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정선 두위봉, 그 산은 철쭉꽃이 예쁘다던데...

adam53 2024. 6. 8. 20:56

2024. 6. 4

그 산에 가면 철쭉꽃을 볼 수 있을까?

소백산 철쭉꽃을 하나도 보지 못한 아쉬움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철쭉 군락지라고 하는 정선 두위봉으로 향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청정지역이라 야생화도 지천으로 피고,

산림청 산하 187번째 명산으로 선정된 산, 두위봉.

오늘도 단오문으로 들어가 창포다리를 건넙니다.

이틀후엔 단오제가 시작하므로 행사를 치를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오늘의 산행 들머리는 자미원 驛앞입니다.

정선군 신동읍 예미를 지나 함백읍도 지나고, 버스는 꼬불 꼬불한 산길을 자꾸만 올라갑니다. 

이거 정상까지 올라가는 거 아냐?

11시

7부 능선까지 올라 간 버스는 다시 구비 구비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도로 옆 '등산로' 표지판을 발견하고는 멈췄습니다.

'자미원 역 반대편에 들머리가 있다던데'  이 길이 맞는가?

 모두 다 처음 가는 길이라 긴가 민가 하면서도, 표지판을 보고 걸어갑니다.

어찌되었든 '새마을1교'를 건너서 왼쪽으로 가다보니

'두위봉 등산로' 안내판이 보입니다.

거기에다가 정상까지 2시간 반이 걸린다고 친절하게 안내를 하고 있군요.

두위봉 가는 길은 의외로 많습니다.

자미원역, 자뭇골, 민둥산역, 도사곡, 단곡계곡 등.

아마도 정선 두위봉(1,466m)은 탄광으로 널리 알려진 사북읍과 신동읍에 위치하고 있어 그런가 봅니다.

두위봉 산행은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서너해 전 단곡에서 올랐다가 도사곡으로 내려간 적이 있었죠. 그때는 9.7km를 5시간 걸었댔는데, 오늘 걸을 거리는 9km 된다고 합니다. 그때보다는 조금 짧게 걷는거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정오가 가까워서인지 무덥기도 하고, 배도 고프다는 생각, 맥 빠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참나무들이 자리한 숲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저 연두색의 숲.

온통 연두빛의 숲을 보며 걷는 것도 행복이고

이리도 고운 색깔의 산림속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도 큰 축복입니다.

푸른 물이 뚝뚝 묻어나서 몸도, 마음도 푸르게 물이 들 것 같은 숲.

사방댐 표시가 있네요.

산사태나 토석류의 유출을 막기 위해, 산 계곡에 설치하는 댐이 여기에 있다는 겁니다.  물도 없는데 ???

자미원 역에서 정상까지 5km.

여기서 말하는 정상은 '철쭉제 기념비'가 있는 곳을 말하는 건데요.

 두위봉의 정상은 3개라고 하죠. 철쭉제 기념비가 있는 곳과 거기서 몇걸음 더 가면 某 산악회에서 나무에 걸어놓은 두위봉 표시, 그리고 삼각점이 있는 곳.

그러나 나무에 표시한 두위봉은 정상이 아닙니다.

이정표를 보면 정선지역 이정표에는 거리도 표시했지만, 얼마정도 소요되는지를 알려주는 시간을 기재한 걸 볼 수 있습니다.

등산객들이 그걸 보고 힘을 내라고 그러는 거지만, 볼 때마다 이정표를 세운 이의 따뜻한 마음씨와 한개를 세우더라도 대충 세우지 않는 성실함이 느껴집니다.

성의있게 실제로 걸어본 시간을 기재했으므로 믿음이 가기도 하구요.

산 모양새가 두툼하고 두리뭉실하다고 두리봉이라 부르는 산

블랙야크 100 플러스 인증장소인 두위봉.

정선 두위봉은 매년 6월초에 철쭉제를 개최합니다.

수만평의 철쭉 군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1991년부터 함백청년회의소 주최로 열리고 있죠.

올해에도 두위봉철쭉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신동읍번영회가 주관하는 철쭉제가 6월 8일, 두위봉과 단곡계곡 일원에서 개최한다고 합니다만, 지난 5월 16일의 철 모르는 눈과 찬바람이 불었는데, 철쭉 꽃봉오리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염려해봅니다.

