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30만평 가득히 피어있는 [비슬산의 참꽃] 산행

adam53 2024. 4. 25. 09:54

2024. 4. 16

대구 비슬산을 갑니다.

몇년전 늦가을, 비슬산 천왕봉 억새산행을 한 적이 있었지만, 참꽃 산행은 처음입니다.

아침 5시에 출발한 산악회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접어들어 원주, 제천, 영주를 지나고

안동과 대구를 지나서 달성군 유가면 양리에 도착했습니다. 꼬박 5시간을 달려 온 거죠.

10시 정각.

부지런을 떤다고 우리들은 새벽 5시에 출발했건만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도 많아, 전국에서 모여든 버스들은 일찌감치 도착해 있네요. 

달성군 올해의 참꽃문화제는 4월 13~14 양일간에 걸쳐서 시행했지만, 축제가 끝난 지금에야 참꽃은 만개합니다.

꽃 피는 시기를 맞춘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고 어려운 일이죠.

참꽃문화제는 끝났어도 셔틀버스는 21일까지 무료로 운행을 한다고...

버스주차장에서 10분 가량 걸어가면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해요.

어, 그런데 '매표소 가는 길' 푯말이 보입니다. 셔틀버스는 무료가 아니었군요.

매표소로 올라가는 계단은 완만하고 안하고에 따라 중급자, 초급자 코스로 나눠져 있구요.

이 인물은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35년 가량을 진행했었던 '송해' 선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달성군은 '송해'의 제2의 고향이거든요.

달성군은 2016년 옥포읍 기세리 옥연지 일대 4만7,300㎡ 부지에, 80여억 원을 들여 옥연지 둑 높이기 사업과 함께 수변공원을 조성하고 '송해공원'이라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리지어 옵니다.

10시 10분.

셔틀버스 매표소에 도착했습니다.

비슬산 대견사 전기차 셔틀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운행을 하며 요금은 어른 5천, 청소년 3천, 어린이는 무료라고 합니다만, 탑승객들이 너무 많아서 2시간 기다렸다가 30분을 타고 올라간다기에 그냥 걸어서 갑니다.

걸어서 가면 1시간 반이면 간다고 하니, 가만히 앉아  2시간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걷는 게 훨씬 더 빠르겠더라구요.

'비슬산 산림치유센터' 방향으로

일행들은 벌써 저만큼 가고 있습니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소재사' 절이 있습니다만, 오늘도 앞 사람들 따라가기 바빠 들려보지 못합니다.

내려올 때 시간되면 그때 들려보죠. 뭐.

나무는 새잎이 돋아 연두 연두하고

길 건너편 소재사 뒷편엔 한 손엔 주장자(拄杖子)를, 다른 손엔 삼국유사를 든 보각국사 일연스님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일연스님이 저술한 '삼국유사'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전승되던 여러 역사와 설화를 담은 것으로써, 한국 고대의 역사·지리·문학·종교·언어·민속·사상·미술·고고학 등 총체적인 문화유산의 원천적 보고로,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더불어 한국 고대사의 양대 사료로 평가받고 있죠.

셔틀버스는 쉬임없이 올라가고, 또 내려갑니다.

화살표가 가르키는 등산로로 갑니다.

이제 산길로 접어들었구요.

10시52분

참꽃군락지까지 1.27km 남았답니다.

잠시 쉬었다 갑니다. 쉬지않고 걸었더니 무척 덥군요.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지금은 따뜻한 봄이거든요.

계속 오르막길입니다.

1km 남짓 올라간다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전망대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돌계단과 나무계단,

또, 돌계단과 나무계단의 연속입니다.

저 멀리 '대견사'의 3층 석탑이 보여요.

석탑은 바위 끄트머리에 있네요.

힘겹던 오르막도 다 올랐습니다. 대견사와 삼층석탑이 보여요.

도로에 올라서면서 참꽃군락지로 가는 길이 있지만, 대견사부터 들립니다.

이 바위는 '부처바위'랍니다. 부처님같아 보이나요?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 때 '보당암'으로 창건된 사찰로, 1227년(고려 고종 4년) 초임 주지로 부임한 일연스님이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한 곳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일연(一然, 1206~1289)스님은 약 37년간 비슬산에 머물렀답니다. 21세(1227년) 승과 시험에 장원 급제해 비슬산 대견사 주지로 부임한 이래 43세(1249년)까지 23년,

인흥사와 용천사 등에서 58세(1264년)부터 71세(1277년)까지 14년을 지냈는데, 이 긴 세월 동안 일연은 수도에 몰입하는 한편 《삼국유사》 편찬 사료로 활용하기 위해 고조선부터 후삼국까지의 유사(遺事)를 열성적으로 수집했으며,

70대 중반 이래 일연은 유사에 자신의 생각을 보탠 집필에 들어가 이윽고 《삼국유사》를 완성했다고 해요.

보당암은 조선 태종과 세종 때 규모가 커져 대견사로 이름이 바뀌었고 임진왜란 때 전소됐다가 광해군과 인조 때 중창되었구요.

