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마지막날에는 영덕 블루로드길을 걸어봅니다.
해파랑길 21구간 B코스이기도 하죠.
아래의 지도부터 먼저 봅시다.
블루로드길은 목은 사색의 길, 푸른 대게의 길, 빛과 바람의 길, 쪽빛 파도의 길 이렇게 4개의 길이 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는 '푸른 대게의 길'을 걷는 겁니다.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까지 12km 남짓한 거리를 4시간 정도 걸을꺼에요.
11시
영덕읍 창포리 해맞이공원에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원래의 해맞이공원은 나무가 울창한 숲이었는데 1997년 산불로 나무들이 모두 타서 황무지처럼 버려진 곳을, 몇년에 걸쳐 가꾸고 가꾸어서 지금의 아름다운 공원으로 만들었다죠.
영덕 블루로드는 영덕의 보석 같은 해안 풍경을 즐기며 걷는 해안 도보 길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해맞이 공원에서 축산항까지, 동해안 푸른바다와 해송숲과 백사장 그리고 어촌마을과 기암괴석의 갯바위 등 수려한 풍경을 보며 걷는 '환상의 바닷길'이라고 불리는 길이지요.
해파랑길은 50개의 코스가 있고 길이도 770km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장거리 걷기 여행길입니다.
2010년부터 길을 이어 온 해파랑길의 시범구간은 영덕의 블루로드였고, 여기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파랑길이 탄생했답니다.
첫 시작은 바닷가로 내려가는 목재계단입니다.
분홍색 영산홍과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상쾌해진 기분으로 해안가로 내려갑니다.
마음도 푸르게 물들이는 동해바다.
4월의 햇살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바닷가의 기암괴석.
갈대의 새 잎이 푸릇 푸릇 돋아나는 길
아름다운 해안도로는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입니다.
동해바다에 대해 일본여행 당시, 가이드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일본은 동해를 지도에 <일본해>라고 표기했는데, 우리는 <동해>라고 표기를 했습니다.
그런데요, 대부분 관광객들은 지도의 '일본해'를 보며 아하! 하고 금방 이해를 하지만, '동해'라고 하면 거기가 어딨냐고 물어서 '한국의 동쪽에 있는 바다를 <동해>라 한다'고 부연 설명을 해야 알아듣는다고, 우리도 <동해를 '東海'라 하지말고 '한국해(韓國海)'로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관광 온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 제발 좀 바꾸어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 세계의 지도를 모두 바꾸는 일이라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려고 한다는 움직임도, 말조차도 없어 더 아쉽다고 아주 열변을 토하더라구요. 중학생 아들을 둔 그녀의 작은 체구는 나라사랑으로 가득했습니다.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서 하얗게 부서지고
철석이는 물소리에는 짭조롬한 미역냄새, 바닷냄새가 납니다.
푸른 바닷길은 평탄하지만은 않습니다.
해안도로 아래의 바닷가 절벽으로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바위사이로 이어집니다.
해안을 따라 연이어 있는 암석은 약 1억5천만년 전,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식어 형성된 화강섬록암이라 합니다.
*화강섬록암: 화강암과 섬록암의 중간 정도 화학성분을 가진 암석.
밝은 색은 화강암질이고 어두운 색은 섬록암이며, 얼룩무의 암석은 두 암질이 섞인 '포유암(enclave)'이라 합니다.
*포유암: 마그마가 굳어 만들어진 암석안에 포함된 다른성분의 물질.
방파제와 작은 배가 보이네요.
마을이 있나봅니다.
물고기를 말리는 망도 보이구요.
작고 아담한 항구는 참 예뻐보여, 그림속을 걷는 듯 합니다.
바다 위의 배도 그냥 한폭의 그림입니다.
대탄리마을입니다.
영덕읍 대탄리는 바닷가 큰 여울옆에 있어, 해여울 또는 대탄리라 한대요.
대탄리는 청정미역의 산지이기도 하구요.
500m가면 오보면, 오보해수욕장이 있다고 해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한적한 어촌마을이 오늘따라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하나 없는 쓸쓸한 오보해수욕장에는, 쉬지않고 파도가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고 또 밀려와서 부서집니다.
