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눈길을 걷다 - 오대산 비로봉

adam53 2025. 1. 1. 13:03

2024. 12. 31

금년도 마지막날의 송년 산행은 평창 오대산입니다.

09시 20분

오대산 상원사주차장.

상원사로 가는 도로는 말끔히 정비를 했습니다.

포장도로처럼 깔끔해서 걷기에 아주 좋군요.

관대걸이를 지나고

줄지어 서 있는 전나무숲길을 걸으며

상원사 입구까지 왔습니다.

상원사는 일단은 비로봉까지 갔다가, 하산길에 들려보기로 합니다.

커다란 돌맹이를 납작 납작하게 깎아서 길에 깔았다고 하지만 지난 4월 초파일에 왔을때만 해도, 울퉁불퉁해서 걸을 때 마다 신경이 무척 쓰였던 길이 지금은 붉은색이 도는 재질로 포장을 해서 편안한 길을 만들었습니다.

10여분 걸었는데 벌써 덥군요.

약간 쌀쌀한 날씨지만 웃도리를 벗어 배낭에 넣고 갑니다.

길옆의 화장실은 동파방지를 위해 문을 닫았습니다.

화장실은 중대사자암에 가면 1층에 있습니다.

계단길이 시작됩니다.

많이도 다녔던지라 이제는 평지처럼 느껴질만도 한데, 오늘 처음오르는 것처럼  계단은 여전히 힘 듭니다.

스님들은 '동안거 백일기도'에 들어가셨네요.

'쉿',   발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지나갑시다.

계단을 올라가 샘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적멸보궁 방향으로 갑니다.

적멸보궁가는 길도 계단으로 되어있지만, 사자암으로 오르는 계단에 비해서는 완만한 편이라 덜 힘든 편입니다.

과거에는 이 길도 큼직 큼직한 돌맹이가 있는 거치른 길이었었죠.

龍眼水 샘은 샘물인데도 물이 얼까봐, 보온재로 꽁꽁 싸매어놓았네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입구까지 왔습니다.

적멸보궁도 하산할 때 들리기로 하고 곧바로 비로봉으로 향합니다.

1.5km를 가면 비로봉이 있지만, 높이가 1,563m인 만큼 결코 쉬운 길은 아닙니다.

오대산 산행은, 상원사주차장에서 시작해서 비로봉을 올랐다가, 상원사 주차장으로 도로 내려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상원사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갔다가 상왕봉을 거쳐서 북대암, 상원사 주차장으로 내려오기도 합니다.

좀 더 걷는다면 진고개에서 동대산을 올라 두로령, 상왕봉, 비로봉을 거쳐 상원사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겨울산행은 상원사 주차장에서 비로봉까지 갔다가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택합니다. 그게 제일 무난한 코스거든요.

오대산은 강원도 평창군, 홍천군, 강릉시에 걸쳐 있습니다.

삼신산으로 불려 온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과 더불어 국내 제일의 명산으로 꼽는 산이기도 하죠.

산의 가운데에 있는 중대(中臺)를 비롯하여 북대, 남대, 동대, 서대가 오목하게 원을 그리고 있고, 산세가 다섯개의 연꽃잎에 싸인 연심(蓮心)과 같다 하여 오대산이라고 부릅니다.

오대산(五臺山)은 주봉인 비로봉(毘盧峰 1563m)을 중심으로 동대산(東臺山 1,434m), 호령봉(虎嶺峰 1,042m), 상왕봉(象王峰 1,493m), 두로봉(頭老峰 1,422m) 등 5개의 봉우리가 있는데요,

봉우리 사이 사이로는 중대(中臺: 지공대), 동대(東臺: 만월대), 서대(西臺: 장령대), 남대(南臺: 기린대), 북대(北臺: 상삼대) 등 5개의 평평한 대지로 둘러싸여 있어 오대산이라고 합니다.

또한 중대, 동대, 서대, 남대, 북대는 각각 문수보살, 관음보살,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 지장보살, 아라한(阿羅漢) 등이 상주하면서 설법하던 곳이라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죠.

