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6
차가운 아침공기에 코끝이 시려오는 어둑 어둑한 새벽에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충북 제천에 있는 '동산'과 '작은 동산'을 가는데
대관령을 넘어 진부를 지날 때에 눈발이 날리더니
눈발은 점점 더 거세어지면서 길 바닥엔 하옇게 쌓이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오늘산행은 좀 힘든 산행이 될 것 같은 생각이...
꽃잎처럼 흩날리는 눈 때문인가
횡성휴게소에 도착했을 때는 추위가 몸 속으로 파고듭니다.
9시 20분.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에 도착했습니다.
무암사에서 시작해서 남근석, 동산, 누운 남근석을 지나 작은 동산으로 가려구요.
다행히 눈은 그쳤군요.
아직 잠에서 깨지않아 조용한 마을길을 말없이 걷습니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처럼 비장한 각오로
개울물이 살짝 얼었어요.
작성산과 동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이는 곳에서, 어디로 갈까 의논을 하고
서너명은 산길로,
나머지는 포장도로로 갑니다. 이왕이면 더 좋은 길로 가고 싶은거죠.
산길보다는 조금 더 돌아서 간다고 하는데...
산악체험장이 있는 쪽으로 ~
무암사로 가는 이 다리는 霧岩橋라는군요.
다리이름이 너무도 근사해요.
'오늘 하루도 선물'이라는 글귀에 기분이 좋아지고...
여기는 캠핑장처럼 보입니다.
무암사로 가는 포장도로를 걷다보면
연습바위가 있다는 안내문도 있고
간이화장실도 있고
느티나무 고목도 보입니다.
동산으로 가는 길이라 알려줘도, 눈길 한번 안주고
100m앞에는 애기바위가 있다는데도 그냥 지나갑니다.
'작은동산'은 서너번,
'동산'은 한번, 작은동산과 연계산행을 했었지만
이쪽길은 처음이라서 무조건 일행들을 따라갑니다.
배바위에요.
암벽등반지로 유명한 곳이라네요.
500m쯤 가면 기이하게 생긴 장군바위가 있대요.
길에서는 보이지가 않구요.
저 앞에 무암사가 보입니다.
'무암사'라는 머릿돌이 보이죠?
오른쪽에는 작성산, 남근석을 가르키는 이정표가 있고.
여기서 일행 대부분은 오른쪽으로 가고, 몇명만이 무암사 방향으로 갑니다.
천년고찰 무암사.
무암사(霧岩寺)는 작성산을 등지고 ‘Y'자 계곡 합수머리 위에 터를 닦아 세워졌는데요,
신라 문무왕때 의상대사가 창건하여 초창기에는 무림사라 했다가 ,
안개가 많이 낄때 는 안개와 함께 사라지므로 무암사라 부르게 되었다 합니다.
이리도 신비하고 근사한 전설이 있는 절이라니...... 흠
일행들을 좇아가기 바빠 무암사는 들려보지 못하고, 절 오른쪽아래 계곡길로 갑니다.
무암사를 지나면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고.
이 길은 새목재로 간답니다.
새목재는 한양에서 배를 타고 와서 단양으로 넘어가는 보부상들의 큰길이었는데,
고개의 모양새가 새의 목을 닮은 데서 새목재라 한대요.
몇 안되는 일행을 부지런히 좇아갑니다.
가다가 보면 남근석으로 가는 길과 만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눈발은 점점 더 거세지고
사방이 금방 흰눈으로 덮힙니다.
새목재와 동산 갈림길에서는 동산으로 갑니다.
여길 다녀갔기에 이 길을 잘 아는 일행들은, 눈이 내려서 바위가 미끄러울까봐 일부러 남근석방향으로 가지 않고 이 길을 택했답니다.
동산은 남근석과 누운남근석(무쏘바위) 그리고 기암괴석을 보려고 오는 산 인데, 그걸 안 보고 이쪽으로 오다니
서운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없지,
동산에라도 가야지 하고 접어 든 길.
눈은 앞사람의 배낭에도 모자에도 하얗게 쌓여가고
나무에도 하얗게 쌓여가는데
길 조차 희미한 가파른 산을, 앞 사람 발자취따라 올라갑니다.
눈이 내린 나무, 안개가 낀 듯 흐릿한 모습은 그림같군요.
올라도 올라도 끝이 안보이던 오르막도 끝나고,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평소같았으면 200m 거리의 중봉에도 가 보겠지만, 눈발때문에 동산으로 바로 갑니다.
무암사와 동산은 의외로 가까이 있네요.
그 어떤 산이든, 눈에 덮히면 예쁘지 않은 산이 없듯이, 오늘 보는 산도 무척이나 예뻐보입니다.
더구나 첫눈인걸요.
