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천상의 화원을 거닐다 - 두문동재에서 분주령까지(上)

adam53 2023. 6. 1. 09:26

5월 마지막 산행은 금대봉과 대덕산입니다.

10시 10분.

두문동재에 도착을 했죠.

두문동재는 고려 말 송도에 있던 충신 7명이 두문동에 와서 은둔생활을 하던 곳이며, 이 두문동을 넘나들던 재라 하여 두문동재라 한답니다.

두문동재는남한에서두 번째로 높은 고개인데요,

지금은 바로 아래에 두문동재 터널이 뚫려 두문동재는 산꾼들만 지나는 잊혀진 고개이지만, 옛날 정선 고한의 두문동(杜門洞) 마을에서 태백시 화전동 호명골로 넘나들던 중요한 고갯길이 두문동재라고 해요.

'두문분출(杜門不出)'이라는 말은 '두문동(杜門洞)'에서 유래하였답니다.

본래 '두문동'은 경기도 개풍군 광덕산 서쪽의 골짜기에 위치해 있는데, 조선 초 개경의 두문동에 살던 고려 유신들 일부가 삼척 땅에 유배 온 고려 마지막 왕 '공양왕'을 뵈러 왔다가, 공양왕이 타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태백의 건의령에서 관모와 관복을 버리고 이 고개를 넘으며 불사이군(不事二君) 이라고

이 고개 밑에 있는 정선 땅에서 두문동이란 이름으로 터전을 잡게 된 것에서 두문동재(1,268m)란 지명이 생겼다고 합니다.

     * 不事二君: 두 명의 임금은 섬길 수 없다는 말.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에서 예약 확인 후 금대봉으로 갑니다.

길 건너 맞은편은 은대봉을 거쳐서 함백산으로 가는데, 은대봉, 중함백, 금대봉, 매봉산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입니다.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긴 했지만,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찌푸린 하늘.

물기 가득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축축한 산길을 갑니다.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나무숲에서 피어 난 병꽃은, 붉은색이라서 더 도드라져 보이고 눈에 확 띄는군요.

가까이서 보면 예쁘지 않은 꽃이 없습니다.

꽃들은 다 예뻐요.

가녀린 졸방제비꽃도 자세히 보면 예쁘죠.

야광나무 지는 꽃도 찔레꽃처럼 예쁘군요.

두문동재에서 금대봉까지 1.2km의 능선을 싸리재 또는 불바래기능선이라고 합니다.

불바래기란 불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예전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려고 산 아래에서 놓은 불을 이 능선에서 맞불을 놓아 진화한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랍니다.

갈림길의 이정표에서 오른쪽 금대봉으로 갑니다.

대덕산을 가려면 금대봉에 갔다가 도로 내려 온 다음, 여기서 고목나무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데

현수막에도 그렇게 표시되어 있는데....

금대봉에 왔습니다.

정선 고한읍 고한리와 태백시 창죽동과 화전동 사이에 솟아 있는 금대봉(1418.1m)

금대봉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검대'는 “신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또한  금이 많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해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실 '정암사'를 창건하면서 금탑, 은탑, 수마노탑을 세웠는데 중생들의 탐심을 우려해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도록 금대봉에 금탑을, 은대봉에 은탑을 묻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금대봉에는 금을 캐던 흔적이 남아있지만, 실제로 금맥이 발견된 적은 없다고 해요.

금대봉울타리 왼쪽으로 난 小路를 따라 내려오는데, 나무밑에 피어 난 큰앵초가 발길을 붙잡습니다.

분홍색 꽃송이가 눈길을 사로잡아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요.

어찌 이리도 예쁠 수 있단 말인가요?

눈개승마는 수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입니다.

오늘 우리들은 야생화를 본다고 금대봉과 대덕산을 찾아왔습니다.

금대봉(1418.1m)과 대덕산(1307.1m) 일대 126만평은 환경부가 자연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곳입니다.

