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로드길 트레킹의 下편입니다.
사진이 너무 많아서 상, 하로 나누었거든요.
옹기종기 바다를 품고 살아 온 '따개비 마을'이랍니다.
급한 기암괴석 해안절벽에 마치 바위 위 따개비처럼, 마을 집들이 붙어있다 하여 '따개비마을'이라 한대요.
기암괴석이 많아 '석동마을'이라고도 하는 열악한 환경에 살면서도,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도 예쁩니다.
순박한 사람들은 방파제에다, 바닷속 해초들과 물고기 그림들을 그려놓았어요.
정박해있는 고깃배는 한낮의 고요함에 졸고 있고, 고향집에 온 것 마냥 포근한 마을입니다.
이제 경정항으로 갈꺼에요.
해안가 넓은 곳에는 우리들의 미래인 '꿈나무'들이 해파랑길을 걷다가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왼편에는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데, 작게 지어서 남.여 구분없이 사용해야 해요.
그래도 이 화장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계단위에서 내려다 본 '따개비 마을'.
여기서 부터는 다시, 해안절벽 바위 위 데크길을 걷습니다.
푸른 동해바다를 보며 걷는 '블루로드(BLUE Road)'는
동해의 맑고 푸른 바다(Beach), 새로운 빛(Light), 전설과 이야기가 풍부한 곳(Legend), 언젠가 가보고 싶은 관광목적지(Utopia), 독특한 지역문화가 있는 곳(Unique), 희망의 에너지(Energy), 흥미진진한 장소(Exciting) 등 이 도보여행길의 상징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영어의 머리글자를 따서 명명한 것'이랍니다.
이 '블루로드'는 해안선을 따라 도보여행을 하기에 좋다는 평가를 받는데, 2012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곳'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7선'에 들었다고 해요.
끝없는 수평선과 철석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이따금씩 만나는 작은 어촌마을은 이 길을 걷는 즐거움의 배가 됩니다.
해안을 지키던 군인들이 떠난 초소에서, 손짓하며 맞아주는 군인 동상.
초소를 쉼터로 만들었습니다.
'해파랑 초소'라는 이름으로.
데크에도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놓았지만 쉼 없이 줄곳 걷습니다.
바위를 깎아만든 계단을 오르고
비어있는 초소에 들려 바다를 바라봅니다.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나라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바다를 지켰을 초병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해안가 바위들은 여러색을 띱니다.
붉은 색 바위는 이암이고, 밝은 색 바위는 사암이라 합니다.
50여 가구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작은 어촌, 경정3리에 왔습니다.
이 마을에는 500여년이나 된 '오매 향나무'가 있습니다.
500년전 안동 권씨가 들어오면서 마을 앞 동신바위에 향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대나무를 심었는데,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대나무가 죽어버리고 지금의 이 향나무가 남아 바위를 덮고 있습니다.
풍어와 풍년을 기리며 제를 올리는 동신당 뒤의 이 향나무는 한그루에서 가지가 뻗어나가 바위를 덮고 있으며, 1982. 10. 29 경북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경정3리 오매마을은 16세기경 안동 권씨가 들어와 살았고 그 뒤에 김해 김씨가 개척하면서 함께 살기 시작한 어느 날, 한 지관이 지나가다 남쪽에 오두산이 있고 마을앞에는 매화산이 있어 까마귀 오(烏)자와 매화나무 매(梅)자를 따서 '오매'라 했다고 하는데,
일설에는 까마귀가 열매를 물고 마을로 들어오는 형국이라서 '오매'라 한다는 말도 있다는 오매마을 그리고 향나무.
마을 담벼락에는 그림과 함께 '쌍둥이 엄마, 사랑해요' 라며 무심하게 툭하고 내뱉는 말들이 써 있어 미소짓게 합니다.
마을마다 나름대로 특색있게 가꾸고 살아갑니다.
영화 세트장같은 혹은 설치미술작품과도 같은 게 보이고
금방이라도 바사삭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바위 위 소나무가 자라는 곳으로 갑니다.
경정항으로 가는 좋은 길이 있음에도 굳이 이 길로 접어든 거죠.
이게 뭔지 도저히 알 수 없어 궁금증만 더하고,
하얗고 빨간등대가 보입니다.
경정항으로 가는 원래의 길은 풀 뒤로 보이는 길인데, 바닷가로 내려왔습니다.
바닷가 모래사장과
자갈길을 걸어가요.
등대는 언제 어느 곳에서 봐도 예쁩니다.
방파제 끝 바다위에 있어 더 도드라져보여 그런걸까요, 아니면 새빨간 색깔 때문일까요?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걷는 것도 즐겁습니다.
항구에 정박한 배는, 사진작가들이 사진 소재로 즐겨 담는 풍경이죠.
