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5
열대야로 인해 잠 못이룬 밤을 새운 아침, 머리가 흐리멍텅한 상태에서도 배낭을 둘러맵니다.
산행도 중독되면 담배와 같이, 여간해서는 끊기 힘든 것 중의 하나죠.
잔뜩 흐린 하늘,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겹습니다.
오늘 산행은 문경 단산입니다.
산악모노레일을 타고 활공장까지 올라가서 단산까지 간 다음, 배너미산까지 가 보려고 해요.
주차장에서 몇분 거리의 모노레일 탑승장으로 향합니다.
건물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매표소가 있고,
말은 '착한 편의점'도 있고,
살균부스를 통과하면
매표소.
요금표가 잘 안보이죠?
● 이용 시간 : 하절기 (4월~11월) 9:00 ~18:00
동절기 (12월~3월) 09:30 ~ 17:00
● 이용요금 : 왕복 성인 14,000원, 청소년/경로 12,000원, 어린이 10,000원
● 탑승인원 : 8명 (앞자리 오른쪽은 성인만 탑승 가능)
※ 예약 필수
모노레일은 올라가는 게 35분, 내려오는 시간은 25분 소요된답니다.
모노레일이 도착하면 문이 열리고,
다음 모노레일 탑승하기 전까지는 문이 닫혀요.
이제 탑승했습니다.
한번 올라가 볼께요.
창밖으로 보이는 산,
그리고 푸른 나무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가는 모노레일.
경사는 그리 높지 않은데, 체감하는 경사는 60~70도는 되는 것 같아요.
문경 단산의 모노레일은 2020년 4월30일 개장해, 지금까지 약 17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한 문경을 대표하는 관광시설이라고 해요.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서, 문경읍 고요리 단산의 문경활공장까지 왕복 3.6km의 국내최장 산악 모노레일을 설치했다는데요,
편도 1.8㎞의 산악 모노레일로 능선을 따라 오르면 조령산, 주흘산 등 백두대간의 광활한 모습을 볼 수 있고, 해발 857m의 상부 승강장에 도착하면 숲속캠핑장, 포토존, 하늘쉼터 등 다양한 시설을 즐길 수 있다는군요.
내부에는 비상시 행동요령과
무전기 사용방법도 있습니다.
안전사고에 대비해서 맨 앞 오른쪽은, 성인이 앉아야 한다는 게 이해되죠?
중간 중간에는 동물모형도 있고,
안전을 위해 유리문이 꽉 닫힌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 덥군요.
물론 개인당 1개씩의 부채를 좌석에 달아놓았지만 더워요.
탑승객 모두는 좀 더 빨랐으면 좋겠다는 말도 합니다.
문경의 단산모노레일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고 전국 지자체가 참여한, 2022 대한민국 안심여행 캠페인의 추천 안심관광지로 최종 선정됐다고 합니다.
문경시에 따르면 이번 캠페인은, 최근 방역지침의 완화와 일상회복 단계로의 전환에 따라 여행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안전, 관광 분야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 위원회의 추천 후보지 검토를 통해,
국내 최적 안심 관광지 총 199곳을 선정해 마케팅·홍보 등을 올 연말까지 지원하게 된다고 해요.
창밖의 풍경은 시원스럽고,
모노레일은 스릴 넘칩니다.
막바지의 이 코스를 지날 때는 정말 짜릿 짜릿하더군요.
42도의 경사라는데 70도는 되는 것 같더라구요.
글쎄 - 뒤로 넘어질 것 처럼 고개가 젖혀지는데, 이 상태에서 멈추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까 겁이 날 정도였다니까요.
대기 순서에 따라 탑승하지만, 행운이 따른다면 앞좌석에 탑승하세요.
올라 갈 때, 내려 올 때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아찔하고 짜릿함은 맨앞 좌석이 아주 그만입니다.
'경사체험 어땠냐구요?'
간이 콩알 만 해지는 것 같았어요.
꼬리 진달래가 지고 있네요.
저만큼 상부승강장이 보입니다.
이젠 다 올라왔어요.
올라오는 속도는 시속 3km 남짓합니다.
그래서 느려도 느려도 너무 느렸기에
35분이 걸렸습니다.
이용요금, 이용안내판을 좀 더 가까이에서 찍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지금 보니까 조금 아쉽네요.
출구는 전망대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요.
이 계단을 지나면서 위로 곧장 올라가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고,
왼쪽계단으로 가면 단산으로 갑니다.
왼쪽으로 가면 단산으로 가는데,
활공장으로 올라가면 왼쪽으로 내려가서 만나기도 해요. 그러니까 길은 하나라는 거죠.
회색빛 하늘을 날고 있지만,
새처럼 하늘을 날으는 사람들은 얼마나 상쾌하고, 얼마나 즐거울까요?
왼쪽, 파란별이 있는 곳으로~
별별소원 문으로 나오면, 왼쪽 활공장에서 내려오는 길과 마주칩니다.
단산 가는 길은, 저 앞 파란물통에서 오른쪽으로...
그네 포토존을 돌아보면서 가요.
별별소원 문을 나와 직진하면, 오른쪽 길로 내려오는 거죠.
활공장에서 단산까지는 데크길로 갑니다.
흙 한번 밟지않고 갑니다.
어쩌다 이런 구간도 있지만
대체로 평탄한 데크길.
1.9km나 되는 거리를 이런 데크로 조성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나 저나 날씨는 왜 이럴까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습하고 꿉꿉해서, 땀이 비 오듯합니다.
