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3(화)
금요일에 내리던 겨울비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눈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눈이 그치면서 말도 못하게 추운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싸늘히 불어대는 찬 겨울바람은 아무리 꽁꽁 싸매도 옷속을 파고듭니다.
겨울로 접어들어 제일 추운 날이라 바깥출입도 되도록 하지말라고 하는데,
철원지방은 영하 23도까지 내려갔다고 하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산에 갑니다. 이게 어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인가요?
춥다고 집에만 있으면 안된다며 엄동설한 강추위에 나선 곳은, 쉬우면 찾는 '안보등산로' 가 오늘의 산행지입니다.
9시 40분
안인삼거리 등산로 입구입니다.
산행 하기 전 스패츠와 아이젠부터 장착을 하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계단 중간에 서서 바라다 보는 바다는, 강한 너울로 인해 파도가 엄청 쎕니다.
저 정도면 태풍이 올 때의 높이랍니다.
계단을 올라서면 쉼터가 있습니다. 이건 쉼터라기보다 그냥 전망대이죠.
등산로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그런지 몰라도, 산행 시작하자마자 쉼터라니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 말없이 그냥 묵묵히 걷습니다.
추우니까 말이 없어집니다. 게다가 여기는 바닷바람까지 불거든요.
고개마루에 올라서자 그냥 직진합니다.
'산불조심' 현수막이 있는 왼쪽으로 올라가면 바다를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지만, 힘들게 올라가느니 오늘은 눈길이기도 해서 좀 평탄한 길을 가려고 하는 거죠.
'안보등산로'는 언뜻 보기에 만만하고 쉬운 듯 하지만, 야트막한 봉우리를 넘고 또 넘다보면 어느새 땀에 젖어갑니다.
걷다 보면 알게 됩니다. 해발이 낮다고 해서 결코 쉬운 산이라는 걸.
1996년 9월 18일밤, 북한 무장공비들이 잠수함을 타고 내려와 안인과 정동진 사이에 있는 대포항에 침투를 했었습니다.
10월 7일 춘천시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개막식에 참석할 대통령을 저격할려고 했던 거 였는데, 9월 18일 새벽 1시 30분경 대포동을 지나던 택시기사가 이들을 맨 처음 발견하고 강동파출소에 신고를 하면서 ---------
해안경계부대의 모든 병력이 잠수함 발견현장에 투입이 되고, 그때부터 공비소탕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색은 9월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49일간 계속되었고,
그 결과 잠수함에 탑승했던 26명중 살해된 11명을 발견하였고, 13명 사살, 1명을 생포하였지만,
우리측도 군인 12명, 예비군 1명, 경찰 1명, 민간인 4명 사망, 부상자도 27명이나 되는 많은 인명피해와 2천억원에 달하는 물질적 손해를 봤습니다.
강릉시는 1997년 등산로를 정비하고 공개하면서, 이 일을 잊지말고 안보를 굳건히 하자는 뜻에서 [안보체험등산로]라는 명칭을 사용한 게 오늘에 이르렀구요.
이 산 원래 이름은 괘방산 (掛膀山)입니다.
옛날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산 어딘가에, 두루마기에다 급제자의 이름을 쓴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고 해서 괘방산이라 합니다.
'안보체험등산로'는 바다를 보며 걷는 길입니다. 산행하는 내내 바다를 보거든요.
그래서 다른 말로 '산 우(위)에 바닷길'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 길은 바우길 8구간이면서 '해파랑길 36코스'이기도 합니다.
그저 그런 산이 아닌, 강릉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며 언제든 찾아와서 편안한 마음으로 산행하는 산이 괘방산 즉, 안보등산로입니다.
해돋이 명소인 정동진 인근에 있는 이 괘방산과, 정동진일원 안보등산로 종합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답니다.
강릉시는 지난달 21일 민간사업자 'GLTSP사'와 안보등산로 종합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민간자본 970억원이 투입되는 안보등산로 종합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일대에 짚라인과 무빙보트로 구성된 1단계 사업, 그리고 안인진 통일공원 일대에 알파인코스터와 루지로 구성된,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는 겁니다.
바다 조망이 탁월한 안보등산로는 정동진과 안인항 그리고, 바다부채길 등 강릉 남부권 관광명소와 연계되어 있는 곳이죠.
강릉시는 종합관광단지 레저타운 조성을 계기로 관광 체험시설 및 콘텐츠를 다양하게 확충하여, 남부권 관광발전에 시너지효과를 제공한다는 계획인데요, 사계절 스마트 관광도시를 목표로 하는 체류형 복합관광단지를 선 보인다는 겁니다.
