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13
오랜만에 산행을 합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오는 바람에 2주동안 산행을 못했거든요.
오늘은 설악산으로 갑니다.
차창밖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잔뜩 흐린 하늘에, 구름은 산허리를 휘감고 있습니다.
9시 20분.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을 하고,
일행들은 뿔뿔이 흩어져 바쁘게 걸음을 옮깁니다.
오늘은 자유산행이라 몇몇은 토왕성폭포로 가고, 몇명은 울산바위로 가고 또, 금강굴에도 가고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도 올라갑니다.
검표소를 지날 때만 해도 어디를 갈 것인지 확실하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개방하던 날 찾았던 토왕성폭포를 다시 가 볼까, 아니면 8년전 쯤 다녀왔던 천불동계곡을 가 볼까?
공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반달가슴곰 동상.
설악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이 곰 동상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반듯이 찍어야만 하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게 있어서 그럴까요?
권금성을 바라보며 토왕성폭포 방향으로 가다가, 천불동으로 마음 바꿉니다.
오늘 주어진 산행 시간은 3시간 반.
천불동 천당폭포까지 갔다오려면 도저히 시간이 안되지만,
'까짓거 한번 가 보지뭐, 가다가 안되면 되돌아 오더라도' 그렇게 간다고 작심합니다.
소공원에서 천당폭포까지는 7km 남짓한 꽤 먼 거리라서, 왕복 14km를 3시간 30분에 돌아온다는 건 무리지만
산을 타는 게 아니고, 계곡길을 걷는거라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무모한 도전을 하는거죠.
천불동이라는 이름은 천불폭포에서 따 온 것인데요,
계곡 일대에 펼쳐지는 천봉만암(千峰萬岩)과 청수옥담(淸水玉潭)의 세계가 마치 ‘천불’의 기관(奇觀)을 구현한 것 같다고 그래서.....
많은 바위와 암봉으로 이루어진 골짜기는 천하의 절경을 한데 모아놓은 것 같고,
단풍이 들었을 때는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곳이 이 천불동계곡이죠.
또한 이 천불동계곡은 지리산 칠선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중의 하나라고 ......
일단은 지도를 한번 보고 갑니다.
호젓한 숲길에 접어들었습니다.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듯 참매미가 울어댑니다.
이제는 가을 문턱에 접어들었기에, 추워지기전에 저 매미도 빨리 짝을 찾아야 할 텐데...
이름모를 자유 용사의 탑을 지날 때도 생각해보니, 지난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습니다.
산행하는 날 마다,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온몸이 땀에 젖지않은 날이 없었더랬죠.
오늘도 반팔, 반바지차림으로 산행에 나섰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니, 그 땀 흘리며 산행하던 날이 꿈속의 일 인양 생각됩니다.
오늘은 같이 걷는 길동무도 없이 혼자 걷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상념에 젖기도 하고, 말 할 상대가 없어 조금은 외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빨리 걷게되는 것도 있네요.
군량장을 지나
싸리빗자루로 쓴 것처럼 깨끗한 흙길을 지나고
마지막 화장실을 지납니다.
흙길도 잠시
지금부터는 돌길을 걷는데요,
큰 돌맹이를 납작 납작하게 다듬어서 깔아 놓은 길이긴 하지만, 흙을 밟는 것 보다는 당최 못하죠.
저 푸르디 푸른 옥빛 물빛깔 좀 보세요. 어쩌면 저리도 맑고 깨끗할 수가 있을까요!
천불동계곡은 대청봉에서 흘러내린 공룡능선과 화채능선 사이의 계곡으로 남한의 계곡 중 최고의 풍경을 자랑하는데요,
천불동계곡 일원과 비선대는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자연명승으로, 2013년 3월 11일 대한민국의 명승 제101호로 지정되었다고 해요.
이런 저런 생각에 젖어 걷다보니, 비선대까지 왔습니다.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는 2.8km.
비선대 아래 계곡의 너른 반석에는 飛仙臺라는 큰글씨가 보입니다.
비선대는 예부터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감상했다고 하고, 암반에는 많은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비선대(飛仙臺)」라고 쓴 글자는 윤순(尹淳)이 쓴 것이라고 『양양읍지』에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와선대에서 노닐던 마고선(麻姑仙)이라는 신선이, 이곳에 와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비선대]
왼쪽의 미륵봉(장군봉) 가운데에 뚫려있는, 길이 18m의 자연석굴이 '금강굴'이고 원효대사가 여기서 수도를 했다고 하는데, 원효대사는 저 바위산 중턱에 석굴이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으며
지금이야 계단이 있어 오르내리기가 수월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그 당시엔 어떻게 저 가파른 곳을 올랐을까 내내 궁금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찍은 사진인데,
계단 난간이 꼭 메뚜기 뒷다리처럼 보입니다.
