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8
이번 산행은 단양의 황정산입니다.
09시 50분
단양 대강면 방곡리 산1-35의 '윗점'이 오늘 산행시작점입니다.
윗점 들머리는 도로옆이라서, 주차할 공간이 아예 없군요.
들머리 가까이에는 방곡도예원이 있습니다.
방곡리는 도자기로 유명하다죠. 주로 서민층의 생활도기를 만들어 왔으며 일본으로 수출도 한다고 해요.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라서 오늘은 짧게 걷습니다.
위 지도의 진행 방향처럼 원래는 윗점에서 수리봉과 신선봉, 황정산을 거쳐 대흥사로 내려가려 했지만, 더위에 지친다고 황정산에서 낙엽송숲으로 하산합니다.
황정산은 단양의 도락산, 소백산 등 유명한 산의 명성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칠성암의 칠성바위가 신단양팔경의 하나로 지정되면서 찾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산입니다.
물푸레나무, 떡갈나무, 철쭉들이 자라는 등산로는 정비를 하긴 했는데 웬지 2% 부족해보입니다.
사람하나 다닐 정도의 길
사람들이 다녀서 저절로 생겨난 길
어,
나무계단을 설치했는데요!
오르막을 오르고 오르고
이 묘지를 만나면서 부터 능선길입니다.
능선에 접어들자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바위와 소나무의 모습이 참 멋진데요!
저만큼 수리봉의 암벽이 보여요.
자연석 돌계단 사이 사이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였습니다.
미끄럼주의 구간에 왔습니다.
지도에는 대슬립이라고 표시한 곳.
경사진 암벽이 밋밋하면서도 미끄럽다고 주의해서 산행하라고 하는데
밧줄잡고 올라가면 별 어려움은 없어보입니다.
눈 오거나 비가 올 때는 주의 해야겠어요.
미끄럼주의 구간을 지나면, 길은 자연 그대로의 돌 길입니다.
발을 잘못 내딛으면 돌이 굴러떨어집니다.
밧줄이 있지만 낡아서 보풀이 일었을 뿐 만 아니라, 끊어진 곳도 많네요.
오늘 찾아 온 황정산은, 황정리라는 마을이 있어 황정산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옥황상제가 거닐던 정원이라고 黃庭山이라 한답니다.
그만큼 너무나도 아름다운 산이라는 거죠.
윗점에서 수리봉까지는 약 1.4km의 가까운 거리.
11시.
수리봉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1,019m의 수리봉은, 황정산(959m)보다 더 높습니다.
정상석 뒷편에 있는 이 것을 보면, 어디에 발자취를 남기라는 건지 ............ 알 수 없구요.
수리봉은 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조망이 아예 없습니다.
사방이 뻥 뚫려있다면 눈앞에 펼쳐 진 풍경을 보느라 지체하겠지만, 온통 나무들로 막혀버린 수리봉. 6월의 햇살만이 환하게 부서지는 수리봉을 떠납니다.
신선봉은 430m 가면 있다고...
미끄러지지 말라고 만든 격자무늬의 철계단을 내려갑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광은 정말 멋져요. 황제의 정원답습니다.
붉은 철계단을 내려가기 직전에 보이는 바위는 경치를 보려고 올려갔습니다.
파도가 밀려오듯 겹겹이 솟아오른 산과 마을이 보이는 여기 이곳에는, 가슴 먹먹해지는 흔적이 있습니다.
추모비.
황정산 산행을 하다 유명을 달리한 친구를 추모하는 글귀에 짠해집니다.
다시 돌아서서 갑니다.
소나무와 신갈나무와 잡다한 나무들이 수리봉을 감싸안았습니다.
탕탕 발소리를 내며 붉은 계단을 내려가고
드르륵 드르륵 스틱을 질질 끌고 내려가면서,
녹음으로 짙어가는 산들을 보며 가요.
돌아다 본 추모비가 있는 봉우리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이 바위는, 건너 가기도 전에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바위와 바위사이를 건너, 중간에 홈이 파인 저 바위뒤로 돌아가야 해요.