마른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을 갑니다.

1,470m를 올라가야 해서 은근히 힘드네요.

조금 가다가 쉬고, 또 조금 걷다가 쉬고

11시 50분

멧돼지가 산소를 파헤치지 못하게, 산소 둘레에다 나뭇가지를 놔둔 여기서 부터 평탄한 길을 갑니다.

강원도 오지에 있는 산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군요. 

약간의 물이 흐르는 작은 개울을 건너고

돌맹이 투성이인 길도 가고

그러다 임도를 만납니다.

임도 건너편에 등산로가 보입니다.

물을 가둬놓은 사방댐

먼지가 풀풀 나도록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지않는 산이지만, 그렇다해도 이 산을 찾아온 이들이 길 찾느라 헤매지 말라고 이정표는 곳곳에 세워뒀습니다.

걷는 것에 신경 쓰다보면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이정표지만, 산객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씀씀이가 느껴집니다.

녹음은 점점 더 짙어만 가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개울을 끼고 올라갑니다.

나무그늘에는 연분홍 큰앵초가 피었습니다.

새빨간 진분홍의 큰앵초가 옅은 색으로 핀 건 처음 봅니다.

토양 때문인가? 아님 기후 탓인가, 그것도 아니면 돌연변이인가 하는 궁금증만 더해가고...

갈림길에 왔습니다. 철쭉군락지로 가는 길과 주목군락지로 가는 길.

여기서 어떤 길을 선택하겠습니까?

주목군락지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철쭉꽃을 보려고 왔기에 철쭉군락지를 택합니다.

주목군락지가 있다는 건 몰랐습니다. 이 길, 저 길을 많이 다녀보지 않아서 그렇겠지요?

도사곡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의 세그루 주목은 볼 만 합디다. 

각각 1200년, 1400년, 1100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들이거든요

다시 또 임도와 만났습니다.

작은 사방댐도 만났구요.

숲길에 들어섰지만 땅이 메마르고 건조해 보입니다.

서너해 전에 찾아왔을 때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었는데, 이맘때는 야생화 천지인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만난 꽃들은 별로 없었습니다.생육환경이 많지않아 사라져가는 건 아닌 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은대난초 한포기가 외롭게 흰꽃을 피웠습니다.

12시 25분.

[천연샘물 연못 쉼터]에 왔습니다.

이 시간이면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정상이 얼마 안남았기에 정상에서 먹겠다고 그냥 갑니다.

이 작은 연못은 샘물이 솟아서 생긴 겁니다.

해발 1,225m에 솟아나는 샘물.

하산로 안내판이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이따가 하산할 때는 여기서 단곡계곡으로 갑니다.

철쭉군락지로 접어듭니다.

요강나물 까무스럼한 꽃이 피었네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이 요강나물은 설악산 이북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낙엽활엽관목인데,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이 요강을 닮았다고 요강나물입니다. 아래를 향해 달린 꽃봉오리가 종을 닮았다고 선종덩굴이라고도 하죠.

두위봉은 털쥐손이 천지입니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털쥐손이는 꽃쥐손이로 통합되어서, 이제는 꽃쥐손이로 불러야합니다.

꽃쥐손이는 한국, 일본, 중국, 몽골, 헤이룽강, 우수리강 등 고산지대 풀밭에 자생하는데 관상용으로, 약용으로 심는답니다.

설사를 멈추는 효능이 있어 지사제(止瀉劑)로 쓰인다고 해요.

노린재나무도 흰꽃이 피었습니다.

백두산 '금강대협곡'에서 본 이후 두위봉에서 만났을 때는 놀라움과 반가운 마음을 금치 못했었는데, 두위봉의 철쭉군락지에는 이 꽃쥐손이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습니다.

꽃쥐손이의 수술 아래엔 털이 나 있어 털쥐손이로 불리웠었죠.

수술은 삐쭉히 나와 있어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특이하게 생긴 꽃입니다.

꽃은 아래로 향해 다소곳이 피므로 꽃말은 '새색시'.

이 일대는 철쭉군락지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두위봉은 연분홍 철쭉으로 붉게 물듭니다.

