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이 겨울, 흘림골 눈길을 걷다.

adam53 2024. 12. 26. 12:44

2024. 12. 24

흘림골로 갑니다.

숲이 짙고,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남설악 흘림골.

폭포와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룬 골짜기로, 남설악 최고의 단풍명소로 손꼽히는 그곳 '흘림골로 갑니다.

한계령 고갯길을 굽이 굽이 돌아가는 버스 창밖으로, 설악산 특유의 암봉이 불쑥 불쑥 나타납니다.

09시 25분

흘림골 탐방지원센터앞에서 하차했습니다.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 1-71에 위치한  흘림골 탐방지원센터는, 오색탐방지원센터에서 한계령휴게소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지금처럼 탐방객이 별로 없는 계절에는 현장 접수 후 들어갈 수 있긴 합니다만,

흘림골 탐방은 '국립공원예약시스템'에서 인터넷 사전예약을 해야 합니다.

한사람이 10명을 예약할 수 있죠.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기 전, 눈이 내린 탐방로를 보면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아예 아이젠을 장착한 후 출발합니다.

탐방지원센터 맞은 편 산에는, 구멍뚫린 기암(奇岩)이 시작부터 가슴 설레이게 하는군요.

산행하기 전 화장실에 들리려면, 탐방지원센터 앞 한계령방향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가면 있습니다. 

몹시 추울꺼라고 예상을 하고 왔는데, 의외로 큰 추위는 없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다가, 계곡 양 옆이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는 때문이기도 해요.

흘림골의 등산로는, 계단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흘림골 탐방이 제한된 적이 있었죠.

2015년 8월 낙석사고가 발생한 이후 계속 출입을 통제했는데,

흘림골의 단풍을 못 잊는 등산객들을 위해, 2016년부터 단풍철에 한해서 대체 탐방로로 '만경대' 구간을 개방하기도 했었습니다.

만경대는 자연적으로 개설된 탐방로였었는데 1970년 국립공원지정을 앞두고 폐쇄했다가, 낙석사고 발생으로 흘림골을 일시 폐쇄하면서 가을 단풍철 2달 동안 만경대 코스를 개방했었습니다.

만경대를 폐쇄한지 46년이 지난 2016년 10월에 개방을 하자, 만경대를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만경대코스는 그야말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었죠.

그러다가 7년간의 보수와 보완 공사를 마치고, 안전한 등로를 확보하여 2022년 9월 6일 흘림골을 재개방했는데요,

흘림골은 주전골을 포함하여 가을 최고의 단풍 산행지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또한, 남설악의 큰 골 가운데 가장 수려한 계곡으로, 오색약수터에서 십이폭까지 이어지는 계곡의 아름다움도 일품인 건 말할 것도 없죠.

20m 높이의 '여심폭포'가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09시 55분

왜 '여심폭포'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가는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운영정책 위반'이라면서 daum 관리자가 블로그를 삭제할까 봐 말 못합니다. 대신 전망대에 있는 안내판을 참고로 그 유래를 미루어 짐작하시기 바랍니다.

전망대에서는 폭포만이 아니라, 건너편 바위산의 멋진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전망대를 지나 등선대로 올라가는 길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는 경쾌한 음악같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눈 덮힌 너덜길을 올라서 등선대 쉼터에 왔습니다. 

10시 10분

바람이 불어대는 군요.

전망대가 있는 왼쪽 봉우리로 올라갑니다.

등선대로 가는 길에 보이는 암봉들은,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합니다.

안전하게 오르고 내려갈 수 있게 만든 디딤판.

이건 잘했다고 칭찬해줘야 해요.

전망대가 가까워질 수록 바람은 더 거세게 불어댑니다.

여기에만 오면, 바람이 이리도 심하게 분다니까요!

해발 1,202미터의 등선대.

남설악 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장관입니다.

사방으로 펼쳐진 기암괴석이 만(萬)가지 모습으로 보인다는 만물상을 비롯해서

병풍처럼 펼쳐있는 칠형제봉

한 점 산수화같은 이 모습을 보려고, 태풍같은 바람이 불어도 등선대를 오릅니다.

흰 눈에 덮힌 암봉들은 오늘따라 더 멋져보입니다.

흘림골에 온다면, 등선대는 꼭 올라가 봐야 해요.

登仙臺는 신선이 하늘로 오른다는 뜻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귀떼기청봉'과 '끝청'

한계령휴게소와 대청봉등산로도 조그맣게 보입니다.

등선대를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이 바위도 예술이에요.

세찬바람에 소나무 가지들은 한쪽으로 쏠렸네요.

두 뺨이 얼얼한 상태로 내려옵니다.

 

10시 30분

데크에 벗어놓았던 배낭을 둘러메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주차장까지 4.6km 남았군요.

눈길 닿는 곳 마다 그림입니다.

길고 긴 계단을 내려가면서 앞을 보아도

눈길을 사로잡는 암봉 들.

등선대에서 내려가는 길은 많이 가파릅니다.

그래서 한번 뒤돌아 보았지요.

이런 곳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내려가야 합니다.

낙석구간에는 철망으로 터널을 만들었습니다.

흘림골의 낙석방지 안전시설 보강은, 45억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탐방로를 거의 새로 설계하다시피 했다고 하죠.

등선폭포까지 왔습니다.

