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5월, 신록의 숲길을 걷다 - 정선 각희산

adam53 2023. 5. 18. 12:28

2023. 5. 16

오늘은 정선 각희산으로 갑니다.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와 임계면 덕암리 사이에 있는 고개. 

버실이재에 도착한 시간은 9시 30분.

고개마루에서 들머리를 쳐다보니 와 !

이건 얼마나 가파른지 도저히 올라 갈 엄두가 나지 않는군요.

그래서 선뜻 올라가지 않고 머뭇 머뭇하며 쳐다보기만 합니다.

각희산은 1,083m라고 합니다만,  벌문재(筏文-) 또는 버실이재라고도 불리는 이 고개가 해발 795m라고 하니까,  200m 남짓 올라가면 된다는 생각에 '까짓거 올라가 보지 뭐' 용기를 내봅니다.

'버실이재'는 머리를 뜻하는 '받'이 '볏'과 '벼슬'로 변해 한자인 비슬(琵瑟)을 취해서 이름이 지어졌으며,

이것이 변해 지금과 같은 여러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경사는 한 50도 되는 것 같습니다.

낙엽이 깔린 산길은 푸석 푸석한게 꼭 모래가 부서지는 느낌이라, 주욱 주욱 발이 미끌어지는군요.

당조팝나무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진달래, 철쭉도 없는 이 산에 흰꽃이 무리지어 피어있어 더 눈에 들어오는군요.

등산로 좀 보세요.

사람들이 많이 찾지않아 길도 부실한데다가, 가물어서 그런지 등산로의 흙은 푸석해 보이죠?

이따금씩 붉은병꽃도 보입니다.

5월에 흰색꽃이 많이 피는 이유는, 짙은 초록과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매개체인 곤충들을 유인하려고 그런답니다.

또, 흰색은 식물의 입장에서 볼 때 다른 색에 비해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꽃 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남은 에너지는 꿀이나 향에 쏟아서, 더 많은 벌과 나비를 불러오게 하는 것이구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수목 중에서 5월과 6월에 꽃 피는 나무는 444종이라고 합니다.

꽃 색이 의미가 있는 나무는 약 464종인데, 이 중에서 95.7%가 이 시기에 꽃을 피운대요.

그것도 5월에 230종, 6월에는 214종이나 된다는 군요.

곤충이나 동물은 볼 수  있는 색깔과 좋아하는 색깔도 서로 다르답니다.

벌은 청색과 녹색 그리고 자외선 수용체로 이뤄져 있어 노란색과 녹색, 청색, 자외선 등은 볼 수 있지만 적외선에 가까운 색은 구분하지 못한대요. 그래서 벌은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 등의 꽃을,

나방과 나비, 박쥐는 흰색의 꽃을, 새나 다람쥐 등은 곤충이 보지 못하는 빨간색을 찾아 수분 활동을 돕는답니다.

나비는 가시광선과 자외선까지 볼 수 있어서 거의 모든 꽃에 날아들고...

둥굴레도 흰꽃을 피웠어요.

정선군 화암면과 임계면에 있는 산 角戱山은,

몰운리에서 남면 능전리로 넘어가는 곳에 각희재가 있고, 한때는 그 재 밑에 마을이 있어 이름을 각희골이라 했다고 하니,

아마도  '각희재'와 '각희골'이 있어서 각희산이라는 이름이 유래했지 싶습니다.

'각희산'으로 간다고 했을 때는 이런 산도 있나? 했었죠.

이 산은 일제 강점기 때에 금(金)을 캐던 천포광산이 있었는데, 석회동굴(종유동굴)이 발견되고 산자락에 그 동굴(화암동굴)을 품고있어 山客들에게 조금씩 알려진 것 같더라구요.

하산하고 난 뒤에, 화암동굴도 둘러봅시다.

뻐꾹채가 피었습니다.

우리나라, 중국, 동부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는 국화과의 다년생풀인데요,

뻐꾸기가 울 때 핀다고 뻐꾹채라 하는데, 꽃을 감싸고 있는 총포가 뻐꾸기 가슴털을 닮았다 하여 뻐꾹채라고도 합니다.

엉겅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줄기에는 가시가 없고, 어린잎은 나물로 먹거나 약으로도 씁니다. 

