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깊어가는 겨울날에 걸어보는, 강릉 "기마봉(驥馬峰)

adam53 2022. 12. 15. 15:17

2022. 12. 13

겨울이 깊어감에 따라 기온도 많이 내려간 아침, 우리가 사는 지역의 작은 산을 찾았습니다.

오늘 산행지는 기마봉인데요,

기마봉은 강릉 강동면 산성우리와 옥계면 금진리 경계를 이루는 곳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으로,

백두대간 석병산 부근에서 갈라져 서쪽으로 내려오며, 동해바다에 잠기려고 조금씩 조금씩 자세를 낮추다

고개를 들어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듯한 봉우리입니다.

말을 듣다보면 꽤 멋진 산이라는 생각이 들죠?

주민들이 “말탄봉”이라고도 부르는 이 산은 그냥 평범한 동네뒷산입니다. 산행거리도 짧구요.

 

8시 30분.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밤재'는 어스름합니다.

길옆에는 매화꽃이 피었네요.

눈속에서도 꽃 피는 고고한 매화이지만, 꽃이 피기엔 너무 이르지않나요?

산행 들머리는 밤재입니다.

고갯마루에서 왼쪽으로 가면 기마봉이고, 반대편으로 가면 피래산이죠.

53.9m 높이의 피래산은 옥계면 낙풍리와 강동면 산성우리 사이에 있는데요,

기마봉과 비슷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동네뒷산 같은 곳입니다.

"피래(彼來)"란 지명은 조선 태조때 강동에 축대를 쌓고 여기 왔다간 자취를 표기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고 해요.

정동에서보면 "저쪽에서 온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는데,

기마봉이나 피래산은 산행거리가 짧아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잘 찾지 않게 되더라구요.

산행 후 어떤 행사가 있다던가 아니면, 산행은 하고 싶은데 춥거나 눈이 왔을 때 짧게나마 산행을 하려고 하는 그때에 찾는 산이 기마봉이고 피래산입니다.

산행할 준비부터 하고서 출발합니다.

옥계면 낙풍리와 금진리, 강동면 산성우2리 사이에 있는 '밤재'는,

옥계 출신의 선비가 과거에 급제하자, 방꾼이 급제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 고개에서부터 방을 외치며왔다 해서

'방재'라 하고 또, 고개 주변에 밤나무가 많이 있었다하여 '밤재'라고도 한답니다.

하차한 곳을 돌아다 보면서 가는 길.

모두 다 부지런히 걷는군요.

겨울 산행은 추운 날씨탓에 쉬지 않고 걷습니다. 아마 오늘도 쉬지않고 갈 것 같은 예감이...

기마봉은 육산인데다 순해서 산행하기가 부담이 없는 산입니다.

정상은 밤재에서 1.8km의 가까운 거리에 있거든요.

개인산행을 한다면 산책하듯 느긋하게 걸으면서, 저 벤치에 앉아 봐야겠어요. 

기마봉은 괘방산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산이었는데요,

98년말 괘방산 등산로가 개설된 시기에 , 7번 국도가 지나는 밤재(약 280m)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정동진 지역번영회'와 '정동2리 청년회'에서 개설했다고 합니다.

이 조그마한 기마봉에 전해오는 얘기가 있는데요,

옛날 옛적에 건남마을(현재의 금진3리)에 장대한 아이가 태어났는데,  출생 3일만에 없어져 찾으니 집 선반에 올라가 웃고 있더랍니다.  옛부터 장수가 태어나면 역적이 된다는 말을 들은 부모는,  전전긍긍하다가 애기가 잠이 들었을 때 그만 죽이고 말았다고 해요.  그러자 아이가 죽고 3일 만에 봉우리에서 말이 솟아 올라와 3일내내 주인을 찾아 울부짖다가,

인근 바다인 가마소(지금의 심곡)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또, 구전설화의 특성상 채록본에 따라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이런 얘기도 있대요. 

『명주의 향기(溟州의 香氣)』와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에 수록되어 있는 것인데,

집안이 가난하여 서른이 되도록 장가를 가지 못한 윤복이 사랑하는 옥랑을 두고 전장에 나갔다 돌아와 죽자, 옥랑(玉娘) 역시 윤복의 죽음을 비통해 한 나머지 따라 죽었다는 이야기.

윤복은 건강하고 잘 생겼으나 집안이 빈한하여 서른이 넘도록 배필을 정하지 못한 채 외롭게 살았대요.

