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3 (처서)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해져서 가을이 오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오늘도 비옷을 챙겨 산행에 나서는 데요,
오늘의 산행지는 인제 방태산 주억봉.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방태산자연휴양림 매표소에 도착했습니다.
이용요금을 알아두면 휴양림 방문할 때 도움이 되겠죠?
매표소를 지나면서 하차하고, 포도를 걸어갑니다.
제2주차장까지 가야해요.
마당바위 물소리가 시원스럽습니다.
저기에 발 담그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길옆의 도랑가 축축한 곳에는 물봉선, 흰물봉선, 노랑물봉선들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네요.
오늘 산행의 주어진 시간은 5시간 반.
그래서 모두 부지런히 걷습니다.
구룡교를 지나면,
제2주차장이 있구요.
2주차장 끝까지 가면 오른쪽에 들머리가 있습니다.
방태산은 깃대봉, 구룡덕봉과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오지의 산입니다.
또한, 골짜기와 폭포가 많아 사시사철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구요.
방태산은 한국에서 가장 큰 자연림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들이 울창한데요,
사계절 내내 물이 마르지 않으며, 희귀식물과 어종이 살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울창한 나무와 희귀식물, 희귀어종이 많은 생태적 특성 등이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선정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비 온 뒤라서 그런가, 등산로에는 물기가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갈림길에 왔습니다.
왼쪽은 매봉령으로 가고, 오른쪽 길은 주억봉으로 가는데
주억봉 코스는 거리가 짧은 대신 경사가 엄청 심하므로 매봉령, 구룡덕봉, 주억봉으로 가려구요.
작은 개울물소리도 꽤 우렁찹니다.
8월도 하순에 접어 들었습니다.
어정 어정하는 사이에 7월이 가고, 건들 건들하다가 8월이 갑니다.
오늘은 처서입니다.
처서는 24절기 중 열네번째 절기로 여름이 가고 본격적으로 가을이 자리 잡는 때인데요,
처서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도 있죠.
처서 무렵이 되면 나무들은 여름내 길어 올린 물들을 내리기 시작하고,
풀들은 서서히 생을 마무리할 채비를 시작한다죠.
잠시 쉬어 가야겠어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마에는 송글 송글 땀방울이 맺히고, 등어리도 축축해졌습니다.
오늘은 땀 흘리지 않겠네 했는데, 이미 틀려버렸네요.
투구꽃의 일종인 각시투구꽃.
투구꽃은 병사들의 투구를 닮았다고 투구꽃이라 합니다.
이 투구꽃은 역모나 중죄를 저지른 죄인에게 임금이 내리던 사약(賜藥)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투구꽃의 뿌리덩이인 '부자'는 아코니틴이라는 물질의 독성이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키고, 심장을 멎게하는 무서운 독약이랍니다.
또, 초오(草烏)라고 해서 심하게 추위를 타는 환자에게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해요.그렇지만 독화살, 독약을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하니 얼마나 독성이 강한 지 알겠죠?꽃이 예쁘다고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계곡길도 끝나고, 얼마 안가서 쉽니다.
매봉령이 800m 남았다지만, 이제 부터가 오르막 시작입니다.
주억봉 가는 길 중에 제일로 빡센 구간이죠.
보기에는 대단찮아 보이지만, 헥헥거리며 올라가야 해요.
숨이 턱까지 차 옵니다.
조금 가다가 쉬고, 또 조금 걷다가 쉬고
단풍취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자세히 보면 예쁘지 않은 꽃이 없긴 하지만, 단풍취도 참 예쁜꽃입니다.
세상에나! 금강초롱이 눈에 띕니다.
근 10년 가까이 산행하면서도 보지 못했던 금강초롱을, 오늘 처음 봅니다.
흰진범도 피었네요.
중,북부지방의 깊은 산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
그러나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봐야해요. 맹독성식물이거든요.
쉬고 또 쉬어 가면서 올라왔는데
매봉령에 왔네요.
해발 1,249m 이니까, 꽤 높죠?
구룡덕봉 가는 길에는 미역취가 노란꽃을 피웠습니다.
이제 가을이 왔다는 거죠.
구룡덕봉 가는 길에는 금강초롱도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여기도 저기도 온통 금강초롱.
매봉령을 지나면서 능선길을 걷습니다.
평탄한 길을 걸으니 산행하는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모싯대꽃도 피었어요.
전국의 산 숲속 그늘에 사는 모싯대는 어린 싹을 나물로 먹고,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뿌리는 약용으로 쓰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식물중의 하나입니다.
