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늦여름의 강릉 모산봉

adam53 2024. 9. 1. 09:17

2024. 8. 27

아직은 더위가 물러갈 생각을 하지않는 8월말.

왠일로 비가 올 것 처럼 잔뜩 흐린 저녁무렵에, 강릉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모산봉을 찾았습니다. 해발 105m의 모산봉은 시민들이 애정하는 산이며, 안산(案山)이기도 하죠.

'案山'이란, 혈 앞에 가까이에 있는 낮고 작은 산을 말하는데요,

주산(主山)이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면, 안산은 혈 앞에서 바람을 막아 주거나 물이 치고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은 마치 책상이나 밥상[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모양이라서 안산이라 하는데, 혈이 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으로 보는 거죠.

主山이 뒤에 있어 잘 보이지 않은 대신, 안산은 앞에 있어 더 자주 보이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안산의 모양이 어떠한가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도 한다고 해요.

강릉샘물교회와 한국폴리텍3대학 사이의 길로 갑니다.

한국폴리텍대학과 착한사랑요양원의 사잇길로 가면, 길 오른편 아래에 시립복지원이 있지만 그냥 그대로 쭈욱 직진합니다.

강릉시 치매노인요양시설 건축공사장 옆을 지나갑니다.

건물이 거의 다 완공되어 가는군요.

갈림길에서도 직진합니다.

성불사와 진재골추어탕 방면으로 1분 정도 가면 모산봉 들머리가 보입니다.

모산봉 들머리.

표지판을 좀 더 산뜻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한동안 오지 않았더니 그 사이에 신발 먼지털이기를 설치했네요.

우와 ~

참 잘했습니다. 이런 건 쓰담 쓰담, 토닥 토닥 칭찬해줘야 해요.

올라가는 길에는 통나무계단을 설치했지만, 사람들은 그 옆으로 길을 내며 지나다니죠.

계단과 계단사이가 넓어서 다니기가 좀 불편하거든요.

계단을 올라가면 능선길을 걷는데요,

몇발짝 안가서 갈림길이 나옵니다.

오른쪽은 쉬운 길, 왼쪽은 그보다는 덜 쉬운 길입니다.

갈림길에서 왼쪽길로 몇발짝 가지않아 진재등에 다다릅니다.

약간의 운동시설을 설치한 진재등

다시 또 스무발짝 걸어가면 내리막길이 나오죠.

20m가량의 내리막을 다 내려오면, 좀 전의 갈림길인 '쉬운 길'과 합류합니다.

산책로같은 평평한 길을 걷다보면 머리 위로 수로(水路)가 있는 약간의 언덕을 오르게 되죠.

여기는 모래재입니다.

왼쪽은 모산봉으로 가는 거고 오른쪽은 장현저수지로 내려가죠.

왼쪽의 모산봉으로 가는 길에는 묘지를 지나고

나무벤치에서 잠깐 숨 좀 돌리고 가요.

벤치 왼쪽으로 가면 포장도로와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 논둑길로 가면 모산봉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습니다만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그 길로 가기는 좀 그렇죠.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이 주로 다니는 길, 가로등이 있는 내리막으로 갑니다.

어두컴컴한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도 모산봉을 산책할 수 있게 가로등은 많이 설치했습니다.

죽죽 자란 소나무가 서 있는 길을 가다 보면

숲 향기에 마음은 평온해지고

운동은 하고싶지만 결코 과하지 않은, 적당히 운동을 하러 나온 시민들을 위해 벤치도 새로 설치했습니다.

잠시후엔 내리막

이 내리막길에 나무침목 계단을 설치하기 전에는, 겨울철에는 미끄러워서 다니기 힘들었습니다.

얼음이라도 살짝 얼어있으면 설설 기다시피 했는데, 계단과 로프를 설치한 덕분에 이제는 아무때나 걷기 좋은 길이 되었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면 이 車道를 건너야 합니다.

시골길이지만 차량들이 심심찮게 다니기 때문에, 이쪽 저쪽 잘 살펴가며 건너야 해요.

버스정류장과 포도비닐하우스 사이로 가면 파란 기와지붕을 얹은 이 집과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이 파란 기와집 직전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모산봉 안내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모산봉 등산로는 사유지라서 원래는 다닐 수 없는 거지만, 다행히도 토지소유주의 이해와 양보로 시민들은 모산봉을 오를 수 가 있는 겁니다. 무척이나 고맙죠.