그리되면 이 일대가 타 지역민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그런 곳이 되겠죠?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나무에는 흰 눈꽃이 피어있고
산등성이의 나무들은 추워서 오들 오들 떨고 있습니다.
제2활공장에 왔지요.
파란 바다는 언제 보아도 좋습니다.
바다 가까이 살면서도 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탄성을 지릅니다.
바다는 언제나 거기에 있고, 언제 보아도 푸르기만 한데 바다를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해져요.
패러글라이딩 제2활공장은 앞이 탁 트여서, 이 등산로 중 조망이 제일 좋은 곳입니다.
작은 나무들은 목화꽃처럼 흰 눈송이를 달고 있고, 저 산 소나무들은 바다와 하늘을 닮아 날로 푸르러만 가고...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산등성이를 내려와서 길 건너 삼우봉 방향으로 갑니다.
안보등산로는 안인삼거리에서 정동진까지 가는 게 너무 멀다 싶으면 도중에 통일공원으로 갈 수 도 있고, '등명 낙가사'로 내려갈 수 도 있어그날의 컨디션과 체력에 맞게 걸을 수 있죠.
이 돌무더기를 지나면 급한 내리막.
다시 봉우리를 오르면 이 '삼우봉'에 다다릅니다.
삼우봉에서 바라 본 안인항.
요즠같이 기온이 떨어지면 뼈가 약해져 있는 골다공증 환자는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골절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춥다고 외출을 자제해서 장기간 실내에만 머무르다 보면, 활동량 감소에 따른 근력 감소를 유발해 낙상이라도 하게 되면 골절로 이어진대요.
특히 고령자는 일단 넘어지면 척추압박골절이나 고관절(대퇴골)골절 등에 노출되기 쉬운데, 골다공증이 있다면 가벼운 낙상이 골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침할 때나 잠자리에 누울 때 옆구리나 등허리에서 통증이 있다면 압박골절을 의심해 보랍니다.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느껴지면 고관절에 골절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군요.
넘어진 직후 손목통증 등이 지속되면 골절이 아닌가하고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대요.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친 경우 어지럼증이나 구토가 없다면 심한 타박상의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크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어지러운 증세가 계속되면 CT(뇌컴퓨터단층촬영)이나 MRI(자기공명영상)을 찍어 보랍니다.
골절은 예방이 중요하므로 평소에 골절의 주원인인 골다공증 검사를 받고, 치료와 관리를 하는 것이 필수라고 해요.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낙상으로 인한 골절을 예방하려면, 춥다고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무리하게 걷는 걸 피하고,
몸을 굽혀 무게 중심을 낮추며 보폭을 평소보다 20%가량 줄임은 물론, 무릎을 살짝 굽혀 천천히 걷는 것이 바람직하니까 주머니에 양손을 쏙 집어넣고 걷는 건 피하시기 바랍니다.
삼우봉을 지나 정상에 가까울 수록 눈은 점점 더 많이 쌓였습니다.
사방이 온통 눈밭이에요.
KBS 괘방산송신소 못 가서 길 오른쪽이 괘방산 정상입니다.
345m의 야트막하고 아담한 산
눈을 흠뻑 뒤집어 쓴 나무들 사이로 난 길엔 흰눈이 수북하고,
이 작은 계단을 지나면 제1활공장이 있습니다.
활공장답게 여기도 앞이 막힘이 없어 시원스럽습니다.
산굽이를 돌고 돌아가는 길과
바닷가의 작은 봉우리에는 '하슬라 아트월드'와 조각공원이 보입니다.
철썩이며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군요.
평평한 1활공장 앞을 지나
또 다시 내리막길을 가요.
눈에 덮힌 소나무가 꽤 운치있어 보입니다.
눈 내린 저 산도 그림같구요.
꽤 가파른 내리막인데도, 눈에 덮혀서 실감이 안나네요.
임도에 내려설 때까지 계속 급경사인데...
임도에 내려섰습니다.
산행이 힘든 사람은 여기서 '등명 낙가사'로 가면 됩니다.
정동진 방향으로 갈 사람은 길 건너 당집 방향으로 가요.
더러는 넓직한 평상이 눈에 들어오지만 눈이 쌓여서 쉴 수 가 없습니다.
들머리쪽 보다 이쪽은 눈이 더 많이 왔습니다.
11시 20분
리본이 펄럭이는 울타리옆으로 갑니다.
'당집'으로 가는 길에는 미끈하게 잘 생긴 소나무들이 보입니다.
눈 내린 소나무는 아주 멋진 그림이 됩니다.
11시 35분.
당집에 왔습니다.
신령(산신)을 모셔놓고 제를 지내는 곳인데, 마을 가까이 있지 않고 왜 마을과 멀리 떨어진 여기에 당집이 있을까요?