첫눈 오는 날 / 곽재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 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킨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빛 가을 하나 흐른다네.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제천 금성면 성내리와 청풍면 교리에 있는 동산은,
충주댐 건설 이전 청풍 동쪽에 있는 산이라 해서 '동산'이라 한대요.
금수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학고개와 새목재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동산은,
암릉과 기암괴석이 그림 같은 소나무들과 어울려 매혹적인 산입니다.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한 멋진 산.
그러나 밧줄잡고 오른다거나, 바위사이로 다녀야하는 위험이 따르는 산이죠.
평탄한 능선길을 걸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습니다.
이제서야 첫눈을 맞으며 걷는 눈길에 가슴 설레이면서,
뭔가 좋은 일이 있는 듯한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낍니다.
홀로 걸어도 외롭다는 생각은 전혀들지 않는 길.
그런데 좀 ......춥네요.
눈이 오면 따뜻하다는데 추워요. 쿨럭.
앞서 간 일행을 만났습니다.
정상이군요.
해발 896m의 정상.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칩니다.
눈 뜨기도 힘들고, 손가락은 끊어져 나가는 듯 아파오고
겨우 사진 한장 찍고서 서둘러 하산합니다.
상학현마을 방향으로 ~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자 희미한 2개의 길이 보였습니다.
곧장 가면 상학현으로 가는 길 같았는데, 왼쪽으로 발자국이 나 있어 따라갑니다.
바람불고 눈 쌓이는 산에서 먼저 간 일행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겠어요?
옷깃을 여미어도 파고드는 추위를 막을 수 없고,
추위때문에 배터리가 나간 카메라를 살살 달래가면서,
장갑을 꼈는데도 아리고 곱은 손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꼬리진달래가 추위를 감당하지 못해 바짝 오그라들었습니다.
겨울에도 늘 푸른잎인 꼬리진달래가 얼마나 추웠으면 이렇게 오그라들었을까하는 안쓰런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도 눈은 내려서, 꽃처럼 살포시 가지위에 앉았구요.
저 가느다란 밧줄을 잡고 내려올 때는 아찔하더군요.
발 디딜곳도 마땅찮아 바위에 부딪치며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하면서,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가 있겠다 싶더라구요.
너무도 춥고 손가락이 아려서 제대로 찍지못해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 아주 위험한 곳이었어요.
안개처럼 뿌옇게 보이는 건 눈보라가 몰아치기 때문입니다.
꼬리진달래에 앉은 눈은 꽃처럼 예쁘지만,
첫눈을 맞으며 걷는 눈 산행이, 강추위로 인해 진저리가 쳐 질 정도입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여기도 가파른 내리막입니다.
아이젠도 없는 상태라 죽 죽 미끄러져요.
또 밧줄구간을 만납니다.
미끌 미끌한 바위에, 한발짝씩 어찌 어찌하며 내려가고
우리나라 어느 산에가도 있는 계단 들.
그 흔한 계단이 이곳에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계단은 커녕, 이정표도 하나 없는 이런 곳은 처음 봅니다.
사람들이 이 길을 많지 찾지않아 그렇겠지만, 전혀 손 댄 흔적이 없습니다.
밧줄도 좀 여유있게, 두어개를 매었다던가 하면 양반이게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가느다란 줄 1개를 달랑 맨 곳도 있더라구요. 그것도 등산객이 매어놓은 것 같았습니다.
겨울에는 제천시의 '동산'에 절대 가지 마세요.
오늘 우리는 이럴 줄 모르고 여길 왔지만, 동산은 겨울에 오는 산이 아닙니다.
이 블로그를 보신다면은 부디 따뜻한 봄이나 여름에 가도록 하세요.
우리는 위험구간을 몇번이나 지났습니다.
밧줄을 꽉잡고 매달려서 내려가며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하는, 아찔한 순간을 여러번 겪었습니다.
지금 여기도 마찬가지였어요.
바로 앞의 일행이 절벽같은 바위를 내려갈 때는, 한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
다행히 별 사고는 없었지만, 생각만 해도 아찔했어요.
내려 가자마자 바로앞에 보이는 산을 오르는 길에도 밧줄이 매어있는데,
쉽사리 올라가지 못해 애 좀 먹습니다.
방금 내려왔던 암벽을 꽁꽁 언 손으로 셔터를 눌러봤지만, 여기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했네요.
사진을 찍지 못할 정도로 혹독했던 추위는, 아휴~ 말도 말아요.
있는 힘껏 밧줄을 잡고 당겨서 한발 한발 올라갑니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하지 않고서는 못 올라가겠더라구요.
길도 보이지 않는데, 선두의 일행은 길을 잘도 찾아갑니다.