하늘로 올라가기 전, 신선이 여기에서 깨끗이 씻고 등선대에 올랐다는 '등선폭포'는 한 겨울 추위에 꽁꽁 얼었습니다. 

이쪽을 보고 저쪽을 봐도, 눈에 보이는 奇巖怪石(기암 괴석)들

출렁이는 출렁다리를 건너고

눈을 들어 위를 쳐다보면 발걸음은 더디어만 갑니다.

자연이 만든 웅장하고 신비로운 바위들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거든요. 

나뭇잎 다 떨어져 휑한 겨울에도 멋진 흘림골

단풍이 들었을 때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다시 또 낙석방지용 터널을 지납니다.

바위 하나가 자꾸만 눈에 들어와, 철망 사이로 내다봅니다.

터널에서 철망사이로 보았던 그 巖峰(암봉).

흘림골의 바위 하나 하나는 그야말로 작품입니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흘림골은 먼동이 트기 직전의 모습이구요.

눈이 있어 앉아 쉴 수도 없고, 

응달 진 등산로는 썰렁합니다.

고갯마루에 올라섰습니다.

11시 10분

12폭포쉼터입니다.

이태전에 왔을 때는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갔었는데, 그늘이 진데다가 눈밭이라서 더 내려가기로 합니다.

아직 점심시간이 안 되었기도 해요.

쉼터의 뒷산도 바위산입니다.

퍼즐을 하나 하나 맞춰놓은 듯한 바위

열두번 굽이 흘러 폭포를 이루었다는 '십이폭포'.

12폭의 비단폭같이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물보라를 일으키며 흐르는 모습이 장관인 '12폭포'도 추위에 얼어붙었습니다.

11시 15분

주전폭포교(鑄錢瀑布橋)를 건넙니다.

주전폭포가 있어 그런 이름을 가졌겠지만,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는 이 겨울에 폭포는 볼 수 없습니다.

흘림골 계곡은 천불동계곡, 수렴동계곡과 함께 설악산 3대 계곡으로 그 중에서도 접근성이 가장 용이하고, 적당한 산행거리와 한국의 장가계라고 부를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설악산 최고의 산행지입니다.

산행거리도 오름이 1.2km, 계곡의 내림이 5km, 총 6.2km 되기에, 3시간이면 충분한 산행지입니다.

앞부분에서 언급했듯이 계단이 주를 이루고 있어 그다지 위험한 코스도 아니구요.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눈이 쌓이면, 눈꽃 산행지로도 좋은 곳입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긴 긴 계단길을 걷기에 안전하기도 하죠.

용소폭포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주전골로 가죠.

주전골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그리 부른다고도 하고, 옛날에 이 계곡에서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주전(鑄錢)골'이라고도 해요.

오늘도 '주전골 용소폭포는 다음에 봐야지'하고 그냥 갑니다.

자꾸만 꾀를 부리게 되네요. 추워서 그런가 봐요. ㅎ

눈이 내렸음에도 '산불감시초소'에는 산불감시를 게을리하지 않고 직원이 지키고 있어요.

금강문을 지납니다.

금강석처럼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부처의 지혜를 배우고자 들어가는 문을 불교에서는 금강문이라 하는데, 잡귀가 미치지 못하는 강한 수호신이 지키는 문이라고 하죠.

11시 50분

햇볕이 내리쬐는 양지바른 곳에서 요기를 합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쉬지 못했기에, 점심식사를 핑계로 쉬어가는 거죠.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에도 그림같은 풍경은 계속됩니다.

12시 

제2약수교를 지납니다.

'오색약수터'가 말라버리자 새로 개발한 제2약수터입니다만, 제2약수터에서도 약수물은 마실 수가 없군요.

주전골 입구의 독주암 모습도 감상하고 갑시다.

정상부분에 한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좁다고 해서 홀로 독(獨), 자리 좌(座)를 써서 독좌암이라 부르다가 지금은 독주암으로 부르는 저 암봉.

성국사橋를 건너면 성국사가 있습니다.

법당 문은 바람 한 점 들어오지 못하도록 비닐로 완전 무장을 했습니다.

보물 제497호 오색리 삼층석탑도 보고가요.

성국사에서 오색약수터까지는 무장애 탐방로.

평지길인데다가 걷기 좋게 만든 편안한 데크길입니다.

고래바위교를 건너고

상수도를 관리하는 곳까지 왔습니다.

주전골 등산로로 가는 문을 나선 후

약수터 다리를 건너고 

음식점들이 있는 거리를 지나면서 흘림골 산행도 끝납니다.

두갈래 길이 있는데요,

좌, 우 어느길로 가도 주전골로 갑니다.  2개의 길은 서로 만나거든요.

12시 30분

오색주차장까지 걸어 왔습니다.

주전골을 들리지 않았기에 램블러는 5.8km를 걸었다고 해요.

3시간을 소요했구요, 평균 1.9km 속도로 걸었답니다.

남설악지구의 점봉산 자락에 있는 아름다운 계곡, 흘림골 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오색주차장에는 깨끗한 화장실이 있어서 좋군요.

산행코스 : 흘림골탐방지원센터 - 여심폭포 - 등선대 - 등선폭포 - 십이폭포 - 용소폭포삼거리 - 성국사 - 국립공원오색분소 - 주차장 ( 5.8km, 3시간 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