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무덥고 습한 여름날에 올라간 강릉 '매봉산'

adam53 2024. 7. 20. 17:07

2024. 7. 16

초복 다음날의 산행은 강릉 매봉산입니다.

오늘은 비 소식도 있고 해서 진짜로 짧게 걷자고, 우리지역에 있는 산을 가려고 해요.

산행지로 가는 길 가의 논은, 넓은 초원같아 보입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내리던 가랑비는 이제 그쳤구요.

08시 40분

강릉 구정면의 대성사 마당을 지나서, 부도가 있는 곳에서 하차했습니다.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한참 후에 마주한 대성사는, 제법 규모도 있고 역사도 깊어보이드군요. 

돌무더기가 있는 방향으로 갑니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난 곳

작은 도랑도 건너갑니다.

도로가 좁아서 車가 서로 비키기에는 어려워보이는 산 길을 올라와야 해서 그렇겠죠?

매봉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입니다. 

그러니까 등산로를 정비했다던가, 이정표를 만나는 건 기대하면 안됩니다.

육산이라서 걷기는 좋군요.

오늘의 날씨는 해도 해도 너무 해요.

하늘은 흐렸다지만 푹푹 쪄대는 데다가 습하기도 하고 바람도 한점 없고

그야말로 숨이 턱 턱 막힙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소리치는 일행.

이럴바에야 차라리 소나기라도 한차례 지나갔으면 시원할텐데...

축축한 산길을 걷는데도 땀은 비 오듯 흐르고, 온 몸은 비에 젖은 듯 완전히 젖어버립니다.

철탑을 지날 때 까지도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풀벌레 소리도 전혀 없습니다.

싸리잎에 맺힌 물방울을 보며 시원하다, 시원하다 중얼거려 봅니다.

철탑부터는 완만한 능선길

눈앞을 가리는 땀방울 때문에 잠시 쉬어봅니다.

여태껏 여름날 산행하면서 땀도 많이 흘렸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흘려보기도 처음입니다.

비를 맞은 듯 땀에 흠뻑 젖어 칭칭 감기는 옷때문에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군요.

갈미봉에 왔습니다.

들머리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2km 정도

아무런 표식도 없지만 육감만으로 여기가 갈미봉이라는 걸 알죠.

산행을 어느정도 하다보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더라구요.

하늘은 흐리고 안개마저 주위를 뿌옇게 만들어서 조망은 아예 없습니다.

그래도 갈미봉은 멋지네요.

도화지에 그린 듯한 소나무가 멋진 풍경을 만듭니다.

숲에는 안개가 낮게 내려 앉고

나무는 안개에 젖어갑니다.

간간히 큰 바위들과도 맞닥뜨립니다.

오르막은 쉼없이 이어지고

산앵두는 붉게 익어갑니다.

안개는 점점 더 낮게 내려앉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동화의 나라를 만들고.

바위와 소나무가 멋들어진 곳에서 또 쉬어갑니다.

아!  드디어 매봉산에 올랐습니다.

신 산경표에서 157개 지맥을 명명한 이후에 2016년에 추가된 와룡(경상), 만덕(강원), 주읍(경기), 장원(호남), 선은(호남)등 5개 지맥 중 하나인 만덕지맥

 

만덕지맥(萬德枝脈)은 백두대간 두리봉(1,033.4m)에서 북쪽으로 분기하여, 강릉시 왕산면과 옥계면의 경계를 따라 선목지(945.7m), 만덕봉(1,035.3m)에서 또하나의 산줄기인 피래분맥(皮來分脈)을 북동쪽으로 보내고,

칠성대(953.7m), 매봉(820.7m), 동해고속국도, 모산봉(101.9m)을 지나 강릉시 견소동, 병산동에서 강릉 남대천과 섬석천이 합류하여 동해바다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4km의 산줄기를 말한다죠.

여기는 만덕지맥 1구간인 두리봉(1,033.4m), 만덕봉(1,035.3m), 칠성산(970.4m), 매봉산(820.7m)의 일부이구요.

강릉 매봉산에는 정상석이 없고, 이정표가 정상석을 대신합니다. 

10시 40분

이제 슬슬 내려가 볼까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겨울에, 山友 셋이서 이 매봉산을 왔었습니다.

개인산행이라 솔향수목원에서 올랐다가 수목원으로 내려갔었죠.

안개는 숲을 완전히 휘감았습니다.

신비한 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상큼한 수채화같은 풍경 속으로 걸어갑니다.

용소골로 진행을 하고.

길을 찾아가기도 쉽지 않군요.

개인 산행을 하는 강릉지역의 산악인들이 많지않아서 그런거죠. 

바위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땀에 젖은 수건을 비틀어짜서 얼굴을 닦아보고

잠시동안의 여유를 부려봅니다.

얼마쯤 내려갔을 때, 그냥 그 일대의 나무들을 벌목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보이는 나무들을 베었더군요.

'여기에 또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으려나보다'도 떠드는데, 작업장의 사내가 말합니다.

'여기는 고압전선이 지나가는 곳이라서, 혹시라도 나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까봐 그래서 베어낸다'구요.

그러고보니 작년 4월 11일 아침 강릉 난곡동에서 발생한 화재가 생각납니다. 강풍에 쓰러진 소나무가 전선줄에 닿으면서 엄청난 화재가 발생했었죠. 불길은  강풍을 타고 인근 골프장과 주택, 펜센등을 덮치며 경포 바닷가까지 번졌고 이 불로 인해 주택과 펜션 125채, 차량 1대, 불길을 피하지 못한 80대 남성 1명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혔었습니다.

내려오면서 마주친 2명의 작업자는 '원추리원'으로 가지말고 '하늘정원'으로 내려가랍니다.

원래는 '원추리원'으로 가야하는 건데 그쪽 길을 막아놨습니다.

하늘정원으로 가는 길에도 출입을 금하는 현수막이 걸렸구요.

2개의 길 모두 이 벌목작업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거 였습니다.

하늘정원 데크

수목원 화단에는 뻐꾹나리와

긴산꼬리풀과

산수국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11시 35분

물에 빠진 생쥐처럼, 땀으로 흠뻑 젖은 매봉산 산행도 여기서 이만 끝냅니다.

산행코스: 대성사 - 갈미봉 - 매봉산 - 솔향수목원 (대략 6km, 3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