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3
2021년 2월 23일 문화재청은 2월말부터 3월초까지 매화의 꽃망울과 함께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기에, 오늘(2월 25일)
오죽헌의 '율곡매'를 보러갑니다.
강릉 남산공원의 매화는 이미 1월 중순에 피었었기에 지금쯤이면 '율곡매'도 만개했겠지 하는 마음이었죠.
오죽헌의 몽룡실 왼쪽 담장가까이 있는 율곡매는, 세종22년인 1440년경 이조참판을 지낸 '최치운'이 오죽헌을 짓고
별당 후원에 심은 나무인데요,
높이가 9m나 되며 수령은 600년으로 추정하는 홍매입니다.
신사임당과 율곡이 직접 가꾸면서 아끼던 나무인 이 율곡매는, 다른 나무들보다도 더 굵은 매실이 열린다네요.
천연기념물 제484호이기도 해요.
매화를 사랑한 신사임당은 맏딸 이름을 매창(梅窓)이라 지을만큼 매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는데요,
고매도, 묵매도 등 매화그림도 여러점 남겼으며
맏딸인 매창도 '매화도'를 남길만큼 매화를 좋아하고, 또 매화도 잘 그렸답니다.
문화재청은 2007년,
한국의 4대 매화로 강릉 오죽헌 율곡매, 구례 화엄사 매화, 전남 장성 백양사의 고물매,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를
천연기념물 제484호, 485호, 486호, 488호로 지정했었죠.
활짝 핀 율곡매를 기대하고 찾아갔는데 아쉽게도 율곡매는 이제 겨우 꽃봉오리가 맺혀있는 상태.
같은 지역임에도 목련꽃이 피는 걸 보면 동네마다 다 다르듯이,
매화라고 다 같은 시기에 피는 건 아니더라구요.
남산공원에는 1월 중순에 꽃이 피지만, 오죽헌의 율곡매는 3월 20일 경에 꽃이 핀다고 해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오죽헌은 세종 때 공조참판을 지낸 伯卿(백경) 최치운(1390~1440)이 지었는데요,
강릉최씨 최필달 공의 후손으로 태종때 문과에 급제한 후 공조, 예조, 이조참판을 거쳐 문종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우빈객(右賓客)을 역임한 강릉 12현중의 한분입니다.
그는 이 집을 차남 최응현(1428~1507)에게 물려줬고, 최응현은 사위인 이사온에게, 이사온(신사임당 외조부)은
사위 신명화(사임당의 아버지)에게,
신명화는 넷째사위 권화에게, 권화는 아들 권처균에게 물려줬는데요,
권처균은 집 둘레에 오죽(烏竹)이 무성한 걸 보고 자신의 호를 오죽헌이라 했는데, 그게 이 집을 가르키는 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죽헌은 1975년 박정희대통령에 의해 성역화사업으로 국가에 헌납하기 전까지는,
안동권씨 강릉파 증손인 권용만(전 강릉 사범대교수)의 소유였었다 해요.
문성사 오른쪽에는 소나무 2그루가 있는데, 이 소나무를 율곡송(栗谷松)이라 부릅니다.
우송당기(友松堂記)에서 율곡은, "이 소나무의 기이한 형상을 보니 천공(天功)의 오묘한 조화를 빼앗았다.
한참을 바라보노라면 청아한 운치를 느낄 것이다.
소나무가 사람을 즐겁게 하는데, 어찌 사람이 즐길 줄 모르는가!" 라고 했답니다.
밖으로 나와 예전 5천원권 지폐에 있던 모습을 찍어봅니다.
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어요.
향토관 후원으로 나가 봅니다.
당간지주와
솟대를 보고
시립박물관 앞에 오니 매화가 피었네요.
산수유 노란 꽃망울도 피어나려고 해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 3월 중순,
기온이 20도 가까이 올라가면서, 여기저기 사방에 꽃들이 마구 마구 피어납니다.
살구꽃도 피고,
동강할미꽃도 피고,
동백꽃도
돌단풍도 꽃을 피웠습니다.
요것은 서양민들레이구요,
요것은 토종 민들레입니다.
쉽게 구별할 수 있죠?
서양민들레는 꽃잎이 촘촘하고 토종은 약간 성글죠.
좀 더 확실하게 알려면 꽃을 젖혀서 꽃받침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꽃싸개가 뒤로 제쳐졌으면 서양민들레, 그렇지 않으면 토종민들레죠.
'히어리'는 햇볕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이른 봄, 잎이 피기도 전에 나무가지 가득히 노랗고 작은 꽃송이들이 포도송이처럼 달려있는데요,
히어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되어 특산식물임이 알려지고, 학계에 등록을 마친 것은 1924년이라고 해요.
