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영월 [계족산] - 처음엔 투덜대며 올라갔습니다.

adam53 2024. 3. 1. 16:00

2024. 3. 5

3월의 첫 산행은 영월의 계족산입니다.

꼬불 꼬불 산길을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멀미를 참고 참으며 왕검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

관광안내도 왼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올라갑니다.

입산통제기간이지만, 눈이 내렸을 때는 산에 가도 ..... 돼요.

마을 안쪽으로 걸어갑니다.

영월화력발전소 옆, 30여 가구가 사는 정양리 마을길로...

등산로 입구를 가르키는 이정표가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가다보면 헷갈릴 수 있을 즈음

작은 화분이 놓여있는 작은다리를 건너기 전 왼쪽에

등산로를 가르키는 표지판이 또 있어, 별 어려움없이 길 찾아 갑니다.

밭 사이로 난 길이라 지나가기가 좀 미안한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부터 산행 시작입니다.

등산로라고 해서 별다르게 다듬어 놓지도 않은 길.

작은 개울을 건널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미끄러울 수 있으니까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은, 산객들이 다님으로써 만들어진 길을 갑니다.

봄이 오려나 봐요.

포근한 날씨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힙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등산로에는

이정표가 다믄 다믄 보입니다.

길을 잘 찾아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거죠.

몇발짝 안가서 또 이정표.

지금부터는 눈길을 걸어야하나 봅니다.

11시 25분

정상까지는 1.2km 남았답니다.

들머리에서 2.7km면 아주 짧은 거리죠.

계족산은 영월읍 덕포리와 정양리, 연하리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형상이 닭의 발처럼 생겼다고 계족산이라 하고 또, 봉우리가 6개인데 닭이 앉아있는 형상이라서 계족산이라고도 한답니다 .

정양산(正陽山)이라 부르기도 한다는군요.

계족산은 백두대간 함백산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친 한 개의 능선이, 두위봉과 망경대산 그리고 응봉산을 거쳐 남한강에 막혀 더 이상 뻗지 못하고 지맥을 다해 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사람들이 왜 계족산을 찾는지 모르겠드군요.

도대체가 아무런 특징도, 아무런 볼거리도 없는 평범하기만 한 이 산을 왜 찾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참나무에 가려서 조망도 하나없는 산.

한참 동안을 힘들게 올라가기만 하는 산

바윗길을 조심스레 오르고

눈 쌓인 능선길을 따라가다 보면 등산로는 점점 더 험하고 가팔라집니다.

뭐 볼 게 있다고 이 산을 찾는거야? 했는데 왠걸, 이거 재밌어지는데요.

등산로를 막았다는 건, 위험하니까 다니지 말라는 거 겠죠?

밧줄도 보여요. 

길 아래는,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올라오지도 못할 정도의 급 경사입니다.

그래도 눈이 얼지 않아 미끄럽지 않은게 다행이네요.

정상을 500m 앞두고서는 짜릿한 산행의 연속입니다.

말 그대로 '닭 벼슬'같은 길을 갑니다. 

자칫 한눈 팔다가는 사람이 잘못될 수 도 있는 그런 길, 그래서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샘 솟듯 마구 마구 솟아납니다.

이런 아슬아슬하고 짜릿짜릿한 길은 산행하는 재미를 더 해주고.

사진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길 양쪽으로 까마득히 낭떠러지인 뾰족한 능선길을 갑니다.

처음에는 사람 손길 하나 없던 등산로였는데, 산 윗쪽에는 안전을 위한 시설을 해 놓았군요.

올라가고 내려가고, 올라가면 또 내려가고...

참 신나는 길입니다.

이 맛에 계족산을 찾나 봐요?

지난해에는 블랙야크 강원20대 명산챌린지에 계족산이 들어있었습니다.

계족산은 산행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山인데, 여태까지 이 산을 몰랐다니!

나무사이로 눈 덮힌 산과 마을이 보입니다.