5월 20일은 2017년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세계 벌의 날'입니다.

UN은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이 기념일을 지정했는데요,

유엔식량농업기구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된다고 알려져 있답니다.  2022년 발표된 한국응용곤충학회 학술발표에 따르면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약 6조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지난해 1월~2월에는 대규모 꿀벌 실종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월동벌의 피해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꿀벌 실종 사건의 원인으로는 해충인 응애와 천적인 말벌, 이상기상이 꼽혔다고 합니다.

그 흔하던 꿀벌이 지금은 주변에서 보기가 어렵는데요, 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올 만큼 생태계에서 벌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답니다.

지금까지 꿀벌 실종의 주범은 '살충제'가 지목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살충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식지 파괴, 대기 오염 및 기후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밀원 부족도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구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축구장 42만 8천개 규모의 꽃밭(밀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합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나무 심기도 생활 속에서 꿀벌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합니다.

2012년 WHO 사무총장 '호세 그라치아노 다 실바'가  벌을 "건강한 생태계의 바로미터"라고 했듯이, 벌은 환경 건강의 우수한 지표이며 벌의 존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벌이 사라지면 여러 식물의 연쇄 멸종은 물론 식량생산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해요.

인류에게 중요한 곤충, 벌의 생태계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농약사용을 줄이고, 꽃 한포기 심는 그런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계 벌의 날 (World Bee Day)은 1734. 5. 20 최초의 근대 양봉가 '안톤 야나'가 탄생한 날이며,

2017.12월 유엔은 슬로베니아를 주최국으로 하여, 벌이 생태계에서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강조하기 위해 이 날을 공식적으로 '벌의 날'로 지정했답니다.

숲그늘에는 홀아비꽃대가 외롭게 피었습니다.

나무그늘 진 곳에는 벌깨덩굴도 피었습니다.

1개의 꽃대가 올라와서 흰꽃을 피우는 홀아비꽃대는, 짝이 없어 외로운 홀아비를 연상한다고 그리 부릅니다.

'홀아비'가 들어간 식물에는 '홀아비바람꽃'도 있는데요, 홀아비바람꽃도 꽃대가 1개 올라와서 흰꽃을 피우죠.

벌깨덩굴은 잎 모양과 향기가 들깻잎과 비슷하여, 들에 자라는 깻잎이라는 뜻으로 벌깨덩굴이라 이름지었습니다.

잎과 연한 줄기는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가파르기가 만만찮은 곳을 올라갑니다.

청노루귀가 뒤늦게 헐레벌떡하며 꽃을 피우고 있네요.

5월에 꽃이 피다니,  많이 늦었죠?

흰붓꽃도 피었구요.

철쭉 한그루가  소담스럽게 꽃을 피우고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이 산에 딱 하나있는 철쭉나무입니다.

정상에  다 왔군요.

산행하다보면 정상 가까이 왔을 때, 그냥 느낌으로 저기가 정상이구나 하는 걸 자연스레 알게됩디다.

조금은 평평한 각희산 정상.

그러나 정상석은 없습니다.

조망은 좋습니다. 나날이 푸르러 가는 나무도 싱그럽고, 불어오는 바람도 상쾌합니다.

구름도 한 점 없는 하늘은 마냥 파랗기만 하구요.

산모퉁이를  돌아서 가는 신작로도 그림같아요.

푸른 자연으로 둘러쌓인 사방을 둘러보면은 눈이 맑아지고 시원해집니다.

가슴속은 사이다 한잔 마신 것 같은 느낌이구요.

벌문재에서 정상까지 60분이랍니다.

느리거나 빠르지 않고 보통의 걸음으로 여기까지 오는 데 1시간 걸린다는 거죠.

정상 표지목에서 사진도 찍어야겠죠?

정선지역의 산에 있는 이정표는 거리를 표시하지 않고, 시간으로 나타냅니다.

지형상 특별한 곳이 아니면 보통사람들은 1시간에 2km를 걷죠. 그걸 감안하면 거리가 얼마라는 걸 산정할 수 있는건데, 아마도 이건 정선지역만의 특별한 배려가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거 있잖아요. 시간이 얼마정도 걸린다고 하면 '아, 조금만 가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이 가벼워지거든요.