아직도 무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가을은 발소리도 내지않고 살며시 오고 있습니다.

마타리 노란꽃이 피고 있거든요.

여름부터 가을까지 황금색 꽃을 피워 벌과 나비에게 꿀을 주고, 어린잎과 순은 나물과 쌈채로, 뿌리와 전초는 약재로 자신의 모든 걸 내어주는 다년생 마타리.

마타리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타이완, 시베리아 동부지역 등 아시아지역에서 사는데요, 이름때문에 더러는 귀화식물로 잘못 알기도 하죠.

1차세계대전 때 독일과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한 매혹적인 이중 스파이 '마타하리'가 연상되어 그러는거지 사실상은 아무 관련이 없답니다.

마타리의 약효에 대해 동의보감에서는 '맛은 쓰고 짜며 독이 없다. 어혈을 없애고 고름을 삭힌다. 불에 덴 것, 옴과 버짐을 낫게한다'고 하는데, 뿌리는 자주빛이며 삭힌 된장 냄새가 나 썩은 된장, 패장(敗醬)이라 하며 늦가을에 캔 뿌리를 햇볕에 말려서 쓴다고 해요.

자신의 모든 걸 아낌없이 내어주는 고마운 풀인거죠.

모산봉 산행은 산행이라기 보다 '트레킹' 수준입니다.

평지보다는 운동의 강도가 세고, 산행이라기엔 조금 약한 그런 산이지만 모산봉을 한번 오게 되면 그 매력에 푹 빠져서, 오고 또 오게 되는 아주 예쁘고 순한 산이 모산봉입니다.

육산이라서 걷기 좋을 뿐만 아니라, 쭉쭉 자란 소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도 정말 좋거든요.

모산초교가 있는 마을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그쪽으로 가서 '장현저수지 둘레길'을 걸을 수 도 있구요.

정상을 오르기 직전에는 쉼터가 있고, 약간의 운동시설도 있죠.

여기서 잠시 숨 좀 고르고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렇다고 해서 빡센 오르막은 아니구요, 여태까지 걸어오던 길에 비하면 조금 더 힘이 드는 정도죠.

원래 모산봉으로 가는 길은 오른쪽에 보이는 나무침목계단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키를 넘는 대나무가 양쪽으로 자란 그 계단이 싫어서 왼쪽으로 길을 내었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산봉은 왼쪽의 흙길로 올라갑니다.

정상 바로 밑까지 왔습니다.

모산봉 정상이 보입니다.

전망대 겸 쉼터도 보이구요.

모산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보통사람들의 걸음으로 40~50분 정도 걸립니다.

전망대에 있는 잘 생긴 소나무를 보면서, 모산봉이 겪었던 수난을 생각해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놈들이 우리민족의 혼을 절멸시키려고 이 모산봉의 바위에 쇠막대기 네개를 박아 산의 혈로를 차단했다고 합니다.

또,  '한급'의 얘기도 빼놓을 수 없죠.

조선 중종 때 '한급'이 강릉부사로 부임하여 육조가 있는 옥천동에 와, 옥거리에 사는 토호들 _ 강릉 김씨와 안동 권씨들한테 부임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개폐문(아침, 저녁으로 문을 열고 닫아주는)을 해주지 않는 수모를 당했다고 해요.

한급은 고을 원으로서 봉변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자 강릉의 산세를 살펴봤답니다.

그랬더니 남쪽의 모산봉이 김씨들이 사는데서 正午方이어서 문필봉이 되고,

문필봉이기 때문에 육조가 났다고 하여, 하룻밤에 사령들을 데리고 모산봉에 가서 3자 3치를 낮추고,

아흔 아홉개로 혈을 지르고 나머지 한개를 가지고 칠사당 앞에 도랑이 있는데 여기가 용의 배라 하여 거기다 혈을 질렀다고 합니다.