흰진범은 맹독성 식물이라고 좀 전에 그랬죠?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숲은 안개에 휩싸입니다.
그나 저나 갈 길은 먼데, 지천으로 핀 꽃에 마음을 빼앗겨서 자꾸만 걸음이 느려지는 걸 어떡해야 하나요?
오리방풀도 수줍게 피었군요.
바위에 자라는 흰바위취도 꽃을 피웠구요.
미역취
투구꽃 종류 모두는 유독식물입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김용택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서리 내린 가을날
물 넘친 징검다리를 건너던
내 빨간 맨발을
잊지 말아요.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달 뜬 밤, 산들바람 부는
느티나무 아래 앉아
강물을 보던 그 밤을
잊지 말아요.
내 귀를 잡던 따스한 손길,
그대 온기 식지 않았답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8월의 시 /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 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 오는 것
풀 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 번쯤은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사방에 둥근이질풀이 천지인 임도에 올라섰습니다.
300m 앞에는 구룡덕봉.
전망대(통신탑)가 있는 곳이 구룡덕봉이죠?
구룡덕봉은 1960년대 부터 군사거점으로 활용되다가, 1994년 군 부대 이전 후 부터 방치 되었었답니다.
그러므로 해서, 심하게 훼손된 이곳은 '자생식물의 보고'라 불리던 방태산의 생태계를 위협할 정도였는데,
산림청에서 2009년부터 폐 군사시설을 철거하고 원 지형의 모습을 살렸으며,
비오톱 이식 방법으로 식생을 복원했다고 해요.
"비오톱"이란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를 이루어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생물서식지를 말하는데요,
daum사전에는 '비오톱'의 정의를 인간과 동식물같은 다양한 생물종의 공동 서식 장소.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땅을 의미하는 토포스(topos)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로,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하여 조성되는 곳을 말한다고 하는군요.
지금은 훼손된 산림지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복원을 했는데요,
지역 여건상 복원이 어려운 곳이었는데도 식생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복원된 지역으로, 유명한 곳이 되었다고합니다.
좀 전에 내린 가랑비에 젖은 둥근이질풀과,
고려엉겅퀴(곤드레)와 동자꽃이 또 발길을 잡아 일행과는 일찌감치 떨어지고 혼자서 갑니다.
사진이 아닌 실제의 꽃들을 보면,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예뻐도 너무 예뻐서 ~
긴산꼬리풀도 예쁘고,
노란 짚신나물도 예쁘고...
사람들이 보이네요.
작업하는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고, 그 위의 헬기장에는 앞서 간 일행들이 점심을 먹고 있어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같이 먹고 가야겠어요.
헬기장 주변은 안개에 둘러쌓이고,
너른 풀밭에는 짚신나물과 둥근이질풀들의 세상입니다.
목석같은 사람도 그 환상적인 풍경에 취해 사진을 찍죠.
주섬 주섬 정리를 하면서
다시 또 길 떠납니다.
몽환적인 풍경을 두고 떠난다는 게 쉽지 않군요.
구룡덕봉으로 가는 이 길은, 주억봉 산행 중 제일 멋진 곳입니다.
안개로 인해 둘레의 산 들을 볼 수 는 없지만,
여기 이 길을 걷는 것 만으로
힘들게 올라왔던 그 기억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전망대에 도착했어요.
사방을 둘러봐도 안개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군요.
주억봉으로 가는 길도 능선길이라 걷기 좋습니다.
여전히 안개속을 걷고,
삼거리에 왔습니다.
여기서 주억봉은 편도 400m.
매봉령까지 오르면서 체력이 바닥난 일행 몇명은 바로 하산하고,
나머지는 주억봉으로 갑니다. 여기까지 와서 정상을 가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되지요.
지친 몸으로 주억봉에 올라왔을 때에 윙윙거리며 새카맣게 달려드는 벌레들.
톡톡 쏘면서 달려드는 개미같은 벌레들 때문에 눈도 뜨기 힘들고, 앞을 보기도 힘듭니다.
그 말도 못하게 달려드는 벌레떼를 휘휘 내저으면서도 주억봉 인증사진은 남기는 군요.
방태산의 주봉인 주억봉은 "산봉우리의 모양이 주걱처럼 생겼다"라고 해서 "주억봉"이라고 부른답니다.
이 주억봉은 지도에 방태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주억봉 서쪽의 봉우리가 방태산이라고 해요.
산오이풀이 붉게 피고
둥근이질풀도 지천으로 피었건만, 벌레들 때문에 있을 수 없어 일행들은 도망치듯 서둘러 산을 내려가고
또, 나 혼자 남았네요.
