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녹음 짙은 산길을 걷다 - 문경 주흘산

adam53 2023. 5. 24. 20:31

2023. 5. 23

한낮에는 여름날이 무색할 만큼 불볕더위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요즘 날씨입니다.

오늘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선선한 아침에 문경 주흘산으로 갑니다.

아침 7시에 강릉을 출발해서 문경새재 조곡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10분.

계단에 주저앉아 문경을 찾은 기념으로 사진 한장 찍고 시작합니다.

오늘은 제1관문 - 여궁폭포 - 주흘산 - 영봉 - 제2관문 - 제1관문으로 원점회귀하려고 해요.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로 잡구요.

제1관문 가는 길옆에 '옛길박물관'이 보입니다만, 산행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 오늘도 들려 볼 여유는 없습니다.

제1관문이 보입니다.

제1관문은 '주흘관'이라 합니다.

제2관문은 '조곡관'이고, 제3관문은 '조령관'이라 하죠.

주흘산, 혜국사 방향으로 ~

간이화장실입니다.

마지막 화장실이죠.

날로 푸르러만 가는 산.

상쾌한 아침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갑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군요.

여궁폭포에 도착했습니다.

20m 높이의 여궁폭포는 주흘산의 명물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수량이 적어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가느다랗고

여궁폭포는 수정같이 맑은 물이 노송과 기암절벽과의 조화를 이룬 경치가 수려해서, 7선녀가 구름을 타고와 여기서 목욕했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밑에서 쳐다보면 여인의 그곳과 같다고 해서 여궁폭포, 여심폭포라 부른다고 그럽디다.

주흘산의 이정표는 거리와 소요시간이 함께 기재되어 있어, 등산객을 위한 세심한 마음씀씀이를 느낄 수 있죠.

혜국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자갈길의 등산로를 따라서.

숲속인데도 덥군요.

후덥지근한 날씨에 헉헉 댑니다.

작은 다리에 올라서면 혜국사가 보입니다.

혜국사를 들렸다 가면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기 힘들어서, 그냥 오른쪽 주흘산으로 갑니다.

비구니의 수도 도량인 혜국사(惠國寺)는 신라 문성왕 8년(846년)에 보조국사 체징이 창건하여 법흥사라 했는데, 고려말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자 공민왕이 남쪽으로 몽진하여 지금의 대궐터인 주흘산 정상 가까이에 임시로 행궁을 지어 머물렀는데, 이 절이 나라의 은혜를 입었다고 하여 '혜국사'로 부른다고 해요.

조선 초기 영남대로가 개척된 후 수많은 사람들이 문경세재를 넘나들 때 자연스레 혜국사에 참배하게 되었는데, 과거보러 가는 유생들은 장원급제를, 봇짐장수들은 장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면서 혜국사는 이름난 기도처가 되었구요,

임진왜란 당시는 전략적 요충지라서 서산대사, 사명대사, 영구대사 등이 머무르면서 이름을 드높이기도 한 곳이랍니다.

그러한데, 이 유서깊은 혜국사를 들려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게 얼마나 아쉽겠어요?

길가에 있는 사찰도 한번씩 둘러보며 산행을 하면 좋을텐데, 해야 할 숙제를 하지못한 듯한 마음으로 걷는 발걸음은 무겁습니다. 

한줄기 바람이 불어옵니다.

푸른물이 뚝 뚝 듣는 듯한 신록의 숲을, 휘돌아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초록이 묻어납니다.

시리도록 푸른 숲길을 걷는 마음도 초록색 물이 들어서 가슴속 저 깊은 곳까지 서늘해집니다.

903개의 계단을 오르기 전에, 대궐샘터 샘물은 한잔 마시고 가야겠죠?

홍건적의 亂 때 공민왕이 피신와서 임시로 행궁을 지어 거처하던, 그 대궐터의 샘물은 차고 시원하고 달디 답니다.

샘물 바로앞에는 ' 주흘산 백번 오르니 이 아니 즐거우랴'라는 글도 있습니다.

물병의 물은 버리고서 대궐샘 물로 물병을 채우고

대궐샘의 감로수도 마셨으니 이제 계단을 올라가 보자구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체력 소모가 많아서, 계단이 가파르지 않음에도 힘이 드는군요.

'조금만 더 힘내라'는 문구를 보며 힘을 내 보지만, 올라도 올라도 계단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동글동글한 이파리의 박새가 꽃을 피우려고 하네요.

끝이 없는 것 같은 계단을 오르며 모두 다 가다가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합니다.

드디어 계단 끝!

능선에 올랐습니다. 

고추나무 흰꽃이 피었어요.

이른 봄의 어린 잎은 나물로 먹는데요, 고춧잎나물과 똑 같은 맛이라서 이름도 고추나무입니다.

