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흐린 겨울날에 걷는 서울 '관악산' 1

adam53 2022. 12. 1. 12:20

2022. 11. 28

새벽까지 많은 비가 내리다 그친 아침,

미련이 남아서 아직도 빗방울이 한 두방울 떨어지는 이른 시각, 서울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오늘은 산행지는 '관악산'

가을걷이가 끝나 텅 빈 논밭은 휑~ 해 보입니다.

9시 20분.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사당동 4번 출구 큰길에서 하차를 하고

관음사 방향 골목으로 접어듭니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데 잘도 가는군요.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을 가듯이...

골목을 빠져 나오자 이정표가 보이네요.

길옆 철조망엔 국,내외 관광안내 팜프렛이 다닥 다닥 붙여져 있고,

우리동네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지못하는지라, 좀 신기하게 보입니다.

오늘은 사당역에서 연주대를 거쳐, 과천 향교로 갈 예정이구요.

관음사 방향으로,

흠...

오른쪽에 들머리가 있군요.

관음사는 보이지도 않는데...

가을이 진하게 묻어나는 길

밤새 내린 비를 맞아 가랑잎들은 온통 가을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처음 와 본 길인데, 아늑하고 정감이 가는 길입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그런 느낌 아시죠?

사당동에서 관악산 가는 길은

그런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

같이 산길을 걷는 사람이 어린아이 마냥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미소를 짓게 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쾌적한 날씨는 산행하기도 좋고,

동네뒷산을 온 듯 마음도 느긋해지고...

관악산은 두어번 왔었댔죠.

과천 향교에서 연주대를 거쳐 보성사로 가고,

서울대 환경종합연구소에서 정상을 거쳐 낙성대, 서울시교육청 과학전주차장으로 내려가기도 하면서

다문 다문 멋진 바위들이 있는 능선이 예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 이 길은 또 다른 신선한 모습입니다.

서울특별시의 깊은 곳에 상암동이 있다.

썩은 것들이 모여 이제 산이 다 된 난지도 뒤편,

녹이 슨 함석조각 위로 구름이 건너가고

폐철더미 사이 작은밭엔 파꽃들이 하얗다.

붉은 우체통이 붙박힌 2층 슬라브 건물 앞을 노선버스가 지나가고,

흙먼지가 가라앉은 좁은 길,

늙은 맞벌이 내외가 쇠집게를 들고 간다...                                                   

                                                                                   이영진 시 '상암동' 중

가다가 숨 차면 잠시 서서

서울 시내도 내려다 보고...

경기도 안양, 과천과 서울 관악구와 금천구에 걸쳐 있는 관악산은 갓뫼, 간뫼, 백호산, 서금강, 소금강이라고도 한대요.

검붉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 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의 갓뫼, 관악이라고 했다는군요.

경관도 빼어나고 또, 서울 근교에 자리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기도 하구요.

그런데요,

산 형상이 마치 관처럼 생겼기 때문에 ‘관악(冠岳)’이라고 한다는데,

처음의 산 이름은 주위 산세에서 '으뜸간다'는 뜻이였다고 합니다.

개성 송악산, 가평 화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과 함께 경기도 오악의 하나이기도 하구요. 

수십 개의 빼어난 봉우리와 바위들이 많은데다가, 오래 된 나무와 갖가지 풀이 바위와 어우러져 철따라 변하는 모습이 

마치 금강산과 같다 하여 ‘소금강’ 또는 서쪽에 있는 금강산이라 하여 ‘서금강’이라고도 한대요.

산의 규모가 그다지 크거나 높지 않지만,

이따금씩 불쑥 불쑥 나타나는 암릉들은 산행하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자칫하면 미끌어져 다칠 수 도 있지만,

이런 암릉을 만나면 아주 신나는 거 있죠?

두손, 두발로 기다싶이 바위를 올라가면서도 연실 싱글벙글.

산행하는 재미와 즐거움이 배가 되는 곳.