주억봉 안녕 ~
앞서 간 일행을 부지런히 뒤쫓아 가, 삼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4시간이 소요되어서, 남은 시간은 1시간 반.
부지런히 내려가야죠.
돌계단이든, 나무계단이든 내려가기가 쉽지 않네요.
경사가 얼마나 급한지, 무릎이 다 시큰거리는 것 같다니까요!
땀을 흠뻑 쏟으며 하산합니다.
계곡길에 들어섰습니다.
다들 부지런히 걷습니다.
벌레때문에 주변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내려왔던 주억봉은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장소이지만, 강원 20대 명산인증지 이기도 합니다.
강원 20대 명산은 금년 한해에만 해당되는 것이구요.
갈림길에 왔습니다.
오늘 아침, 우리는 왼쪽(매봉령)으로 갔었죠.
지금은 오른쪽으로 내려왔구요.
2주차장을 지납니다.
야영장도 지나고
아무리 바쁘다해도 2단 폭포는 들렸다 가야죠.
안내판 옆으로 내려가면 바로, 폭포가 있어요.
2단 폭포
규모는 작지만 가을에 단풍 들면 그리도 예쁘다는 2단 폭포(위,아래 사진은 빌려온 것임).
도로에 올라서면서
뒤돌아 본 폭포
약속시간 때문에 그 차가운 물에, 발 한번 담가보지도 못하고 끝난 산행.
조금만 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을 아쉬움 가득한 오늘의 방태산 산행을 이만 마칩니다.
산행코스 : 휴양림주차장 → 매봉령 → 구룡덕봉 → 주억봉 → 지당골 → 휴양림주차장 (13.6km, 5시간20분)
방태산 [芳台山 1,444m]
방태산은 사방으로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를 뻗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의 육산이다.
특히 조경동(아침가리골), 적가리골, 대록, 골안골 등 골짜기 풍광이 뛰어나 설악산의 유명 골짜기들 간에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그중 조경동과 적가리를 꼽을 수 있다.
정상인 주걱봉 서남쪽 아래엔 청정한 자연림 사이로 개인약수가 자리잡고 있다. 톡 쏘는 물맛으로 유명한 개인약수는 1891년 지덕삼(함북인)이 수도생활을 하던 중 발견하였다고 전해진다.
방태산은 여름철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수림과 차가운 계곡물 때문에 계곡 피서지로 적격이고 가을이면 방태산의 비경인 적가리골과 골안골, 용늪골, 개인동계곡은 단풍이 만발한다. 정상에 서면 구룡덕봉(1388), 연석산(1321), 응복산(1156), 가칠봉(1240)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대형 암반과 폭포(이폭포와 저폭포), 그리고 소 등은 설악산 가야동계곡과 견줄 만한 뛰어난 풍광을 지녔다. 맑디 맑은 내린천이 동남녘의 산자락을 씻어내리는 3둔4가리(살둔 월둔 달둔 연가리 아침가리 결가리 적가리)가 소재한 비경의 심산인 방태산은 오랜 세월 세상에 그 모습을 숨겨왔으나 근래에 진정 산을 사랑하는 산꾼들이 드문드문 찾고 있다.
방태산 정상에는 약 2톤 가량의 암석이 있었고 여기에는 수작업으로 정을 꽂아 뚫은 구멍이 있었는데 옛날 그 어느땐가 대홍수가 났을 때 이 곳에다 배를 떠내려가지 않게하기 위해 밧줄을 매달았다고 하여 그 돌을 가르켜 배달은 돌(배달은 石,해발1415.5미터)이라고 부르며, 그 당시를 입증해 주기라도 하듯 방태산 정상에는 지금도 바위틈바구니의 흙이나 모래속에서 조개껍질이 출토되고 있다고 하나 현재는 그 돌은 찾아볼 수 없다.
해발 1천4백 고지에는 눈을 의심케하는 눈부신 대초원이 전개된다. 지당골을 거쳐 적가리골을 내리면 방태산 제일의 계곡풍경을 만나게 된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가칠봉(1,241m), 응복산(1,156m), 구룡덕봉(1,388m), 주걱봉(1,444m) 등 고산준봉을 거느리고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큰 자연림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들이 울창하고, 희귀식물과 희귀어종이 많은 생태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정감록에는 난을 피해 숨을만한 피난처로 기록되어 있음. 자연휴양림이 있으며, 높이 10m의 이폭포와 3m의 저폭포가 있는 적가리골 및 방동약수, 개인약수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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