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0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가 잠시 주춤한 날 아침, 남설악 흘림골로 갑니다.
9시 20분.
한계령 고개를 구불 구불 넘어 가다가 흘림골 들머리에서 하차했습니다.
오늘은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등선대, 12폭포를 지나 오색탐방지원센터로 내려 갈꺼에요.
흘림골 탐방은 하루 5천명 이내로 제한하므로,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되구요.
낙석같은 위험한 일이 생길수 있에, 탐방할 때는 안전에 주의해야만 합니다.
산행하기 전 예약 확인부터 하고...
----------- 예약은 한사람이 열명까지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확인 절차가 끝났으니까 본격적으로 걸어볼까요?
눈이내려 얼어서 그런가?
어스름하고 창백해 보이는 흘림골의 아침.
산꼭대기에 해가 들기 시작합니다.
남설악 단풍 명소 ‘오색 흘림골 탐방로’는 7년 만에 재 개방했는데요,
2015년 8월 낙석사고가 발생한 이후 계속 출입을 통제하다가, 지난 9월 6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을 했습니다.
숲이 짙고 깊어서 늘 날씨가 흐리다고 해 이름 붙여진 남설악 흘림골.
그러나 폭포와 기암괴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골짜기로, 남설악 최고의 단풍명소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오색에서 주전골, 그리고 흘림골이 단풍으로 물들 때면 매년 80만명 이상이 찾던 그런 곳인데,
그 아름다운 계절을 다 보내고 오늘 우리는 일년 중 제일 추운 시기에 여기를 찾았습니다.
등산로 초입부터 좌,우에는 멋진 암봉이 눈에 들어옵니다.
계단에 쌓인 눈은 매끌매끌해서 걷는 게 조심스러워요.
岩峰들은 검게 보입니다.
숲이 짙어 흐렸다기 보다는 산이 높아서 햇빛이 잘 들지않아 그런거죠.
겨울 노래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 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暴雪)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蘭)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 오세영 -
등선대가 600m앞에 있대요.
등선대 가기 전 여심폭포는 보고 가야죠?
이왕 오는 거,
눈이 조금 더 내려쌓였다면 온 산이 다 그림같았을텐데, 내리다가 만 상태라서 설경은 별로 ..... 요.
여심폭포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건너편의 여심폭포는 깡추위에 바짝 얼었어요.
높이 20m의 여심폭포는 가녀린 한가닥의 물줄기와 바위의 절묘한 모양이 여성의 깊은 곳을 연상하게 한다고 이름붙였는데...
등선대 고개마루가 보이는군요.
앞서 간 일행들은 춥다고 등선대를 안들려보고 그냥 내려가는데,
흘림골의 백미라 할 등선대를 지나칠 순 없죠.
등선대에 올라갑니다.
신선이 하늘로 오른다는 뜻의 登仙臺.
오르기 좋게 디딤판을 해 놓았군요.
이 바위를 돌아 오른쪽으로 길이 있구요,
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이 기암(奇岩)이 먼저 눈에 띕니다.
이 멋진 암봉 이름은 뭔지.....
혹자(或者)는 왼쪽 봉우리가 게 집게발같다고 해서 집게바위라 하기도 하던데...
전망대에 오르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댑니다.
남설악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발 1,202미터의 등선대.
사방으로 펼쳐진 기암괴석들이 만가지 모습으로 보인다고 만물상이라 하는 그 중심에 등선대가 있습니다.
세상에 있는 바람이란 바람은 여기에 다 모인 듯, 눈 뜨는 것도 힘든 바람속에서 사방을 둘러봅니다.
저만큼 보이는 한계령휴게소.
눈에 덮힌 뾰죽 뾰죽한 봉우리들과
참나무로 뒤덮힌 산 들.
한계령 고갯길방향에 병풍처럼 펼쳐저있는 칠형제봉을 둘러봅니다.
그러다 손가락이 아려오는 추위에 못견디고 내려오고 맙니다.
다시봐도 이 바위는 멋지군요.
강풍에 나무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보이고...
친절하게도 '올라가는 길', '내려가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과,
이번에 새로 만든 디딤판 덕분에 안전하게 내려오고...
고갯마루에 내려서니 바람이 좀 잦아드는군요.
내려가는 길 양 옆으로는 그림같은 비경이...
뒤돌아 본 등선대가 저리도 멋질줄이야!
앞에는 산수화.
낙석사고가 일어난 뒤 탐방로를 폐쇄한 동안 위험한 구간에는 시설 보수를 했습니다.
취약지점에 낙석방지 터널을 설치한 것도 안전시설을 보강한 것 중의 하나인데요
이 대대적인 안전시설 보강은 45억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탐방로를 거의 새로 설계하다시피 했다고 해요.
흘림골의 단풍을 못 잊는 등산객들을 위해, 2016년부터 단풍철에 한해서 대체 탐방로로 만경대 구간을 개방돼 오다가 이번 시설 보수를 마치고 다시 일반에 개방한 흘림골은, 내년 3월부터는 다시 폐쇄합니다.
이 한겨울에 흘림골을 찾은 이유도 어물어물하다가 여기를 못 와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이 엄동설한에 흘림골을 찾아 왔습니다.
단풍철이었다면 더 예뻤겠지만, 겨울의 흘림골도 멋집니다.
설악산은 어디를 가도 우람한 기암과 괴석이 있어, 우리나라가 참 아름답다는 것을 일깨워주죠.
