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숨은 보석과도 같은 이천 원적산

adam53 2024. 3. 24. 14:13

2024. 3. 19

이상하게도 산행하는 날마다 비가 옵니다.원적산 가는 오늘도 비가 옵니다.

10시 30분

오늘의 들머리는 동원대학교 교내입니다. 원적산 가는 길은 몇군데 있지만, 산을 제대로 보기위해 동원대학교에서 출발해 천덕봉, 원적봉을 거쳐 영원사로 내려갑니다.

동원대학교 정문은 시내버스 종점입니다.

종점 맞은편으로 小路가 있어 그리로 가 봅니다. 모두 다 初行이라 무조건 가 보는거죠.

학교앞 도로에서 내려가는 길

여기서 '범바위약수터'쪽으로 갑니다.

산비탈 둘레길을 걸어가는데 사방이 어두워집니다.

그리고는 점점 더 어두워지더니 어스름한 밤길을 걷는 것 같이 주위가 컴컴해집니다.

이 길은 '걷고싶은 둘레길'

길 왼편에 약수터가 있습니다. '범바위 약수터'라는데 음용 부적합이라고.

그 약수터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이정표가 들머리를 가르킵니다.

정개산으로 올라가라는 군요.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가요.

그러다 마주친 계단.

통나무 계단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우박이 막 쏟아집니다. 에이, 금방 그치겠지 했는데 싸락눈으로 바뀌고 이내 진눈깨비로 변합니다. 아주 잠깐이었는데도 변화무쌍하네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비옷을 꺼내입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갑니다.

고갯마루에 올러섰을 때, 진눈깨비는 비로 바뀌고,

거추장스럽다고 비옷을 안 입으려는 사람들도 꺼내 입습니다. 쉽게 그칠 비가 아니네요.

이 산엔 이정표가 참 많습니다.  100m, 아니 50m에 하나씩 세운 것 같네요.

나무벤치도 많습니다.

쉬엄 쉬엄, 여유있는 산행을 하라고 그런가 봅니다.

봉우리도 많습니다.

능선길을 걷는다 싶으면 산 하나를 넘고,

능선을 타고 조금 가다보면

또 봉우리를 넘습니다.

충주 대미산 산행하던 날 지겹도록 넘었던 산 봉우리만큼, 원적산으로 가는 이 길도 봉우리를 참 많이도 넘어 갑니다.

철탑밑으로 등산로가 보이죠?

그 위, 바윗덩이가 있는 곳이 정개산입니다.

쉼터를 만들어 놓은 여기가 정개산(소당산)입니다.

조심하느라 했는데도 지금에 보니, 카메라 렌즈에 빗방울이 떨어져 사진 왼쪽 가운데 부분이 허옇게 번졌네요.

당시에는 내리는 비 때문에 확인도 못했거든요.

407m의 소당산.

위 2장의 사진은 다른 이의 것을 빌려온 겁니다. 

소당산에서 내려와 갈림길에 마주했습니다.

직진하는 길에는 리본이 달려있었죠.

그런데 왼쪽으로 난 길은 좀 더 넓어보여 그리로 내려가는데, 그 많던 이정표가 왜 여기에는 없는지요?

한참을 내려가면서도 긴가 민가해서 지도를 보고 램블러를 보아도 아무 도움도 되지않아, 다시 올라가려는 데 후미의 일행들이 내려오는군요.

원적산으로 가는 길의 봉우리들은, 작은 듯 하면서도 작지 않습니다.

사진을 보면 결코 밋밋한 길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죠.

 

천덕봉 방향으로 전진.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

비가 잦아들면서 숲에는 안개가 낍니다.

안개는 나무들을 어루만지며, 나무와 나무사이를 싸고 돕니다.

또 다시 가파른 길

아무런 조망도 볼거리도 없는 어쩌면 지루하게 여겨지는 이런 길도, 생각하기에는 예쁜 길이죠.

오늘처럼 비가 오지 않는다면 룰루랄라 즐겁게 걸었을텐데

봉우리를 넘고 또 넘는 게 재미있을 수도 있는데, 비가 오니까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습니다.

비는 추적 추적 내리고

안개는 점점 더 짙어만 가고

슬슬 배도 고파오고

쉼터에서 비를 맞으며 요기를 합니다. 시간도 밥 먹어야 할 그 시간 12시 30분입니다.

아직 갈 길이 먼데 배고프면 안되잖아요.

