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7
가을로 접어들면서 일교차가 10도씩 차이 나는 요즈음.
정선 가리왕산으로 길 떠납니다.
여름부터 간다고 했지만, 비 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미루고 미루었던 가리왕산.
한여름에 땀 뻘뻘 흘리며 산행하는 것 보다, 조금 선선해진 이 즈음에 가는게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만
그렇다 해도 '가리왕산'산행은 힘이 듭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파랗기만 한데, 구름이 땅 위에 까지 내려 앉았네요.
횡계를 지나갈 때는 짙은 안개가,
안개가 짙게 끼었습니다.
산행 들머리인 장구목이에 도착했을 때는 화창한 날씨로 바뀌었지만,
안개가 걷히지 않았으면, 안개속을 산행하는게 덜 힘들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투구꽃.
로마의 병정들이 쓰던 투구와 아주 흠사해서 '투구꽃'이라는 이름을 얻은 꽃.
가리왕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돌 길을 걸어야 해요.
이런 자갈길을.....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지나지 않았는데도 땀이 나는군요.
그래 그런가, 계곡의 물소리는 더 시원스럽게 들립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서, 가리왕산의 계곡은 이끼로 덮혔습니다.
장구목이에서 정상까지는 4.2km,
정상에서 휴양림주차장까지는 6.7km.
오늘 걸어야 할 거리입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다 싶은 가리왕산.
햇빛도 들지않아 축축하고 눅눅한 숲길.
계곡도 길가의 바위와 나무도 이끼로 덮혔습니다.
가리왕산(加里王山)은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산 인데요,
옛날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이곳에 피난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으므로 갈왕산(葛王山)이라 했답니다.
지금도 북쪽 골짜기에는 그 대궐터의 흔적이 남아 있구요.
일제 강점기 이후 가리왕산(加里王山)이라 부른답니다.
그리고 오대산의 남쪽에 있으면서 높이도 비슷하여, 오대산과 더불어 태백산맥의 지붕노릇을 하고 있다고.....
가는 길 오른쪽에는 작은 폭포와 이끼로 덮힌 돌.
장구목이에서 임도가기 전 까지 계곡에는, 이런 이끼폭포가 9개나 있답니다.
김동리/ 꽃
우리의 한숨 하나 하나
눈물 방울 하나 하나
노래 하나 하나
그것은 모두 가서 맺어지리라.
가파른 언덕 위에 꽃이 핀다...
우리의 목숨은 갈 데가 있다
게으른 나비처럼 봄볕에 졸고 있을지라도
시위 떠난 화살은 과녁을 향해 가는 것을
우리의 목숨 하나 하나
노래 하나 하나
눈물 방울 하나 하나
그것은 모두 가서 맺어지리라.
극락과 지옥이 신선한 과일과 함께
식탁 위에 놓인 정오
아 아 까마득하게 쳐다보이는,
저 멀리 절벽 위에 핀 꽃이여.
이끼폭포는 길 바로 옆에 있어 가다가 들리고, 가다가 들려보기를 반복합니다.
보드라운 이끼도 만져보고, 사진도 찍고
가을을 파는 꽃집/ 용혜원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 같은 갈대와
마른나무가지
그리고 가을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보세요
사람들 속에서도
불어 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찾아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넓은 공터에 왔습니다.
이 곳에서 쉬어 가면 좋을텐데, 오늘도 빡빡하게 주어진 산행시간 때문에 맘 편히 느긋하게 쉬어보지도 못하네요.
장구목이에서 올라가는 길은 큼지막한 돌 계단으로 되어있어, 길은 별 문제 없구요.
좀 만 더 올라가면 임도가 나옵니다.
장구목이임도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숨 고르며, 마음을 굳게 먹습니다.
정상까지 거리는 1.6km.
다들 가뿐 숨을 몰아쉽니다.
칼로 쪼갠 듯이, 바위들은 얇고 매끄럽게 잘렸습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 여기 저기에는, 이렇게 납작 납작한 바위들을 종종 만나게 되죠.
이 쉼터도 그냥 지나가고...
단풍이 물들어 가고 있군요.
700m 가면 정상이랍니다.
야 호 ~!
주목군락지에 왔습니다.