지금은 눈에 덮혀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지만, 봄이나 여름에 오면 여기 이 산은 기막힐 정도로 아주 멋지겠지요?

공짜라면 사족을 못쓰는 한 남자가 길을 가다가, 이발소 출입문에 ‘내일은 공짜’라는 글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옳거니, 내일은 공짜이발을 해야지’ 그렇게 마음을 먹고 다음날 이발소로 향했고,

남자는 그렇게 해서 공짜 이발을 하고 이발소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남자가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서려는데,이발소 주인이 남자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습니다.

‘손님, 이발을 하셨으면 돈을 주고 가셔야죠?’

남자는 놀란 눈을 크게 뜨며 문 앞의 광고판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오늘은 공짜 아닌가요?’

그러자 이발소 주인이 웃으며 하는 말,

‘손님, 광고를 잘 보세요.

내일은 공짜라고 써 있죠?

오늘 공짜라고는 안 했잖아요~“

눈앞에 보이는 저 산을 올라가야 합니다.

엄청 높아보이죠?

앞에 보이는 산을 올라가기 전에, 먼저 내려갔다 올라가야 해요.

와! 경사가 정말 급한 곳이네요.

그냥 죽죽 밀리는 길인데, 사진에는 그냥 밋밋하게만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사진을 찍을 줄 몰라서 그런건가요?

다리에 힘을 팍 ~ 주고

쇠줄을 단단히 잡고 내려와야 했습니다.

하도 힘을 주며 오르내렸더니, 종아리가 뻐근합니다.

이제 다와갑니다.

12시 45분.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890m의 정상

주위의 풍경도 시원찮은데 사진이나 찍어야겠다.

그래서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정상부근은 그리 넓지도 않고, 나무에 가려 조망도 별로에요.

배가 출출한 시간이라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산성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와! 이쪽도 만만치 않군요.

하산길에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가는데,

그리 높은 산도 아니건만, 내려가는 길은 내리꽂히는것 같은 게 장난이 아닙니다.

아이젠 덕분에 겨우 겨우 내려갑니다.

쇠줄을 잡지 않으면 그냥 꼬꾸라질 것 같고,

정갱이까지 쌓인 눈길도 지납니다.

13시 15분

왕검주차장까지 3.3km 남았습니다.

어느날 오후 방에만 늘어져 있던 아들이 시원한 물이 먹고 싶어졌다.

꼼짝도 하기 싫은 아들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던 아빠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아빠 물 좀 갖다 주세요."

"냉장고에 있으니까 니가 갖다 먹으렴."

아들은 다시 5분 후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물 좀 갖다 주세요."

"니가 직접 가서 마시라니까."

아빠의 목소리는 짜증 섞인투로 톤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아들은, 또 다시 5분 후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물 좀 갖다주세요."

"나와서 갖다먹어. 한번만 더 부르면 진짜 혼내주러 간다."

아빠는 화가 단단히 났다.

그러나, 다시 5분 후 아들이 아빠에게 하는 말,

"아빠. 

저 혼내러 오실 때 물 좀 갖다 주세요."

전망좋은 곳 665봉에 왔습니다.

저 멀리 동강과 고씨동굴로 가는 다리가 보이네요.

지그재그로 난 산길도 보이구요.

새잎을 틔우려 준비하는 나뭇가지들도 보입니다.

이 길로 내려가면 '정양산성'도 있고, 석탄을 운반하던 '삭도'도 만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신경을 바짝 쓰면서 내려가는 길이 개떡같이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볼 기대에 설레기까지 합니다.

넘어질세라 잔뜩 긴장을 하고 또 집중을 하며 내려갑니다.

뒤돌아보면 우리가 지나왔던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닭벼슬처럼 생긴 계족산 산봉우리들.

오늘 우리는 저 산을 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했던 거죠.

