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0
괴산 칠보산으로 떠나는 아침
하늘은 뭉게구름이 뭉게 뭉게 가득히 떠가지만, 오늘도 더위는 만만찮을 것 같습니다.
여름날의 햇빛에 곡식은 여물어가고 과일은 영글어간다고 하지만, 더워도 너무 더워서 이제는 제발 그만 더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10시 20분
떡바위 들머리에 도착한 후, 뒷편의 계단을 내려갑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내려다 본 개울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물이 그리 많지 않군요.
여기도 비 한방울 안 왔는가 봅니다.
지난달 7월 23일 지리하던 장마가 끝나고 난 후, 근 한달 가까이 가뭄이 계속되고 있어 大地는 빠짝 말라서 먼지만 풀풀 날립니다.
나무도 풀도 말라 죽어가고, 농작물도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때문에 죽어갑니다.
간간히 비 라도 내리면 좋을텐테 아니 흐리기만 해도 좋을텐데 그러기를 커녕, 기온은 35도를 기본으로 하고 37~38도를 오르내리며 열대야도 한달 가까이 지속됨으로 인해 잠 못자는 밤이 계속됩니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물 부족도 심각합니다. 강릉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댐의 저수율은 30%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농업용수 공급을 중단하고, 아파트단지를 비롯한 지역 유관기관과 일반 시민에게도 물 아껴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 많은 비가 오지 않는다면 부득히 제한급수를 할 수 밖에 없답니다.
바다를 끼고있는 영동지방은 내륙지방보다 평균 5도가량 기온이 더 낮아서 여름철은 시원했지만, 온실가스로 인한 이상기후는 영동과 영서지방의 기온차이도 없이 올해는 같은 기온이 되었으며, 중부와 남부지방에 자주오던 소나기도 영동지방만은 오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비가 오지 않은 칠보산 등산로는 먼지만 날립니다.
덥기는 또 왜 이리 더울까요?
바람도 더위에 지쳐서 살짝 불다가는 이내 그쳐버립니다.
촉촉히 젖은 땅을 밟으며 산행하면 우리네 마음도 촉촉해 질텐데, 아침부터 푹푹 쪄 대는 건조한 공기에 물만 자꾸 들이킵니다.
푸르름이 가득한 산이였다면 길가의 바위도 근사하게 보이련만, 땅이 메마르다 보니 모가지를 쑥 뺀 거북이처럼 생긴 바위도 그저 심드렁하게 여겨집니다.
칠보산은 꽤 오랜만에 와 봅니다. 2018년도 6월에 왔었죠.
그때도 더워서 헉헉 대며 올라갔었는데, 더위가 막바지에 접어 든 오늘도 헥헥거리게 합니다.
그나 저나 떡바위는 어디에 있답니까?
시루떡처럼 생겼다고 떡바위라 한다는데, 도무지 찾을 수 가 없네요.
작은 안내문이라도 있었음 좋지 않을까요?
청석재에 다달았습니다.
지금부터는 능선길을 걷습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전망대로 가는 계단이 연결되어 있어 아래로 내려가 봅니다.
바위 뒤는 낭떠러지라 위험하다고 철책을 둘러쳤군요.
전망대에서 바라 본 앞산
저 산 이름은 뭘까? 검색을 해봐도 도무지 알 수 가 없어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이 바위를 보고 또 보면서 뒤돌아섭니다.
괴산군 장연면과 칠성면의 경계를 이루는 칠보산(778m)은 일곱개의 봉우리가 보석처럼 아름답다하여 '七寶山'이라 합니다.
불교의 무량수경, 법화경에 나오는 일곱가지 보배 금, 은, 파리, 마노, 거거, 유리, 산호 등 일곱가지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고 '七寶山'이라 부른다죠.
예전엔 ‘칠봉산’이라고도 불렀답니다.
그리고 일곱개의 봉우리는 실제로는 열다섯개 정도의 크고 작은 봉우리로 되어 있다고 해요.
바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힘들거나 위험한 산은 아닙니다.
