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
올해 새해 첫 산행은 울진 응봉산입니다.
09:50
'응봉산 등산로안내초소'앞에서 하차하고서
초소 앞 계단을 올라갑니다.
지난 해 첫산행도 응봉산이었습니다.
그때는 산불이 난 뒤 복구공사로 인해 모랫재에서 원탕으로 가는 길과, 정상에서 원탕으로 하산하는 길을 막았었기에 정상까지 갔다가 올라간 그 길로 도로 내려왔었는데요, 올해는 2곳 다 통행이 가능하다기에 오늘은 정상에서 원탕이 있는 계곡길을 한바퀴 휘돌아보려고 합니다.
이태 전 산불이후로 얼마나 복구가 되었으며, 소나무들은 얼마나 푸르렀는지?
또, 원탕쪽은 피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한 마음 한가득 안고 갑니다.
등산로 초입 계단을 올라오면서 부터 길을 좀 더 넓혔군요. 목책도 설치했고
불에 완전히 다 타버린 소나무는 모조리 베어내고, 베어낸 자리엔 새로이 나무를 심을 준비를 했네요.
밑둥이 새카맣게 그을린 소나무 윗쪽은 솔잎이 푸르러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장하고 대단해서 쓰담 쓰담, 토닥 토닥 다독여주고 싶고
완전히 죽은 소나무를 보면 안쓰런 마음이 들고.....
봄이 일찍 찾아오는 울진에, 어제는 비가 내려서 대지는 촉촉하게 젖었습니다.
촉촉히 젖은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비를 맞고 더 푸르러질 숲을 기대하면서 가는 길.
해마다 봄이 오면 건조한 날씨때문에 산불이 날까봐 노심초사하는데, 제발 돌아오는 봄에는 그 어디에도 산불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갑니다.
울진 산불은 2022년 3월 4일 오전 11시 14분경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처음으로 화재가 일어났다고 해요. 산불진화헬기 70대와 산불진화대원 4,200여명이 투입되어 진화를 시작했지만,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삼척 방면으로 번지면서 울진 주민 약 4,600명이 대피했으며 삼척시 주민 1천여명도 대피했었답니다.
울진 산불은 발생 7분만에 삼척시 원덕읍까지 번졌다고 하는데요, 이로 인해 울진 방향 진입이 전면 통제되었고 덕구온천은 한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했으며, 울진종합버스터미널도 임시로 문을 닫았었대요.
이 불은 한울 원전 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 삼척기지본부 인근 1.7km까지 산불이 확산되었는데, 오후 7시쯤엔 북면 신화1리 마을 주택 17채, 창고 4채, 비닐하우스 2동과 신화2리 마을 주택 12채가 전소되었었답니다.
그리고 울진 산불은 4일부터 9일까지 울진과 삼척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으며, 산불 발생 9일 만에 진화됩니다. 역대 최장시간인 213시간 43분 동안 탔다고 하니 얼마나 큰 불인지 짐작가시죠? 또, 그러노라니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혔게요?
울진군 4개 읍·면, 삼척시 2개 읍·면이 주택 353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 등 총 643개소가 소실되었고,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피해영향구역은 울진 18,463㏊, 삼척 2,460㏊ 등 총 20,923㏊이 타버린 2000년 4월의 동해안 산불 이후 최대의 산불이었답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나무는 소나무입니다. 소나무 중에서 최고로 치는 건 금강송이구요.
금강(金剛)은 최고라는 말인데, 울진 일대 소나무가 금강송으로 불린 건 최근이라네요. 2000년 무렵 이 지역에 부임한 산림청장이 이곳 소나무를 금강송으로 명명한 뒤부터였대요. 그 전까지는 나무속이 ‘누런(黃)’색을 띠고 있다고 해서 황장목(黃腸木)이라 불렀었죠.
또 춘양목이라 부른 건 벌목된 금강송이 춘양(春陽)으로 모여들어서였구요.
금강송은 일반 소나무와 달리 줄기에 송진이 많은데, 일반 소나무는 송진이 10%지만 금강송은 80%를 차지한답니다.
이 송진이 큰 막을 형성해서 소나무가 단단하고, 또 이 송진막으로 금강송이 잘 휘지 않으므로 벌레가 나무 안으로 기어들지 못해 균열도 잘되지 않는다 해요. 옛날에는 궁궐을 지을 때 이 나무를 베어서 사용했으므로 함부로 베면 안되는 나무이기도 했죠.
울진산불 피해가 커진 원인이 최근에 밝혀졌답니다.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또 소나무에 기생하는 송이버섯을 더 많이 채취하기 위해 옆의 활엽수를 베었는데, 이것이 산불 피해를 크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군요.
활엽수 잎은 수분을 머금고 있어 산불이 나면 자연스럽게 소방 역할을 하는데, 이 활엽수를 베어냄으로 인해 자연이 담당하는 소방기능을 인간 스스로 없앤 결과라는 거죠. 게다가 활엽수가 잘려나간 곳은 불의 통로가 되어 불이 번지는 데 한몫을 했다지 뭡니까?
자연의 이치를 거슬린 인간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합니다.