아름드리 주목 몇 그루를 보고 가야죠.
오랜 세월동안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살아 온 주목나무 들.
힘들게 살아 온 만큼 모습도 기이합니다.
능선에 다다랐습니다.
예전에는 여기 올 때마다 이 신갈나무 아래에서 노닥거리다 가곤 했었는데.....
정상이 가까워 질 수록, 단풍이 더 곱게 물들어 갑니다.
설악산의 단풍소식이 이제야 들리던데, 여기는 벌써 가을이 깊었습니다.
파릇 파릇, 여리 여리하게 새잎이 돋아나던 게 엇그제 같은데, 어느새 가을이 오고 나뭇잎은 붉게 물듭니다.
저 파란 하늘과 흰구름, 그리고 단풍이 그린 모습 좀 보세요.
참 멋지네요.
고사목과 파란 하늘도 멋지구요.
겹겹의 산 위에 드리운 구름도,
이미 져버린 수리취꽃도, 가을이 깊어지면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헬기장이 있는 가리왕산 정상은, 그 어느 산보다 더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끝내줍니다.
가리왕산은 정상의 이 조망 때문에 찾는다고 봐야죠.
해발 1,561m.
한라산, 지리산(천왕봉), 설악산(대청봉), 덕유산, 계방산, 함백산, 태백산, 오대산, 가리왕산 순으로
남한에서는 꽤 높은 산입니다.
주위를 한바퀴 빙 둘러볼까요?
11시 40분.
서둘러 점심을 먹고 하산합니다.
정상 부근의 하산길에도 단풍이 들었어요.
빨갛게 단풍이 물든 길을 걸으면 몸도, 마음도 빨갛게 물드는 것 같습니다.
마항치 삼거리.
여기에서 휴양림 매표소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거기에 우리들의 버스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이 이정표를 지나면서 길은 나빠집니다.
가파른 건 둘째,
아주 자잘한 돌과, 돌 만큼이나 많이 떨어져있는 도토리들이 죽 죽 미끌어지게 합니다.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하산하는 길인데도 땀이 막 나요.
어은골임도까지 내려왔구요,
내려온 길 반대편의 이 길로 내려갑니다.
물고기가 숨어 산다는 어은골 계곡입니다.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살고 있대요.
맑은 물이 어찌나 달고 시원하던지,
개울물을 떠서 먹고
'나도 한모금' 그러면서 너도 나도 한컵씩 개울물을 마시고...
이 정자를 만나면 산을 다 내려온거나 마찬가지.
지금부터는 휴양림 주차장까지 포장도로를 걸어야 합니다.
드디어 휴양림 매표소에 도착했군요!
오늘도 참 많이 걸었습니다.
10.9km를 걸었구요, 5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쉬는 시간이 많지 않아 그렇겠죠?
-------------------------- 가리왕산 산행시간은 최소한 6 ~ 7시간은 잡아야 좀 여유로운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산행코스: 장구목이 → 임도 → 가리왕산 → 마항치 삼거리 → 휴양림 → 주차장( 10.9km, 5시간30분 )
<가리왕산1,561m>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회동리, 북평면 숙암리에 위치하면서 우리나라의 명산으로 널리 알려진 가리왕산은,
각종 수목이 울창하고 산삼을 비롯한 약초, 산나물이 풍부하다.
청명한 날에는 정상에서 동해바다를 관망할 수 있으며, 회동계곡의 깨끗한 물과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의 통나무집의 숙박이 오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다.
회동계곡은 용탄천의 발원지며 맑은 물에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고 주변에는 봄에는 철쭉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백설의 은세계를 이루어 4계절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1993년부터 회동계곡에 휴양림이 조성되어 통나무집, 야영장, 캠프화이어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하계휴양지로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맑은 계곡으로는 북평면 항골계곡과 북면 자개골의 경치도 가히 견줄 만하다.
가리왕산 8경이 전해질 만큼 경관이 수려하고, 활엽수 극상림이 분포해 있으며, 전국적인 산나물 자생지로 유명하다.
특히,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주목군락지가 있어 산림유전자원보호림과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는 등,
경관과 생태적으로 가치가 큰 점에서 산림청 100명산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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