은 바위위에서 앞 산도 바라보고 갑니다.
용틀임을 하는 듯한 소나무들이 있는 전망대.
연두색으로 물드는 왼쪽 낙영산 뒤에 빼꼼히 고개를 내민 백악산, 그 너머엔 검게 보이는 속리산 능선
조봉산
도명산은 봄날에 산행하기 참 좋은 아주 멋진 산입니다.
정상 바로 밑 마지막 계단.
도명산에 왔습니다.
해발 643m.
사방이 막힌 곳 없는 정상은 조망이 시원스러워, 가슴이 탁 트이는 듯 합니다.
덕가산, 조봉산, 금단산도 바라보고
좀 전에 올라 온 길도 내려다 보고...
소백산맥 줄기의 도명산은, 속리산 국립공원의 20여개 산봉우리 중 하나로 북쪽 끝에 자리 잡고 있으며 북으로는 군자산(948m), 칠보산(778m)을
동으로는 대야산(931m), 남으로는 낙영산(746m), 속리산(1,054m)에 둘러쌓여 있답니다.
12시 20분.
전에 왔을 때는, 여기 학소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었었기에 당연히 있을꺼라 생각했던 일행들이 보이질 않아, 좀 더 내려가 봅니다.
바위와 그 틈에서 자란 소나무는 한점 산수화에요.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있네요.
점심식사 후 일행은 2패로 나뉩니다.
곧바로 학소대로 내려가는 팀과 낙영산까지 갔다가 오는 팀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낙영산은 가보고 와야죠.
그게 정답이니까.
통나무계단을 내려와 첫번째로 만나는 이정표.
여기에서는 공림사 방향으로 갑니다.
공림사 방향으로 가다가 낙영산으로 접어들고, 그런 다음에는 다시 이 자리로 되돌아와야 하는 상황.
공림사를 들머리로 해서 낙영산과 도명산 정상에 오른 뒤 학소대로 하산하면 제일 좋은 코스가 되었을터인데,
화양동에서 도명산을 거쳐 낙영산으로 갔다가 여길 되돌아오니까, 산행이 순조롭지 못하고 좀 엉켜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코스 선정이 지혜롭지 못하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낙영산으로 가는 길은 별로 좋지 못하네요.
능선에 올라서 잠시 쉬어갑니다.
初行이라서 이정표도 확인하고 가야죠.
---------------------- 2부에 계속됩니다. 오늘도 사진이 많아 1, 2부로 나누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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