모랫재에 도착했습니다.
10:10
원탕으로 내려가거나, 응봉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입니다.
위 사진을 보면 작년 이맘때 여길 왔을 때는 통행을 금지하는 현수막이 있었는데, 이제는 걷어냈군요.
등산 안내판도 산뜻하게 새모습으로 단장했습니다.
대부분 원탕이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고, 여나믄명이 응봉산으로 갑니다.
완전히 타버린 나무를 베어서 쌓아뒀습니다.
베어 낸 나무를 보면 겉만 탔 것 같은데 그대로 둔다고 해도 시일이 지나면, 새잎이 나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속까지 다 탄 건 아니니까요.
10:20
첫번째 묘지를 지납니다.
가랑잎이 수북한 길을 걸을 때,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속에는 봄기운이 묻어납니다.
해마다 이맘 때는 응봉산을 찾아오고, 그 때마다 느끼지만 남쪽이라 그런지 응봉산에는 봄이 더 일찍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사는 지역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온화한 날씨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1헬기장 밑에서 물 좀 마시고 가요.
10:30
첫번째 헬기장까지 40분 걸렸군요.
1헬기장 부근에도 화마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나무 밑둥이 까맣게 그을렸어요.
보드라운 흙을 밟으며 온 것도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자잘한 돌맹이가 깔린 길을 갑니다.
강원도 삼척시와 경상북도 봉화군, 울진군에 걸쳐 있는 응봉산은 낙동정맥의 한 지류로, 울진쪽에서 보면 비상하는 매의 형상을 하고있어 매봉산(枚峰山)이라 부른다 해요.
매봉으로 불렀다고 전해지는 응봉산은, 1759년에 제작된 지도 '여지도서(與地圖書)'에 가곡산(可谷山)이란 표기가 있어 이 산의 옛 이름은 가곡산이었을 꺼라고 해요.
그렇지만 정상석 뒷편에 새긴 글을 보면, 옛날에 조씨(趙氏)성을 가진 사람이 매사냥을 하다가 매를 잃어버렸는데 산봉우리에서 매를 찾았기에 이곳을 응봉(鷹峯)이라 부르고 매봉산이라 부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알고있는 매봉산 유래는 이 두번째 說이죠.
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눈이 있다는 건 그만큼 춥다는 말이죠.
아닌게 아니라 사실 조금 춥군요.
주말인 6일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세번째인 소한입니다.
양력 1월 6~7일 무렵인 소한(小寒)은 양력으로 해가 바뀌고 처음 오는 절기인데, 절기상으로 보면 대한(大寒)이 가장 추운 때지만 실제는 소한이 1년 중 가장 춥숩니다. 그건 절기의 기준이 중국 화북지방에 맞춰졌기 때문에 그런 거랍니다. 중국 화북지방에서는 대한 다음으로 추운 때라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라 해요.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는 말처럼 소한 추위는 대단합니다.
동지(冬至)와 대한(大寒) 사이에 있는 절기 '小寒'.
'소한'이라는 말은 '작은(小) 추위(寒)'라는 뜻인데요, 낮의 길이가 차츰 길어지기 시작하지만 대륙에서 발달한 차가운 고기압이 이 무렵 본격적으로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날씨는 대체적으로 맑지만 추위는 오히려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큰(大) 추위(寒)'라는 '대한'보다 이 날이 더 춥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까요?
《동의보감》에는 '겨울철 석 달은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며 양(陽)이 움직이지 못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라고 합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처럼 사람도 활동을 줄이고 잠자는 시간을 늘리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매일 매일을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이 그리할 수 있나요?
그 대안(代案)으로, 햇볕을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고 해요. 동지가 지나면 해가 길어지듯이 사람 몸 안의 양기도 점점 움트기 시작하는데, 이때 양기가 찬 기운(冷氣)을 이기지 못하면 호흡기에 병이 생기기 쉬우므로, 이를 보완해주려면 햇볕을 쐬어주어야 한답니다.
햇볕외에도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한방차와 신맛이 나는 과일이랍니다. 한방에서 '총백'이라고 부르는 '파뿌리'를 물에 넣고 끓여 마시면 땀을 내주고 기침, 가래를 삭여주며, 항균 작용도 있어 평소 자주 마시면 감기 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또, 비타민C가 많은 유자나 단백질과 당류, 유기산이 풍부한 대추로 차를 끓여 마시면 피로 회복과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답니다.
매실, 오미자, 모과, 산수유, 귤처럼 신맛이 나는 과일은 흩어져 있는 기운을 모아주기 때문에 겨울철에 자주 먹어서 코로나도 이겨내고, 독감도 이겨내서 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11:05
울진 산불은 바람이 지나가는 길 마다 여기저기 상처를 남겼습니다.
'여기는 괜찮구나' 싶다가도
불쑥 나타나는 火魔의 흔적들.
나무꼭대기까지 불길은 휩쓸고 갔습니다.
눈은 조금씩 더 많아집니다.
흰눈은 돌맹이들이 추울까 봐 솜이불처럼 덮어주고, 가랑잎들도 포근하게 덮어주고...
제2헬기장에 왔습니다.