대견사는 일본 대마도를 향해 있어 대마도를 끌어당기고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속설에 의해, 1917년 일제에 의해 강제 폐사(閉寺)되는 비운을 겪었다는데요, 달성군과 팔공총림 동화사에서는 민족정기를 회복하고 달성의 역사성을 되찾기 위해,  2011년부터 중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 지난 2014년 2월 완공하고 3·1절에 맞춰 사찰의 문을 열게 되었답니다.

대견사는 강제폐사 100년만에 다시 문을 열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국보급 적멸보궁으로 등록되었는데요,

보궁 뒷편에는 스리랑카에서 가져 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서 봉안했구요, 이 사리는 스리랑카 쿠루쿠데(Kurukude) 사찰에서 모시던 부처님 진신사리 1과로써 서기100년경 모셔진 사리 4과 중 하나라고 합니다.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2호인 삼층석탑.

대견사 앞마당에서 바라보이는 삼층석탑은 절벽의 널따란 바위를 바닥돌 삼아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안전사고를 우려해서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습니다.

2011년 11월 대견사 전각 재건공사를 시작할 때, 벼랑 끝에 세워진 삼층석탑은 1988년 가장 먼저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고 합니다. 그 후에 시간을 두고 대견보궁, 명부전, 산신각, 요사채 등 주요 건물도 다시 지어졌구요.

토르에 의해 형성된 바위굴로 들어가 봅니다.

굴 안에는 아주 작은 불상이 있습니다.

굴은 깊지 않아서 이내 밖으로 나옵니다.

이제 기대를 잔뜩안고 찾아 온, 참꽃군락지로 올라갑니다.

이 돌계단을 올라가면 거기가 바로 군락지라는 군요.

군락지에 도착했습니다.

저 앞의 천왕봉과 오른쪽의 월광봉 그리고 대견봉 사이의 그 너른 분지에, 참꽃이 활짝 피어서 아주 장관입니다. 

참꽃은 진달래를 말합니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하고, 철쭉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 합니다.

참꽃은 화전(花煎)을 부쳐먹기도 하고 술을 담가 먹기도 합니다. 그냥 따서 먹기도 하죠.

비슬산 참꽃은 4월 초순부터 물들기 시작해 4월 중순 절정에 달하는데요, 국내 최대 규모인 참꽃 군락지(30만평. 99만㎡)는 정상 주변과 988봉 부근 아래, 대견사 자락 등 세 군데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달성군은 1997년부터 참꽃 개화시기에 맞춰 비슬산 자연휴양림 일대에서 비슬산 참꽃문화제를 개최하여 지금까지 28회를 맞이했는데, 올해의 '비슬산 참꽃문화제'는 지난 13~14일 이틀간 ‘우리 참, 꽃이 될 거야’를 주제로 개최했었죠. 

그때는 시기를 못맞춰서 꽃이 피기 전인 꽃봉오리 상태였지만요.

눈길 가는 그 끝까지 연분홍 참꽃이 피었습니다.

황매산 철쭉을 보는 듯 해요.

잠시 꽃구경 좀 하고 갈께요.

대견봉 가는 길의 이 바위는 '뽀뽀바위'랍니다.

정자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대견봉이 있구요,

대견봉에서의 조망도 좋다고 ...

대견봉에 왔습니다.

비슬산 최고봉은 천왕봉입니다. 과거의 비슬산 최고봉은 대견봉이었죠. 

2013년까지만 해도 종래의 최고봉은 대견봉(大見峰)이었으나, 비슬산의 최고봉 자리에 있는 대견봉 표지석을 대견사터 부근의 봉우리로 옮기고, 2014년 10월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최고봉을 천왕봉으로 변경했답니다.

대견봉에서 바라 본 대견사 3층 석탑

천왕봉 가는 길에 우뚝 솟아있는 이 산은 월광봉(1,003m)입니다.

대견봉에서 유가사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꽃 숲으로 방향을 틉니다.

그 길로 쭈욱 가다가 천왕봉으로 가면 좋겠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천왕봉 들리는 건 생략합니다.

1,084m의 천왕봉은 자꾸만 오라고 손짓하는데,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 안고 제3전망대로 발길을 돌립니다.

비슬산(琵瑟山)은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 경남 창녕군 의 사이에 있는 산입니다.

1986년 2월 이 일대 총면적 13㎢가 비슬산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봄에 피는 진달래와 철쭉, 산의 능선을 따라 자생하는 억새풀, 그리고 울창한 수림과 어우러진 계곡이 장관이랍니다.

비슬산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가지의 설(說)이 있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달성군지』에는 비슬산을 포산(苞山)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답니다. 포산은 수목에 덮여 있는 산이란 뜻이라 해요.