이 쉼터가 '수리산'이랍니다.

빗속에서 서서 먹는 게 어디 먹는 것 같나요?

먹는 둥 마는 둥 다시 길을 떠납니다.

천덕봉까지 1.7km 남았대요.

주변에 소나무가 있음데도 잔디가 빽빽하게 잘 자란 산소들을 지나가면서, 어찌하면 잔디가 저리도 잘 자랐을 까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잘 가꾸어놓은 산소는, 빙 둘러가며 나뭇가지를 둘렀습니다.

아마도 멧돼지가 묘를 파헤치지 못하게 한 방책인가 봅니다.

곳곳에 경고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군 부대 사격훈련장이라 불발탄이 있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등산로를 이탈하면 안된대요.

475.4m 높이의 봉우리를 지납니다. [앵자지맥]이라 표시한 나무가 보이는 군요.

앵자지맥은 한남정맥의 문수봉에서 북쪽으로 분기해서 광주시 남종면 검천리 남한강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62.7km 되는 산줄기로 경안천의 좌측 물막이가 된답니다. 넓고개에서 천덕봉까지는 앵자지맥에 속해 있는 구간이구요.

계단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은지 밧줄을 설치했습니다.

덕분에 비에 젖어 미끄러운 철도침목 같은 나무계단을, 밧줄잡고 안전하게 내려갑니다.

군부대 사격훈련장 안내판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행여 나물뜯는다고 산을 돌아다니다가는 목숨을 잃기 쉽상입니다.

아고, 무서워라~

철조망에 매단 빨간색의 '불발탄' 표시도 종종 눈에 띄어요.

전방지역에 가면 철조망에 '지뢰'표시도 빨간색으로 매달았던데, 거기나 여기나 들어가면 큰일나겠죠?

비를 흠뻑 맞은 떡깔나무 마른잎, 마른 억새풀은 가을정취를 물씬 풍깁니다.

지금이 가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정도로 가을분위기가 납니다. 

계단을 오르면서 뒤돌아 보면

산 중턱엔 구름인 듯 안개가 떠 다닙니다.

저만치 앞서가는 일행들

꼭 가을산 같아보이죠?

밋밋한 산, 저 끄트머리는 천덕봉입니다.

천덕봉 가는 길은 참 정겹게 느껴집니다.

이상하게도 경남 양산의 천성산과 원효산이 생각나게 하는 산입니다.

그 산과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분위기와 느낌이 천성산같은 생각이 들게합니다.

천덕봉에 올랐습니다.

해발 634.5m의 천덕봉은 이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천하면 원적산, 원적산하지만 원적산 원덕봉보다 천덕봉이 사실상 더 높죠.

천덕봉에는 2개의 정상석이 있습니다.

이천 신둔면으로 표기한 천덕봉과, 여주 금사면 록진회에서 세운 천덕봉.

천덕봉 정상은 넓직해서 헬기장으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비는 뜸해졌지만, 잿빛으로 잔뜩 흐린 탓에 조망은 썩 좋지 못합니다.

원적봉으로 향합니다.

계단 양옆으로는 억새들,

가을에 와도 참 예쁠 것 같습니다.

이 길은 자꾸만 마음속으로 파고듭니다.

천덕봉과 원적봉 사이의 보석처럼 빛나는 길, 이 길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야말로 가슴 벅찬 감동입니다. 

원적산은 산수유축제 때 많이 찾는 산이지만, 언제와도 좋은 산이네요.

그다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왔지만, 와서 보니 의외로 너무도 멋진 산입니다.

헬기장을 지나면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

그래서 찍고 또 찍는 풍경.

원적산은 블랙야크 '100대 명산 플러스'에도 들어있는 산입니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거죠.

천덕봉에서 원적봉까지 800m 가량의 이 능선은 그림같아서, 이천의 알프스라고도 불립니다.

봄이 오는 시기임에도 가을분위기가 나는 곳.

'여강길 갈림길'에서 원적봉으로 향합니다.

 2022년 경기관광공사의 역사문화생태 융합콘텐츠 발굴사업으로 선정된 여강길 11코스 '동학의 길'

'동학의 길 11코스'는 9.5km의 길이로, 여주 금사면 주록리 해월 묘소를 중심으로 조성했습니다.

