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4
4월 첫번째 산행지는 예천 <회룡포> 둘레길입니다.
1뿅뿅다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는게, 어쩌다 보니 회룡포마을 호수주차장에서 출발합니다.
어찌되었든 일단은 사진부터 찍고 봅니다.
주차장 부근에는 벚꽃이 한창입니다.
우리사는 마을에는 벚꽃이 다 떨어지고 없는데, 여기는 우리동네보다 봄이 한발짝 늦게 오는군요.
화사한 벚꽃을 보면 마음도 환하게 밝아오는, 기분좋은 아침입니다.
처음가는 길인데도 익숙한 길을 가듯, 잘도 찾아서 가는군요.
------------------ 오늘도 일행들을 뒤따라 갑니다.
보리가 파릇 파릇 자라고 있네요.
싱그러운 보리밭을 보면 눈도, 마음도 푸르게 물 듭니다.
제방둑에 심은 복숭아나무도 지금에야 꽃을 활짝 피웠어요.
가지치기를 한 복숭아나무에서 피어난 꽃은, 화분에 잘 가꾼 분재를 보는 느낌이 들고...
앞서 가던 일행들이 멈춰 서 있는 것은 왜 일까요?
아하! 여기서 회룡포 인증사진을 찍으려 했군요.
1박 2일 촬영지였다는 마을 길은 예쁘게 단장을 했습니다.
우리는 저 강을 건너가야 해요.
한무리의 관광객들은 회룡포마을로 가고,
우리는 제1뿅뿅다리로 가고...
성급한 사람들은 벌써 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회룡포에는 외나무다리가 2개 있는데요,
회룡포와 회룡마을을 이어주는 1뿅뿅다리, 용포마을과 회룡포를 이어주는 2뿅뿅다리가 있습니다.
예전의 다리는 160m 가량의 제법 긴 나무다리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포구로서의 기능도 쇠퇴하고,
인구도 감소하므로써 이용하는 사람도 뜸해지고 다리도 노후되어 유실된 그 자리에,
지금은 철제로 만든 뿅뿅다리가 놓였습니다.
뿅뿅다리라는 귀엽고 예쁜 이름을 갖게 된 유래는 이렇습니다.
1997년 예천군에서는 전에 있던 낡은 외나무다리 대신 강관과 철 발판을 가지고 다리를 놓았는데, 마을주민들이 이 다리를 건널 때면 발판구멍에 물이 퐁퐁솟는다고 퐁퐁다리라 불렀대요.
그랬는데 98년도에 신문과 방송에 뿅뿅으로 잘못 보도가 되면서. 이 이름이 많이 알려지게 되어 지금의 뿅뿅다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강 이쪽에서 저끝까지 강물이 찰랑 찰랑했으면 더 운치가 있을텐데, 가뭄으로 인해 강물은 강 한쪽으로 개울물처럼 흐릅니다.
이 구멍이 뽕뽕 뚫린 철판 다리는 50~60년대에 흔히 볼 수 있었죠.
지금이야 왠만한 곳은 견고한 콘크리트 다리를 놓지만, 예전에는 이 철판다리를 놓았습니다.
태풍같은 큰 물이 한번 지나가면 물에 떠내려가고,
그러면 다리를 다시 놓기까지 바지를 걷어올리고서, 맨발로 개울을 건너다니고 그랬었죠.
건너 온 다리를 뒤돌아보고
이 식당 마당을 지나
등산안내판 앞에서 오늘의 산행코스를 확인합니다.
이 집은 외벽에 멋진 그림을 그려놓았네요.
오늘은 용주시비 - 장안사 - 봉수대 - 원산성 - 범등 - 비룡교 - 의자봉 - 적석봉 - 사림봉 - 마산리 - 제2뿅뿅다리 - 회룡포마을 호수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할 계획입니다. 한참 걷겠죠?
관광안내판 왼쪽의 계단을 올라가면 용주시비가 있고, 그 길로 주욱 가면 되는 겁니다.
계단 끝에 용주팔경시비가 있습니다.
옆에서 본 詩碑
회룡포주차장의 저 빨간 버스는 회룡포마을 관광객을 태우고 온 버스이기에,
둘레길을 걷는 건 우리 일행뿐.