숲 그늘의 축축한 곳에는 꽃들이 피어나 방긋 방긋 웃고 있네요.

연한 남색의 작은 꽃 참꽃마리가 살며시 피었고

벌깨덩굴도 피었구요.

삿갓나물도 쥐똥같은 까만꽃을 피웠어요.

나물이라고 이름붙은 식물들 대부분은 나물로 먹습니다만, 나물이라고 해서 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삿갓나물은 유독성식물이라 먹으면 안돼요.

풀솜대는 어린 잎과 줄기를 나물로 먹죠.

미나리냉이 어린 잎과 줄기도 나물로 먹는데요,

미나리냉이는 잎이 처음 나올 때 미나리 잎을 닮아서 그리 부릅니다.

903계단을 오를 때는 뻐근하면서 뻣뻣하던 다리가, 완만한 데크길을 걷으니까 좀 풀리는 것 같군요.

주흘산에는 봄이 늦게 찾아왔습니다.

철쭉꽃이 지금 피었거든요.

산이 높아 쉬엄 쉬엄 오느라 조금 늦게 왔나봅니다.

주봉과 영봉이 갈라지는 계단.

주봉은 반드시 들렸다 가야죠.

주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습니다.

1076m의 주흘산은 문경의 진산(鎭山)으로,

"우두머리 의연한 산"이란 뜻 그대로 문경의 주산이라 합니다.

주흘산에는 2개의 봉우리인 주봉과 영봉이 있죠.

주봉 정상석에는 "주흘산", 영봉 정상석에는 "주흘영봉" 이라고 표시하고 있는데요,

주봉은 1,076m이고 영봉은 1,106m임에도 주봉을 주흘산의 주봉이라 함은, 아마도 봉우리 주변이 넓고 전망이 좋아 그러는 모양입니다.

사실 주흘영봉이 주봉보다 더 높긴 해도, 봉우리라는 느낌이 없는 그런 곳이거든요. 볼 만한 경치도 없구요.

주봉에서 바라다보이는 이 우뚝 솟은 산은 관봉이라 해요.

여럿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서 영봉으로 갑니다.

구름과 마을과 떡깔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한폭의 수채화입니다.

영봉으로 가는 길

길옆에는 보드라운 풀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야외활동이 많은 계절입니다. 푸른 풀밭을 보면 앉아 보고도 싶고, 누워서 파란 하늘도 쳐다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고 아무데나 앉으면 안됩니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쯔쯔가무시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라임병 등이 있는데요, 등산, 캠핑, 텃밭 작업, 나물채취 등의 야외활동을 하는 경우 위험이 높으며,

특히 SFTS는 치명률이 약 20%에 달하고 특별한 치료제나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없다고 합니다.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야외활동 시 에는 긴 옷이나 긴 양말을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반드시 목욕한 뒤 옷을 갈아입는 등 예방수칙을 잘 지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야외활동 후 2주 이내에 고열(38~40℃),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하구요.

SFTS는 치명률이 높으므로 등산로를 벗어난 산길은 다니지도 말고, 풀밭에서 용변을 보거나 옷을 벗어두지도 말고, 입었던 옷은 털고 나서 세탁을 하고 샤워나 목욕을 하는 등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이제는 풀밭에도 마음놓고 앉아보지 못하는 그런 세상입니다.

주봉에서 영봉까지는 1.2Km의 무난한 길입니다.

보드라운 흙이 아닌, 깨진 암석길을 걷지만 험한 길은 아닙니다.

산림청에서 주흘산을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 것은, 소백산맥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문경새재 등 역사적 전설이 있는 것 그리고 여궁폭포와 파랑폭포 등의 경관이 아름답고, 월악산 국립공원구역인 점 등을 고려하였답니다.

조선조 문경현의 진산으로 문경 1, 2, 3관문이 있는 것도, 새재도립공원의 애기단풍도 그렇구요.

산앵두나무꽃이 피었네요.

열매가 앵두같다고 이름붙은 키작은 나무. 

꽃말은 '오로지 한사랑'이라고 합디다.

노린재나무도 꽃이 피었습니다.  노린재나무는 가을에 단풍이 든 잎을 태우면노란색 재를 남긴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백화단, 우비목이라고도 불린답니다.

노린재나무는 전통 염색의 매염제로 사용하는 나무였는데요, 꽃이 예뻐서 지금은 관상용으로 심기도 합니다.

해맑은 모습의 철쭉과

붉은 병꽃도 숲그늘에 피었습니다.

주흘영봉에 도착했습니다.

봉우리같은 느낌은 없습니다. 부봉과 주봉간의 등산로 한켠에 정상석을 세워둔 것 같은 그런 모습입니다. 

