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3
오늘은 동해 '북평'장날입니다. 그래서 옆지기와 둘이서 장 구경을 나섰습니다.
강릉에서 45km를 50여분 달려서 찾은 장터는, 지금 봄이 한창입니다.
북평동사무소앞에서 부터 장이 섰습니다.
블루베리나무를 파는 곳을 지나 앞으로 가 봅니다.
살이 올라서 통통한 쪽파, 햇양파를 파는 군요.
메밀로 만든 베개를 파는 곳도 지납니다.
제라늄, 수국, 안시리움, 시클라멘, 쟈스민 등 빨갛고 노랗고 흰, 형형색색의 꽃모종 들.
옥수수, 상추, 땅콩 모종 들도 싱싱하군요.
시장통닭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에 밀려나긴 했어도 '시장통닭'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단짠 단짠의 치킨에 비하면 자극적이지도 않고, 수수한 맛인데도 한번 먹으면 계속 먹게 되죠.
핫도그도 먹음직스럽고
갓 돋아난 엄나무 순(개두릅)과 돌미나리도 임자를 기다립니다.
시장마다 찾아다니는 상인들 보다도, 직접 가꾸고 채취한 나물을 팔러나온 일반 주민들이 더 많은 곳.
북평5일장은 수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 최대의 민속장입니다.
성남 모란시장, 전북 이리장과 함께 전국 5일장의 '3대장'으로 꼽히는 곳이라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큽니다.
車道 양옆으로, 그리고 음식점들이 있는 뒷골목까지 북평 일대가 모두 장터라서, 사람들로 부대껴 사진 찍기도 힘들군요.
'생강'은 지금 심어야 할 시기이죠.
빠닥 빠닥하게 말린 다시마도 장터 한켠에서, 데려가주기를 기다립니다.
여러가지 어묵 들
고추, 가지, 오이, 호박 모종들도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선 정조20년(1766년)에 시작한 북평 5일장은 3일과 8일에 열립니다.
3일과 8일, 13일과 18일, 23일과 28일 그렇게 한달에 6번 열리는 거죠.
장터 규모가 큰만큼 없는 것 없이, '별의 별 것'을 다 팔고 있으며, 물건 값도 저렴해서 강릉과 삼척 등 인근지역에도 장을 보러 올 정도죠.
아직도 이 곳은 인심이 후해서, 물건을 사면 궂이 말하지 않더라도 '덤'을 얹어주는 게 기본입니다.
참외 한바구니, 한라봉 한바구니 만원.
이렇게 한바구니에 만원, 이만원에 팔고
머위나물은 5천원, 참두릅과 개두릅도 만원, 2만원에 팝니다.
바다냄새 물씬한 자연산 미역 한묶음은 3천원에 팔고 있네요.
이거 안 살 수가 없겠는데요.....ㅎ
수산물 파는 곳까지 왔습니다.
깨끗하게 말린 코다리, 톳, 미역줄기
반건조 가자미와 이면수
살아서 펄떡이는 물고기들을 즉석에서 회를 떠 팔기도 합니다.
납작하고 거무스레해 보이는 '기름가자미'를 동해안에서는 '물가자미'라 부르죠.
꾸덕 꾸덕하게 말려서 구워 먹어도 맛있지만, 조림을 해 먹으면 더 맛있는 물가자미.
어물을 파는 곳에서 뒷골목으로 접어듭니다.
밥상(床)을 파는 군요.
막 입기좋은 평상복도 있구요.
더덕과 도라지도 있습니다.
직접 뜯고 캐서 갖고 나온 미나리와 달래
여기까지 왔다가 뒤돌아서서, 차도를 건너 반대편 인도(人道)로 가 봅니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개두릅 1타래는 단돈 만원.
'뭐, 특별히 살게 없는데' 하며 따라나서던 옆지기는, 이것 저것 막 삽니다.
북평장은 처음에 지금의 나안동인 '월동' 다리 일대에 있었답니다.
그러다 물길이 바뀜에 따라 '전천' 냇물 남쪽 언덕으로 옮겼었구요.
그 후로 100여년 동안 잘나가다가 1910년 10월 8일에는 전례없는 대홍수로 인해 장터는 싹 사라져버렸다고 해요.
그래서 햇볕 잘 들고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땅을 찾던 중 1912년 북평1리 남쪽마을로 장터를 옮겼고, 1932년부터 현재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옛날 전통적인 장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간혹 상인들이 물건을 파는 가판대도 있지만, 길 건너편에는 대부분 마을 주민들입니다.
햇고사리가 벌써 나왔어요.
직접 만든 메밀묵과 도토리묵도 갖고 나왔습니다.
이 도토리묵은 너무 맛있어 보이는데요?
파프리카를 재배하듯이 하우스에서 키워 수확한, 먹기좋은 크기의 토마토도 팔고.
다시 길을 건너와서 뒷골목으로 접어들자, 애기들 장난감이 눈에 띕니다.
센베이과자 한봉지에 5천원이라는 군요.
정선産 도라지.
그러고 보니 어제는 정선 장날이었네요. 정선 장날은 2일과 7일이거든요
길 한켠에는 다육이를 팝니다. 지금은 열기가 조금 시들었지만, 한때는 다육이 열풍이 대단했었죠.
생김새 자체가 꽃같은 데, 붉게 물들면 완전 꽃이 되어버리는 식물,
게다가 물을 자주 주지않아도 되므로 키우기 쉽다는 화초라고 해서 너도 나도 다육이를 키웠었지만, 키우는 게 은근 까다워로서 요즘은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 뒷골목 끝까지 가면, 농기구와 장목수수 빗자루와 곡물을 까불리는 '키'를 파는 곳이 있습니다.
농사에는 필수인 농기계들 낫, 톱, 삽, 괭이 들
대량으로 감자, 배추를 심기 좋은 농기계도 있네요.
소규모 텃밭을 갈기에 좋은 기계도 있어요.
오른쪽 아래를 보면, 옛날엔 짚으로 엮어서 만들어 쓰던 삼태기도 플라스틱 제품으로 나왔습니다.
---------- 점심때가 되었으니 국밥 한그릇은 먹고 가야죠.
장날에는 국밥을 먹어야 장날 기분이 나는데요, '북평 소머리국밥', '옛날 장터국밥' 등 장터에는 나름 유명한 식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 먹은 '두꺼비 소머리국밥집'은 싹싹하고 친절해서 다시 오고 싶은 식당입니다.
사람냄새 폴폴나는 장터구경을 하면서 오가피순, 머위, 개두릅, 생선, 미역, 도너츠, 깎은 밤, 청국장 등 이것 저것 막 사다보니 우리 두 내외의 양손은 묵직해졌습니다. 입맛 돋구는 봄나물을 보면 안살 수가 없더라구요.
조금 쌀쌀한 날씨에도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장을 보러나온 사람들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묻어나던 북평민속시장.
두서없는 장터 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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