요기를 올라가니 글쎄, 태극기가 보이지 뭡니까?

산에서 보는 태극기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산행 중에 가끔씩 태극기를 볼 때가 있는데요,

그때마다 태극기는 반가운 생각도 들고, 뭉클해지기도 하고 먹먹해 지기도 합니다.

태극기는 가슴 뛰게 만들어요.

태극기가 있으니까 여기가 '국기봉' 맞죠?

이내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가야 하구요.

계단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봅니다.

앞산도 바라보구요.

전망대에는 빨간 열매가 잔뜩 달린 나무가 있네요.

무슨 나무인지 이름도 모르지만 빨간 열매는 꽃처럼 이쁩니다.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 박제영 -

며느리도 봤응께 욕 좀 그만 해야

정히 거시기해불면 거시기 대신에 꽃을 써야

그 까짓 거 뭐 어렵다고, 그랴그랴

아침 묵다 말고 마누라랑 약속을 했잖여.

 

 

이런 꽃 같은!

이런 꽃나!

꽃까!

꽃 꽃 꽃

반나절도 안 돼서 뭔 꽃들이 그리도 피는지.

 

봐야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전망대 계단을 내려가

일행들을 따라 저 암봉을 오릅니다.

방금 지나온 곳을 돌아도 보고...

계단을 올라오자 조금 너른 곳이 있어 아주 잠깐 쉬어갑니다.

 

사방을 휘~ 둘러도 보고...

그나 저나 산 풍경이 이리 멋져도 되는건가요?

둥글 둥글한 바위도 멋져보이고,

그저 평평하기만한 이런 바위들도 멋져보이고,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다 멋져 보입니다.

이 산은 처음부터 가을분위기로 사로잡더니, 결국은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버려서 그런가 봅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니 어디에나 있는 이런 모습, 이런 풍경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가 봐요.

배가 볼록나온 이웃집 아저씨같이, 둥글둥글한 바위위에는 

분재같은 소나무가 자라는 게 종종 보이구요.

방향을 가르키는 팻말이 떨어진 이정표에, 누군가 '사당역'이라 글씨를 새겼군요.

글씨 쓴 사람 마음도 예쁘고

글씨도,  글씨 쓴 사람처럼 귀엽게 보이고...

이 큼지막한 바위는 '하마바위'라네요.

뚱뚱하고 덩치 큰 하마를 닮았다고 그리 부르는가 봅니다.

바위가 참 이상하게 생겼죠?

이 바위는 또, 무엇같아 보이나요?

바위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맘씨좋은 배불뚝이 아저씨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일전에 갔었던 삼악산의 바위들은 까칠하게 생긴 것이, 신경질적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는데,

여기는 모난데 없이 둥글 둥글합니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지만,

산행할 때는 언제나 조심 또 조심해야 하죠.

8일전인 지난 20일 12시 40분경에는,

관악산 깔딱고개에서 50대 남성이 추락해서 다쳤다고 해요. 응급조치를 하고 헬기로 병원에 이송했다고는 하는데, 

산행할 때는 무리하지 말고, 급한 마음으로 산행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길죽하고 평평한 바위위의 아짐씨 들.

아주 신났어요!

이 바위는 '마당바위'라네요.

 

헬기장이...

여기는 쉼터인가요?

이 樹形이 멋진 소나무 왼쪽으로 등산로가 있습니다.

저 위로 올라가면 또, 어떤 풍경이 우리를 맞아줄까 기대하며

계단을 오릅니다.

우리곁에 이 산이 가까이 있다면 매일이라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아주 매력적이고 친근감이 드는 산.

부드럽고 완만한 바위능선임에도 목책을 설치했네요.

지상 레이더관측소와 연주대가 저만큼에 보이는

조금 넓직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가기로 합니다.

12시라 밥먹을 시간이기도 하고, 

정상에서는 먹을만한 장소가 없기도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