그만큼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는 곳인데,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가 서식하는 것을 비롯해 꼬리치레도롱뇽의 집단 서식지가 있다고 합니다.

식물도 풍부해 모데미풀, 한계령풀, 대성쓴풀, 가시오갈피 등 희귀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는데요,

오늘 우리가 온 이 시기에 피는 꽃은 풀솜대와 큰앵초, 왜미나리아재비, 쥐오줌풀 그리고

벌깨덩굴과 광대수염, 전호, 붉은병꽃 들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피고 지는 여기는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그래서 금대봉 - 대덕산 등산로는 국립공원예약시스템에서 탐방로 예약을 한 사람에 한해 하루 300명만 야생화를 탐방할 수 있죠.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은 멀리 안양에서 왔답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야생화도 보면서 트레킹도 하려고 어제 왔다고 하드군요.

지금 지나고있는 여기 이 구간은 꽃들이 앞다투어 피는 곳입니다.

철따라 들꽃들이 마구 마구 피어나는 구간인거죠.

쥐오줌풀

광대수염

왜미나리아재비가 길 양편으로 무리지어 피어있습니다.

금대봉과 대덕산 등산로는 평탄한 길입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걷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고, 고산의 상쾌한 바람과 좌우로 펼쳐지는 산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을 보며 걷는 길에

살짝 낀 안개는 멋스러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안개가 만든 몽환적인 풍경속으로 걸어가면, 가슴속에는 샘물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함이 차오릅니다.

'털쥐손이꽃'도 많이 피었네요.

백두산 금강계곡에서 처음보고, 정선 두위봉에서 본 이후 세번째로 봅니다.

광대수염도 많구요. 산골짜기 그늘이 약간 진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 광대수염을 몇년전 소백산을 찾았다가 본 뒤로, 평창 장군봉을 내려오면서 개울가 습지에서 몇포기를 봤었는데, 여기는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쥐오줌풀꽃도 피었습니다.

뿌리에서 쥐 오줌 냄새가 난다고 이름을 얻은 쥐오줌풀.

그렇지만 어린 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고, 한방과 민간에서는 풀 전체를 吉草라 하여 산후병, 화상 등의 약재로 쓴답니다.

뿌리는 신경진정제로 사용하기도 하고...

졸방제비꽃도 이렇게 무리를 지어 자랍니다.

산기슭이나 들녘, 길가의 언덕이나 초원의 양지에 사는 졸방제비꽃 어린 잎도 나물로 먹는답니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풀 전체를 간장기능 촉진, 유아발육 촉진, 해독, 감기, 기침, 부인병 등의 약재로 쓴다는군요.

고목나무 계단을 지납니다.

계단끝에는 고목나무샘이 있죠.

금대봉 산 기슭에 있는 고목나무샘과 제당굼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굼터의 석간수에서 솟는 물은 지하로 스며들어 검룡소에서 다시 솟아 나와 514km의 한강발원지가 된다고 하는 그 고목나무샘.

고목나무샘.

축축한 날씨 때문인가 아무도 마시지 않고 그냥 지나칩니다.

안개는 숲을 휘감았습니다.

그래서 촉촉한 감성에 젖어들면서, 시인이 아닌 누구라도 즉흥 詩가 막 써 질 것 같은 그런 분위기입니다.

말나리가 꽃봉오리를 밀어올리고,

등산로는 그냥 평지길입니다.

이런 길은 하루종일 걸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길이죠.

마냥 걷고 싶은 길.

안개에 쌓인 푸른 숲은그림같습니다.

그 그림속으로 들어갑니다.

이건 '산옥잠화'입니다.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데,

산옥잠화는 한국, 일본에 분포하며 주로 산과 들의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랍니다.

집에서 키우는 옥잠화 같아서 산옥잠화인데 산에 있는일월비비추와도 아주 흡사하죠.

미래를 짊어지고 갈 '새싹'들이 조잘대며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조잘 조잘, 재잘 재잘.

너무도 귀여운 병아리들 같아요.

