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국립공원을 비롯해서 이름이 알려진 많은 山들은, 산불예방을 위한 입산통제를 합니다. 그러므로 산행할만한 곳이 많지 않아 오늘은 입산통제를 하지 않는 양평 '백운봉'으로 갑니다.
양평읍 연수리, 보릿고개마을 버스종점에 도착했습니다.
10시 45분
스틱을 펴고, 신발끈을 조이며 산행준비를 하고
마을길로 들어갑니다.
며칠전에는 첫눈 답지않게 많은 눈이 내렸었죠.
날씨가 풀리면서 눈이 녹았다지만, 그늘진 응달에는 잔설이 남아있습니다.
여기는 별장 마을인가 봅니다.
줄줄이 이어져 있는 집 대부분은 별장인 듯,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집 마당으로 들어가는 출입문마다 자물쇠가 채워져있습니다.
펜션 '마운틴밸리' 안내판까지 걸어오자 눈앞에 보이는 '외부차량 진입불가'표지판,
그래서 오른쪽길로 가 봅니다.
너 나 할것없이 이 길이 맞다고 확신하며 길 따라 안으로 안으로 걸어갔었죠.
그리고 높다랗게 쳐진 골프연습장 파란그물을 보며 산길로 접어드는데, 뒤에서 소리칩니다.
'그 길이 아니니까 돌아서세요~'
저멀리 보이는 백운봉은 흰눈에 덮혔습니다.
다시 되돌아 온 '외부차량 진입불가' 안내판 앞에서 허탈하게 웃습니다.
'외부인 출입불가'가 아닌 '외부차량 진입불가'인데, 잘못 판단했던 거죠.
--------- 이 지점에 이정표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랬다면 처음 온 사람들은, 우리처럼 엉뚱한 길로 가지 않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백운암 옆길로 갑니다.
울타리옆으로 백운봉을 가르키는 이정표가 보여요.
울타리가 끝날 때쯤,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물이 제법 많군요.
물속의 돌맹이는 미끄러운데, 빙 돌아서 갈 다른길은 없습니다. 무조건 개울을 건너야 해요.
조심 조심 한사람씩 건너갑니다. 바짝 신경이 쓰이는 군요.
대부분의 등산객은 연수1리에서 백운봉으로 가지 않는가 봅니다.
많이 다니는 길이라면 등산로를 정비했겠죠.
눈이 내리면서 바람도 거세게 불었나 봐요.
소나무 가지가 많이 부러졌습니다.
온통 돌맹이뿐인 너덜길을 걷고
작은 도랑도 건넙니다.
가랑잎 아래에도 돌이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가랑잎이 덮혀서 잘 모르고 가는 것 뿐이죠.
몇십년은 되어 보이는 제법 굵은 소나무도, 폭설을 이기지 못해 부러졌어요.
유독, 등산로에만 부러진 나무가 많네요.
백운봉 가는 길은 계곡을 끼고 올라갑니다.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어 가다가 그대로 얼어버린 계곡길에는, 찬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조금 쌀쌀하군요.
길이 아주 나쁩니다.
나빠도 아주 많이 나빠요.
계곡이라고는 하지만 돌맹이가 많은 山이구요.
사람들이 다니게끔 만든 길에 다다랐습니다.
이정표를 보고 백운암을 가르키는 쪽으로 갑니다.
'백운봉'을 가르키는 팻말이 없기에 길따라 가는 거죠.
등산로에 넘어진 소나무를 피해가며 간신히 올라가고
길 따라 계속갑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러다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백운봉은 왼쪽으로 가야하는데, 우리가 북쪽으로 가면 백운봉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게 아닌가?
내리막길을 가다가 되돌아서서 한마디씩합니다.
이건 아무래도 잘못 접어든 길이야 !
우왕 좌왕하는 그 때, 산대장의 전화가 옵니다.
'이정표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와요. 계곡으로 쭈욱 올라갑니다. 그리로 가도 되지만 많이 돌아가거든요.'
그래서 되돌아섭니다.
오늘은 이래 저래 2번이나 알바를 하는군요. 한시간 가까이를...
처음으로 왔기에 그럴 수도 있다지만 무엇보다도, 길 안내를 해야하는 이정표가 문제입니다.
되돌아와서 다시금 이정표를 확인했지만, 백운봉을 가르키는 건 없습니다.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백운봉' 표시를 해 줬더라면 이렇게 헤매지않아도 될텐데...
맨 뒷사람 발 오른편으로 보이는 내려가는 길이 좀 전에 갔다가 되돌아온 길이구요.
계곡으로 가는 머리위로, '백운봉' 노란리본이 하나 달려있습니다.
좀 더 세심하게 살폈더라면 이 리본을 발견했을텐데, 모두 다 처음이라 헤맵니다.