이 당집은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곳이겠죠?
봄 여름 따뜻할 때는 관리를 하는 분이 마당을 깨끗하게 쓸어놓던데, 추운 겨울이라 눈 치우는 게 힘들어 그냥 내버려뒀나 봅니다.
아무도 없는 당집을 한바퀴 돌아보곤 다시 길 떠납니다.
여기 이 당집에서 밤나무정으로 가기도 합니다.
'안보등산로 1코스'는 당시 무장공비들이 도주했던 그대로, 잠수함이 침투했던 대포동에서 삼우봉, 괘방산, 당집, 화비령, 청학산, 밤나무정으로 가는 것이구요.
'안보등산로 2코스'는 안인삼거리에서 2활공장, 삼우봉, 괘방산, 당집, 정동진으로 하산하는데, 대부분은 이 '2코스'로 갑니다.
'1코스'로 가면 차량 이동 문제로 어려움이 많아 거의 다 '2코스'로 가는데요,
2코스로 가면 개인산행을 한다 해도 승용차를 안인삼거리에 주차하고 산행을 한다음, 하산 지점인 정동진에서 시내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서 안인삼거리로 이동할 수 있거든요.
쌓인 눈 때문에 발이 푹 푹 빠집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그렇죠.
눈이 내려앉은 소나무들은 산수화 같구요.
눈은 이 땅에 내려앉으면서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싹 걷어내어 하늘은 청명하고 공기는 상쾌합니다.
소나무의 향도 느껴지는 듯 해요.
정동진까지 3.3km 남았군요.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으로 가요.
강추위가 절정인 오늘, 안보등산로는 의외로 그리 춥지 않네요. 소나무가 방풍림 역할을 해서 그런거겠죠?
마을이 있었을 것 같은 넓직하고 평평한 곳을 지납니다. 나무가 많지않고 숲이 우거지지 않았다면 그럴 수 도 있는 것이겠죠?
183고지 방향으로 갑니다.
여기서부터는 작은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길이 이어집니다.
저기 산등성이에 KT, KBS송신탑이 보이네요.
여기서 바라보니 눈이 꽤 많이 왔군요.
산행하는 내내 언뜻 언뜻 동해바다가 보이는 이 '산 우에 바닷길' 안보등산로는, 바우길이면서 해파랑길과도 겹치는 길입니다.
바우길은 백두대간에서 경포와 정동진까지 산맥과 바다를 함께 걷는 '바우길 17개구간' 총 연장 약 400km로 , 대관령바우길 2개 구간, 울트라 바우길, 계곡바우길, 아리바우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말이면 어른과 아이가 함께 걸을 수 있는 바다내음, 솔내음이 가득한 길입니다.
사업가 한 명이 은행원과 국회의원, 이렇게 세 명이 등산을 갔는데 비를 피하다가 밤이 되었습니다.
멀리 불빛이 보여서 가 보니 조그만 오막살이 한 채와 외양간이 있었습니다. 주인을 불러서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했더니 자기방은 좁아서 2명만 방 안에서 잘 수 있고, 나머지 1명은 외양간에서 자야 되는데 가축들의 냄새가 좀 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은행원이 서비스정신을 발휘하여 자기가 외양간에서 자겠다고 갔는데,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2번째로 사업가가 갔으나 역시 얼마 후에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뒤로 빠져있던 국회의원이 할 수 없이 마지막으로 나섰습니다.
얼마 후에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화가 난 주인이 거칠게 문을 열었습니다.
문밖에는 가축들이 모두 몰려 와 있었습니다.
저렇게 썩은 냄새가 나는 인간하고는 도저히 같이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모두 하소연하더랍니다.
----------------------- 웃자고 한 거니까, 그냥 웃어넘겨요. ㅎ
낮으막한 소나무들이 자라는, 낮은 봉우리를 올라갑니다.
산책로 같은 편안한,
눈 내린 겨울 정취가 가득한 여기는 안보등산로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183고지'를 향해 올라가요.
183고지를 올라가면 오늘의 산행도 끝나갑니다.
'183고지'에서 통나무의자가 있는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만, 오른쪽 길로 내려가는 게 좋습니다.
왼쪽길은 오른쪽 길보다 더 안좋거든요.
이제는 계속 내리막입니다.
날머리인 '정동진'까지 계속 내리막의 연속입니다.
산행도 이제 끝났습니다.
9.3km를 걸었던 시간은 3시간 20분이 소요되었구요,.
평균속도는 2,7km의 보통 걸음걸이였지요.
산행코스: 안인삼거리 주차장 - 활공장 - 삼우봉 - 괘방산 - 제1활공장 - 당집 - 183고지 - 정동진 공용주차장(9.3km, 3시간 2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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