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그러다 겨울오고 새해가 되면 찾는 산, 오늘의 산행지는 계방산입니다.
계방산은 계수나무'桂' 꽃다울'芳' 字를 써서 향기가 나는 산이라는 뜻인데요, 예전에는 제비'燕'자를 써서 연방산(燕芳山)이라 했다죠.
그러다 일제 강점기에 제작한 지도에 '계방산'으로 표기된 것이, 오늘까지 이 이름으로 불리운답니다.
계수나무는 중국과 일본이 원산지이며 캐러멜과 같은 달콤한 향기가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이어져 중국에서는 '연향수(連香樹)'라 하는데, 1920년대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계수나무는, 이 계방산에는 한 그루도 없습니다.
계방산은 '한국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겨울명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산입니다. 그 계방산을 찾아 왔습니다.
9시 20분.
운두령 고개를 구비구비 돌아서 들머리에 도착을 했죠.
운두령 고개를 넘을 때 마다 멀미로 고생했는데, 다행히도 도로를 확장한 덕분에 오늘은 멀미를 조금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1월이면 전국에서 눈꽃산행을 하려는 탐방객들로 붐비는 山이건만, 오늘은 평일이라서 대형버스는 2대 밖에 없군요.
계단을 오르면서 가뿐 숨을 몰아쉽니다. 조금 가팔라요.
며칠동안 기승을 부리던 강추위가 다소 풀리면서 날씨는 봄날처럼 온화합니다.
눈도 많이 녹아서 땅바닥에만 깔렸구요.
평창군 용평면, 홍천군 내면에 위치한 계방산은 오대산국립공원의 최고봉으로 해발 1,577m나 됩니다.
그리고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입니다.
계방산은 산이 높고 크면서도 산세가 아담해서 등린이들도 크게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습니다.
높이는 1,577m이지만 국도가 지나가는 고개들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개, 구름도 쉬어간다는 운두령(雲頭嶺)이 해발 1,089m라서 480여 미터 남짓 올라가는 건 산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도 아니죠.
크고 작은 봉우리를 넘나든다고 해도, 들머리의 계단을 올라오면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을 걷거든요.
수많은 山客들이 다님으로써 꼭꼭 다져진 눈길을 걷는 오늘은 체력소모도 덜합니다.
흰 눈위에 앙상한 나무들이 죽 죽 서있는 모습은 한 점 수묵화입니다.
그 그림속에는 사람들이 있어 더 생동감이 있구요.
계방산은 평평한 산등성이가 곳곳에 있어, 여느 산 같이 좁다란 길이 아니라서 편하게 걷습니다.
9시 40분
운두령에서 정상까지는 4.1km.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고
쉼터에서 잠시 쉬어도 보고
햇살이 따스해 웃도리도 벗었습니다.
잼이 담긴 유리병을 열려고 하는데 뚜껑이 잘 열리지 않을 때는, 병뚜껑부분을 테이블에 돌려가면서 톡톡 두드리면 미세한 틈으로 공기가 들어가 쉽게 열린답니다. 알아두면 좋은 꿀팁인거죠.
또 냉동 보관한 밥을 해동할 때 밥 위에 얼음 한조각을 올려주고,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 돌려주면 갓지은 밥 같다고 합니다.
가위나 집게 등 쇠로 된 제품에 칼날을 문질러 주면, 아주 간단하게 새 칼날처럼 만들 수 있다고 해요. 숫돌에 간 것 처럼 칼이 잘 든답니다.
쉼터에 왔습니다.
여기는 다른 곳보다 더 넓직하므로 편안하게 쉴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잠시 숨 좀 돌리면서 물도 마시고
다시 뽀각 뽀각,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르막과 마주합니다. 여기가 등산로 중에서 제일 가파른 곳이죠.
못보던 계단도 보입니다.
이태 만에 왔더니 그새 산객들이 힘들어할까 봐 계단을 설치했군요.
다시 치고 오르는 오르막길.
9시 33분
잠깐 쉬어갑니다.
여기는 물푸레나무 군락지인가요?
어린 나뭇가지의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그면 파란 물이 우러난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 하는데, 오래전에는 스님의 옷을 물들일 때 염료로 사용했다고 해요. 열매는 염증을 없애거나 경기(驚氣)를 다스릴 때, 눈을 맑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하며
이전에는 회초리로 또, 도리깨를 만드는 나무로 쓰이다가 요즈음에는 야구방망이 재료로 흔히 쓰고 있다는 그 나무.
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가장자리엔 통나무의자가 있어 앉아서 쉬기에 좋군요.
여기서부터는 야광나무가 많네요.
시야가 트이면서 눈 덮힌 산들이 보이고
꼬불 꼬불 잔가지가 많은 야광나무는 점점 더 많아지고
전망대에 왔습니다.
야광나무는 5월에 하얀색 꽃으로 뒤집어쓰는데 이 순백의 흰꽃이 한꺼번에 피어서, 캄캄한 밤에 보면 빛을 내어 주위를 밝게한다 하여 야광나무라 합니다. 사과나무속이라 열매는 작은 사과 모양이며, 가을에 빨갛게 익은 열매를 따 먹으면 사과맛이 납니다.