소나무 숲길.
보드라운 흙을 밟으며 걷는 촉감이 참 좋군요.
통나무계단.
산행에 도움되라고 계단을 놓지만, 늘 그렇듯이 오늘도 사람들은 계단을 피해 옆으로 다닙니다.
산벚꽃이 참 예쁘게도 피었네요.
산벚꽃나무 / 나태주
뒤로 물러서려다가
기우뚱
벼랑 위에 까치발
재겨 딛고
어렵사리 산벚꽃나무
몸을 열었다
알몸에 연분홍빛
홑치마 저고리 차림
바람에 앞가슴을
풀어헤쳤다.
<회룡포>는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용의 비상처럼 물이 휘감아 돌아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비룡산을 다시 350도 되돌아서 흘러나가는 '육지 속의 섬마을'인데요,
회룡포의 원 지명은 의성포였답니다.
의성포는 조선시대에 귀양지였으며 고종 때 의성사람들이 모여 살아서 의성포라 했다는 말도 있고,
1975년 큰 홍수가 났을 때 의성에서 소금을 실은 배가 이곳에 왔다고 해서 의성포라 부르기 시작했다고도 한답니다.
육지 속에 고립된 섬처럼 떠 있는 회룡포 물도리동은 <정감록> 비결서에 十勝之地로 손 꼽혔고,
오지이지만 땅이 기름지며 사람들이 순하고 인심이 후해서 살기 좋은 곳인데,
'의성포'라고 하면 경북 의성이라고 착각할 수 있어, 지금의 회룡포로 이름을 바꾸어 부르게 되었답니다.
오늘 우리가 걷고 있는 비룡산은 숲속 등산로와 봉수대, 원산성 등 역사적 정취가 숨쉬는 자연공원으로 산책과 등산코스로 좋다고 그럽디다.
높이도 241m 되는 야트막한 산이라고 해요.
사림봉 256m, 적석봉은 265m 이지만 대체적으로 200m 정도의 낮은 산이랍니다.
저 앞에 뭔가가 보여요.
빨리 가 봅시다.
장안사에서 세운 용왕각과 아미타대불이네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으니까, 장안사 용왕각에 대한 안내문은 읽어보고 가요.
쉼터도 있군요.
장안사도 들려 봐야죠.
장안사는 통일신라 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운명선사가 세운 고찰이라고 전해진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여자 신도를 가리켜서 보살이라 부릅니다.
信心이 깊거나 얕거나, 나이의 많고 적음에도 여자신도는 보살, 남자신도는 처사라 부르며,
불상을 모셔놓고 굿, 점을 하는 사람도 보살이라 부르는데 이건 잘못된 것이랍니다.
보살(菩薩)은 보리살타의 줄임말로 범어로는 보디사트바(Bodhi Sattava)인데, 보디는 우리말로 보리(菩提)가 되었고 智를 뜻하며 사트바는 중생이라는 뜻이라, '지혜로운 중생'이라 풀이한대요.
그러니까 보살이라 함은, 佛事를 많이 하거나 불도를 닦아 보리를 구하고, 중생들을 교화하여 부처님의 다음가는 지위에 있는 聖人을 말하는 데요, 통상적으로 나이 많은 여자 신도를 높여서 보살이라고도 하죠.
아무튼 보살이라 함은 일반 신자보다 덕이 높고 학식이 많으며, 信心이 돈독해서 본받을 점이 많은 신자를 가르킵니다.
보살외에도 우바이 청신녀, 法友 佛子라는 호칭도 있는데 우바이 청신녀는 여자 신도를 가리키지만 일반화되지 않았구요, 법우 또는 불자는 젊은층의 불교신자 사이에서만 남녀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남자스님이나 여자스님, 남자신자나 여자신자 누구에게라도 보살이라 부를 수 있지만, 그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며,
지장보살같이 자신은 아직 구제되지 못했더라도, 이웃부터 구제하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라면 보살이라 호칭해도 괜찮답니다.
대웅전과 영산전 사이로 올라가면 삼성각이 있습디다만, 삼성각(산신각)도 대웅전도 문은 굳게 닫혀있고,
대웅전 추녀끝의 풍경만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며 청아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천년고찰 장안사에는 수행하는 스님도, 공양주도 어디 가셨는지 보이지 않고 고즈녁한 절 담장 너머로 꽃잎만 날리는 화창한 봄날.
