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6월의 폭염속에서, 홍천 '팔봉산'의 8개 봉우리를 넘다.

adam53 2024. 6. 13. 15:53

2024. 6. 11

6월 초순인데도 무지 덥네요.

한여름의 날씨가 무색하게 수은주가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이 계속되는 아침, 팔봉산으로 떠나봅니다.

10시 20분

팔봉산매표소 앞에서 하차했습니다.

팔봉산은 陰氣가 강한 山이라서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매표소앞에는 돌, 매표소옆 쉼터에는 나무로 된 男根石을 세워뒀습니다.

매표소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화장실이 있구요.

입장료는 1,500원이지만, 입장료 면제조항도 있으니까 먼저 확인부터 하고 산행하길 바랍니다.

꽃이 지고 난 등나무는, 완두콩같은 씨앗주머니를 주렁 주렁 길게 매달았습니다.

작은 철교(鐵橋)를 건너면 이내 오르막이 시작되죠.

팔봉산은 해발 327.4m라고 해서 만만하게 볼 산이 아닙니다.

1봉에서 8봉까지 대부분 암릉으로 되어 있어, 로프를 잡고 오르거나 수직에 가까운 계단을 오르내리는 구간이 있어 은근히 땀 깨나 흘려야 하는 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암과 절벽사이로 등산로가 있어, 등산하는 재미가 쏠쏠한 건 물론이려니와 팔봉산을 안고 흐르는 홍천강,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는 한폭의 그림같습니다. 전망도 아주 그만이구요.

침목계단 덕분에 오르막을 쉽게 올라가지만,

아침공기가 서늘해서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르막길은 힘 듭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쉼터는 그냥 지나가요.

팔봉산은 두번 놀라는 산이라고 하죠.

낮은 산이지만, 산세가 아름다워 놀라고

산에 올라보면 암릉이 줄지어 있어 산행이 만만치 않아 두 번 놀란다는 겁니다.

1봉에서 8봉까지 휘돌아오면 2.6km의 짧은 거리지만, 바위와 암벽을 오르내리는 그 재미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예쁜 산입니다.

1봉으로 가는 두 갈래길.

왼쪽은 순탄한 길, 오른쪽은 위험한 등산로라고 하는데 팔봉산에 왔다면 오른쪽으로 가야합니다.

짜릿한 바위 맛 좀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험하다고 하지만, 디딤판이 있어 위험하지 않거든요.

암벽을 오르는 이 재미에 팔봉산을 찾는 겁니다.  그래서 팔봉산 만큼 많이 온 산도 없을꺼에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경치 좋은 곳은 찾아서 가고...

여름으로 가는 山은 녹음이 짙어갑니다.

1봉에 왔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사진 한 장 찍으며 한숨 돌리고

1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파릅니다.

쇠파이프를 꽉 잡고 내려가야 해요.

꽤 가팔라 보이죠?

2봉으로 가는 길도 '쉬운 길'이 아닌 '위험하다'는 길로 갑니다.

밧줄을 잡고

쇠난간을 잡으며 올라갑니다.

뒤돌아 본 1봉

난간 너머는 낭떠러지라, 가까이 가지않는 게 좋습니다.

산 전체가 바위 암벽으로 되어 있습니다.

산신령을 모시는 전각이 보입니다.

전각 문을 열어뒀기에 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산신령의 모습은  중생을 소중히 여기며 깊이 사랑하는, 한없이 자애롭고 인자한 그런 표정입니다.

삼부인당 앞에는 2봉 정상석이 있습니다.

팔봉산 중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입니다.

해발 327.4m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지는 여기 2봉입니다.

2봉에서 바라 본 3봉

2봉에는 전망대가 있어, 산을 안고 휘 돌아가는 홍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三 婦人堂' 안에는 기도하는 사람이 있어, 기도 소리가 들립니다.

'삼부인당'은 팔봉산 인근 주민들의 안녕과, 질병 등 재액, 풍년과 흉년을 주재하는 세 여신을 모시는 당집입니다.

여신들은 이씨, 김씨, 홍씨 성을 가졌는데 이씨는 시어머니, 김씨는 며느리, 홍씨는 시누이라고 하죠.

