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도 향긋하게 느껴지는 능선길을 걸어서
여기 이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용포대로 가고, 범등으로 가고, 성저마을로 가는 갈림길에 선 이정표.
이정표에서 왼쪽아래로 보이는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우리는 범등으로 가야하거든요.
2개의 벤치가 나란히 있는 이 좁은 길은 성저마을로 가는겁니다.
등산안내도는 곳곳에 있어, 진짜로 많은 도움이 됩니다.
회룡포 둘레길이 初行인 우리는 이 안내도를 보며 길을 찾아서 걸었죠.
수수하면서도 예쁜 산벚꽃.
저 산 너머에 그대 있다면
저 산을 넘어 가보기라도 해볼 턴디
저 산 산그늘 속에
느닷없는 산벚꽃은
웬 꽃이다요.
저 물 끝에 그대 있다면
저 물을 따라가보겄는디
저 물은 꽃보다가 소리 놓치고
저 물소리 저 산허리를 쳐
꽃잎만 하얗게 날리어
흐르는 저기 저 물에 싣네.
산벚꽃 / 김용택
산행하면서 내내 드는 생각인데요, 비룡산의 봉우리들은 200m 정도의 낮은 산이라는데, 만만히 볼 게 아니드군요.
가파른 봉우리를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데,
와!
봉우리는 왜 그리도 많고, 왜 그리도 가파른지 땀 뻘뻘 흘리며 오르내립니다.
결코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될 산이드만요.
계단 끝엔 힘들게 올랐으니, 잠시 앉아 쉬라고 만든 벤치가 있는데
가랑잎 수북히 쌓인 곳에 있어 제법 운치있는 저 벤치에 앉을 여유가 없군요.
힘들게 올라오는 일행들.
힘들다 하면서도 '참 좋다, 너무 좋은 곳이다'고 환하게 말합니다.
전망대가 있네요.
여기는 범등이랍니다.
낙동강과 삼강나루가 잘 보여 ‘삼강 앞봉’으로 불렸던 범등.
범등에서는 낙동강 700리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삼강주막을 볼 수 있다던데, 나무에 가려서 조망은 아주 시원찮습니다.
잔 나무들이 쑥쑥 자라서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더라구요.
어디로 갈 것인가 의견이 분분합니다.
용포대를 거쳐 회룡포로 갈 것인가 아니면 적석봉 방향으로 갈 것인지...
결론은 멀리 예천까지 왔는데 쬐끔 걷는다면 아무 의미 없다고좀 더 걷기로 했죠.
그래서 비룡교로 향합니다.
걷기 좋은 S자형 침목계단.
연두색의 나뭇잎, 푸른 풀.
지금 우리는 봄의 한가운데에 와 있습니다.
색감 참 예쁘죠?
봄, 봄 색깔입니다.
적석봉, 사림봉 가는 길에는
비룡교가 있습니다.
이 다리가 飛龍橋에요.
삼강주막이 개발되면서 비룡교가 세워졌답니다.
차량은 다닐 수 없는 보행자 전용 교량.
비룡교 입구.
비룡교 다리위에 2개의 전망대가 있습니다만, 그저 멀찍이서 바라보고는 돌아섭니다.
낮으막하다고 우습게 봤던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면서 많이 지친 상태거든요.
지금 우리가 걷는 이 길은 문수지맥 마루금 11구간이기도 하대요.
동막재에서 만촌재, 328봉 전망대, 나부산, 마산재, 사림봉, 적석봉, 범등, 비룡교, 삼강주막이 문수지맥의 마지막 구간이랍니다.
그 종착점이 삼강주막이구요.
다시 또 갈림길에 다다랐습니다.
'이젠 지쳐서 더 못가' 하는 사람들은 왼쪽의 평탄한 길을,
'끝까지 걸어보자'는 사람들은 의자봉으로 갑니다.
'이따가 봐요' 그렇게 일행과 갈라져
벚꽃이 눈 처럼 날리는 길에 접어듭니다.
하늘 구름이 벚꽃 나무에 와서 며칠
하늘 궁전이 되어서 또 며칠
부풀어 오르던 마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마음
사랑이었네 그것은
나도 모르게 사랑이었네
바람 불어와 하늘 궁전 무너져 내려
꽃비인가 눈인가 날리는 마음
잘 가라 잘 살아라
나는 울어도 너도 울지 말아라
별이 되어 꽃이 되어
만날 때까지 우리 다시 그때까지
벚꽃 이별 / 나태주
자그마한 봉우리를 올라가고
내려가고
또 다시, 올라가고
능선을 걷다가 만난 의자봉.
돌맹이에 매직펜으로 써 놓았어요, 여기가 의자봉이라고.
아마도 둘레길을 걷던 사람들이 그랬지 싶습니다.
'여기는 범등입니다'
'여기는 의자봉입니다'
이정표에는 친절함이 묻어납니다.
400m 가면 적석봉이랍니다.