바람도 한 점 없어요.
모처럼 찾은 '문경'인데, 오늘 이러면 안되는 거 잖아요?
7월 /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어쩌다 보이는 하늘은 무채색.
지금은 7월,
봄날은 가고,
꼬리진달래도 집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덕분에 단산까지 걷기는 참 좋네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
안개/ 윤동주
보이면서 아니 보이는 것
붙잡을 수 없길래 붙잡고 싶은 것
텅 비면서 무궁하게 존재하는 것
가지려고 하면 도망치는 것
버리려하면 뒤따라오며 나를 삼키는 것
알 수도 없는 것 가질 수도 없는 것
신의 옷자락인양 추운 내 영혼을 감싸주는 것
가리워진 시야처럼 그득하니 차오르는 것
내 청춘 앞에 흘린 너의 덜 익은 입김처럼
기어이 쫓아가면 앵돌아서 나를 버리는 것
빈 들판에 홀로 남게 하는 것
인생도 사랑도 이와 같은 것
단산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956m의 단산.
문경(聞慶)은 기쁜소식을 가장 먼저 듣는 고장이라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옛날, 영남사람들이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갈 때는 주로 문경새재를 이용했는데,
새재가 지름길이기도 했지만, 죽령(竹嶺)은 자칫 대(竹)를 밟아 미끄러질까 봐 피했고
추풍령(秋風嶺)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질까봐 피했다고 해요.
그러나, 과거급제의 기쁜 소식은 새재 넘어 문경에서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합니다.
단산에서 배너미산까지는 1.9km.
처음 계획한대로 배너미산을 갔다가 돌아오기로 합니다.
너무도 습하고 찌는 듯한 날씨탓에, 대부분은 여기서 돌아가고 서너명만이 길을 나섰죠.
그러나 시작부터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갈 때는, 이따가 올라올 때는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포기할까도 했지만 그냥 가보기로 합니다.
울타리가 쳐진 저 길은 '문경 바이크 로드'이고, 등산로는 그 옆에 있습니다.
배넘이산은 그다지 많은 산객들이 찾지 않는 산 같더라구요.
간간히 이런 계단과
이런 계단도 있어 걷는 건 별 문제없지만,
멋진 경치를 본다는 건 기대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이 이정표에서 1분 정도 거리에 배너미산이 있습니다.
배넘이산은 연음을 그대로 적어 배너미산이라 하기도 한답니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큰 홍수가 났을 때 배가 이 산을 넘어와 너덜지대에 머물렀다고 해요.
한자로는 선암산(禪岩山, 仙岩山)이라고도 하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배나무산이라고 한다는군요.
아침 10시 10분에 문경에 도착한 뒤로 12시 반인 이 시각까지 물 한모금도 못마시고,
쉬지도 못했기에 배너미산에서 점심을 먹으며 잠시 쉽니다.
단산으로 돌아오는 길.
매미소리가 들립니다.
울음소리로 보면 털매미에요.
빗방울이 후두득거려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데,
가파른 계단은 왜 이리도 힘든지, 조금 오르다 쉬고 조금 오르다 쉬고
지칠대로 지쳐갑니다.
단산에 돌아왔을 때는 비가 제법 쏟아지는 군요.
땀에 젖고 비에 젖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습니다.
쉼터에는 앉아보지도 못하고,
혼자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갈 때는 보지 못한 물레나물꽃.
꽃잎이 약간 휘어진 모양이 물레바퀴를 닮았다고 물레나물이라 하죠.
어린 잎은 나물로 먹고, 잎은 차 대용으로 달여 먹기도 한대요.
아까 지나왔던 별별소원 문으로 들어갑니다.
마구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구름은 산위에 내려 앉았어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모노레일 탑승장으로 향하고...
내려가는 속도는 4.6km 가량 되네요.
대기순서대로 앉은 관계로 맨 뒷좌석에 앉아서 내려가는데,
앞사람에 시야가 가려서 급한 내리막길도 그냥 평지를 달리는 느낌만 들고,
레일위를 달리는 바퀴소리만 덜컹 덜컹 들립니다.
땀과 비에 흠뻑 젖은 옷을 갈아입고나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군요.
모처럼 찾은 문경 그리고 단산 산행은 여기서 끝냅니다.
강릉으로 돌아오는 길.
횡성을 지날 때는 비가 막 쏟아져 내립니다.
산행코스: 모노레일 탑승장 - 활공장 - 단산 - 배너미산 - 단산 - 상부탑승장 - 하부탑승장 - 주차장
(11.8km, 4시간 20분)
<단산 956m>
전국 최고의 레포츠 체험 관광지 문경에서 백두대간을 둘러볼 수 있는 최장거리(왕복 3.6km)의 모노레일이 펼쳐졌다.
상부위의 평평한 산세가 푸른 하늘에 제단을 펼쳐놓은 것만 같아 옛날 신선들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하여 쌓은 거대한 하늘제단 같다고 전해진 단산은 늘이 맞닿는 곳,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 하다.
관광·레저공간이 조성되어 있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사방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단산은 드라마 “조선생존기”를 시작으로 최근 촬영지로도 각광 받고 있으며,
사계절 내내 즐길수 있는 모노레일 이외에도 단산 정상 주변에 마련된 별빛 전망대, 숲속썰매장, 숲속캠핑장, 산악바이크 로드, 오정산 데크길, 돌리네습지 데크길 등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으로 진정한 산악 관광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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