개나리와 벚꽃에 둘러쌓인 범종각은 그림같군요.
용왕각 방면으로 다시 올라갑니다.
범종각 아래로는 미타전도 있고, 해우소도 있지만 둘레길을 걸어야 하기에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장안사 쉼터에서 전망대로 올라가요.
행운의 계단이라 소원을 생각해 보랍니다.
또 계단은 몇개인지 세어보라는데
계단 양옆의 詩를 읽으며 올라 가노라면 계단이 몇개인지 잊어버립니다.
행운의 계단은 223개라고 합니다 ~
처음 만나는 전망대.
전망대 아래로 내려가면 회룡대가 있구요.
회룡대 전망대에서 바라 본 제2뿅뿅다리
그리고 회룡포마을
눈을 돌려 왼쪽을 보면, 제1뿅뿅다리도 보입니다.
12시 20분.
회룡대 전망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맛난 점심을 먹고 다시 길 떠납니다.
한폭의 그림 같은 우리나라 최고의 육지 속 섬마을 <회룡포>.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와 2009년 '1박2일'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회룡포에서 육지로 이어지는 길목은,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넘치면 정말 섬아닌 섬이 되어 오갈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언덕 위(계단 끝)의 전망대에서 200m거리의 봉수대 쪽으로 갑니다.
이정표와 등산안내판은 참 많이도 세워 놓았어요.
山客들을 배려하는 세심하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길 위에는 바람에 떨어진 꽃잎 들...
봉수대에 왔습니다.
예천군 용궁면 향석리의 이 봉수대(봉화대)의 설명문은 읽어보고 갑시다.
烽燧는 옛날 통신수단의 하나로 밤에는 불, 낮에는 연기를 이용하여 국방상의 중요한 임무를 도성에 신속히 전달하였다.
봉수는 회수에 따라 1회는 평상시, 2회는 적 출현, 3회는 국경 접근, 4회는 국경 침범, 5회는 적군 교전으로 구분하여 알렸다.
비룡산 봉수대는 동쪽은 예천읍의 서암산, 서쪽은 다인의 소이산, 북쪽은 산양의 가불산 봉수와 연락하였으며 설치년도는 고려 의종3년(1149)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며, 1895년 봉수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없어진 것을 예천군에서 사방 3.7m, 높이 2.7m의 정방형 규모로 복원하였다.
2000년 12월 예천군수.
봉수대에서 원산성으로 갑니다.
여기서 원산성은 1.9km 앞에 있다는군요.
내리막길
그리고 오르막길
진달래 피어있는 봄길을 걷습니다.
간간히 산벚나무도 보이고, 조팝나무 흰꽃도 피어있고, 연두색 청미래덩굴의 앙증맞은 새순이 돋아나는 비룡산은 지금 봄이 한창입니다.
나무벤치도 종종 눈에 띕니다.
느긋한 산행이라면 쉬었다 가겠지만, 오늘도 그리 여유있는 산행이 아니라서 그냥 지나갑니다.
진달래 / 이은상
수줍어 수줍어서 다 못 타는 연분홍이
부끄러 부끄러워 바위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사림봉 방향으로 갑니다.
솔 숲길을 빠져나오면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가로질러서 다시 소나무 숲길로 들어섭니다.
파랗게 돋아나는 풀내음을 맡으며 야트막한 언덕을 넘고,
진달래 꽃잎보며 봄을 노래합니다.
비룡산의 계단은 튼튼한 침목으로 만든 계단입니다.
성저마을 방향으로 ~
능선길 바로 옆 비탈진 곳에 원산성 터가 있네요.
삼국시대에 축성하였다는 원산성(일명 따뷔성,또아리성).
'돌로 쌓은 성벽이 있겠지' 하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어, 원산성에 관한 안내문만 읽고서
몇발짝 걸어가자
<원산성 남문지>라는 안내판이 있어 여기에서도 성벽 흔적을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군요.
------------------------- 2편에 계속됩니다.
사진이 많아서 2번으로 나누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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