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한여름에 부는 태풍같은 바람 - 고성 신선대(화암사 숲길)

adam53 2024. 7. 27. 18:42

2023. 7. 23

여름의 한가운데에 접어든 요즘, 수은주는 연일 35도를 오르내리고 매일 매일을 더위때문에 헉헉댑니다.

열대야까지 겹쳐서 잠도 푹 자지 못해 몽롱한 정신에 머리는 흐리멍덩한데도 산행을 한다고 나섭니다. 제정신이 아닌거죠.

아무튼 그래서 오늘도 아주 짧게 걷기로 합니다.

고성 금강산 신선대로 가는 길.

강원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 화암사 제1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09시 20분.

1주차장에서 화암사 일주문을 지나면 제2주차장이 있습니다만, 거기는 그리 넓지않아서 승용차들만 주차할 수 있고 버스는 1주차장에 주차해야 합니다.

제2주차장까지 가는 승용차는 일주문 왼쪽 기둥옆으로 다니죠.

제1주차장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10분 가량 올라오면 '수암전 매점'이 있고, 매점 반대편에 신선대로 가는 등산로가 보입니다.

화암사 숲길은 4.1km.

1시간 30분이면 신선대까지 한바퀴 돌아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빨리 걸을 필요가 있나요?

쉬엄 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한걸요.

9시 37분

수암전 매점앞 쉼터에서 산행할 채비를 ...

등산로는 정비가 잘 되어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이내 수바위가 보이는데요,

이 바위 아래에 있는 화암사는 민가와 멀리 있어서 스님들이 시주를 구하러 다니기가 어려웠는데, 어느날 두분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와서 '수바위에 작은 구멍이 있으니까 끼니때 마다 거기에 가서 지팡이를 세번 흔들어라' 하더랍니다.

잠에서 깬 스님들이 아침 일찍 수바위에 올라 노인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수바위에서는 2명분의 쌀이 나왔고 그 후로는 양식 걱정없이 수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답니다.

몇년 후 화암사를 찾은 客僧이, 이 수바위 덕분에 식량 걱정없이 지낸다는 걸 알고서 '세번 흔들어서 2명분의 쌀이 나온다면, 여섯번 흔들면 4명분의 쌀이 나오지 않겠나'해서, 다음날 아침 일찍 수바위로 가서 지팡이를 여섯번 흔들었었더니 쌀이 나오던 구멍에서 피가 나왔고, 그 후 수바위에서는 쌀이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래에서 쳐다보면 수바위 꼭대기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막상 올라가면, 바위 중간쯤부터는 위험해서 올라가지 않는 게 좋더라구요.

수바위 꼭대기에는 길이 1m, 둘레 5m나 되는 꽤 큰 웅덩이가 있다고 해요.

수바위를 지나면 이내 헬기장이 나옵니다.

헬기장에서 바라 본 왕관모양의 수바위

헬기장을 지나면서 바람이 불어댑니다.

조금씩 위로 올라갈수록 바람은 점점 더 심하게 불어대는 군요.

지난 주 매봉산 산행 때는 바람 한 점 없어 힘들게 하더니, 오늘은 바람이 너무 불어서 힘듭니다.

시루떡 같다고 이름붙은 '시루떡바위'

2016년에 왔을 때는 퍼즐같이 생겼다고 '퍼즐바위'라 했는데, 2019년에 왔을 때는 시루떡바위로 바뀌었데요.

소나무숲길에는 바람도 숨 죽이며 지나갑니다.

소나무 숲길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다시 세찬 바람.

한여름에 불어대는 강풍에, 금방이라도 나무가 쓰러질 듯 휘청거립니다.

온몸을 감싸며 휘~잉 불어대는 바람은 무슨 일을 낼 것만 같것 같군요.

어찌 어찌 강풍속을 걸어서 신선대(성인봉)까지 왔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50분정도 걸렸네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천상의 신선들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神仙臺 성인바위.

토성면 인흥리 주민들이 신성시 여기는 성황산에서 맥의 끝을 맺었다는 신선대.

먼 옛날 '조氏'성을 가진 나그네가 모닥불을 피우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더랍니다. 그래서 위기를 모면하고자 모닥불에 굽고 있던 조약돌을 호랑이 입에다 집어넣었더니, 호랑이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딩굴다가 돌만 뱉어버리고 죽었다지 뭡니까.