사방은 나무로 둘러쌓여 있어 조망은 없구요.

영봉에서 제2관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합니다.

급경사를 내려가는 길이 신경이 쓰여 땀이 다 납니다.

계곡까지 내려왔다면 한숨 돌려도 되죠.

제2관문까지 2,4km 남았다니 아직 한참을 더 가야겠군요.

수많은 돌탑을 쌓은 너덜지대에 다다랐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긴 돌을 세워놓고 그 위에 작고 넓적한 돌을 얹어 소원을 빌던 곳으로,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이 이곳에 돌탑을 쌓아 기원하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전해지는 여기는 '꽃밭서덜'이랍니다.

서덜은 너덜의 사투리라 해요.

아무런 안내문도 없는 산성(山城)이 보입니다.

이건 아마도 고려말, 홍건족의 침략을 막으려고 쌓지 않았을까 혼자서 추측해 봅니다.

개울물이 너무도 맑고 깨끗해요.

산비알을 내려오느라 흘린 땀을 식히며,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발도 담가봅니다.

새소리가 들릴 것 같은 오솔길을 걷습니다.

개울가로 난 호젓한 평지를 걸으니 살 것 같군요.

전동차 매표소는 제2관문앞에 있습니다.

편도요금은 5천원이랍니다.

제2관문을 잠깐 보고 갑시다.

주흘산은 서쪽으로 조령천을 사이에 두고 조령산(1,017m)과 마주보며,

포암산(962m), 신선봉(967m), 대미산(1,115m) 등과 함께 충북과 경북의 경계를 이룬대요.

또한, 주흘산은 고구려와 신라의 경계를 이루기도 했으며,

조령산과 주흘산 가운데의 조곡천 계곡길을 따라 3개의 문경관문(사적 147호)이 세워졌는데, 제2관문인 조곡관은 1594년 (선조 27)에 

제1관문(주흘관)과 제3관문(조령관)은 1708년(숙종 34)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조령 '산불됴심' 표석은 조선 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한답니다.

현재 국내에 古語로 된 한글비석은 모두 4점인데, 그 중 '조령 산불됴심'  표석만이 순수 한글비석이고 나머지 3점은 국한문 혼용으로 되었다네요. 그래서 이 표석은 경북 문화재자료 226호로 지정하여 보호관리하고 있습니다.

꾸구리 바위

길 한켠에 교귀정이 있습니다.

교귀정은 1470년 경(성종 초)에 건립되어 임금으로 부터 명을 받은 新, 舊 경상감사가 업무를 인계인수하던 곳이었는데, 1896년 3월 의병전쟁 때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99년 6월에 복원을 하고, 매년  경상감사 신, 구 交印 儀式을 여기서 거행한다고 합니다.

교귀정 소나무도 멋스럽습니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주차장까지 가는 길에는 볼거리가 참 많기도 합니다.

그 중 몇가지만 보면서 가요.

주흘관까지 왔습니다.

영남 제1관문입니다.

백두대간 조령산(鳥領山) 마루를 넘는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사회, 문화, 경제의 유통과 국방상의 요충지였다고 합니다.

연경관이 빼어나서 유서 깊은 유적과 설화, 민요 등으로 유명한 새재(鳥領)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이라고 해요.

임진왜란 후에는 이곳에 3개(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의 관문(사적 제147호)을 설치하여 국방의 요새로 삼았구요.

이곳에는 공용으로 출장하는 관리들의 숙식을 제공하던 원터와, 新舊 경상감사가 관인을 주고 받았다는 교귀정터를 복원하여

1981년 이 일대를 도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문경새재도립공원이죠.

4시 10분.

아침에 출발하던 조곡주차장까지 왔네요.

주흘산 산행도 여기서 마쳐야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1관문에서 시작해 주봉, 영봉, 2관문, 1관문 그렇게 원점회귀 산행을 하느라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개인산행이 아니고 산악회의 단체산행이라면 <평천리 마을회관 - 절골 - 능선삼거리 - 안부삼거리 - 영봉 - 주봉 - 혜국사 - 여궁폭포 - 제1관문주차장> 코스를 추천합니다. 그러면 8.7km의 거리에 4시간 정도 소요하면서 볼꺼 다 보며 덜 힘들게 산행할 수 있거든요. 꼭 그리하세요.

조곡주차장 한켠에는 史劇을 찍는다고 촬영팀의 의상바구니와 버스가 자리하고 있군요.

오늘 산행코스는 주차장 - 조령 1관문 - 혜국사 - 주봉 - 영봉 - 조령 2관문 - 조령 1관문 - 주차장이었구요.

거리는 14.7km, 소요시간은 6시간, 평균속도는 2.5km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