삭도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나라 케이블카의 원조인 삭도는 공중에 설치한 강철선에 운반차를 매달아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나르는 장치인데, 주로 비탈이 심한 곳이나 산악지방에서 운송을 하는 데 썼답니다. 양양군 서면의 구룡령옛길에도 이 삭도의 흔적을 볼 수 있죠.

이곳 계족산 삭도쉼터는 1934년에 영월군 북면 마차리 탄광에서 발전소까지 약 12km에 삭도를 설치하여 석탄을 운반하였는데, 공중 운반 모양이 솔개와 비슷하여 소리개차라고 불리웠다고 해요.

그리고 여기의 삭도 잔해물은, 1966년에 설치되어 (구) 영월화력발전소 석탄재를 계족산 매립장으로 운반하다가, 1976년 폐지된 시설물이라고 합니다.

삭도쉼터에서 '정양산성'으로 가야하는 데, 길을 막았네요.

정양산성을 복원한다고 등산로를 일시 폐쇄한다는데,  2011. 8월에 세운 안내판을 보자면  '13년이나 되어가는데 아직도 그대로란 말인가?

작업을 하고 있기는 한가?'하는 생각입니다.

'정양산성'은 왕검이라는 이가 쌓았다 하여 왕검성이라고도 불리는데, 삼국이 한강유역을 놓고 다투던 5-6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며 조선 초까지 산성의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등산로'라 표시한 쪽으로 내려갑니다.

이 길 역시 무척이나 가파른 길입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발을 뻗대면서 내려갑니다. 세상에 이런 길이 다 있다니!

이런 곳에는 철계단이 아니라 하다못해 통나무계단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정상에서 3.8km된다는 게 엄청 길게 느껴지는 하산길입니다.

산을 거의 다 내려오자 정양산성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군요.

삭도쉼터에서 막았던 길로 갔다면 여기로 내려오는 거죠.

이제 다 내려왔습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통나무계단으로 올라갑니다.

오늘따라 강물은 더 푸르게 보이네요.

계단을 올랐다 내려가고

또, 올랐다 내려가면

평평한 잔디밭에 정종대왕 태실비가 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114호인 정조대왕태실비는 조선의 제22대 왕인 정조의 태를 봉안한 비(碑)로, 영조 29년(1753년)에 영월읍 정양리 태봉에 처음 태묘가 조성되었는데, 정조가 사망하자 순조 원년(1801년)에 비를 세웠답니다.

1929년 이왕직에서는 태실의 권리와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태를 창경궁으로 옮겼으며, 태실은 그 이후 석회광산의 개발로 훼손,매몰되었던 것을 1967년 금강공원으로 옮겨 관리해 오다가, 1997년 현재의 위치에 복원하였다고 해요.

조선 22대 왕 정조는 원래는 정종이었으나, 1897년에 대한제국으로 국호가 바뀌면서 '정종'이 [정조]로 바뀌었답니다.

정종대왕 태실비는 왕검성주차장 바로 위 야트막한 산봉우리에 있구요. 오늘의 산행도 여기서 이만 끝냅니다.

처음에는 '산이 없어서 많고 많은 산 중에 별 것도 아닌 이런 산에 왔어?' 하며 투덜대다가, 정상 500m를 앞두고 6개의 봉우리를 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할 때는, 아찔하고 짜릿 짜릿했던 계족산.

너무도 급한 경사때문에 일행들 대부분은 '다시는 오지않겠다' 했지만

스릴과 모험을 즐기는 이, 악조건에서 오히려 쾌감을 느끼는 산악인에게 이 산을 조심스레 추천해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산행 코스 : 왕검성주차장(199m) - 등산로입구 - 직폭포 - 중이폭포 - 안부 - 697봉 - 석이바위암릉 - 계족산(890m) - 참꽃봉(847m) - 급경사지 - 757봉 - 657봉 - 삭도쉼터 - 정종대왕태실비 - 왕검성주차장 (원점회귀 6.5km, 4시간 20분, 평균속도 1.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