12월 15일자로 입산통제기간이 끝난 오대산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폭설이 내린건 아니지만, 아이젠은 신고 가야 할 정도의 눈이 쌓였습니다.

오늘은 쉬엄 쉬엄 느긋하게 걷자고 했지만,

너덜길을 걷는 것도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이 드네요.

평소보다 느긋한 걸음으로 걷는데도 말이죠.

 

1975년 2월에 우리나라 1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국립공원은,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해 생태적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 공원은 서부와 북서부에 선캠브리아기 '변성암'이, 남동부와 동부에는 중생대 '흑운모 화강암'이 널리 분포하고 있어 오대산지구, 소금강산지구, 계방산지구로 구분하는데요,

오대산지구는, 비로봉을 주봉으로 하는 다섯 봉우리가 특징이고,

계방산지구에는 겨울풍경이 아름다워서 年初에 많이 찾는 계방산이 있습니다.

이 지구들은 대부분 평평한 흙산이며, 능선의 경사도 완만합니다.

동쪽에 위치한 소금강산지구는 화강암의 멋진 절경때문에, ‘작은 금강산(소금강)’이라 불리고 있죠.

'심장돌연사 예방 안전쉼터' 팻말 왼쪽에는 쉬어 가라는 벤치가 있습니다만, 오늘도 쉬지않고 걷고 또 걷습니다.

눈밭에서는 쉴 장소가 마땅찮아서, 쉬어가기도 좀 그렇죠.

정상까지 400m 남았어요.

'이까짓거, 그정도의 거리쯤이야' 하면서 힘을 냅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오대산을 찾은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따금씩 한, 두사람 마주칩니다.

눈 내린 겨울산은 아름답습니다.

황량하게 보이는 겨울산을 흰눈이 덮고나면, 갑자기 온 세상이 환해지면서 마음까지도 깨끗해집니다.

걸을 때마다 연신 뽀드득거리는 소리는 또 어떻구요!

깨끗한 세상이 좋아, 추운 겨울날에도 산을 찾아옵니다.

'아고, 힘들어'

정상가까이 다다랐을 때,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와~ , 이게 뭔일이다요.

상고대가 활짝 피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깜짝 선물같습니다.

비록 짧은 거리였지만, 전혀 생각도 안했는데 이리 멋진 모습을 보여주다니...

가슴속이 환하게 밝아옵니다.

정상에 왔습니다.

11시 30분

2시간 남짓 걸렸네요.

오대산 정상은 여늬 산에 비해 주변이 넓고 평평한 편입니다.

막힌 곳 하나없어 조망도 시원스럽구요.

주위를 한바퀴 돌아봅니다.

비로봉 정상에서는 상왕봉과 두로봉, 노인봉과 동대산 능선이 보이죠.

해발 1,563m라서 무척 추울꺼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쪼입니다.

바람도 불지 않아 내려갈 생각을 않고, 자꾸만 머뭇거리며 서성댑니다.

하얀 눈이 그린 풍경에 마음을 다 빼앗겨버렸지요.

눈 쌓인 주변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동안, 같이 온 일행들은 내려가고 혼자 남았습니다.

이젠 내려가야겠습니다.

상왕봉으로 가는 길과

정상석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하산합니다.

정상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올라오면서 보았던 상고대는 그 사이에 다 녹아버렸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매우 미끄럽습니다.

아이젠을 신었는데도 막 미끄러지는군요.

어느정도 내려왔다 싶으면 완만한 능선길을 마주합니다.

공원지킴터를 지날 때는, 산을 다 내려온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적멸보궁 갈림길에 왔습니다.

일부러도 찾아오는 적멸보궁인데, 안들려 볼 수 없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인 적멸보궁.

경남 양산 통도사, 오대산 월정사, 설악산 봉정암, 영월 법흥사 그리고 정선 정암사를 '5대 적멸보궁'이라 하죠.