등선폭포에 왔습니다.
하늘로 오르기 전, 여기서 신선이 몸을 깨끗히 하고 등선대에 올랐다고 하는 등선폭포도 꽁꽁 얼었습니다.
나무도 바위도 한파에 얼어서, 만지면 바스라질 것 처럼 보입니다.
이 겨울에
한파가 한차례 밀어닥칠 것이라는
이 겨울에
나는 서고 싶다. 한 그루의 나무로
우람하여 듬직한 느티나무로는 아니고
키가 커서 남보다
한참은 올려다봐야 할 미루나무로도 아니고,
삭풍에 눈보라가 쳐서 살이 터지고
뼈까지 하얗게 드러난 키 작은 나무쯤으로
그 나무 키는 작지만
단단하게 자란 도토리나무.
밤나무골 사람들이 세워둔 파수병으로 서서
그 나무 몸집은 작지만
다부지게 생긴 상수리나무.
감나무골 사람들이 내보낸 척후병으로 서서
싸리나무 옻나무 너도밤나무와 함께
마을 어귀 한구석이라도 지키고 싶다.
밤에는 하늘가에
그믐달 같은 낫 하나 시퍼렇게 걸어놓고
한파와 맞서고 싶다.
- 김 남주 -
흘림골에서 오색으로 가는 다리마다에는 각각의 이름이 있었는데요,
이 다리를 건널 때에는 출렁다리처럼 출렁 출렁하드군요.
하산하면서 이쪽 저쪽의 암봉들을 보느라면, 지루하고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보이는 것 모두 다 그림같아요.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던 물도 멈췄습니다.
겨울가고 봄이 오면 그때에 다시 흐르겠지요.
잠시 남설악 흘림골의 풍경들을 보고 갈께요.
한참 앞서갔던 일행을 만납니다.
이 쉼터는 12폭포쉼터인데요,
쉬어가는 김에 간단한 요기를 합니다. 따뜻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쉼터 뒤의 봉우리.
얼었던 몸이 어느정도 풀렸으니까 다시 가 보자구요.
언제 또 보게될지 모르는 풍경들은 눈에 담고, 가슴에도 담고
곳곳에 시설 보강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얼어붙은 12폭포.
점봉산에서 시작하여 주전골의 비경과 함께, 열두번 굽이 굽이 흘러 폭포를 이루었다고 '십이폭포'라 해요.
12단 12폭의 비단폭같이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폭포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탐방로를 따라 흐르는 모습이 장관인 12폭포.
용소삼거리가 얼마남지 않았군요.
이 다리와 계단을 올라가고, 500m를 더 가면 주전골로 가는 갈림길을 만나는데요,
탐방로 내내 양옆의 바위들은 눈길을 끕니다.
겨울에 봐도 이리 멋진데,
봄, 여름, 가을에 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멋진 풍경일까요?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용소갈림길에 왔습니다.
용소폭포 방향은 주전골이구요,
계속가면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가 있는 큰길이 나오고, 만경대(망경대) 탐방로가 시작되죠.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만경대탐방로는 오색에서 시작해서 주전골, 만경대를 거쳐 다시 오색으로 내려가는 코스입니다.
거리가 짧아 2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인데요, 단풍이 예쁜 가을철이면 오색에서 주전골까지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오색으로 바로 갑니다.
용소폭포를 갔다 온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요. 흘림골의 풍경에 취해서 너무 지체했거든요.
'탐방로 안내'판 뒤에 보이는 데크로 가면 주전골인데...
두개의 바위가 맞닿은 틈새로 빠져나가기도 해요.
금강문인데요,
불교에서는 금강문을, 금강석처럼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부처의 지혜를 배우고자 들어가는 문이면서,
잡귀가 미치지 못하는 강한 수호신이 지키는 문이라고 합니다.
밝은 달밤에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갔다는 선녀탕도 지나고,
굴이 파여 있는 개울 건너편의 바위도 보면서,
독주암까지 왔습니다.
작은 사찰이지만 성국사도 들려봅니다.
보물이 있거든요.
추운 겨울이라 문을 닫아서 법당안을 볼 수 없습니다.
도로가 좁아 차량통행이 불가하므로 생필품은 오토바이로 실어날라야 하는 성국사.
한겨울에 봐도 멋진 남설악의 보석같은 흘림골 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오늘은 6.1km를 걸었구요, 3시간 10분 소요했습니다.
산행코스 : 흘림골탐방지원센터 - 여심폭포 - 등선대 - 등선폭포 - 십이폭포 - 용소폭포삼거리 - 성국사 - 국립공원오색분소 - 주차장 ( 6.1km, 3시간 10분 )
설악산 흘림골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71
가을이면 최고의 단풍 산행지였던 흘림골은 2015년 낙석사고 이후 폐쇄되었다가,
7년간의 보수 보완 공사를 마치고 안전한 등로를 확보하여 9월 재개방 되었습니다.
천불동계곡, 수렴동계곡과 함께 설악산 3대 계곡으로 그 중에서 접근성이 가장 용이하고 적정한 산행거리(오름 1.2km, 계곡내림 5km, 총 6.2km)에 한국판 장가계라고 부를만큼 빼어난 경관으로 설악산 최고의 산행지가 되었습니다.
등선대에 올라서면 설악의 주봉 대청과 서북능선, 점봉산 마루금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을 단풍과 겨울 눈꽃은 우리나라 최고의 산행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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