발걸음도 가볍게 룰루 랄라 ~ 걷는 길
금방이라도 바다에 굴러떨어질 듯 위태위태해 보이는 바위
빨간 등대가 보여요.
알록달록한 지붕의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도 보이구요.
발걸음을 빨리 해 봅니다.
바닷가에 가면 흔히 보는 테트라포트도, 빨간 등대도 오늘따라 더 예뻐보입니다.
마음을 텅 비우고 걷는 때문이겠지요?
항구는 그닥 크지 않은데, 의외로 고기잡이 배들은 많군요.
근래에 와서 동해안은 수온 상승과 바닷속 백화현상으로 물고기가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하던데, 어부님네들, 내일 아침 귀항할 때는 한배 가득 물고기를 잡아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아담한 붉은 벽돌집 마당에는 동글동글한 돌맹이를 그득히 모아놓았네요.
노물리의 별미횟집앞에는 놀이를 하는 여인상이 있습니다.
경북 영덕의 무형유산이며 전통놀이인 '월월이청청'은 동해안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놀이의 하나로써, 소리와 춤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群舞는 일반적으로 ‘월월이청청’으로 부르고 있으나, ‘토연노래’, ‘생금생금 생가락지’ 등 일정한 가락을 가지고 있는 歌舞라고 해요.
이 놀이 사이사이에 달넘세, 대문열기, 산지띠기, 동애따기, 재밟기, 실꾸리감기와 풀기, 절구세 등이 월월이청청에 합성되기도 하는 女性群舞이며, 圓舞랍니다. 강강수월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지역의 독특한 전통놀이죠.
마을마다 예쁜마을로 가꾸어서 사람들이 찾고 싶고, 오고 싶은 곳을 만들려고 애 많이 썼습니다.
노물리, 안녕 ~!
노물리를 지나면서는 흙길을 걷습니다.
길 한쪽은 맨발로 걷는, 건강을 위한 길을 만들어 놨군요.
봄 언덕,
눈이 다 시원스레 맑아지는 길
이 길, '블루로드'는 정말 예쁜 길입니다.
해파랑길 어느 구간을 막론하고 모두 다 마음을 사로잡는 길이지만, 이 21구간(b코스)은 정말로 한번 걸어보시라 강추합니다.
사색을 하며 힘겹게 걷는 해파랑길도 있지만, 이 블루로드길은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상태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걷는, 그야말로 마음이 한껏 여유로워지는 길입니다.
바위 위에 갈매기가 쉬는 모습도 보며 가요.
낚시꾼은 한가로이 세월을 낚고 있군요.
헝클어진 마음을 한가닥씩 고르고 있는지도 모르죠.
걷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길도 참 잘 닦아놓았어요.
폐부(肺腑) 깊숙히 솔내음을 흠뻑 들이마시면서
대게 마을로 갑니다.
어! 작은 쉼터 옆 바위에서 물이 흐릅니다.
인공폭포네요!
이 한적한 바닷가에 인공폭포를 만들다니.....
계단을 오르고
계단을 내려가고
물속에 솟아있는 바위들을 보며 감탄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 '바다부채길'에서 수 없이 봐 왔으면서도, 이런 풍경을 처음보듯 연신 '너무 멋지다' 합니다.
쉼터 겸 전망대는 곳곳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쉬지 않고 갑니다.
눈 앞에 펼쳐 질 또 다른 풍경을 기대하면서...
맨발 몽돌길도 한번 밟아보지 않고
이쁜 쉼터도 그냥 지나갑니다.
망중한을 즐기는 낚시꾼 들.
12시 20분
쉼터.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가자 하는데 너무 땡볕이라 조금 더 가봅니다.
결국은 여기서 점심을 먹네요.
12시 30분
그리고 다시 걸어서 몇걸음 가지 않아 도착한 '따개비 마을'.
'따개비 마을'이라뇨?
마을이름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건가요?
--------- 블루로드 트레킹은 下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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