눈 속에서도 소나무잎은 푸르러만 갑니다.
찬바람이 불어와 많이 춥네요.
벗었던 웃옷을 다시 껴입고 가야겠어요.
응봉산 13지역과 14지역은 나무들 대부분이 불에 탔습니다.
꼿꼿한 자세로 서있는 나무마다 푸른잎 하나 보이질 않는군요.
수십년을 자란 나무들이 아깝게도 다 타버렸어요.
불에 탄 나무들을 베어내고 쌓아 둔 곳을 지납니다.
까맣게 탄 나무들처럼 가슴도 까만 숯덩이가 됩니다.
정상에 다 와 가요.
정상부근의 나무에는 흰눈이 내려앉았습니다.
드디어 정상입니다.
힘들게 올라 온 것도 이제는 끝, 내려갈 일만 남았죠.
11:50.
높이 998.5m의 응봉산까지 오는데 2시간 걸렸습니다.
사진 한 장은 찍어야겠죠?
정상석 오른편으로는 '덕풍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산행코스를 그렇게 잡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들머리에서 원탕 계곡으로 한바퀴 도는 것도 5~6시간 걸리는데 그리로 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물론, 삼척 가곡으로 가게되므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덕구온천으로 내려가서 산행으로 인한 피로를 온천욕으로 풀고 돌아갑니다.
빨간 옷의 이 젊은이는 '산타는 개그맨' 유튜브를 하고 있다는 개그맨입니다.
우리나라 100개의 아름다운 명산들을 두루 돌아보면서 등산정보를 재미있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개그맨 '김범준'.
현재시각 12시
점심 먹기 딱 좋은 시간이지만 눈 쌓인 헬기장에서 먹느니, 내려가다가 아늑한 곳에서 먹자고 그냥 갑니다.
계곡길로 가는 거죠.
작년에 왔을 때는 막아놓았던 그 계단.
산불 이 후, 등산로를 정비한다고 막아놓았던 계단입니다.
(지난 해 찍었던 아래의 사진 참조)
이쪽에도 드문 드문 불길이 지나갔습니다.
계곡으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릅니다.
눈(雪)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이 길은 뾰족 뾰족한 돌맹이가 깔린 길이라 조심해서 가야해요.
그래도 이 길로 내려가는 건 세계의 유명한 다리를 본 뜬 13개의 다리와, 아름다운 계곡의 물소리가 좋아서 그런거죠.
경사가 급한 구간에는 안전을 위해 철봉과 밧줄을 설치했습니다.
밧줄에 의지해서 내려가지는 않는다 해도, 어쨋든 등산객을 배려한 마음이 참 고맙죠.
산불 이 전에는 없었거든요.
게다가, 편안히 쉬어가라고 벤치도 마련해 놓았네요.
벤치에 앉아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갈길이 바쁘다고 전망대는 그냥 지나칩니다.
쉴 곳을 마련해 놓은 곳이 또 있네요.
밑둥이 검게 탄 소나무들이 군데 군데 보입니다.
그나마 저쪽보다는 피해가 덜해서 다행이네요.
이 아름다운 소나무들은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소중한 재산입니다.
소나무가 내뿜는 상큼한 냄새에 머리가 맑아져요.
계곡에 닿기까지 급경사는 계속되고...
여기까지 왔다면 계곡에 다 온 겁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계곡입니다.
그리곤 첫번째로 만나는 13번째의 다리를 시작으로 12번째, 11번째 그렇게 다리를 건넙니다.
원탕입니다.
약 600여년 전 고려말기에, 사냥꾼들이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를 발견하고 활과 창으로 큰 상처를 입혔는데, 상처 입고 도망가던 멧돼지가 어느 계곡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쏜살같이 달아나더랍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냥꾼들이 그 계곡을 살펴보니 자연으로 용출되는 온천수가 있었구요. 그 후부터 이 온천을 덕구온천이라 했다는군요.
이 자연용출온천은 42.4도의 온천수로 칼슘, 칼륨, 철, 불소, 나트륨, 마그네슘 등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신경통, 근육통, 피부질환, 중풍, 당뇨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산불 이후 출입을 통제했던 곳까지 한바퀴 돌아보면서 불조심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더 높임은 물론, 예전처럼 푸른숲을 이루길 바라면서 응봉산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오늘은 12.6km를 걸었습니다. 4시간 30분이 소요되었구요, 평균 2.7km의 속도로 걸었답니다.
산행코스 : 등산로 안내초소 - 모래재 - 제1헬기장 - 제2헬기장 - 정상 - 계곡길 - 덕구온천 주차장 ( 12.6km, 4시간 30분)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파가 절정이던 날, 안보등산로 눈길을 걸었네. (0) | 2024.01.25 |
---|---|
태백산, 눈 쌓인 겨울길이... (0) | 2024.01.18 |
평창 발왕산 - 눈꽃이 그린 환상의 세계 (0) | 2023.12.27 |
겨울날의 트레킹 - 인왕산, 북악산 성곽길을 걷다. (0) | 2023.12.22 |
선자령에는 흰눈이 내려쌓이고... (0) | 2023.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