'쉬자파크'는 우리말 그대로 쉼을 주는 공원으로써 맑은 공기, 깨끗한 숲과 더불어 숙박과 치유, 체험과 교육이 함께 하는 전국 최초 산림문화 휴양단지라고 합니다. 용문산 자락에 위치한 쉬자파크는 공원에서는 휴식을, 치유센터와 치유숲길에서는 치유를, 초가원과 치유의집에서는 숙박을, 산림교육센터와 유아숲체험원에서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며,
백운봉을 잘 아는 이들은, 이 쉬자파크에 주차를 하고 백운봉을 다녀 온다고도 합니다.
작은 도랑을 건너서도 너덜길은 계속됩니다.
아마도 정상까지 가는 길 내내 이런 길이지 싶습니다.
눈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단풍잎이 꽃처럼 보이는 아침나절.
폭설에 쓰러진 나무사이로 어렵게 어렵게 빠져나갑니다.
이 산에만 소나무들이 이리도 많이 쓰러졌을까요?
첫눈이 내렸을 때 서울, 경기지역은 40~50cm의 눈이 내렸다던데 여기처럼 많은 소나무들이 쓰러지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덩굴식물이 뒤엉킨 험한 길을 가다가
작은 개울을 건넜을 때, 우리를 기다리는 산대장을 만납니다.
그도 이 백운봉은 처음일진데, 주변을 세심히 살펴다가 리본을 발견하고서 일행들을 인도한 것 같습디다.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백운봉이 보입니다. 저기를 가야해요.
개다래나무가 얽혀있는 사이로 빠져 나가는 것도 쉽지 않군요.
나뭇가지에 배낭이 걸려서 기다싶이 합니다.
12시 30분
앞서가던 일행 몇몇은 점심을 먹고 간답니다. 시간도 그렇지만 양지바른 곳이라 춥지 않다구요.
일단은 좀 더 가 봅니다.
숯가마터를 지나서 마주친 또 다른 일행들
"그냥 여기서 점심먹고 가요. 위에는 더 추울꺼니까요."
그래서 비탈진 불편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도시락을 꺼냅니다.
양평군 용문면, 옥천면, 양평읍에 걸쳐있는 백운봉은 용문산 줄기의 남쪽 끝에 위치한 암봉인데, 하늘을 찌를듯 뾰죽한 모습이라 경기의 '마테호른'이라 한답니다.
4,478m의 마테호른.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지대에 걸쳐있는 그 산에 비할 수가 있겠습니까만, 삼각뿔 모양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그리 부르는가 봅니다.
백운봉 정상에서는 남쪽으로 남한강과 양평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북으로는 양평 최고봉인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능선을 볼 수 있다니까 이따가 올라가서 보자구요.
급경사로 솟아오른 봉우리이기에 서쪽으로는 함왕골, 동으로는 연수리 계곡을 품고 있으며, 양평읍과 접해 있어 대중교통으로 접근도 용이해 사시사철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이라고 하죠.
정상을 앞두고 급경사 산길이 시작되었습니다.
눈까지 쌓인 길이라 밧줄을 잡으며 올라갑니다.
밧줄구간은 끝이 없는 듯이 이어지고,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합니다.
추워서 두뺨은 얼얼하지만, 애를 쓰며 올라온 탓에 등어리에는 땀이 납니다.
능선에 다 다랐을 때 왼쪽에 보이는 돌무더기.
山城인가 봅니다.
길 오른편에도 산성으로 보이는 돌벽이 있습니다. 이게 함왕산성 일부는 아니겠죠?
함왕산성은 용문산의 험준한 지세를 이용해서 쌓은 산성인데, 사나사 계곡쪽에 석축을 쌓았으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거기까지 거리도 상당하니까 함왕산성은 아닐테고 궁금증이 더해갑니다.
백운봉은 1km 남짓 거리에 있답니다.
연안봉으로도 간다네요.
백운봉으로 가는 길은 눈이 쌓였습니다.
아이젠을 장착할 정도는 아니구요.
또다시 가파른 길을 올라갑니다.
고도감이 상당한데도 사진에는 그저 그만한 정도로 보이는군요.
뒤돌아서서 찍어도 그저 밋밋한 정도로 보입니다.
능선에 올라서기까지 뻣대고 왔더니 종아리가 뻐근합니다.
혹시나 쥐가 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왼쪽편에 백운봉 봉우리가 보이는 군요.
2개의 봉우리 중 왼쪽이 백운봉입니다.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백운봉까지 700m 남았대요.
계곡길이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는데, 이제야 눈앞이 시원해집니다.
양평 용천리의 마을도 보이고
용문산 가섭봉도 보입니다.
가을이 가버린지 한참이나 된 계단을 오릅니다.
철계단도 오르구요.
계단 중간에 서서 바라보면, 용문산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13시 50분
눈앞에 보이는 저 봉우리를 올라가야 해요.
나뭇가지 사이로 정상석이 조그맣게 보입니다.