425여 년 전인 조선 선조(1590년대) 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오곡과 술, 고기 등을 갹출하여 굿과 제를 올리는, 전통적인 부락제인 당산제를 매년 3월과 9월 보름에 당굿을 해 왔다고 해요.  3월 것이 큰데 이때는 삼부인신과 칠성신,산신(山神),을 기리는 세 마당 굿을 사흘 동안하는데, 이 굿을 보면 무병장수하고 복을 받으며 소원성취 한다는 전설이 있어 그 무렵에는 팔봉산 2봉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답니다.

마을 사람들의 말로는 팔봉산의 성황님이 내려다보고 계셔서 마을이 잘되고 있다고 하며, 옛날에는 팔봉산은 여(女)산이라서 가마채가 그 산을 못 넘어 갔다고 해요. 그곳에 三婦人들이 있어서 가마채가 넘어 가면 발이 붙어서 가마꾼들이 못 지나갔는데, 당고개에 물을 정성스레 차려 놓고 절을 하면 그제서야 발이 떨어져서 갈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팔봉산이 女山이므로 여자들이 샘이 많아서 심통을 부렸다고 전해집니다.

팔봉산에는 닭고기, 개고기, 비린 것을 먹고 올라가면 안되고, 뱀을 보고도 못 올라갔으며, 개 잡는 것을 봐도 안 올라갔다고 해요.

올라가면 '삼부인'이 사람을 굴리는 벌을 주었는데, 40미터 가량의 낭떠러지에서 내려 굴리는데 죽지는 않았답니다. 위와 같이 부정타는 경우가 있을 때는 팔봉산 아래 홍천강의 뗏목도 못 지나가게 했다고 합니다.

또 여름에는 더워도 옷을 못 벗었다 해요. 그 이유는 여산(女山)이기 때문에 옷을 반드시 입고 지나가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나쁜 짓을 하면 산신님이 호랑이를 내려 보내 그 산을 넘어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했다는 전설도 있답니다.

구전으로 전해 오는 삼부인(三婦人)의 얘기가 있습니다.

옛날 옛적, 팔봉리 마을에 성격이 각기 다른 세 여인이 살고 있었다. 시어머니 이씨 부인, 딸 김씨 부인, 며느리 홍씨 부인이 아옹다옹 싸우면서도 다정하고 행복하게 함께 사는 세 과부 삼부인집이 있었다. 그집 이씨 부인은 성격이 까탈스러웠으나 인자하였고, 김씨 부인은 푼수끼가 많았으나 후덕하였고, 홍씨 부인은 정은 많았으나 다혈질의 소유자였다.

세 과부 삼부인집은 남편들은 다 죽고, 오랫동안 논농사를 짓지 못하고 살아가다 보니, 가세가 점점 기울어 먹고 살기도 점점 어려워졌고,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살아가던 중 언제부터인지 이렇게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서 무엇하랴 하는 상념에 사로 잡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세 과부는 지지리도 남편 복도 없고, 후사도 이을 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며 죽음을 작심하고 지금의 팔봉산 제2봉에 올라 삼부인은 부둥켜 안은 채, 먼저 저 세상으로 간 무심한 남편들을 향해서 목놓아 울다가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삼일만에 마을 사람들이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앞에서 삼부인은 혼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한참 후 지축을 흔드는 커다란 산울림이 일어나고, 삼부인은 세 차례에 걸쳐 살 떨림의 지랄발광을 하고 난 후에 하늘이 열리듯 주변이 훤해지면서 비로소 농사를 주관하시는 신내림을 받았다. 그 옛날에는 신내림 받은 곳은 영험하고 상서로운 곳으로 여기던 시절인 만큼, 마을 사람들은 추렴을 하여 삼부인이 신내림을 받은 팔봉산 제2봉 꼭대기에 사당을 짓고 당제음식을 마련하여 삼부인으로 하여금 그 사당에서 마을의 평안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당굿을 해마다 대대적으로 올리게 했다.

그랬더니, 해마다 사방 백리내의 농사는 대풍이 들어 살만해졌다.