한참 뒤에 쳐진 우리는 그저 흔적만을 따라 가고
눈 내린 겨울산의 풍경을 감상하며 가야하는데
연신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거나, 앞으로 고꾸라지고
왼쪽에 보이는 바위뒤에서 아주 잠깐 쉬어봅니다.
출발하면서 지금까지 쉬지도 못하고 물 한모금도 못마시고, 간식도 하나 먹지 못했습니다.
그저 여기까지 아무 탈없이 온 것 만으로 감사해합니다.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며 내려오는 길.
앞에 간 일행은 어떻게 길을 찾아 갔을까 궁금증만 더해가고...
산길 / 임성숙
어느 누구도 녹녹한 사람 없다더니
어느 산도 만만한 산은 없다.
헉헉 오르막길과 아슬아슬 내리막길
험준한 그 산길.
올라갈 땐 오르막길이
되돌아서 내려올 땐 내리막길인 것을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가 있는
산길인 것을.
마침내, 드디어 산을 다 내려왔습니다.
도착한 곳은 청풍면 학현리의 '국립제천치유의 숲' 주차장입니다.
당초의 계획대로라면, 누운 남근석을 내려와 '작은 동산에 올랐다가 청풍면 교리로 내려가야 하는 것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산행시간을 다 까먹어서 '작은 동산'은 다음으로 미룹니다.
우리가 눈길에 고생 고생하며 산행할 때에,
무암사에서 남근석 방향으로 간 대부분의 일행은 우뚝 선 남근석까지만 가고, 더 이상은 바위를 타는 게 너무 위험해서 원점회귀를 했다고 합니다.
눈 산행은 낭만적이고 즐거운 산행이지만,
오늘의 눈 산행은 눈보라와 추위에 떨며, 밧줄에 의지해서 바위를 내려왔던 끔찍한 산행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살기위해 안간힘을 썼던 산행이었지만
지나고 나면 또,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 산행입니다.
오늘은 8.1km를 걸었구요, 3시간 5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엉뚱한 곳으로 하산했기에, 버스를 부르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눈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오늘 산행을 끝마칩니다.
넓은 주차장이 있는 국립 제천치유의숲은,
자작나무와 단풍나무가 어우러진 숲길과 계곡물이 흐르는, 수자원 공간의 음이온을 활용한 산림치유 활동공간으로
특색에 따라 건강치유숲길, 숲내음치유숲길 등 4개의 구분된 숲길과 산림 산약초 6종으로 구성된 약초원과 무장애 데크로드를 통해 누구나 쉽고 즐겁게 숲이 주는 치유의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데요,
2019년도 10월에 조직 구성 및 산림치유프로그램 시범운영을 하고,
2020년도 11월에 제천치유의 숲 개장식 이 후로 , 일반과 단체들에게 맞춤형 산림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너스로, 전에 찍었던 동산의 남근석 사진을 올립니다.
아주 튼실하고 잘 생겼죠? ㅎㅎ
산행코스 : 금성면 성내리 무암사 - 새목재,동산 갈림길 - 중봉,동산 갈림길 - 동산 - 제천국립치유의 숲 주차장 (8.1km, 3시간 50분)
♣동산 (896m)
충북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와 단양군 적성면 하원곡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896m이다.
동산은 충주댐 건설 이전 청풍 동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동산은 금수산과 맥락을 같이하며 금수산 정상에서 북쪽 제천방면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갑오고개와 새목재 사이에 우뚝 솟은 산이다.
동산은 기암괴석과 절벽이 병풍을 이뤄 줄곧 감탄사를 자아낸다.
등산로도 절묘한 형태의 바위군을 오르내리는 길로 돼있어 흥취를 더한다.
능선에 서면 산속의 바다처럼 저 멀리 펼쳐지는 충주호의 전경이 일품이다.
동산(東山)은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에 위치한 산으로 금수산과 맥락을 같이하며
금수산 정상에서 북쪽 제천방면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갑오고개와 새목재 사이에 우뚝 솟은 산이다.
동산에서 계속하여 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작성산(770.9m), 마당재산(661m), 구동산(470m)을 빚어 놓은 후 제천시 남쪽의 장평천에 그 여맥을 가라 앉힌다.
동산은 이웃한 금수산, 작성산, 신선봉, 미인봉과 함께 널리 알려져 있다.
동산은 수도권에서 당일 산행이 가능하고 아기자기한 암릉과 기암괴석 그리고 분재처럼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고
바로 이웃하고 있는 금수산처럼 코스가 길지 않으며
무암사로 이어지는 찻길을 따라 오르면 남쪽으로 펼쳐지는 능선에 칼바위·장군바위·낙타바위가 솟아 있고,
무암사 초입을 지나 오르면 이곳의 명물인 어른 키 두 배만한 거대한 남근석이 자리 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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