쇠 밧줄하나에 의지해서 바위를 건너갑니다.
자칫하다간 큰 사고가 날 우려가 있어, 밧줄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그런데요, 이거 아주 스릴 만점입니다! 아주 짜릿 짜릿한데요.
아드레날린이 마구 마구 샘솟는 것 같습니다.
쇠밧줄 잡고서 건너 온 암벽.
한편으론 마음 졸이면서도 즐거운 암벽입니다.
황정산은 바위가 많고 그런만큼 또 험합니다.
산행의 재미를 더하는 암릉구간들이 있지만,겨울철 눈 오거나 얼음 얼었을 때 그리고 비가 올 때는 황정산은 절대로 오면 안됩니다.
황정산은 여름에 오는 산입니다. 여름 인기명산 순위도 118위 이거든요.
와! 이건 또 뭔가요?
저 앞에는 전망 좋은 바위도 있어요.
산행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건가요?
도락산과 연계산행을 하기도 한다기에, 인근의 도락산처럼 생각을 했었습니다.
바위로 된 산에 소나무가 서 있는 그런 풍경을 상상했는데, 옥황상제가 거닐던 정원이라 한다기에 그림같은 경치가 펼쳐진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바위 암벽을 오르내리는 완전 바위산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바위들을 타며 신나는 하루를 보냅니다.
뒤돌아 본 추모비가 있는 봉우리.
멋진 풍경은 덤입니다.
11시 40분
신선봉에 왔습니다.
해발 992m의 신선봉은 봉우리라기 보다는, 길 가는 도중에 만난 조금 넓은 공터같은 느낌입니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신선봉에서 점심을 먹고
남봉으로 향합니다.
참나무가 우거진 숲에는 바람이 살랑이며 지나갑니다.
석화봉 갈림길에 왔습니다.
석화봉 가는 길은 석화봉과 석화바위를 지나 대흥사골로 내려갑니다만, 우리가 갈 길은 황정산입니다.
바위가 없는 곳은 부드러운 흙길입니다.
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하지만 그리 힘든 산은 아닌데,
숲속이라고 해도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지쳐서 땀은 흐르고 갈증은 쉬 가시지를 않는군요.
흰꽃을 피우려고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는 은대난초.
은난초와 은대난초는 꽃도 비슷하고, 꽃피는 시기도 비슷한데 은난초는 어긋나는 잎이 4~5개, 은대난초는 6~8개라는 거.
은난초는 꽃차례가 위로 치솟아 눈에 확 띄지만 은대난초는 꽃대가 포보다 작아서 꽃이 덜 핀 느낌 정도라고 해야겠죠.
더 쉽게는 잎이 댓잎을 닮았으면 은대난초라 보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본 은난초는 은대난초보다 키가 더 작더라구요.
이제 막 피어나는 노루오줌 꽃 색깔이 희군요. 조금 더 지나면 꽃은 붉은 색으로 변하겠죠.
노루가 물을 먹으로 오는 물가에서 자란다고 또, 뿌리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나서 '노루오줌'이라 하지만 딱히 지린내가 나는 것도 아니고 꽃도 예쁜데, 누가 그런 이름을 지어줬을까요?
나물로도 술로 담가먹기도 하는 노루오줌은, 한방에서는 풀전체를 ‘소승마’라 하여 해열과 두통에, 뿌리를 ‘적승마’라 하여 타박상 등에도 쓴다는데...
남봉에 왔습니다.
해발 950m의 '남봉'도 정상석은 없습니다.
신선봉도, 남봉도 아래에서 쳐다보면 봉우리겠지만, 산행하면서 볼 때는 봉우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또하나의 생각은 수리봉에 정상석을 2개 놔두지 말고 차라리 신선봉에 하나, 남봉에도 하나 세웠으면 더 좋겠더군요.
꼬리진달래가 피었습니다.
충북 단양, 제천 등지와 경북과 강원도 일부지역의 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바위산 능선 주변에 사는 꼬리진달래는 6~7월에 흰꽃이 모여피는데, 가지 맨끝에 꽃이 모여서 피는 모습이 꼬리같다고 그리 부릅니다.