칠보산은 규모는 작아도 기암괴석이 곳곳에 있어 고사목과 노송이 암봉과 조화를 이루는, 그림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그런 산입니다.
평평하고 너른 바위에 왔습니다.
사방이 막힘없어 조망이 시원스런 이 곳에서 한숨 돌려봅니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
바위 위의 소나무가 한폭의 그림입니다.
가냘픈 줄기에서 피어난 단아하고 깨끗한 '산원추리'가 환한 얼굴로 반겨주네요.
비를 흠뻑 맞은 것처럼 듯 땀에 젖어 추레해진 몰골에 기분도 꿀꿀한데, 노란색의 산원추리가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산원추리는 큰원추리, 애기원추리, 왕원추리 등 원추리 중에서도, 군더더기 하나없이 깔끔하게 생긴 제일 예쁜 원추리입니다.
12시 10분
정상입니다.
떡바위에서 여기까지 2.7km 밖에 안되는데도, 더위속에서 산행하느라 온몸의 수분은 땀으로 몽땅 배출된 듯 합니다.
더워도 무지 무지 덥네요.
함께 모여서 사진을 찍어봅니다.
이렇게 같이 사진을 찍은 날도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군요.
12시 30분
일단은 요기를 하고 가야죠.
정상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여럿이 점심먹기에 딱 좋은 장소가 있습디다.
절말주차장으로 내려갑니다.
칠보산 산행코스는 거의 다 이렇게, 떡바위에서 출발해 절말로 내려가죠.
하산길의 풍경도 예쁩니다.
쌍곡계곡에서 발을 담글 수도 있다고 한여름에 칠보산을 찾지만, 사계절 어느 때라도 칠보산은 걷기 좋고 순한 산입니다.
이 평평한 바위도 사진찍기 좋은 장소이구요.
가다가 뒤돌아 보면 바위옆으로 보이는 계단
무심히 앞을 보면 모든 게 그림같은 곳
활목재까지 왔습니다.
각연사로 가는 갈림길이지만, 우리는 절말로 내려가야 해요.
계곡까지 내려왔는데 이런,
생태계 보호를 위해 계곡은 들어갈 수 없답니다.
칠보산은 쌍곡계곡이 널리 알려져 있죠.
작은 금강산이라고 부르는 쌍곡계곡은 호롱소, 소금강, 떡바위, 문수암, 고쌍벽, 곡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곡장암 등 구곡을 이루며 푸른 숲과 기암절벽 사이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괴산 팔경의 명승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오늘 이 쌍곡계곡은 오랜 가뭄탓으로 수량(水量)은 그저 그렇습니다.
이 동네도 물부족으로 애먹을 것 같군요.
쌍곡폭포를 들려봅니다.
20m거리에 있거든요.
폭포주변은 절벽이라 위험해서 가까이 가지 말고, 위에서 내려다보라고 전망대를 설치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쌍곡폭포입니다.
'雙谷瀑布'는 쌍곡구곡 중 제7곡으로, 8m정도의 반석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여인의 치마폭처럼 펼쳐진 약 660평방미터의 넓이로 흘러,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의 시원함을 주는 폭포라고 해요.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車道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곤 포장도로 오른쪽으로 갑니다.
여기는 절말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종착지에 왔습니다. 그래서 칠보산 산행도 여기서 서둘러 끝냅니다.
천천히 주위의 풍경도 보면서 느긋하게 산행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땀에 젖어 몸에 칭칭 감기는 옷때문에 경치를 감상할 여유도 없이, 한시라도 빨리 내려가서 옷을 갈아입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기에 아름다운 칠보산은 대충 둘러본 느낌입니다.
뭔가 많이 아쉬운 생각이 드는군요. 자주 오는 곳도 아닌데 말이죠.
바람도 없이, 사람을 싹 잡을 것처럼 무더웠던 칠보산 산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산행코스 : 떡바위 - 청석재 - 칠보산 - 활목재 - 쌍곡폭포 - 쌍곡식당( 8.5km, 4시간 20분 소요. 평균속도는 2.0km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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