'괜히 멀리 돌아가는 길을 고집했나' 살짝 후회도 했었는데, 거리가 얼마되지 않는다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평온해집니다.
참 걷기 좋은 길입니다.
이런 길은 계절에 관계없이 걷기 좋죠.
오늘도 우리는 시간이 그리 넉넉치 못해, 쉼없이 걸었기에 약간 힘든 것일 뿐.
여유가 있다면 마냥 걷기에 좋은 명품길이라 할 수 있죠.
침목계단은 오래되어 부서져 내린 곳이 몇군데 있었습니다.
썩은 나무때문에 디뎠을 때는 흔들리기도 해서 발이 삐끗해질 염려도 있었구요.
적석봉입니다. 265m랍니다.
여기도 돌무더기에 펜으로 글씨를 써 놓았네요.
정상석이 없는 대신, 이정표에는 적석봉이라 표시했구요.
적석봉에서 사림봉까지는 400m 랍니다.
마지막 봉우리이니까 기운내서 가 보자구요.
사림봉입니다.
해발 256m.
사림봉에는 정상석이 있습니다.
모 산악회에서 세웠대요.
사림봉 전망대에서 회룡포를 바라봅니다.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신경준(1712~1781)은 ‘산경표’에서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며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다섯 글자로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강줄기를 설명했는데요,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듯 산과 강은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산은 물을 막지 않았고 물은 산을 넘지 않은
이런 자연 순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예천 삼강(三江)과 물도리 마을로 알려진 회룡포(回龍浦)라고 합니다.
또한, 삼강은 백두대간에서 문수·국사·운달지맥이, 낙동정맥에서는 보현지맥이 분기하면서 그 사이에 내성천과 금천이 낙동강에 흘러들어 세 강이 만난 데서 유래했다고 해요.
회룡포가 국사지맥의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물방울 같다면, 문수지맥 끝의 비룡산(241m)은 혹여 물방울이 떨어질까 걱정되어서 두 손을 받치는 모양새라고 합니다.
이제 내려가야죠.
걷기 편한 계단을 내려가요.
마산리 마을쪽으로
와! 전형적인 시골마을입니다.
지보면 마산리 경로당이구요.
이정표(문수지맥 마루금 11구간)는 참 많이도 세워놓았어요.
몇발짝 가면 이정표, 몇발짝 가면 이정표가 있습니다.
꽃그림을 그려놓아서 눈에도 잘 띄구요.
아주 색다른 느낌입니다.
강변둑길을 걸어갑니다.
마산리에서 옛 우물터가 남아있다는 용포마을 뿅뿅다리까지는 2km 남짓한 거리를 걸어야 하는게,
맥빠진 상태에서는 그게 조금 지루한 생각이 드는군요.
저기 저만치에 '한 삽만 덜어내면 육지 속의 섬이 된다'고 하는 회룡포 마을이 보입니다.
회룡포 안 의성포 마을 사람들이 <아르방다리>로 부르는 뿅뿅다리도 보이구요.
제2뿅뿅다리
'뿅뿅다리'라는 이름에 맞게 시멘트다리에도 구멍을 뽕뽕 뚫었습니다.
뿅뿅다리는 이제 회룡포의 명물이 되고 상징물이 되었죠.
내성천의 넓은 모래밭을 지나
마을길로 접어듭니다.
마을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습니다.
아늑하고 푸근해지는 마을입니다.
돌담도 정겹구요,
'참 살기좋은 마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
호수공원 화장실 뒷편에는
아담한 호수가 있는 공원이 있네요.
회룡포 둘레길 - 비룡산과 사림봉까지의 산행도 여기서 끝내야겠습니다.
주차장에 다 왔거든요.
오늘은 12.4km를 걸었구요, 4시간 40분이 소요되었네요.
평균속도는 2.6km였습니다.
산행코스: 회룡포마을주차장 - 제1뿅뿅다리 - 용주시비 - 회룡대 - 장안사 - 봉수대 - 원산성 - 범등 - 비룡교 - 의자봉 - 적성봉 - 사림봉 - 마산리 - 용포마을 - 제2뿅뿅다리 - 회룡폼마을주차장 ( 12.4km, 4시간 40분)
위 지도는 우리가 걸었던 코스이고,
아래의 지도는 참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
강민주의 회룡포 (발매년도 - 2010년)
작사 - 고경환
작곡 - 고경환
내 것이 아닌 것을 멀리 찾아서
휘돌아감은 그 세월이 얼마이더냐
물 설고 낯 설은 어느 하늘 아래
빈 배로 나 서 있구나
채워라 그 욕심 더해가는 곳
이 세상이 싫어 싫더라
나 이제 그곳으로 돌아가련다
내 마음 받아주는 곳
아~ 어머니 품 속 같은 그곳
회룡포로 돌아가련다
채워라 그 욕심 더해가는 곳
이 세상아 싫어 싫더라
나 이제 그곳으로 돌아가련다
내 마음 받아주는 곳
아 어머니 품 속 같은 그곳
회룡포로 돌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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