풍년이 계속되어 살 만 해지자, 교만해진 마을 사람들은 삼부인이 올리는 당굿을 하찮게 생각하며 당제음식도 마련해 주지 않고 소홀하게 대했다. 그러자 삼부인은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해 농사는 극심한 흉년이 들었고, 굶어 죽은 자가 부지기수였다. 그제서야 삼부인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겸손해진 사람들은 당제음식을 마련하고 무당을 불러 그 사당에서 삼부인을 위로하고 부르는 당굿을 대대적으로 올렸다. 그러자 다시 풍년이 들었다. 그래서 홀연히 모습을 감춘 삼부인을 신으로 모시게 되었고 그 사당을 삼부인당이라 이름지어 붙였다.

그때부터 무당을 불러 삼부인당에서 매년 삼부인신을 위로하고 부르는 당제를 올렸는데,

당굿을 할 때 무당에게 시어머니 이씨 부인신이 내리면 풍년이 들었고, 딸 김씨 부인신이 내리면 대풍이 들었고, 며느리 홍씨 부인신이 내리면 흉년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당굿을 할 때마다 내심으로는 김씨 부인신이 내려주기를 빌고 은근히 바랬다.

그리고 지금도 3월과 9월 보름에 당제를 지내고 있고 그 때를 맞춰 많은 사람들이 당제를 보고자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 출처 : 홍천군지(1989년), 내고장 강원도(중), 우리고장 홍천(1992년), 이야기로 보는 홍천(제1편)

2봉에서 내려오는 길도 만만찮지만, 3봉으로 오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그나마 철계단이 있어 쉽게 올라갑니다.

예전에 계단을 설치하기 전에는 밧줄을 잡고 올라갔습니다.

팔봉산 봉우리 정상석에는 높이가 표시되어 있지않습니다.

봉우리 높이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얼마 되는 지 궁금한 생각이 듭니다.

3봉에서 바라 본 2봉

3봉 정상

우람한 바위가 멋져 보이죠?.

3봉에서 내려오면 2개의 갈림길이 있는데요, 왼쪽으로 가면 해산굴로 가고 그냥 직진하면 4봉으로 갑니다.

해산굴쪽으로 간다해도 염려할 필요는 없읍니다. 해산굴을 빠져나오면 거기가 바로 4봉이거든요.

3봉 방향으로 바라 본 2개의 다리.

오른쪽이 해산굴로 가는 계단입니다.

직진해서 4봉으로 갑니다.

해산굴을 빠져 나오는 사람들의 배낭을 들어줘야 하거든요.

해산굴 앞 4봉 정상석

 

좁은 바위틈을 통과하는 어려움이 산모의 진통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 해서 '해산(解産)굴'이라고 이름한 곳.

배낭은 위에 있는 사람에게 올려주고, 몸을 뒤로 누워서 바위사이로 빠져나와야 하는

팔봉산 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이 굴을 많이 지날수록 무병장수 한다는 전설이 있어 장수(長壽)굴이라고도 하죠.

해산굴을 통과하던 즐거운 마음으로 5봉을 갑니다.

어느 봉우리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5봉의 멋진 모습을 봅니다.

발아래의 마을 모습도 아름답지만, 바위가 삐죽 뾰죽해서 조심해야 합니다.

5봉의 바위사이로 보이는 홍천강과 마을.

이 풍경을 보며 사람들은 탄성을 지릅니다.

내려가는 길이 험할 때는, 뒤로 내려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내려가는 게 한결 수월하죠.

5봉을 내려와 엄청 무지막지하게 큰 바위밑에서 점심을 먹고 갑니다.

점심먹을 시간, 12시이거든요.

밥 먹고 커피도 나눠마시고, 과일도 먹은 후 6봉으로 갑니다.

기운내어 저 계단을 올라가야죠.

정상석에서 사진찍을 때 여늬 봉우리에서는 쬐끔 불안하게 찍었다면, 6봉에서는 마음놓고 찍어도 됩니다.

6봉 바위뒤에는 철판이 놓여있어 안전합니다.