그 무렵 고구려와 신라는 치열한 전쟁 중이어서 윤복도 생업에만 전념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윤복이 마음에 두고 그리던 처녀가 있었는데 이름이 옥랑이었구요. 윤복이 전장에 나가자 옥랑은 그날부터 뒷산에 제단을 만들고 윤복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답니다.

어느 날 꿈에 옥랑은 수염이 허연 산신령을 만났는데, 산신령은 말 한 필을 주면서 빨리 밤재로 가서 윤복을 구하라 하더랍니다. 잠에서 깨어난 옥랑은 단숨에 밤재로 달려갔고, 거기서 넋을 잃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윤복을 발견했대요.

전쟁터에서 다리를 상한 채 무리하게 먼 길을 달려오다가, 고향 뒷산에 이르자 긴장이 풀리며 기진맥진해 쓰러진 것이죠.

그러나 하루 만에 윤복은 죽고 말았다지 뭡니까.

비통해 하던 옥랑도 삼일 후 윤복이 쓰러져 있던 산에 올라 죽고 말았답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두 남녀의 죽음을 슬퍼하여 그녀가 기도하던 산을 기마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 얘기가

이 나즈막하고 조그마한 산에 전해 온답니다.

바람이 불어 춥군요.

기마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산 정상이에요.

383m의 기마봉.

여기서 뒷편의 소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2.5km 가면 금진항이 나오는데요,

금진港에서 바다를 보며 아름다운 '헌화로'를 지나, 심곡港에서 '바다부채길'을 걸어 '썬크루즈호텔'로 갈 수 있구요.

'헌화로'를 걷지않고 금진초등학교 뒷편 산으로 다시 올라가 심곡항으로 가도 됩니다.

우리는 정동진 방면으로 갈꺼에요.

가랑잎이 수북히 쌓인 내리막길.

이 산 일대는 송이와 능이버섯이 나기 때문에, 아무데나 막 들어가지 말라고 붉은 끈으로 둘러쳤어요.

사유지라  절대로 가을철에는 들어가면 안되죠.

초겨울 편지 / 김용택

앞산에

고운 잎 다 졌답니다.

 

빈산을 그리며 저 강에

흰눈 내리겠지요.

 

눈 내리기 전에

한번 보고 싶습니다.

찬 겨울바람이 불어와 추워요.

쉬지않고 걸어서 땀은 나는데, 워머를 하고 모자를 푹 눌러 써봐도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를 막을 수 없네요.

야트막한 쉼터에서 한숨 돌립니다.

과일 한조각도 나눠 먹으면서.....

강릉사람들이  '땀바구'라 부르는 '청미래덩굴'의 빨간 열매가 눈에 들어옵니다. 

열매가 초록색일 때는  그걸 따 먹기도 했었죠.

어렸을 때는 참 흔한 식물이었는데, 요즘은 흔하지 않더라구요.

이제는 보호해야 할 정도인가 봅니다.

--- 산림청선정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1997)

--- 환경부선정 보호야생동.식물(1997)

청미래덩굴의 잎으로 싼 떡도 있는데요,  '망개떡'이라고 하는 이 떡을 먹어본지도 참 오래되었네요.

청미래덩굴은 어린잎과 열매를 먹기도 하고,

잎과 열매가 아름다워 꽃꽂이로 또, 관상용으로 울타리에 심기도 하고

뿌리는 토복령(土茯苓)이라 하여 이뇨, 해독, 종기 등에 효과가 있어 약재로도 쓰는, 버릴 것 하나없는 식물입니다.

이것 좀 봐요.

이 추운 겨울에 찬바람 맞으며 진달래가 피었어요.

차디 찬 바람은 계속 불어대고, 머지않아 눈도 내릴텐데 어쩌자고 지금 꽃이 필까요?

조망이 좋은 곳에서는 영동고속도로가 보입니다.

바람은 나무사이로 헤집고 들어가며 윙 윙 소리를 내는 산 길을 걸어서

저멀리 썬크루즈호텔이 보이는 곳까지 왔습니다.

외솔봉입니다.

해발236m의 외솔봉은 조망이 좋은 곳이죠.

소나무도 멋있구요. 푸른 동해바다도 보입니다.

마을에서 보면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 같다 하여 외솔봉이라 부른다는데,

외솔은 없고 두갈래로  자란 작은 소나무가 있습니다. 

외솔봉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119소방안전센터로 가고,

가는 길목에는 삿갓봉이 있는데요, 산봉우리가 삿갓처럼 생겼다고 삿갓봉이라 하는거고.