눈이 있는 나무계단과
철계단을 또 오르고
암벽사이 길 끝에는 백운봉 정상입니다.
14:00시
해발 940m의 백운봉에 올랐습니다.
참 힘들게 올라왔습니다.
2번이나 알바를 하고, 너덜길과 눈 쌓인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올랐기에 사진 한 장 찍어봅니다.
막힘하나 없는 정상에서의 조망은 정말 좋습니다.
장쾌하게 뻗어나간 산 줄기들
보석처럼 하얗게 빛나는 마을들을 보면 속이 뻥 뚫린 느낌입니다.
정상에는 통일암 石壇도 있습니다.
백두산 천지에서 흙과 바위를 가져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여기 백운봉에 세웠답니다.
백운봉 정상에는 2개의 전망대도 있어, 백패킹의 좋은 장소라는군요.
기다란 뱀처럼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도 보입니다.
태조 이성계가 '용이 날개를 달고 드나드는 산'이라 해서 '용문산'이라 했다는, 용문산의 유래를 적어놓은 등산안내도
특이하게도 백운산 전망대 기둥에는 온도계가 있습니다.
현재 기온은 2도라지만 햇살은 따스하게 내려쪼입니다.
이젠 내려가야겠습니다.
내려가는 길도 매우 가파릅니다.
계단 한켠에 놓인 돌맹이는 왜 거기에 있을까요?
참나무들이 점령한 산에는 가랑잎만 수북히 쌓여있고
어쩌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서 가는 길에는 적막감만 가득합니다.
바스락거리며 밟히는 가랑잎 소리뿐.
은행잎 모양의 안내판.
용문산 용문사하면 은행나무가 연상될 정도로, 용문사에는 수령 1,1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죠. 우리나라 은행나무 중에서 제일 크고 제일 오래된 나무인데요,
용문사 은행나무는 전해오는 얘기도 많습니다.
나무를 자르려고 톱을 대자 그 자리에 피가 났다는 얘기, 정미의병(1907년) 항쟁 때 일본군이 용문사에 불을 질렀는데 이 나무만 타지 않았다는 얘기, 6.25가 발발하기 전에는 구슬피 울음소리를 냈다던가, 쌀 한 말을 바치고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
또, 고종이 승하했을 때는 큰 나뭇가지 하나가 뿌러졌다던가, 나라에 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소리를 내어 알렸다고도 하는 얘기가 전해지는 아주 아주 유명한 나무입니다.
1.6km를 가면 두리봉이 있다는데, 그리로 갔다가는 하산시간이 너무 늦을까봐 휴양림쪽으로 내려갑니다.
왼쪽엔 눈, 오른쪽엔 가랑잎으로 구별되는 산등성이로 올라가면 두리봉으로 간다고 해요.
길고 긴 계단을 내려갑니다.
꽤 가팔라요.
내려올 때 보이는 저 시설물들은 뭔가 궁금해서 발걸음을 빨리합니다.
백년약수터군요.
이쪽 등산로에도 소나무가 많이 넘어졌네요!
나무계단을 가로질러 넘어진 곳도 있습니다.
소나무는 뿌리가 깊지 못해 폭설과 강풍에 잘 부러질뿐만 아니라 뿌리채 뽑히는 경우도 많죠.
터덜 터덜 너덜길을 걸어오며
벤치에 앉아 쉴 여유도 갖지 못하고
소나무가 또 넘어졌어요.
양평은 눈 피해가 정말 심하군요.
겨울은 점점 깊어만 가고
날씨도 점점 추워만 가는 오늘의 산행도 끝나갑니다.
양평 백운봉자연휴양림에 도착했거든요.
양평군 양평읍 약수사길 78-14의 양평 백운봉 자연휴양림은 산림휴양관, 숲속의 집, 야영장, 다목적운동장, 산책로, 등산로 등의 다양한 산림 휴양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봐 온 휴양림보다는 규모가 아주 작은 편입니다.
마을 바로옆에 있어서 접근성은 좋네요.
휴양림 주차장 가까운 곳에는 작은 절도 보이고...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15:30분이네요.
그래서 오늘의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오늘 걸은 거리는 8.1km였습니다. 4시간 40분이 소요되었구요. 평균속도는 1.7km였답니다.
산행코스: 연수리 - 쉬자파크 갈림길 - 숯가마터 - 정상 - 두리봉 갈림길 - 백운봉 자연휴양림주차장 (8.1km, 4시간 40분)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토왕성폭포'를 가다. (0) | 2024.12.11 |
---|---|
겨울로 가는 대간길을 걷다 - 삼척 덕항산 (0) | 2024.11.20 |
가을은 갔네 - 가평 운악산 (0) | 2024.11.10 |
깊어가는 가을, 대둔산을 가다 (0) | 2024.11.04 |
가을산행은 즐겁다 - 원주 감악산 (1) | 2024.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