걷다보면 종종 이처럼 넓은 공터를 만나기도 합니다.

나무아래 그늘진 곳에 '감자란'이 피어있어요.

감자란은 땅속에 감자모양의 거짓비늘줄기가 들어 있어 이 이름을 가졌답니다.

흔한 듯 하면서도 결코 흔하지 않은 난(蘭).

홀아비꽃대는 이제야 꽃을 피웁니다.

잎 4개가 서로 마주 달리고 잎자루가 1개 올라 와 흰꽃을 피우는 홀아비꽃대의 잎과 꽃, 뿌리줄기도 한방에서는 통경과 이뇨 등의 약재로 쓴다고 해요.

홀아비꽃대도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1993년 4월 26일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 관리하는 이 곳은 1,000종류에 가까운 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답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에 자생하는 풀꽃은 900여종.

한반도 식물 4,500종류 중 20%가 넘는 종류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여기는 천상의 화원입니다.

광대수염 군락지.

빽빽히 자라고 있는 광대수염은, 농작물을 심어놓은 밭 같습니다.

후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 묘지는, 둥굴레 군락지가 되었구요.

분주령 갈림길에 왔습니다.

여기서 검룡소탐방지원센터로 내려가거나, 대덕산으로 갑니다.

분주령은 백두대간 중심의 금대봉과 대덕산 사이의 갈림길이고, 이곳에서 약 1.5킬로 정도 올라가면 대덕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덕산과 검룡소, 두문동재로 가는 길은 뚜렷하지만, 하장면 한소리 방향으로는 목책으로 막아놨습니다

분주령쉼터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 도 있구요.

분주령(奔走嶺, 1,065m) 지명의 유래는 여러설이 있는데 정구지(부추의 방언)인 산부추가 많이 나서 불렀다는 얘기.

옛날에 삼척(태백이 예전에는 삼척에 속해 있었음)과 정선, 주민들이 만나 분주하게 물물교환을 해서 붙여졌다는 얘기.

그리고 또 물이 갈라지는 지역이라고 해서 부르는 분수령이 변음(變音)되어서 분주령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고도 합니다.

대덕산 방향으로 갑니다.

은대난초도 숲속에서 조그맣고 하얀꽃을 피웠습니다.

은대난초는 키가 쬐끔 더 작은 은난초와 아주 흡사한데요, 은난초와 다른 점은 은대난초의 잎은 대나무잎을 닮았다는 거죠.

그래서 은대난초라 해요.

화전민이 일구었던 밭인 듯 넓은 곳에는 쥐오줌풀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산사나무 흰꽃도 피었네요.

山査라는 이름은 산에서 자라는 아침의 나무라는 뜻이랍니다.

봄에 흰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가 붉게 익으면 겨우내 달려있는 산사나무는, 산속에서 붉은 해가 떠오르는 아침나무라는 이름에 걸맞는 나무라고...... 하는군요.

워낙에 많은 종류의 꽃들이 피어서 그렇지, 왜미나리아재비도 이쁜 꽃입니다.

백당나무도 꽃 피었어요.

화려하지 않아도 꽃이 피어 있는 모양새가 특별하여 눈길을 끄는데요,  산수국처럼 가지 끝마다 황록색의 자잘한 <진짜 꽃> 수십 개를 가운데에다 동그랗게 모아 두고, 가장자리에 큰 동전만 한 가짜 꽃이 에워싸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흰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둔 모습이라서 북한에서는 ‘접시꽃나무’라고 부른다 합니다.

습한 곳에는 '관중'이 무리지어 자랍니다.

영화 '쥐라기 공원' 정글속의 그 무성한 풀은 이 관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5월이면 노린재나무도 하얀꽃을 피워요.

대덕산 가는 길가에 노랑장대가 외롭게 홀로 피었어요. 

금대봉~대덕산의 모습은 (下)편에 이어집니다.

편안한 능선 길과 들꽃에 푹 빠져서 사진을 많이 찍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