그 뱉어버린 돌의 흔적 일부가 아직까지 남아있으며, 죽은 호랑이는 훗날 토성면 인흥리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성황산이 되었다고 해요.

흔적 일부가 남아있다는 호랑이가 뱉은 돌맹이가 어디있는지, 표시라도 해 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성인이 서 있는 모습의 입석

입석바위 왼쪽 아래에 있는 머리바위.

바람은 제 세상을 만났다고 태풍급으로 불어댑니다.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세차게 불어대는게, 지난해 6월에 찾아갔던 마산봉 일대에서 불던 바람은 바람도 아닙니다.

바람부는 신선대 바위에 간신히 올라서서 속초시내와 동해바다를 보고,

전망바위로 갑니다.

어찌되었든 강풍이 제아무리 세차게 분다고 해도, 울산바위와 낙타바위는 보고 가야죠.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있네요.

바람 때문에 전망바위에는 도저히 갈 수 없다고 해요.

울산바위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저기로 가야하는데...

아무런 막힘없는 전망바위 쪽은, 바람에 사람이 날려갑니다.

사진을 찍는 이 들도 바위에 붙다시피 해서 간신히 찍는 겁니다.

속초와 인제, 양양 등에서는 설악산 울산바위를 연결하는 법정탐방로가 있지만, 유일하게 고성군에서 연결되는 탐방로는 없어서 郡번영회를 중심으로 한 고성지역 주민들은 고성에서 울산바위 서봉에 진입할 수 있는 기존 산길을 개선해 법정탐방로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해 왔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울산바위와 고성지역을 연결하는 법정탐방로 개설을 추진하게 되어, 등산객들의 안전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고성군은 29억여원을 들여 설악산국립공원 구역인 토성면 원암리 산1, 산1-2일원에 울산바위 서봉을 조망할 수 있는 법정탐방로를 신규개설하기로 하고 환경부 등 관련기관과 지금 협의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 새로운 울산바위탐방로는 국립공원 구역인 말굽폭포~용소길 갈림길~미시령계곡 2.2km구간과,  용소골갈림길~울산바위 서봉 1.8km구간등 2구간에 걸쳐 총 4km로 이뤄진다고 해요.

고성지역을 출발해 울산바위 서봉을 관찰할 수 있는 법정탐방로가 신설되면, 그동안 불법 산행에 따른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과 법적다툼이 해소될테고, 탐방객의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설악 북부권역의 관광경기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랍니다.

이 거센 바람속에서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람들이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은 바람에 날려서 간신히 서있는 것입니다.

결국 전망바위 초입에서 되돌아섭니다.

전망이 뛰어난 바위에 앉아 느긋하게 경치도 감상하고 점심도 먹고 가려고 했었는데...

성인대로 내려와서 올라왔던 반대편 길로 내려갑니다.

'입산통제'를 하는 여기는 신선봉으로 가는 길.   신선봉 가는 길은 비탐구간이라서 가지 못합니다.

설악산과 금강산은 지금의 미시령 옛길을 분기점으로 나뉘는데, 이곳에 위치한 신선봉(1312.2m)이 금강산 12,000봉의 첫번째 봉우리이고, 화암사도 금강산 80,009암자의 첫번째 암자가 됩니다. 그래서 화암사 일주문 현판에는 '금강산 화암사'라고 적혀있는 거죠.

내리막길에는 야자매트를 깔아서 걷기 좋습니다.

그리고 하산길에는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 좋네요.

산행이고 뭐고, 바람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잠시 쉬어봅니다.

바람은 거의 잦아들어서 화암사숲길은 고요가 찾아왔습니다.

타박 타박 걷는 발자욱 소리뿐

이제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조금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개울이 흐르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강풍속의 산행에 지친, 몸과 마음을 토닥 토닥 달래줍니다.

화암사는 그냥 지나치려구요.

짧은 거리였음에도 무척이나 많이 걸은 것 같거든요.

수암전 매표소 뒷편 개울가로는, 새로이 조성한 산책로가 있어 주차장까지 이 산책로를 걸어봅니다.

마음이 차분하고 고요하게 가라않는군요.

발밑으로 전해오는 흙의 촉감을 느끼며 걷는 길.

산책로가 끝나서 다시 포장도로로 올라섰습니다.

부도군을 지나고

일주문을 지나면서 '북설악 성인대'의 짧았던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11시 50분

오늘 걸었던 거리는 5.5km.

바람 때문이겠죠? 시간은 2시간 5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평균속도는 2.2km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