오대산 '적멸보궁'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해요.

자장은 신라를 불국토로 재편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부처의 정골(頂骨)과 불사리 100과를 가져왔다고 하며, 당시 신라 각지역에 불사리를 나누어 봉안하면서 보궁들을 창건했다고 전해집니다.

건물 뒷편으로 돌아가면 높이 84㎝의 비석이 서 있는데요, 비석면에는 5층 목탑의 형상이 돋을새김 되어 있으며, 사리탑의 상징물이라 보여진다는데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없어 자세히 보질 못합니다.

5대 적멸보궁 중 다른 곳은 사리를 안치한 위치가 분명하지만, 오대산의 보궁은 어느 곳에 부처님 사리가 안치되어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합디다.

너무 지체한 것 같아 급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적멸보궁으로 부터 600m 쯤 거리에 있는 중대 사자암까지 왔습니다.

'중대 사자암(中帶 獅子庵)'은 적멸보궁의 관리와 예불을 위한 노전[爐殿] 을 말하는데, 대웅전과 그 밖의 법당을 맡아 보는 임원의 숙소역할을 하는 곳으로, 보궁의 爐殿僧(노전승)이 거처하는 곳이라 해요.

내려가는 길에 상원사를 들려갑니다.

상원사로 가는 길은 산길이라서, 길이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사실 산길이 다 그렇죠, 뭐.

상원사에 왔습니다.

상원사는 6·25전쟁 때 오대산에서 불타지 않은 유일한 절이라 하죠.

월정사와 함께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세웠는데,

성덕왕 4년(705년)에 중창하였으나, 1946년에 불타 1947년에 새로 지은 절이라 합니다.

삼국유사에는 7세기 선덕여왕 때의 고승 자장율사가 문수보살 신앙의 중심지인 중국 오대산(우타이산)에서 수행하던 중, 신라에도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지가 있으니 찾아보라는 계시를 받았는데 그곳이 바로 여기 오대산이였답니다.

동대 만월산(滿月山)에는 1만 관세음보살, 남대 기린산(麒麟山)에는 8대보살과 1만 지장보살, 서대 장령산(長嶺山)에는 무량수여래(아미타불) 1만 대세지보살, 북대 상왕산(象王山)에는 석가여래와 5백 아라한, 중앙 풍로산(風爐山)에는 비로자나불과 1만 문수보살이 항상 머무는 성지라서 월정사를 비롯한 절들이 오대산에 들어섰다고 해요.

 

상원사 영산전(上院寺 靈山殿)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4호입니다.

영산전은 정면3칸, 측면 2칸의 맞배집으로, 1946년 화재가 났을 때 유일하게 화마를 피한 전각으로 오대산 내에서 가장 오래되었답니다.

법당에는 석가 삼존상과 16나한상이 봉안되었는데,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서 설법하시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서 '영산전'이랍니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는 영산전 석탑(靈山殿 石塔)은, 기단부터 상층부에 이르기까지 탑 전체가 여러가지 무늬와 불상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심하게 파손되어 탑신의 형체를 알 수 없고, 층수마저도 파악되지 않은 채 보전되어 있는데요,  

기단에는 구름, 용, 연꽃 등의 무늬와, 탑신에는 통일신라 양식의 불상이 한 면에 4존씩 조각되어 있지만, 복원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손상된 상태입니다. 

상원사를 나와서 관대걸이까지 왔습니다.

관대걸이에 대한 설명문은 한번 읽어보고 가요.

13시 10분

관대걸이는 사실상 오대산 산행의 시작점이기에 오늘의 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오늘은 6.9km를 걸었습니다.

4시간 가까이 걸었구요, 평균속도는 1.7km였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새해가 시작됩니다.

블로그 '발자욱'을 방문하시는 여러분 모두 다, 새해에는 더욱 더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산행코스: 상원사주차장 - 중대사자암 - 비로봉 - 적멸보궁 - 상원사 - 상원사주차장(6.9km, 3시간 50분.  평균속도 1.7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