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가볍게 걷는 길 - 동해 무릉계 (관음사, 하늘문, 신선봉, 용추폭포)

adam53 2024. 7. 17. 15:26

2024. 7. 9

지리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가 온다고 계속 집에만 있을 수 없어 떠난 산행지는 동해 무릉계곡입니다.

무릉계곡이야 하도 많이 가 봐서 식상할 만도 하지만, 그래도 '무릉계곡' 아닙니까?

아름다운 무릉계곡, 오늘은 삼화사에서 관음암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동해 무릉계곡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이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매표소를 지나고

입장권 검사하는 곳을 지나

신선교를 건넙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베틀바위 산성길로 접어드는데, 베틀바위와 마천루는 여길 올 때마다 가던 길이기에 '삼화사' 방면으로 직진합니다.

그 쪽이 좋은 사람은 그 길로 가는거고...

금란정을 지나면 넓디 넓은 반석이 있는 개울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나칠 때 마다 들렸던 '삼화사'는 오늘은 그냥 지나갈려구요.

'관음사' 방면 등산로의 사실상 들머리

대단하지도 않건만 오르막이란 언제나 힘이 듭니다.

비 오기 직전의 그 욹히는 날씨는 산행을 더 힘들게 하고.

더위에 지쳐서, 바람도 불기를 포기한 아침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흐릅니다.

전망대에 왔습니다.

신선이 사는 곳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무릉도원'이라 불리는 이 곳.

잠시나마 전망대에 서서, 신선이 사는 세계를 보고 갑니다.

전망대 바위를 돌아보면서

다시 옮기는 발걸음.

무릉계곡은 두타산(1,353m)과 청옥산(1,256m), 고적대(1,354m)에서 발원한 계류가 흐르는 골짜기로, 호암소에서 용추폭포까지 약 4㎞의 계곡을 말하며 산수가 절경을 이루어 '소금강'이라고도 합니다. 

1977년 3월 17일 국민관광지로,  2008년 2월 5일에는 대한민국 명승 제37호로 지정되었죠.

통나무계단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멀지 않은 곳에 관음암이 있습니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한숨 돌리고 가야죠.

여름 한가운데에 들어섰습니다.

나뭇잎은 더 푸르러졌고

햇빛은 더 뜨거워져서 찜통같은 더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관음암에 다달았습니다.

직선거리로는 삼화사에서  1km 정도.

'행복쉼터'는 관음암에서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게 마련한 쉼터입니다.

산행에 지친 나그네들이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금 기운내서 걸으라고 준비했기에, 따스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 

관음암 뒷편의  독성과 칠성, 산신을 모신 칠성각 옆에는, 바위에 새긴 산왕대신이 나란히 앉아 있는데요,

산왕대신은 10년 전 효림 주지스님이, 1,000년 뒤에도 찾아 올 기도객들을 위한 불사였답니다.

관음암의 관음상은 영험하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한 기도도량이구요.

921년 고려 태조 4년에 창건한 관음암의 원래 이름은 지조암이었답니다.

1793년 조선 정조 17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삼척부사 윤청이 중건했다고 해요.

그 후 한국전쟁 때 잿더미가 된 것을 1959년 관일스님이 중건을 하면서, 관세음보살상의 영험함을 계기로 사찰명을 '관음암'으로 바꾸어 오늘에 이른답니다.

마당끝에 서 있는 칠층석탑을 뒤로하고, 가만 가만 발소리를 죽여가며 관음암을 떠납니다.

관음암의 유래도 읽어보고 가요.

하늘문으로 가는 길 도중에는 신선바위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무릉계곡의 경치를 감상하려고 신선이 앉았다는 신선암

신선암에서 바라 본 앞산은 구름이 휘감아 돌고

신선이 앉았던 신성한 장소인 이 엉덩이모양의 바위는, 인근의 남근바위와 함께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자식을 점지해 주는 소원명당으로 유명하답니다.

움푹패인 이 바위에 앉아 사진을 찍을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추락했다 하면 뼈도 못 추릴 정도의 낭떠러지이거든요.

하늘문으로 향하는 길은, 바위 사이로 갑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이는 경치는, 눈으로만 담아두기에는 부족해서 사진으로도 담습니다.

하늘문으로 내려갑니다.

90도 가까운 철계단을 내려가는 기분은 짜릿합니다.

이 하늘문은 아래에서 위로 3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 나고, 그래서 이름도 '하늘문'인데...

하늘문을 내려와 신선봉으로 올라갑니다.

무릉계곡에 왔다면 신선봉도 들렸다 가야 해요.

문간재에서 숨 좀 고르고 

다듬지 않은 길을 따라가면 묘지 1기가 있고, 그 바로 위가 신선봉입니다.

신선봉에서 둘러보면, 눈길 가는 곳마다 절경입니다.

베틀바위 전망대도 조금 보이는군요.

신선봉 바로 아래, 산소옆으로 돌아가면 사랑바위도 있죠.

(2년전 11월에 찍었던 사랑바위)

이건 광개토대왕비를 닮은 바위이구요.

다시 문간재까지 내려왔습니다.

이 계단을 내려가서 쌍폭포를 보고 갈 요량입니다.

개울을 건너와서 오른쪽으로 갑니다.

쌍폭은 300m 거리에 있거든요.

개울 건너편에 나무사이로 장군바위가 보입니다.

용맹스런 장군의 얼굴 같다는 장군바위

쌍폭포에 왔습니다.

두타산에서 청옥산에 이르는 능선밑에서 발원해서 통수골과 박달골을 거쳐 흘러내린 물,

그리고 청옥산에서 부터 고적대에 이르는 능선밑에서 발원하여 바른골로 흘러내린 물이 합쳐지는 쌍폭포는,

장마기간이라 그런지 수량이 아주 많습니다.  양쪽에서 쏟아지는 폭포 소리가 우렁차요.

큰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느라면, 더위가 싹 가셔지는 것 같습니다.

내친 김에 용추폭포까지 갑니다.

힘겹게 계단을 올랐는데 나무에 가려 용추폭포는 잘 안보이네요.

그래서 조금 더 나아가 개울가로 내려가 봤습니다.

폭포가 잘 보이기는 합니다만, 물기 때문에 바위가 미끄러워서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요.

용추폭포는 청옥산에서 발원한 물이 흘러내리는 3단의 폭포인데, 상.중단 폭포는 항아리 모양으로 되어있고, 하단의 폭포는 둘레가 30m정도 되는 웅덩이를 이룹니다.

조선시대에 가뭄이 들 때는 여기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합디다.

용추폭포를 내려와 쌍폭아래쪽의 다리를 건너면서 밑을 내려다 보면, 양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사이로 물이 흐르고 여기는 무릉계곡의 '七曲 涵月地'라 한대요. 다리를 건널 때는 무심히 건너지 말고, 아래를 꼭 내려다 봐요.

반석까지 왔습니다. 계곡이 온통 평평한 바위로 이루어진 1,500여평의 무릉반석.

여기에는 조선 전기 4대 명필가 중 하나인 봉래 '양사언'의 석각과,  매월당 '김시습'을 비롯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가 무릉반석에 새겨져 있다고 하는 역사적 가치가 큰 명소입니다.

오늘 산행도 끝나갑니다.

가볍게 걷는다고 했지만 오늘 걸었던 거리는 대략 7km였구요,

걷다보니 무릉계의 명소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여기 저기 둘러보았더니 다리가 뻐근합니다.

 4시간이 소요되었네요.

 

산행코스 : 주차장 - 삼화사 - 관음암 - 신선봉 - 쌍폭포 - 용추폭포 - 주차장( 7km정도,  4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