저 다리를 건너면 비선대 공원지킴터가 있고...
다리에 서서 비선대의 미륵봉과 형제봉, 선녀봉을 다시봅니다.
저 문을 나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금강굴로 가고,
왼쪽으로 가면 천불동계곡으로 갑니다.
커다란 바위와 왼쪽의 사람 人자 모양의 나무사이로 길이 있어, 그리로 가야해요.
눈을 들어 위를 쳐다보면 '마동석'의 팔뚝처럼, 우람한 근육질의 바위산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고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바위들도 있고.....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이 길로 쭈욱 가면 귀면암과 양폭대피소와 천당폭포가 있고,
거기를 지나서 계속 위로 올라가면 무너미고개, 희운각, 소청봉으로 해서 대청봉으로 갑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천불동계곡.
그러나 한겨울에는 산불예방으로 출입을 통제합니다.
설악산에 단풍이 들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무조건 이 천불동계곡을 가세요.
내설악이든, 외설악이든 북설악이든 설악산 어디를 가나 가는 곳마다, 끝내주는 풍광을 자랑하지만,그래도 '설악산'하면 '천불동계곡'입니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폭포와 潭(담), 沼(소)가 있는 계곡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그려내는 그 그림은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2.5km를 더 가면 양폭대피소가 있대요.
부지런히 걸어보자구요.
빗방울이 쬐끔씩 떨어지는 축축한 날씨라서 산봉우리들은 안개에 가려도,
그 아름다운 풍경은 감추어지지 않습니다.
단풍철이 아니라서 계곡길을 걷는 사람들은 어쩌다 한,두명씩 눈에 띕니다.
오색 단풍이 들면, 이 계곡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겠죠?
귀면암에 도착했습니다.
1시간 10분 걸렸군요.
바위 생김새가 무시무시한 귀신의 얼굴을 닮았다고, 금강산 귀면암에서 따와서 귀면암이라 한다는데,
전망대에서 쳐다보면 어디에서나 있을법한 그저 평범한 모습의 바위입니다.
귀면암은, 천불동 계곡의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는 뜻에서 '겉문다지' 또는 '겉문당'이라 불렀었대요.
지금 부르는 '귀면암'이라는 이 이름은 나중에 붙여졌다 하구요.
오늘 이따금씩 만나던 사람들 중 절반은 외국인이던데, 이 사람들은 어디까지 가는 걸까요?
이리도 느긋(?)한 거 봐서는 대청봉으로 가는 건 아닌 것 같고.....
양폭대피소까지는 2km 남짓 남았네요.
여유부릴 때 가 아닙니다. 부지런히 걸어야겠어요.
귀면암 바로 뒤에는 계단.
내리막이라 좋긴해도, 이따가 올라올 때는 많이 힘들겠죠?
오른쪽 우뚝 솟은 바위가 귀면암입니다.
천불동계곡은 비선대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약 7㎞ 구간의 계곡을 말하는데요,
외설악을 대표하는 계곡으로 대청봉의 공룡능선과 천화대능선, 화채능선 사이에 있답니다.
길옆에는 오리방풀꽃이 피었습니다.
습기많고 축축한 계곡이라서 꽃들이 별로 눈에 띄질 않는군요.
하도 기묘하게 생겨서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다니는 길에 방해되지 않도록 쌓은 돌담은 산성처럼 보이고...
등반객들의 편의를 위해, 온통 돌맹이뿐인 이 길에는 많은 계단을 설치했습니다.
고맙다는 생각이.....들어요.
양폭대피소까지 1.5km,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계곡 양쪽에는 기암괴석,
각기 다른 봉우리들이 1,000여 개의 불상을 새겨놓은 것 같다고 금강산 골짜기의 이름을 딴 천불동.
이름 그대로 천불동(千佛洞)입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함께 걷던 이 이방인이 말을 붙여오네요.
'oh! good pace'
천불동 협곡은 그림이 되고
풍경이 되고
추억이 되고,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이 됩니다.
큰소리를 내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바위들,
환상적인 모습.
무모하게 혼자서 찾아왔지만, 이 계곡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양폭대피소를 900m 남겨두고서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이쯤에서 돌아가야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을까.....?
오련폭포랍니다.
귀면암에서 1.5km 거리에 있는데, 다섯개의 폭포가 연이어져 있다고 오련폭포라고....
주위에는 나무가 무성하고, 맑고 깨끗한 물이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경관이 아름다운 곳.
위로 800m 거리에는 양폭(陽瀑)이 있고.....