화가들도 많이 그리는 그림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푸른색으로 칠한 배는 그림같습니다.
자동차 애호가들이 차에 튜닝을 하듯, 어부들은 자신의 배에다 예쁜색깔로 치장합니다.
경정항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네요.
다리 아픈 사람은 버스를 타고 오늘의 종점인 축산항으로 가라 하지만, '못 먹어도 GO'입니다.
이 멋진 풍경을 안보면서 갈 수 없어 모두 다 그냥 걸어갑니다.
여기서도 마을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지나쳐 온 마을에도 주민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들 어디서 뭘하는 걸까요?
여기는 'BTS 화양연화 뮤비촬영지'랍니다.
며칠전에는 축산항 개항 100주년 기념식도 있었군요.
13시 25분
포장도로를 잠시 걸어야 해요.
얼마 안되는 거리니까 그냥 저냥 걸어가 보죠, 뭐.
대게 원조마을로 가는 겁니다.
쉼터가 있는 방향으로 접어들며
'경정리 해안' 안내문도 읽어보고
작은 돌들이 깔린 바닷길로 갑니다.
그런데 잠깐, 이 흰꽃이 핀 식물은 처음 보는데요! 여태까지 살면서 바닷가에서 이런 꽃은 본 적이 없거든요.
감자꽃같이 생긴, 드러나지 않으면서 수수한 모습이 자꾸만 들여다보게 합니다.
정자 오른쪽 작은 언덕에 '대게 원조마을' 비가 보입니다.
가장 좋은 서식지의 이 마을 대게는 타 지역보다 맛과 질이 단연 우수하므로, 다른지역에서 잡은 대게를 가져와 팔지않고 원조마을을 지키려는 마을주민들. 그래서 영덕대게가 유명합니다.
대게는 번식기를 피해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잡는데, 등껍질이 9cm미만인 어린게와 암게는 잡을 수 없습니다.
암게는 "빵게"라고 하는데 어족보호를 위해 절대로 잡으면 안됩니다. 오죽하면 암게를 잡았다가는 '감방'에 간다고 '빵게'라 한다는 말도 있거든요. 등껍질이 찐빵을 닮아서 '빵게'라는 말도 있구요.
마을앞의 작은 길로 내려가면 항구를 만납니다.
정자있는 쪽을 뒤돌아보고
저 앞에 있는 죽도산을 봅니다.
이제 거의 다 왔군요.
경정2리입니다.
마을마다 방파제에는 예쁜 그림을 그렸어요.
마을을 지나면서는 흙을 밟으며 갑니다.
신선한 솔향기를 맡으며 가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다리가 뻐근해서 파스를 뿌리기도 했는데, 목적지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게 한편으론 아쉽기도 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걸었었거든요.
우람한 바위밑을 지날 땐 숨 죽이며 걸어야해요.
와 ~ 하고 소리질렀다가 바위가 무너져 내리면 어떡해요. ㅎㅎ
일행들은 벌써 모래사장을 걷는군요.
비와 바람과 파도가 깎아 만든 바위.
저기 파란색 죽도산 블루로드다리를 건너면 축산항입니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있는 귀모양의 조형물.
악기를 형상화한 조각작품입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오늘의 트래킹도 끝나고
영덕 블루로드 b코스 구간의 와우산과 죽도산을 연결하는 139m의 보도 현수교.
교대 및 광장 2개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수교 중앙에 있는 주탑 높이는 25m나 된답니다.
갈매기들은 먹이활동을 잠시 접어두고 개울가에 모여서 쉬고 있군요.
죽도산 전망대에도 올라가 봐야죠.
다리를 건너 와 전망대로 올라갑니다.
죽도산은 조선시대까지 섬이었지만 모래 언덕이 점점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육지와 연결되었다고 하는데, 섬 전체를 이루고 있는 바위 역시 오랜 옛날의 모래가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라 해요.
나즈막한 산이지만 전망대에 오르면 조망이 아주 좋다는 죽도산.
대나무가 무성해서 대밭산이라고도 했고, 조선시대에는 여기 대나무를 화살재료로 진상하기도 했다는군요.
그런데 아뿔사!
꼭대기 전망대로 가는 데크길은 막았습니다.
전망대 내,외부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지뭡니까.
할 수 없이 아래로 난 데크를 따라 축산항으로 내려왔습니다.
마을 지형이 소를 닮아서 축산이라 부르는 데, 축산은 국운이 기울던 조선말에 '태백산 호랑이'로 불리며 왜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고향이기도 하답니다.
해파랑길 21 - 영덕 블루로드길 트레킹도 여기서 끝내야 겠습니다.
오늘 걸었던 거리는 13km였죠. 3시간 15분이 소요되었구요, 평균속도는 3.3km 였습니다.
트래킹코스는 아래지도를 참조하시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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