 

왼쪽 길은 정동진 마을로 가는 등산로입니다. 나중에 두개의 길은 서로 만나요... ㅎ

외솔봉에서 일행 절반은 오른쪽으로, 절반은 왼쪽으로 갈라졌습니다.

바람은 쉬지않고 불어와 온몸을 휘감고서 바다로 갑니다.

두뺨이 얼얼해요.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요.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창가에 앉아 커피한잔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작은 봉우리에서 멈췄습니다.

곧 산행도 끝나가기에, 차 한잔씩 나눠 마십니다.

몸이 따뜻해지는군요.

초겨울 / 도종환

올해도 갈참나무 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집부근 어디 어느곳에서나 있을법한 평범한 산길을 내려옵니다.

마을이 보이면서 산행도 끝나가고..

저기 저 앞에 있는 나무숲위로 예쁜집이 보여서 당겨봤더니, Motel이네요.

나그네의 고단한 몸을 뉘일 따뜻하고 편안한 숙소.

마을로 가는 길옆에는 꽃도 다 지고 마른가지만 남은 미국쑥부쟁이가 겨울날의 쓸쓸함을 더 해줍니다.

여름날에 찍은 아래 2장의 미국쑥부쟁이 사진을 보세요.

얼마나 예쁜꽃이 피는데요!.

북아메리카 원산의 미국쑥부쟁이는 1980년대에 귀화한 식물인데요,

가지를 많이쳐서 8~9월이면 작고 흰꽃이 무리지어 피는게 예뻐서 관상가치가 높다고 하지만

번식력이 너무 좋아 개망초처럼, 토종식물인양 이제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이 미국쑥부쟁이는 2009년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이 되었대요.

외솔봉에서 갈라졌던 일행과 만납니다.

여기서 부터는 횟집들과 여행자숙소 거리를 지나 공영주차장으로 갑니다.

건물들 사이로 썬크루즈호텔이 보이네요.

주차장으로 가는 길,

작은 다리를 건너 모래시계를 보고 가야죠?

썬크루즈의 횟집이 멋져보여요.

정동진에서 새해 일출을 볼 때에 이 배 모양을 넣어 사진을 찍으면, 완전 작품사진이 되는거 아시죠?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

1999년 강릉시와 삼성전자가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기위해 만든 이 모래시계는 지름이 8.06m, 폭 3.2m, 무게 40톤, 모래무게 8톤으로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이며, 시계속의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는 시간은 1년입니다.

매년 1월 1일 0시가 되면 반바퀴를 돌려 모래시계의 위아래를  바꿔놓는데요,

이로써 한해가 새로이 시작되는 겁니다.

모래시계 공원에 간다면 기차를 활용한 이 시간박물관도 꼭 들려보세요.

열차 칸칸마다 희귀하고 진기한 시계가 다 모여있어, 그 시계를 하나 하나 보느라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   사진이 좀 시원찮지만 몇 장만 봅시다.

기마봉 산행은 여기서 끝냅니다.

오늘은 7km 남짓 걸었구요, 2시간 20분 걸렸네요.

산행코스 : 밤재 - 기마봉 - 외솔봉 - 정동진 119안전센터 옆길 - 모래시계 - 주차장 ( 7.1km, 2시간 20분)

기마봉(383m)

강동면 산성우리와 옥계면 금진리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이 산은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산으로서

서울 경복궁(광화문)에서 정동(正東)에 있다 하여 붙여진 정동진역 남쪽에 솟아 있다.

정동진역에서 남쪽 정동천을 건너자마자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산 임에도

그동안 괘방산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산이다.

기마봉도 괘방산 등산로가 개설된 시기인 98년 말 정동진지역번영회와 정동2리 청년회가

7번 국도가 넘는 밤재(약 280m)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개설했다.

 

밤재는 옥계면 낙풍리와 금진리, 강동면 산성우2리 사이에 있다.

옥계 출신의 선비가 과거에 급제하자 방꾼이 급제한 사실을 미리 알리기 위해 이 고개에서부터 방을 외치며 왔다해서

방재라고 하고 고개 주변에 밤나무가 많이 있었다하여 밤재라고도 한다. 

밤재 휴게소 뒤쪽(동쪽)으로 올라가면 강동면 정동진2리 조각공원쪽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고,

휴게소 앞 7번 국도를 넘어 피래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다.

주민들이 '말탄봉'으로도 부르는 기마봉은 이웃하고 있는 괘방산 자락에 있는 낙가사 같은 유명사찰은 없다.

그러나 괘방산은 정상 통신철탑 때문에 정상을 밟지 못하는 반면,

기마봉은 정동으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즐기는 명소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