전망대는 들렸다 가야 해요.
정상의 조망도 좋지만 여기 이 전망대에 서서 둘러보면, 막힌데 없어 사방에 보이는 산줄기들이 파도가 밀려오는 듯 합니다.
저 운해(雲海) 좀 봐요.
파도치는 모양의 저 푸르스럼한 광경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나뭇가지에 피어 난 눈꽃도 그림같구요.
하늘과 산, 구름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기가 막힙니다.
계방산을 바라보고
저 멀리 오대산도 바라보고
이름도 모르는 숱한 산줄기들을 봅니다.
맨 오른쪽의 봉우리가 우리가 가야 할 계방산이죠.
흰 물줄기처럼 보이는 왼쪽에 우뚝 솟아있는 저 봉우리는 오대산 비로봉이고, 사진 맨 오른쪽은 호령봉입니다.
오대산이 왜 오대산인지 아시죠?
오대산은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1,433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등 다섯 봉우리가 마치 연꽃모양으로 둘러 섰으며, 이들 산봉우리는 모두 모나지 않고 평평한 대지를 이루고 있어 오대산이라 합니다.
그리고 그 오대에는 암자가 하나씩 있는데 동대(동대산 관음암), 서대(비로봉 수정암), 남대(호령봉 지장암), 북대(두로봉 미륵암), 중대(상왕봉, 적멸보궁이 있는 사자암) 등이죠.
오대산의 1,000m급의 거대한 산줄기는 고산(高山)답게 웅장하지만 험하지 않고 골이 깊으며, 동쪽으로 따로 떨어져 나온 노인봉(1,338m) 아래로는 천하절경 소금강이 자리하고 있기도 해요
이제 계방산 정상으로 가야죠.
1km 남았거든요.
11시 5분.
정상을 저만치 두고 쉼터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냥 가요.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이제 다 왔습니다.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계방산 정상이, 오늘은 바람 한 점 없고 포근하기만 하고...
11시 15분
간신히 아무도 없는 정상 사진 한장을 건졌습니다.
저 계단을 내려가면 '권대감 바위'가 있는 길로 내려가는데, 이태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이 계단으로 가지 않고, 주목나무 군락지를 지나 이승복 생가 방향으로 내려갈 겁니다.
주목군락지로 가는 방향.
대,여섯명이 둥글게 앉아 점심을 먹고있는 저기서, 점심을 먹고 갈 요량입니다.
정상에서 내려와 뒤돌아봅니다.
올라 온 방향과는 다르게 이쪽은 눈이 더 많이 왔나 봅니다. 나무마다 눈을 잔뜩 뒤집어썼어요.
용평스키장 슬로프와 스카이전망대가 보이는군요.
진행 방향
방금 전 내려 온 계단
뒤돌아 본 정상쪽은 눈 뭉터기가 수북 수북합니다. 아주 그냥 뚤뚤 구네요.
얼었던 눈은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 반짝 빛나고
자동차 야영장으로 내려갑니다.
능선길에서 야영장으로 가는 길에는 수백년을 살아온 주목들이 있고,
폭설에 가지가 부러졌네요.
이 주목군락지를 지나는 길은 엄청 가파라서,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습니다. 보통 가파른 정도가 아니에요.
눈이 없을 때에도 걷잡을 수 없이 내려쏠리는 길입니다. 그렇게 가파른 내리막이죠.
이 주목나무부터는 경사가 좀 나아져요.
계단임에도 눈에 푹 덮인 계단을 내려가면 노동계곡과 만납니다.
얼음장 밑으로 개울물은 흐르고
마지막 쉼터를 지납니다.
몇번이나 개울을 건너고 또 건너고
마지막으로 이 개울을 건너면 낙엽송이 있는 마을 집터같은 곳을 지납니다.
밭이 있고 돌탑이 있는 걸 보면, 아마도 여기에 농가(農家)가 있었지 싶습니다..
이제 산을 다 내려왔습니다.
12시 55분.
자동차 야영장에 왔습니다.
이 야영장을 지나면 이승복어린이 생가가 있구요.
복원한 것이긴 하지만, 생가를 둘러보고 가야죠.
부엌과 외양간 구유
지붕에는 고드름이 줄줄이 달렸네요.
활짝 열어둔 방 문(門).
눈보라가 몰아치면 방안으로 눈이 들어갈텐데, 저 방문을 닫아두고 올껄 그랬습니다. 그땐 그 생각을 미처 하지못했죠.
화장실과 마당, 외양간 모퉁이에는 '가족시신이 발견된 곳'이란 팻말이 있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13시
이승복 생가터를 지나면 마을길이 나타나고
팬션이 있는 마을길을 걷고 걸어서 '아! 다리아파' 할 때 쯤, 송어횟집이 있는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13시 25분.
오늘의 산행은 여기서 끝납니다.
새해가 되면 여길 또 찾아오겠죠.
오늘 걸었던 거리는 11km였구요, 눈길이라서 꼬박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산행코스: 운두령 - 물푸레나무숲 - 헬기장 - 전망대 - 계방산 - 주목군락지 - 쉼터 - 노동계곡 - 자동차야영장 - 이승복 생가 - 노동마을 주차장(11km, 4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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