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30
7월이 갑니다.
6월을 보내면서 '세월이 참 빠르구나' 했는데, 어물 어물하는 동안에 7월이 가고 8월이 옵니다.
지리하던 장마도 끝났는데 뭔가 아쉬움이 남은 듯, 남대천에서 바라 본 대관령의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었습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피해서 정선의 산골로 가는 길에도, 구름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부을 듯이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네요.
산모퉁이를 구비 구비 돌아서 정선 화암약수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09:35
오늘은 '몰운대등산로'를 걸어봅니다.
신선암을 거쳐 한치마을, 몰운대를 지나 광대곡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이 길은 민둥산 들머리 중 하나이기도 하죠.
민둥산은 증산초등학교에서 올라가면 거리가 짧아 대부분은 거기서 오르기도 하지만 화암약수터에서 또, 발구덕에서도 올라갑니다.
'몰운대 등산로'는 처음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어떤 길을 가는지' 궁금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등산로는 풀로 뒤덮혔습니다.
사방은 온통 푸른색이라, 온 몸도 덩달아 푸른색으로 물드는 것 같습니다.
싱그러운 풀밭에서는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소리가 들릴 듯 하고
쓰륵 쓰륵 쓰르라미도 울어댈 것만 같은 고요한 숲길.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서
능선길에 올라섰습니다.
쉼터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흐린 날씨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언제나 그랬듯이 오르막길은 쬐끔 힘들었거든요.
갈림길에 왔습니다.
여기서 왼쪽은 한치마을로, 오른쪽은 민둥산으로 갈라집니다.
한치마을까지는 4km.
"한치 뒷산의 곤드레 딱주기 임의 맛만 같다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지".
정선 아라리의 한구절에 나오는 그 '한치' 뒷산과, 이 한치마을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한치(汗峙)는 옛날 동창(東倉)이 있던 곳으로 도로가 개설되기 전 몰운으로 넘어가는 ‘창재’가 있었는데, 등짐을 지고 고개를 넘다가 보면 땀이 난다고 해서 생긴 지명입니다.
그리고 정선 남면 유평리마을에서 북쪽으로 7km쯤 가면 있는 그 한치 뒷산은 정선 남면 낙동리에 있구요,
'한치마을'은 동면(지금의 화암면)에 있는 마을이거든요.
이 몰운대등산로도 다니는 사람들이 꽤 되나 봅니다.
일부러 조성한 길이 아닌 한사람, 두사람 그렇게 사람들이 밟고 다녀서 저절로 생겨난 길을 갑니다.
약간의 오르막
위험구간에는 울타리도 쳐 놓았습니다.
등산로는 좁지만, 육산이라서 흙을 밟는 감촉이 참 좋군요.
물기를 잔뜩 머금은 축축한 숲속이라서 더위도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정선의 구명은 무릉도원 아니냐, 무릉도원은 어데 가고서 山만 충충하네'
정선 화암면은 조선조 末에는 동중 또는 동상면으로 불리우다, 1909년 동면(東面)으로 개칭하고 27개리를 관할하였다고 해요.
그 후 1912년 郡, 面 통폐합시 10개리로 개편하면서 호촌리에 있던 면사무소를 지금의 화암리로 이전했구요.
1962년 석탄산업 활성화로 인구가 급증하자 사북, 고한을 관할하는 사북출장소가 설치되었는데, 1973년 사북출장소는 사북읍으로 승격되면서 분리되었고 행정구역은 법정리 7개, 행정리 13개, 49개 반으로 운영되었답니다.
그러다 2009. 5. 1 東面, 南面 등 단순히 방향으로 명칭을 정한 面이름 '동면(東面)'에서,
주변이 기암절벽으로 둘러 쌓여,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하여 '그림바위'라는 지역 특색에 맞게 새로운 이름 '화암면(畵岩面)'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고 해요.
등산로에는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를 곳곳에 설치했습니다.
산행하면서 아름다운 경치도 보고, 피톤치드도 흠뻑 들이마시고 숲의 얘기에 귀 귀울이면서 쉬엄 쉬엄 천천히 걸으라고 마련한 겁니다.
몰운대등산로는 등산이라기 보다는 트레킹 수준입니다.
'숲 둘레길'이라 보는 게 좋겠죠.
신선암에 왔습니다.
절벽위의 바위는, 신선이 앉아서 바둑을 두던 장소같다고 해서 신선암이라 명명한 것 같습니다.
신선암에서 바라 본 건너편 풍경
신선암 위에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한치마을로 향합니다.
나무침목 계단
등산로에는 이정표, 벤치, 로프를 친 울타리, 위험주의구간 표시 설치 등 산악인들을 위해 세심하게 관리를 했습니다만,
TV, 신문, SNS 등여러 매체를 이용해서 때 묻지 않은 이 길을 널리 홍보를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푸르름이 뚝뚝 묻어나는 숲.
이 길을 다 걸을 때 쯤이면, 마음도 숲처럼 푸른 물이 들 것 같군요.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
이 능선에서 왼쪽으로 곧장 300m 가면 비선대가 있다고 해요.
飛仙臺라고 하면, 아름다운 이곳에 신선이 내려와 놀다가 하늘로 올라갔다고 해서 비선대가 아닌가요?
그렇다면 안들려 볼 수 없죠?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비선대로 갑니다.
추락위험이 있어 주의하라는 비선대를 왔건만, 비선대는 우리에게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군요.
아래에서 쳐다보면 신선이 올라 간 그림같은 바위절벽이, 위에서 보면 그냥 절벽끝에 있는 작은 바위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근사한 바위가 있을꺼라고 기대를 하며 갔다가, 조금은 실망한 마음으로 벤치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와서 한치마을로 내려갑니다.