『내고장 전통 가꾸기』(1981년 간행)에 보면 비슬산은 소슬산(所瑟山)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인도의 범어로 부를 때 일컫는 말이며, 중국말로는 포산(苞山)이란 뜻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해요. 더불어 신라시대에 인도의 스님이 우리나라에 놀러 왔다가 인도식 발음으로 비슬(琵瑟)이라고 해서 이름을 붙였다고 기록되어 있다는 군요.

신라 흥덕왕 원년(826)에 도의(道義)가 쓴 것으로 전해지는 『유가사사적(瑜伽寺寺蹟)』에는 산의 모습이 거문고와 같아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일설에는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비슬산이라 불렸다고도 한다죠.

지역인들은 이 산을 '소슬산'이라 불렀답니다. '소슬'은 '솟을'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인데,

《삼국유사》에 〈포산이성(包山二聖)〉 이야기가 실려 있답니다.

이 설화 속 '포산(包山)'이 비슬산의 지명 내력에 관한 최초 기록으로, 일연은 포산을 언급하면서 '지역 사람(鄕人)들은 지금의 비슬산을 "소슬"산(所瑟山)이라 불렀으니 범어(梵語)로 "쌀(包)"이다'라고 기술했다고 해요.

전해오는 얘기도 있답니다.

아득한 옛날 천지가 개벽할 때 세상천지가 온통 물바다가 되었는데, 유독 비슬산만 높아서 정상부가 남아 있었고 사람들은 그 남은 바위에 배를 매었었대요.

<동국여지승람>의 기술과 전설은, 비슬산의 '비슬'이 닭 머리 위에 톱니 모양으로 높게 얹혀 있는 붉은 살조각 '닭볏'의 사투리 '닭비슬'에서 유래되었다는 민간어원설처럼, 비슬산은 우뚝 솟은 산이라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12시 10분

제3전망대 데크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서 선득 선득합니다.  어, 추워!

막 떨려오네요. 

안되겠다 싶어 배낭속의 웃도리를 꺼내 입고서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천왕봉은 자꾸만 눈에 밟히네요.

12시 25분

천왕봉은 못 가더라도 월광봉은 가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계단을 오릅니다.

능선에 올라서고 보니 천왕봉은 2.3km 거리에 있군요.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니까 가 보자고 하는데, 그러면 1시간은 족히 걸리니까 안된다고 일행들이 말리는 군요. 할 수 없이 조화봉쪽으로 갑니다.

조화봉 가는 길 양편으로도 참꽃은 활짝 피어 발길을 더디게 합니다.

저기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보이고, 조화봉은 그 뒤에 있는데... 

언제 여기를 다시 또 올까 싶어 눈에 가득 꽃을 담아봅니다.

관측소 건물 상단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것 같아, 우리도 저길 가보자고 했죠.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도로가 있고, 강우레이더 관측소 표지석도 있고

관측소 전망대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다기에 그리로 가보려고 했는데

아뿔사, 내부공사때문에 못간다네요.

관측소도 들려보고 조화봉도 가려고 했는데 이런 낭패가 있나?

아쉬운 마음에 '그럼, 관측소 앞쪽에 있는 바위만이라도 가보자'고 해서 도로를 몇발짝 내려와 왼쪽 산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길은 바위를 지나 조화봉으로 가는 길인 듯 사람들이 다녀서 생긴, 좁은 길이 나 있드군요.

삐죽 삐죽 솟아있는 바위에 왔습니다.

좀 험하긴 해도 바위들은 멋있네요.

돌아가며 사진을 찍다가 집으로 가려면 서둘러야겠기에, 부랴 부랴 하산합니다.

13시 10분

'비슬산 암괴류'

비슬산 암괴류는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암괴류는 암석 덩어리들이 집단적으로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말하는데, 달성 비슬산 암괴류는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의 거석들로 이루어졌으며, 특이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어 2003년 12월 13일에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되었다고 해요.

암괴류는 비슬산 해발 약 1,000m 부근에서 시작되며, 서로 다른 사면을 따라 내려오던 암괴류가 해발 약 750m 지점에서 합류하여 약 450m 지점까지 이어집니다. 암괴류의 규모는 길이 2㎞, 폭 80m, 두께 5m이며, 암괴들의 직경은 1~2m에 이르고 면적은 989,792㎡ 라고 하는데, 이 암괴류는 지난 최종빙기 동안 한반도의 주빙하기후를 입증할 수 있어 학술적으로 가치가 크다고 해요. 동일한 사면경사를 나타내는 산지에서 발달하는 암괴류 중 세계에서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원형도 잘 보존되어 있구요.

갈 길이 바빠 결국 '소재사'는 들려보지 못하고 갑니다.

투어버스 매표소에는 셔틀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2시에 마감했다고 하네요.

14시 05분. 비슬산 참꽃산행도 이만 마무리합니다.

버스주차장에는 빈자리 하나 없이 빙 둘러가며, 관광버스가 빼곡히 자리하고 있네요.

비슬산 참꽃산행도 이만 마무리합니다.

참꽃군락지를 한바퀴 돌아오는 데 9.7km를 걸었군요. 4시간을 소요했구요, 평균속도는 2.7km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