주록리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며 주록리마을회관 쪽으로 진행하다 청원공원 옆 물구름다리(징검다리)를 건너, 마을 안길을 걷는 길입니다.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묘소가 있어 동학의 길인데, 천덕봉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주록마을은, 마을 대부분이 산림으로 둘러싸여 있어 가재와 빙어가 살 정도의 1급수 맑은 물과,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청정계곡이 있는 그런 마을이랍니다. 봄이면 '여강길 걷기'축제도 하고...

천덕봉에서 내려오는 계단

뒤돌아보면, 천덕봉 계단도 그림같습니다.

원적봉으로 가는 길

여기도 '불발탄' 표지가 있습니다.

원적산 산행할 때는 등산로를 절대로 벗어나면 안됩니다.

가을색의 산길을 걷고 걸어서,

여주시 금사면 주록리의 '원적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564m.

비는 그쳤다지만 흐린 날씨때문에 조망은 썩 좋지 못합니다.

원적산 정상도 천덕봉같이 정상주변은 넓습니다.

당연히 헬기장으로 이용하구요, 백패킹 장소로도 인기 많답니다.

이제 내려가야 해요.

계단을 내려오다가

산악회에서 매단 리본이 나비처럼 펄럭이는 곳을 지나

이 갈림길에서 산수유마을로 내려가기도 하는데, 우리는 영원사 방향으로 갑니다.

버스가 영원사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거든요.

이른 봄에 피는 생강나무 노란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 부릅니다. 열매를 짠 기름을 동백기름이라 하며 우리의 어머니들은 머리에 발랐었구요.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은 어떻게 구분하느냐구요?

산에 피었으면 생강나무, 마을 집 주면에 피었으면 산수유입니다.  또 한가지, 생강나무꽃은 작은 꽃송이가 소복하게 피었구요, 산수유꽃은 꽃수술들이 이리저리 뻗어나가서 좀 성글게 보이죠, 그래서 꽃송이가 크게 보이구요.

내리막길을 자꾸 자꾸 내려가면 '영원사'가 있습니다.

원적산 기슭에 있는 영원사(靈源寺)는 638년(선덕여왕 7년)에 창건했다고 하죠.

사찰 안내판은 새로이 정비를 했으면 좋겠더라구요.

읽기가 좀 거시기 혀요.

영원사 절의 창건과 내력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 문종22(1068)년에 혜소국사(慧炬國師)가 화재로 소실된 절을 중건하였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여러 차례의 중수 기록이 있으나 가장 확실한 것은, 순조25(1825)년에 영안부원군 金祖淳의 후원으로 仁巖 致鑑禪師가 중건한 것이라는 거죠.

 영원사에는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전하는 석조약사여래좌상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 약사여래상에는 전설이 전해 온답니다. 해호선사가 창건 당시에 수마노석으로 만든 약사여래를 조성하여 봉안했는데, 후에 절이 모두 타고 약사여래만 남았답니다.

고려 문종22(1068)년 혜거국사가 불타버린 영원암을 중창할 때, 혜거스님의 꿈에 약사여래께서 나타나 "왜 나를 버려두고 갔느냐?"고 몹시 호통을 치셨는데 같은 날 신도들도 똑 같은 꿈을 꾸었다고 해요. 그래서 다음 날 윗 山인 안산으로 올라갔더니 석불 스스로 내려와 계시므로 서둘러 약사전을 짓고 봉안하였다고 하며, 지금도 자주 약사여래의 위신력을 보인다고 한답니다.

다리도 아프고 시간도 많이 지체되어서 영원사는 제대로 들려보지 못하고 주차장으로 왔습니다.

날씨 때문이겠죠. 영원사주차장에는 우리 버스뿐이군요.

오늘은 10km를 걸었습니다. 4시간 20분 소요했구요, 평균 2.2km 속도로 걸었습니다.

산행코스: 동원대학교 입구 - 정개산 - 천덕봉 - 원적봉 - 영원사 주차장 ( 10km, 4시간 20분)

 

공민왕의 한을 담은 [원적산]

 

원적산은 635m로 이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천덕봉과 원적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천을 감싸안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원적산을 무적산(無寂山)이라 기록하고 있다.

불교에서 無寂은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원적산을 갈마산(曷麻山)이라고도 부른다.

도립리 육괴정에 모셔진 조선중기 유학자 엄용순의 모표에 나오는 이름이다.

원적산 영원사의 약사여래좌상을 수마호석(水馬胡石)을 갈아서 만든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한다.

원적산, 무적산, 갈마산 모두가 불교와 관련된 이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