7봉으로 가는 길

쳐다보면 저길 어떻게 올라가나 걱정되지만, 계단이 있어 마음놓고 올라가도 됩니다.

막상 올라가면 별거 아니거든요.

암릉을 오르는 재미가 있어 저마다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7봉에는 부처바위가 있어 세파에 찌든 중생들이 이곳에 정성을 드리고 나면, 마음속에 잡념을 털어내고 정화된 마음으로 하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온통 바위투성이의 山인지라 어느 게 부처바위인 줄은 모르겠더라구요.

34도를 육박하는 더위에 땀은 비 오듯 줄줄 흐르고, 

8봉까지 갔다가 내려가면 홍천강에 들어가 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요?

7봉입니다.

이 불같은 날에 산행을 하면서도 모두들 씩씩하군요.

7봉에서 바라 본 6봉은 숲에 가려져 정상을 볼 수 없네요.

7봉에서 바라 본 마을도 아담한 게 예쁩니다.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8봉입니다.

7봉에서 내려가 8봉을 오르기 직전에는 하산로가 있습니다.

8봉 정상 직전에는 조금 위험한 구간이 있어, 8봉을 오르기가 겁나는 사람은 이 사잇길로 내려가면 됩니다.

산행 도중에 내려갈 수 있는 하산로는 여기말고도 2봉과 3봉 사이에도 있구요.

내려온 길을 쳐다보면 후덜덜합니다.

이런 곳을 내려왔거든요.

산행할 때는 안전에 유의하며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이 팔봉산에서는 특히나 더 안전산행을 해야해요.

8봉 오르기 직전의 안내문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니까 등린이는 여기서 하산하라고 합니다.

8봉으로 갑니다.

암벽을 올라가서

이 계단을 오르면

계단 끝나는 지점에서 쇠 난간을 붙잡고 올라갑니다.

90도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라서 단단히 잡고 올라가야 하죠.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 8봉에 왔습니다.

8봉에 오르면 평평한 바위가 있는데 사백여년전 삼부인을 모시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음력 3월 보름과 9월 보름에 굿과 제사를 지내면서 주민들의 안녕과 산객들의 무사함을 축원하는 팔봉산 당산제를, 예전에는 여기 8봉에서 했다고 합니다. 

420여년 전, 여기 8봉에는 삼선당(三仙堂)이라는 팔봉산사(八峰山祠)가 있어 해마다 홍천현에서 주관하여 봄, 가을로 제사를 지냈으며 팔봉산 당산제는 七星, 山神, 3婦人神을 모시는 3마당으로 되어있고,

앞서 삼부인당에서 언급했듯이 팔봉산 당굿할 때 오면 무병장수하고 저마다의 소원이 성취된다 해서, 이때에는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합니다.

8봉에서 내려가는 길도 급 경사입니다.

디딤판을 딛으며 쇠파이프를 잡고 조심해서 내려가야 합니다.

7봉과 8봉사이에서 내려가는 길은, 8봉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보다 완만하고 위험하지도 않다고 합디다. 

팔봉산은 조선시대에 임금이 제물과 제문을 보내어 국가의 안녕을 비는 치제를 지냈던 명산입니다.

비록 낮은 산이기는 하지만 홍천강이 3개의 봉우리를 안고 흐르는 모습은 수반위의 수석같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팔봉산은 암릉과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이기에 기상악화시에는 입산을 통제합니다.

당연히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입산통제를 하죠.

한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넘쳐나는 홍천강

비가 내리지 않아 물이 고여있는 탓으로, 발 담그기도 뭣합니다.

팔봉산을 찾을 때는 등산스틱이 필요없습니다.

8개의 봉우리를 쉬임없이 오르내리므로 스틱은 거추장스럽기만 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6월의 하루, 홍천 팔봉산 산행은 여기서 마칩니다.

오늘 걸었던 거리는 3.4km 였습니다. 평균속도는 1.1km 였구요, 딱 3시간이 소요되었네요.

산행코스: 매표소 - 1봉 - 2봉 - 3봉 - 4봉 - 5봉 - 6봉 -7봉 - 8봉 - 매표소 - 팔봉산관광지 주차장( 3.4km, 3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