 

2005년 6월 초, '한급'이 깎아내렸던 '모산봉을 원래대로 1m 더 높이자'면서 강릉시민과 강남동민, 군부대 장병, 그리고 강남동 향우회 및 자율방범대 포함 10여개 자생단체 등 1,000여 명이,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까지 일렬로 서서 흙 자루를 산 정상으로 옮기며 봉우리를 높이는 복원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으며, 이들 자생단체는 이후 몇 차례 대대적인 복원작업과 함께, 산봉우리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에 안내문과 함께 흙을 담은 자루를 비치하고, 주민들이 등산(산책)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복원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6개월간의 긴 작업끝에 해발 104m였던 산봉우리가 105m로 원래의 높이를 되찾는 복원운동이 마무리되고, 마침내 12월 20일 복원 준공식을 가졌었습니다. 

이 복원운동은 10만여 명이 동참했고 15t트럭 10여 대 분량의 흙이 정상을 높이는 데 들어갔다고 해요.

원래대로 복원한 해발 105m의 모산봉.

모산봉을 비롯하여 강릉에만 있는 많은 얘기들은, 본 블로그의 '강릉의 안산, 모산봉 이야기'에 게재했으니 한번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누군가 심어놓은 옥잠화와 상사화

모산봉 봉우리

정상의 또 다른 전망대밑으로 내려와 봅니다.

모산봉 산책로와

모산봉에 대한 안내판

그리고 비상구급함이 있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山竹사이의 통나무계단으로 내려갑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경포해변은 물론 모산봉에서도 해맞이 행사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모산봉과는 그리 멀지않은 곳에 거주하면서도, 이 해맞이 행사에는 한번도 참가해보지 못했습니다.

새해가 올 때 마다 '이번에는 꼭 가야지' 하면서도 그게 맘 먹은대로 되지를 않는군요.

비탈길에는 미끄러지지 말라고 설치한 통나무계단.

그렇지만, 통나무와 통나무사이가 넓어서 내려가는 건 신경이 좀 쓰이는 편입니다.

그 불편함으로 인해 사람들은 이쪽 길로는 잘 다니지 않습니다.

운동시설이 있는 여기서 몸 좀 풀고 가는 게 좋죠.

이 길은 '해파랑길 38코스'랍니다.

급할 거 하나없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휘파람을 불면서 가도 좋습니다.

매미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숲길이거든요.

버스정류장까지 왔습니다.

도로를 건너 진재등방향으로 가야해요.

가을이 오면 돼지감자도 노란꽃을 피웁니다.

'뚱딴지'라고도 불리는 돼지감자는 북미 원산의 귀화식물인데, 2011년경부터 당뇨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며 민간요법의 재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뇨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는 무게가 같은 다른 음식에 비해 혈당을 적게 올린다는 뜻이지, 혈당을 낮춘다는 것이 아니라고 해요.

돼지감자를 생으로 먹으면 야콘같이 아삭하고 담담한 맛이 나는데, 약방이나 건강원에서 즙을 내어 먹으면 맛이 꽤 있다고 합니다.

솥에 쪄서 먹거나 기름에 튀겨먹기도 하고, 김치나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한다는 군요.

벤치에 앉아 쉬어 가요.

찌르르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소나무를 살짝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느껴봅니다.

소나무처럼 늘씬하게 자란 아까시나무의 연두색잎도 쳐다보고

소나무뿌리가 뻗어나간 울타리 길을 올라갑니다.

그리고 다시 모래재까지 왔습니다.

장현저수지로 가는 건 생략하고, 진재등으로 향합니다.

水路가 지나는 곳으로 내려갔다가, 갈림길에서는 아까 내려왔던 그 길로 올라갑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올라갑니다.

왼쪽의 평탄한 길은 진재등에서 내려가면 두 길은 다시 만나죠.

진재등입니다.

의자에 앉아 또 쉬고 갑니다.

신발과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완공이 얼마남지 않은 '치매 전담형 종합노인요양시설'을 지나

모산봉을 찾는 사람들이 승용차를 주차하는 곳을 지납니다.

샘물교회 맞은편에는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고, 교회 바로 앞에는 공용주차장이 있습니다.

오늘도 모산봉을 갔다 오는데 2시간 정도 걸렸군요.

8월말, 여름의 끝자락에서 산행한, 강릉의 안산(案山) 모산봉도 여기서 끝마칩니다.

산행코스: 들머리 - 진재등 - 모래재 - 버스정류장 - 쉼터 - 모산봉 - 뒤돌아서 모래재 - 진재등 - 날머리 (대략 5km, 2시간 소요, 평균속도는 2.9km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