그렇지만 지난 오월 중순의 이상기후로 인해, 꽃봉오리가 모두 떨어진 상태라서 두위봉의 철쭉꽃은 하나도 없습니다.

쥐오줌풀도 꽃이 피었어요.

철쭉꽃 하나 없는 철쭉군락지.

나흘 뒤엔 철쭉제를 개최한다는데, 이 상태에서 할 수 있을려나 걱정됩니다.

죽렴지맥(竹廉枝脈) 분기점을 알리는 푯말이 철쭉나무숲에 있습니다.

백두대간 함백산(1572.1m) 아래 만항재에서 서쪽으로 분기해서 백운산(1426.6m), 두위봉(1470.8m) 으로 이어진 두위지맥(斗圍枝脈)이 두위봉을 내려서며 석항천을 사이에 두고 두 줄기로 갈라지는데,

두위지맥(斗圍枝脈)은 석항천 남쪽으로 이어가는 산줄기이고, 죽렴지맥(竹廉枝脈)은 석항천 북쪽으로 이어가는 산줄기랍니다.

죽렴지맥(竹廉枝脈)은 수리봉(1061.3m), 죽렴산(1061.9m), 곰봉(1015.8m), 고고산(852.9m), 능암덕산(813.2m)을 지나 영월군 영월읍 문산리 동강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6.4km되는 산줄기이고, 

 '죽렴지맥 1구간'인 단곡, 두위봉, 죽렴산, 마차치에서 두위봉 철죽제단이 있는 곳이 두위지맥과 죽렴지맥 분기봉이 되는 거라고 해요.

풀숲에는 미나리아재비 노란꽃도 피었습니다.

'두위봉 철쭉비'가 있는 정상에 왔습니다.

두위봉의 정상은, 능선을 따라 사북 도사곡 방면으로 1Km를 더 가면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가 정상이지만, 철쭉기념비가 있는 바위로 된 봉우리가 경관이 더 좋아서  99년에 이곳에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고 하며, 여기가 실질적으로 정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발아래는 물결처럼 산봉우리가 펼쳐져 있어 조망이 아주 좋습니다.

두위봉 철쭉제 기념비

백두대간 함백에서 올곧게 뻗어내린 산세가 솟아올라 형성된 두위봉은, 배발 1465.8m의 산으로 이는 어느 명산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두위봉의 매력은 때묻지 않은 자연생태계가 주는 아름다움이다.

늦은 봄, 정상의 장군바위아래 수만평의 산자락에는 철쭉화원이 펼쳐진다.

늦게 피어나 수줍은 듯 연분홍 색깔의 철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군락을 이룬다.

이에 오늘 함백청년회의소에서 주관하는 철쭉 축제를 계기로 온 산이 철쭉으로 물결치는 두위봉에 기념비를 세운다.

비록 이 곳이 정상은 아니지만 우뚝 봉우리로 솟아 산자락으로, 아늑한 계곡으로 이어지는 철쭉과 이에 감동해 산의 품에 든 이들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함이다.

1999년 5월 30일

철쭉제기념비가 있는 정상에서 자뭇골쪽으로 몇걸음 더 가 봅니다.

'부산 김해00000' 에서 바위옆 나무에다 부착한 두위봉 표시.

여기는 정상이 아닙니다.

자뭇골 방향으로 능선길을 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뒤돌아 본, 기념비가 있는 정상.

또 하나의 헬기장을 지나서 올라가면 오른쪽 봉우리가 정상입니다.

삼각점이 있는 여기가 진짜 정상이지만, 정상석은 없습니다.

아마도 정상 대신을 하는 '철쭉 기념비'가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해발 1,470.8m의 정상.

두위지맥이 지나는 길입니다.

정상 바로앞의 이정표.

여기서 도사곡은 5.3km를 더 가야하는군요.

조망이 좋지 못해서 정상이면서도 정상 대접을 받지 못하고 홀대받는 듯한, 쓸쓸해 보이는 정상을 돌아보며

'철쭉기념비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헬기장은 꽃쥐손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시 철쭉기념비 정상에 왔습니다.

아까 봤었던 풍경들이지만, 다시 또 보고

또 한번 보면서 하산합니다.