헬기장처럼 다소 넓직한 정상 바닥에는 구슬봉이가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용담과의 두해살이풀 '구슬봉이'는 아주 아주 작아서 자세히 보아야 얼마나 예쁜지 알 수 있지요.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에 함께 모여 기념사진도 찍고 내려가는 길

물푸레나무 새잎이 꽃처럼 돋아납니다.

껍질을 물에 풀면 물이 파래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요, 물푸레나무는 탄성이 좋고 단단하여 예전에는 괭이나 도끼자루로 많이 썼습니다.

하얀꽃이 피면은 이팝나무의 꽃처럼 예쁘구요.

길 옆으로는 우산나물, 단풍취, 나물취들이 눈에 띕니다.

풀꽃들은 거의 없습니다.

이 건 참나무類의 가랑잎이 땅을 뒤덮고 있는 때문입니다.

1,062 봉우리입니다. 그냥 능선따라 걷다가 마주 친 이정표이죠.

여름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푹푹 쪄대는 날씨.

오늘은 기온이 33도나 된다는 날, 햇빛은 쨍쨍 내리쬐지만 각희산은 숲길이라 더위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각희산은 멋진 풍광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나무그늘 밑을 걷기때문에 여름날에 찾으면 좋은 산입니다.

산행거리도 짧고 또, 산행 후에는 서늘한 동굴에서 피서도 하고...

어쩌다 만난 솔붓꽃.

옛날 가마솥에 밥을 짓던 시절에는, 뿌리를 캐서 밥솥을 닦는 솔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다고 솔붓꽃이라 했죠.

화암문에서 바라 본 마을.

커다란 바위가 양쪽으로 있는 좁은 곳이 門같이 보인다고 화암문이라 하는가 봅니다.

내려다 보니 쬐끔 겁이 나는군요.

그늘 진 곳으로 몇걸음 걸어가면, 사람들이 다니던 길이 아니라서 좀 으스스한 것 같기도 하고 내리막이기도 해서

에이, 그냥 가야겠다고 가던 길 계속 갑니다.

각희산에는 의외로 이정표를 많이 세워뒀드군요.

동굴까지 60분 걸린답니다.

산 기슭에 정향나무가 있네요.

꽃의 모양이 정(丁)자형으로 생기고 향기가 높다하여 "정향나무"라고 하는데, 정향나무는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철계단을 만났습니다.

거의 90도에 가까운 수직 철계단입니다.

계단위에서 앞산을 한번 바라보고는, 조심 조심 한발짝씩 떼어봅니다.

다 내려와서 쳐다보고 찍은 사진은 이렇게 보이지만, 위에서 내려다 볼 때는 직각같더라니까요.

진짜로 조심히 내려와야했었죠.

그리곤 집채만한 바위 옆, 밧줄을 잡고 내려갑니다.

쩍 쩍 짜갈라놓은 것 같은 바위에 훅, 하고 숨이 멎는 듯 합니다.

철계단부터 여기까지가 제일 난코스입니다.

처음 들머리에서 치고 올라갈 때나 지금 지나는 여기.

각희산은 짧으면서도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는군요.

솔무데기 화암동굴까지 30분 남았대요.

요즘은 보기드문 이런 통나무다리를 건너고

'동굴로 가는 길'이라고 가르키는 쪽으로 가는데

자꾸만 엉뚱한 길로 가는 것 같은 비탈길을 돌고 돌아가며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이건 개다래꽃이 맞죠?

마침내,

드디어 산을 다 내려왔습니다.

졸졸 물소리가 들리는 습한 곳에는 미나리냉이가 피고

줄딸기도 피고

외래종에 밀려서 진짜 진짜 보기힘든 토종 흰민들레도 피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에 목을 축이고

동굴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동굴관람 전 화장실에 들리는 건 필수입니다.

이제 동굴안으로 들어 갈꺼에요.

기대해도 좋을만큼 멋진 화암동굴 내부사진은 별도로 게재합니다. 

각희산 산행은 여기서 마칩니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버실이재(벌문재) - 1,058.5봉 - 정상 - 1,062봉 - 화암문 - 철계단 - 화암동굴 입구 였구요,

거리는 약 6.1km, 시간은 3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