칡꽃이 피었네요.
풀은 참 무성하게 자랐어요.
여름이라고 해서 반바지를 입고 오면 안되겠더라구요.
반바지를 입고 왔다가 종아리가 두어방 쐐기벌레에 쏘여서 따끔거립니다.
으아리도 하얀꽃이 피었습니다.
우리나라 산과 들 양지나 습기가 있는 곳에 잘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인 으아리.
으아리는 줄기가 연하고 약하게 보여 쉽게 끊을 수 있을 듯하여 손으로 잡아채면, 줄기가 끊어지지 않고 살로 파고들어 아파서 ‘으아~’하고 비명을 질렀다고 하여 '으아리'라 불린다고 하죠.
산 속에서 으아리 꽃을 처음 만나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으아’하고 소리를 지른 데서 으아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해요.
마을에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고추나물 노란꽃도 피었습니다.
고추나물은 우리나라의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물레나물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요, 어린순은 나물로 먹으며, 한방에서는 풀 전체를 지혈제·해독제로 사용한다고 해요.
도로와 만났습니다.
왼쪽 도로는 몰운대 고갯길인데요, 우리는 '노란 팻말'옆 풀이 약간 쑥 들어간 그 길로 왔습니다.
밭에는 옥수수가 한창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은 옥수수 수확철이 진작에 끝나버렸는데, 정선지역은 해발이 높아서 지금에야 옥수수꽃이 피어납니다.
참깨꽃도 지금 한창이구요.
그림같이 예쁜 마을을 지나
버스정류장이 있는 큰길로 나왔습니다.
여기서 정선 8경 중의 하나인 몰운대가 있는 몰운2리로 갈꺼에요.
몰운(沒雲)이란 아름다운 절경이 있는 몰운대 아래에 있는 마을로, 몰운대는 항시 구름이 머물러 있음으로 몰운대라 한다고 합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몰운대로 가는 길은 人道가 없어서 車道로 갑니다.
다행히 차량은 많이 다니지 않는군요.
도로옆은 온통 붉은 토끼풀
원추리가 지천으로 피어있습니다.
몰운대까지 왔습니다.
아래 개울에서 쳐다보면 바위로 이루어진 몰운대는 경치가 끝내줬는데, 지금의 이 도로가 아닌 오래전 옛길에서는 위에서 내려다 봐도 멋있었는데 지금은 나무에 가려서, 위에서는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모습을 보려면 몰운리 마을로 내려가서, 위를 쳐다봐야만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이 얼마나 절경인가를 볼 수 가 있죠.
몰운리(沒雲里)는 조선시대 동창(東倉)이 있던 마을로, 멀리서 보면 마을 중심을 가르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어천에서 피어오른 안개에 잠겨 있는 듯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해서 몰운리라고 한다죠.
예정대로 '광대곡'으로 갑니다.
이 길로 곧장 가면, 물레방아가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지금도 돌아가고 있는 백전마을을 지나서, 삼척 하장으로 갑니다.
11시 45분
화암8景 중 하나인 광대곡으로 갑니다.
광대곡(廣大谷)은 험준한 계곡과 석벽이 기묘한 장관을 이룬 곳으로, 하늘과 구름과 땅이 붙은 듯 어우러진 신비한 계곡인데, 이곳에 부정한 음식을 먹고 입산하면 모든 나뭇가지가 뱀으로 보이고 계곡에서 몸을 다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해요.
광대곡만이 아니라 절이나 산에 갈 때에 개고기를 먹고 가면 부정을 타서 많이 들 다치기에, 그런 곳에 갈 때는 보신탕을 먹지 않는 풍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보신탕이 금하는 음식이 되어 먹지않게 되었지만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즐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조용한 마을길로 들어갑니다.
광대곡 2교를 건너면 길 저 편에 '광대사' 절이 보입니다.
광대사 대웅전은 그냥 지나가면서 봅니다.
광대곡 계곡으로 접어듭니다.
태고적부터 인적을 거부한 돌과 물과 산의 신화가 한데 얽힌 천연의 仙景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신비의 동천(洞天).
광대곡은 우람한 대자연의 秘景이며 명산이라고 해요.
장대폭포까지 1.4km
광대곡을 찾은 건 이 장대폭포를 비롯한 영천폭포, 바가지소, 골뱅이소 등 여러모양의 12용소를 보려고 온 겁니다.
광대곡은 인적이 드믄 계곡이라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원시의 숲 그대로입니다.
그럼에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로프를 설치했기에 안전하게 갑니다.
개울 건너 맞은 편 산을 쳐다보면 촛대바위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가는 길이 급하다 해도 고개를 들어, 이 멋진 바위를 한번 보고 가요.
미끄러운 돌맹이도 간신히 건너면서 폭포로 가는 길
위태 위태한 길을 가지만
비경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울타리는 곳곳에 설치를 했군요.
폭포로 가는 길은 개울물을 건너서 붉은 리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대부분은 폭포를 보는 걸 포기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서너명은 앞으로 더 나아갑니다.
물속의 미끄러운 돌맹이에 넘어지지 않게 조심을 하고
정강이까지 오는 개울물도 건너야 하고
그러다 만난 첫번째 폭포
장대폭포까지 간다고 나선 길이지만
더 이상은 길이 험해서 가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장대폭포는 머리속으로만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12시 45분
여름날의 정선 몰운대등산로와 광대곡 산행은 여기서 마칩니다.
한여름에 산행하는 건 정말로 힘든 일이지만, 오늘은 푸른 숲길을 걸었기에 크게 더운 줄 모르고 보낸 한나절이었습니다.
산행코스: 화암약수 주차장 - 신선암 - 비선대 - 몰운대 - 광대곡 - 몰운대(10km가량, 3시간 1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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