한폭의 산수화입니다.
늘 보고 싶어요/ 김용택
오늘
가을 산과 들녘에 물을 보고 왔습니다
산골 깊은 곳
작은 마을 지나고
작은 개울들 건널 때
당신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산의 품에 들고 싶었어요, 깊숙히
물의 끝을 따라 가고 싶었어요
물소리랑 당신이랑 한없이
늘 보고 싶어요
늘 이야기하고 싶어요
당신에겐 모든 것이 말이 되어요
십일월 초하루 단풍 물든 산자락 끝이나
물굽이마다에서
당신이 보고 싶어서,
당신이 보고싶어서 가슴이 저렸어요
오늘
가을 산과 들녘과 물을 보고
하루 왼종일
당신을 보았습니다
안개는 점점 더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쬐끔씩 내리던 비도 그쳤고, 잔뜩 흐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그림을 그리면 안되는 거 잖아요.
골짜기가 깊고, 해발이 높아서 그런다지만
그래도 이건 반칙 아닌가요?
여기만 올라가면 양폭대피소가 있습니다.
다리 초입에서 바라본 양폭대피소.
커다란 바위산을 배경으로 있는 양폭대피소.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있네요.
화장실도 있고...
방금 건너 온 다리로 사람들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청에서 내려왔는가 봅니다.
천당폭포로 가는 골짜기가 너무 멋있는거 있죠?
대피소 뒷산도 멋지고,
11시 20분.
딱 2시간이 걸렸는데요, 갈등이 생깁니다.
여기서 그냥 바로 내려갈까? 조금만 가면 천당폭포인데 거기를 들렸다 갈까?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는 내려가야지 하다가, 초코바 1개 먹으면서 일어섭니다.
'그래, 천당폭포까지는 가는게 맞지.'
결국 점심도 굶고, 다리와 동그란바위 사잇길로 올라갑니다.
눈앞의 이 풍경은 어찌해야 할까요?
이 모습을 어찌두고 내려갈 수 있을까요?
가을이 왔다고 칼잎용담이 피어납니다.
대피소에서 몇 분 거리에 있는 폭포.
양폭포.
계단을 올라가면 더 잘 보입니다.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군요.
계단을 더 올라가면
천당폭포입니다.
천당폭포를 지나 더 위로 올라가면 아주 근사한 풍경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오늘은 여기까지.
천당폭포입니다.
설악산국립공원 외설악 지구의 천불동 계곡 상류에 있는 마지막 폭포이구요.
천당폭포라는 이름은 힘겨운 산행 끝에 이 폭포에 이르면,
마치 천당에 온 듯한 느낌과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하여 붙여졌다고 해요.
이젠 내려 가야겠어요.
시간이 빠듯하네요.
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수묵화 한 점이 눈앞에 있네요...!
올라갈 때는 급한 마음에 보지 못했던 쑥부쟁이가 보입니다.
언제 또 여기를 오게 될까요?
시간에 쫓겨서 느긋하게 감상하지도 못했지만
언제나 이 계곡은 생각이 날텐데......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도 멋지네요.
귀면암이 보입니다.
이 계단을 올라가면 귀면암인데,
다리에 쥐가 나네요. 이따금씩 쉬었어야 했는데
양폭대피소에서 잠깐동안 앉은 거 말고는 쉬지않고 걸었던 때문이겠죠?
미국의 어느 인디안부족은 자기 그림자가 미쳐 따라오지 못할까봐, 말을 한참 달리다가 멈춰서 기다린다고 하던데,
그들처럼 내 그림자도 잘 따라오고 있는지 귀면암쪽을 한번 돌아봅니다.
(사실 오늘은 흐린날이라 그림자가 안보여요.)
비선대에 다 와 가는군요.
비선대공원지킴터에 왔습니다.
12시 40분.
1시까지 가려면 뛰어가야 할 것 같은데, 쥐가 계속 나서 빨리 걸을 수가 없네요.
경보수준의 종종걸음으로 소공원까지 왔습니다.
대불앞을 지나면서 보니까, 여기에서도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대불(大佛)의 위용때문일까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설악산 소공원에, 오늘은 사람들이 별로 없군요.
가을입니다.
벌써 옷차림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 후다닥 다녀 온 천불동계곡.
그래도 뿌듯~함과 행복함이 가슴속에 가득합니다.
오늘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오늘은 14km를 걸었구요.
3시간 50분이 소요되었네요.
설악산탐방지원센터 - 소공원 - 무명용사비 - 비선대 - 귀면암 - 양폭대피소 - 천당폭포 - 이후로는 역순 임. ( 14km, 3시간 50분 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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