신동 방향의 단곡계곡으로 내려가요.

길은 몹시 가파릅니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인 아리랑이 3개 있습니다.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그리고 정선아리랑이 있는데, 그 중 밀양아리랑과 진도아리랑은 빠른 템포의 흥겹고 신나는 아리랑인데 비해, 정선아리랑은 구슬프고 애잔하며 애조를 띈, 느린 가락의 아리랑입니다.

600여년 전 조선 초기, 고려의 충신 72명은 새 왕조를 세운 이성계 일파의 온갖 회유에도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개풍군 광덕면 광덕산 두문동에 틀어박힌 채 초근목피로 연명했는데, 새 왕조의 집권세력들은 더 이상 설득이 소용없다고 판단하고 이 일대에 불을 질러 이 들을 태워 죽였습니다. '두문불출'이란  말이 생긴 것도 그때였구요.

이때 불길을 피해 그곳을 빠져나온 일곱명은 정선군 남면 낙동리 산골로 피신해 살았습니다.

고려 충신 7명은 전오륜(全五倫), 김충한(金仲漢), 고천우(高天祐), 이수생(李遂生), 신안(申晏), 변귀수(邊貴壽), 김위(金瑋) 였으며,

이들은  아침마다 고려관복 차림으로 개경을 향해 절을 올리고, 중국 상나라를 패망시킨 주나라에 반대해서 고사리를 캐 먹다가 굶어 죽었다는 백이와 숙제의 고사를 새기며 마음을 다 잡곤 했다고 해요.

자신들이 은거하는 산을 ‘백이산’이라 부르던 그들은 산나물과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면서 살았았는데, '백이산'은 주나라에 반대하여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어죽은 '백이' '숙제'에서 따온 이름이구요.

이 들이 당초 정선으로 숨어들게 된 것은 7현중 한사람인 고려말 중신 전오륜의 연고지인 정선 전씨 조상의 고향이기 때문이었으며,

이 들은 후세에  ‘고려유신 7현'으로 불리우게 되고, 은둔장소는 ’거칠현동‘이라 했으며 마을입구에는 그들의 충절을 기리는 칠현사가 세워지게 되었죠.

한치 뒷산의 곤드레 딱주기 임의 맛만 같다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지.

정선아리랑 한 구절의  이 '한치'(정선군 남면 유평리)마을에서 북쪽으로 7km쯤 가면, 정선군 남면 낙동리 거칠현동이 있는데, 여기는 첩첩산중이라 세상을 등지고 살기에 적격인 곳이랍니다.  앞산 '백이산'은 올라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가파르고..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며는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삼월이 아니라며는 두견새는 왜울어.

정선아라리의 첫 수에 나오는 '만수산'은, 송도(개성)에 있는 산이라죠.

고려말의 '7현'이 거처했던 정선 남면 낙동1리 거칠현동(居七賢洞).

망국의 한을 가락에 담아 '7賢'이 부르던 가락은 정선 산골의 마을로 퍼져 나갔고, 정선아리랑의 始源이 되었다고 합니다.

감로수 샘터까지 왔습니다.

감로수라는 이름처럼 시원하면서도 달디 단 이 샘물은, 가뭄때문인가 물이 많지 않네요.

다시 또 만난 임도.

10여 미터 쯤 걸어가면 이정표가 있어 그리로 내려갑니다.

이젠 다 내려왔습니다.

철쭉으로 유명한 두위봉에 왔지만, 두위봉 철쭉꽃은 하나도 없고 마음속에만 가득히 피어 있었습니다.

안내판이 있는 왼쪽으로 소나무 한그루가 보이죠?

그 뒷편에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왼쪽에 주차장이 있는 겁니다.

오늘은 9.14km를 4시간 걸었답니다. 평균속도는 2.2km였구요.

램블러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대략 그 정도의 거리와 시간입니다.

 

두위봉 철쭉산행은 여기서 끝냅니다.

산행코스: 자미원 역 - 갈림길 - 철쭉군락지 - 철쭉제 기념비 정상 - 실제 두위봉 정상 - 철쭉제 기념비 정상 - 철쭉군락지 - 감로수샘터 - 단곡주차장( 9.14km, 4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