그것도 일본인 식물학자 '우에키'에 의해서랍니다.
히어리는 삽목을 하거나 까만 종자를 노천 매장을 했다가 이듬해 봄에 씨를 뿌리면 되는데, 추위에도 강하고 건조해도
잘 견디기 때문에 키우기가 어렵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요즘에 공원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죠.
산수유도 피고
개나리도 활짝 핀 3월 22일,
율곡매를 보려고 오죽헌을 다시 찾았습니다.
물 오른 수양버들잎이 연두색으로 물들어 가고
진달래가 피었네요.
목련꽃은 눈 부실 정도로 화사하군요.
자경문으로 들어가자, 반겨 맞아주는 꽃들.
동백꽃보다 더 빨간, 저 진홍색 명자나무꽃.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나무가지에는 가시가 촘촘 합니다.
마치 나, 쉬운 꽃이 아니에요! 하듯이.....
배롱나무는 강릉 시화(市花)인데요, 오죽헌 마당가에 있는 이 배롱나무는 수령이 600년 넘는다고 해요.
'사임당 배롱나무'로도 불리는 이 나무는 문성사 오른쪽의 율곡송, 오죽헌 뒷편 율곡매와 함께
오죽헌을 지키고 있는 나무이기도 하죠.
배롱나무는 100일간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도 부릅니다.
나무는 밴질밴질하구요. 붉은색, 보라색, 흰색 등의 꽃이 피는데,
배롱나무는 사대부 집안에서 심는 나무로 학문과 정신세계가 오래도록 개화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해요.
율곡송을 한번 더 볼까요?
이제 오죽헌 별당, 왼쪽 뒷편의 율곡매를 보죠.
매화꽃이 피었어요.
매화는 중국원산으로 관상용 또는 과일나무로 심는데요,
열매를 매실이라 하기도 하고 오매라고도 부릅니다.
오랜 세월 모진 비바람을 맞으며 견디어 온 고목,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 혹독한 한파가 힘들어서 그런가
꽃은 그리 많이 피지 않았네요.
드문 드문 피어있는 꽃들을 보니, 짠해 집니다.
이 율곡매는 현재 뿌리의 일부만 살아있으며, 줄기도 예전 10분의 1정도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 나무의 수세가 약해진 것은 2017년 봄, 갑자기 잎이 피다가 쪼그라드는 이변이 생겨
회복사업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살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강릉시와 문화재청이 이 율곡매의 현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고 대책회의를 했지만
별다른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과거처럼 풍성하고 화사하게 핀 꽃을 보려고 왔다가,
안타깝고 착잡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돌아섭니다.
집으로 가는 길,
어제각에 들려봅니다.
율곡이 쓴 '격몽요결'과 어릴 때 쓰던 벼루를 보고 난 후, 정조대왕은 이를 돌려보내며
잘 보관하라고 해서 지은 어제각.
율곡이 10세 이전까지 쓰던 벼루에는 움트는 매화가지가 새겨져 있다고 해요.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이, 자신의 학문을 부지런히 갈고 닦으라는 의미라는 거죠.
살구꽃과 목련이 만발한 경내를 둘러보면서,
오죽헌을 떠납니다.
P.S
2021. 11. 8 오죽헌 율곡매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났기에 여기에 인용해봅니다.
'90% 고사' 오죽헌 율곡매 천연기념물 해제 위기 넘겼다'
- 강릉시, 잔존수명 연장 방안 추진
내년 후계목 육성사업도 본격화
해들 거듭할 수록 수목상태가 악화되면서 천연기념물 지정해제가 검토됐던 '강릉 오죽헌 율곡매(栗谷梅)가 지정해제 위기를 넘겼다.
올해 초 나무의 90%가 고사하면서 천연기념물(제484호) 해제위기를 맞았던 오죽헌 율곡매가 잔존 수명을 늘려 천연기념물 가치를 이어가게 됐다.
시와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 등은 생육환경 개선과 뿌리치료 등을 통해 율곡매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율곡매 인근매화나무 유전자 분석 결과 친자로 확인됨에 따라 내년 후계목 육성사업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 앞서 율곡매는 지난 2017년부터 피어나는 꽃이 감소하고 가지가 말라 죽는 등 해를 거듭할 수록 수세가 약해져 회복사업 등을 진행해왔다.
시관계자는 '전국의 전문가들과 만나 자문을 구해 장.단기적으로 율곡매를 살리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며 '
그 결과 올해, 몸통에서 새싹이 자라는 등 회복 기미를 보여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율곡매 살리기를 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율곡매는 1400년경에 심어져 수령600년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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