전망좋은 곳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줄줄이 늘어선 산들이 시원스럽습니다.
마냥 넋놓고 바라보다가 흠칫합니다.
아! 가야하지!
뭔가 짐승을 닮은 듯한 커다란 바위옆으로 가요.
아주 멋진 곳을 지나갑니다.
크고 단단한 바위인데도 사람들이 하도 넘나들어서 길이 나 있는 바위사이로...
13시 40분
황정산에 왔습니다.
황정산도 나무에 둘러싸여서 사방은 꽉 막혔습니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자, 저만치 보이는 도락산.
진달래목 진달래과의 꼬리진달래는 우리나라 특산종인데, 겨울에도 푸른잎으로 남아서 '참꽃나무(진달래) 겨우살이'라고도 하죠.
잎과 꽃을 말린 것을 한방에서는 ‘조산백’이라고 기관지염이나 지혈약으로도 쓴답니다.
꼬리진달래(참꽃나무 겨우살이)는 산림청이 지정한 보존식물 중 하나.
나무사이로 보이는 대흥사
누운 소나무가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저기 저 도락산 자락에는 무궁화동산의 보궁전이 있습니다.
보궁전에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셨다고.
오늘의 산행도 이젠 끝나간다고 생각하며 걷는데
와!
행복전달물질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마구 분비됩니다.
발 디딜곳도 없는 바위를 밧줄잡고 내려가요.
3m 가량의 높이라 해도 바짝 긴장을 하고
밧줄에 온 몸을 실어서 내려갑니다.
이건 군대 유격훈련입니다.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내려오는, 이렇게 짜릿 짜릿한 산행을 하다니요!
밧줄잡고 내려가서는, 맞은편의 암벽을 또 밧줄잡고 오릅니다.
와, 황정산의 바위들은 대단해요!
암벽을 오르면 이런 풍경이 기다리고 있어요.
둥그스럼한 바위앞에서 바라본 앞 산.
밧줄잡고 내려가는 곳이 더는 없겠지 했는데
왠걸요.
이건 연속극처럼 계속입니다.
불꽃놀이할 때 보면, 연속으로 빵빵 불꽃이 터지듯이
여기가 황정산이라고 각인시키듯이, 밧줄잡고 내려가면 또 있고
또, 밧줄을 단단히 잡고 내려갑니다.
여태까지 산행을 하면서, 오늘처럼 이렇게 재미있고 신나는 산행은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도 풍광이지만, 암벽을 타던 즐거움은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갈림길에 왔습니다.
바위끝 오른쪽으로 보이는 소나무 사이로 내려가면 대흥사골로 갑니다.
그냥 직진하면 낙엽송숲으로 내려가는데,
이정표에는 누군가가 '낙엽송 숲 가는 길'이라고 펜으로 써 놓았을 뿐,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마도 떨어져 나갔는 가 봅니다.
낙엽송숲으로 내려가는 길은 희미합니다.
이 길이 맞을 꺼라고 짐작을 하면서 갑니다.
신발에 눌린 낙엽들을 보며 길을 찾아가야 해요.
그러다 작은 개울이 보여 그 옆으로 내려갑니다.
길이 없으니까, 나무에 매달린 리본은 없나 살펴보며 가다가 리본 한개를 발견하고는, 바로 개울을 건넙니다.
물이 쫄쫄 흐르는 개울을 건너오면 자동차도로가 있고,
포장도로 왼쪽으로 ... 갑니다.
저 앞에 무궁화동산 표지석이 보여요.
그래서 오늘의 산행도 끝이 납니다.
초보자가 산행하기에 황정산은 좀 그렇습니다.
스릴과 모험을 즐기는 산악인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산이 아닌가 싶구요.
산행코스: 윗점 - 대슬립 - 수리봉 - 신선봉 - 남봉 - 황정산 - 대흥사골 갈림길 - 낙엽송숲 - 무궁화동산 표지석 (6km, 5시간 10분, 평균속도 1.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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