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708m인 설악산 대청봉 정상은 기상 변화가 심하고 기온이 낮아 10월 중순부터 다음 해 늦봄까지 눈으로 덮여 있다고 해요. 대청봉 능선에는 눈잣나무·털진달래·사스래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아고산대 식생이 발달해 고산 생물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일출과 일몰을 보려고 많이 찾기도 하는 대청봉은 블랙야크선정 100대 명산이자, 2022강원20챌린지 인증장소이기도 합니다.
힘들게 올라 온 대청봉을 뒤돌아보면서 중청대피소로 내려갑니다.
중청으로 내려가며 바라보는 풍경은 참 멋집니다.
하늘과 바위와 멀리 층층 겹쳐져 있는 산,
설악산 어디인들 멋지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겠냐마는, 사방이 탁 트인 너른 대청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무어라 말 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을 줍니다.
바위틈 양지바른 곳에는 바람꽃이 피었습니다.
가을이면 새빨간 열매가 꽃처럼 예쁜 마가목
중청가는 내리막에서도,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좋아 눈에 담고 또 담고
바위 틈새에 핀 꽃도, 길가에 피어있는 꽃도 그림처럼 예쁘고...
대청봉을 자꾸 돌아봅니다.
중청대피소에 다 왔습니다.
12시 30분.
보폭을 맞춰 함께 걷는 일행들과 점심을 먹고,
내려 온 길을 또 쳐다보고,
'예전에는 이 문안으로 들어가서 밥을 먹었었는데' 회상을 하며
다시 떠날 채비를 합니다.
대피소 오른쪽에 화장실도 있건만, 온 몸의 수분은 모두 다 땀으로 쏟아냈기에 요의도 느끼지 못하고 그냥 갑니다.
대피소 뒤로 보이는 대청이 '잘 가' 인사하는 듯 해요.
여기서는 왼쪽으로 보이는 길, 한계령으로 ~
높은 산의 산마루, 초원 양지에 자라는 둥근 이질풀.
정향나무 같은데... 맞죠?
한계령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해도, 암릉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대,여섯시간을 걸어야 하는데 다리가 풀려서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내리막에서는 항상 조심 조심해야 해요.
한계령으로 가는 서북능선은 경치가 끝내줍니다.
저만큼 멀찍이에 있는 공룡능선과, 가까이 있는 용아장성을 계속 바라보며 가게 되죠.
끝청봉은 백두대간 인증장소.
'서북능선'하면 정덕수 시인이 떠 오르죠.
시 한수 감상하며 가요.
다시, 한계령에서 / 정덕수
-찔레꽃 피면 고향길 나설까
멀어~
가지 못 하는 것 아닌데
그리워
사무치는 것도 아닌데
여기 쓸쓸한 향수의 노래
어느 먼 동네 떠돌다
구석진 마음, 한켠에 고인 양
계절의 변화를 잊고 늘 한목소리로 부르는가
세월, 이만큼 흘렀구나
가끔 자각하는데…
원소 기호로서의 물이 아닌 자연 그대로
내 마음을 타고 흐르는
혈류 같은 물줄기 있어
인생이란…
항상 새롭건만 마음은
찔레꽃 흐드러진 고향 그리워
물결 재잘거리는 소리 환청으로 듣는구나
흘러 돌기엔 순수한 생명
고여 썩어지는 물보단
흘러 고달파도 연원한 순수가 그리워
나는 여기까지 흘러왔고
또, 흘러갈 것인데
귀류(歸流) 보이지 않아 슬퍼.
찔레꽃 피면
찔레꽃 피면 돌아갈까
아,
돌아갈 수 있을까
새암에서 내(川)로
내에서 강으로 바다로 떠났던 물이
흘러 돌아 기어코 새암으로 돌아오듯 그렇게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갈 수 있을까
찔레꽃 피면은…
저 멀리 있는 산 들은 수묵화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엔 구상나무가 제법 보이는 군요.
한라산과 태백산의 구상나무는 자꾸 죽어가던데, 이 산에는 푸르게 푸르게 잘 살아가서 보기 좋습니다.
큰앵초 한송이가 풀 숲에 숨어 피었네요.
분홍색 꽃들이 피어나면 내 마음을 온통 다 빼앗아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게 하던 꽃인데, 오늘은 외롭게 홀로 피었습니다.
쉬어갑니다.
한여름 같은 이 무더운 날씨가 아니라면, 이리도 힘들지 않을텐데요.
가야할 길은 아직도 5km 남짓 남았대요.
함박꽃이라 불리기도 하는 산목련이, 순백색의 꽃을 피웠어요.
백합꽃같은 향기는 너무 좋구요,
산목련 꽃봉오리를 말렸다가 차로 마시면 비염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해요.
이쪽 길을 걸으면 용아장성의 모습을 산행 내내 볼 수 있습니다.
공룡능선은 용아장성의 오른쪽으로 펼쳐져 있구요.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었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상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정덕수 시인의 시를 한편 더 감상하면서 가죠.
양희은이 노래한 그 '한계령'이라는 詩.
한계령에서 1 / 정덕수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매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1981년 10월 3일 한계령에서 고향 오색을 보며 -
공룡능선 들...
오색에서 대청을 올라갈 때는 수 도 없이 계단을 올랐었지만,
대청에서 한계령으로 내려갈 때는 줄창 이런 너덜길을 걸어야 한다는...
걸을 당시는 힘들다고 했지만, 사진으로 보니까 길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멋진 풍경들도 새롭구요.
아름다운 설악산의 모습을 보면서 가기로 해요.
오늘 참 많이도 걸어봅니다.
종아리 근육이 막 땡기네요.
도대체 한계령 삼거리는 왜 나타나지 않는거야? 그러면서 오다보니
마침내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한계령을 다 왔다고 봐야죠.
- 여기도 백두대간 인증장소 -
층층이 쌓인 바위가 굴러떨어질까 봐, 살금 살금 발을 옮깁니다.~ㅎ
바위산 한쪽면에 자라는 저 소나무 좀 봐요.
어쩌다 저기에 씨앗이 떨어졌는지, 애잔해지네요.
마지막 오르막.
여기를 올라서면 그 다음에는 계단을 내려가는 일 만 남았죠.
500m 밖에 안 남았대요.
오늘의 산행도 다 끝나가네요.
산 자체야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체력을 생각해보면 다시 오기는 어려울 것 같은 대청봉 산행도 이만 끝냅니다.
오늘은 13.3km를 걸었구요. 8시간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산행코스: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 - 무너미고개 - 대청 - 중청대피소 - 서북능선 - 한계령휴게소
(13.3km, 약 9시간 소요)
설악산(雪嶽山)
설악산은 강원도 인제군과 속초시 · 양양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태백 산맥의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해발 1,708m로 태백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최고봉은 대청봉이다.
대청봉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뻗은 산줄기의 서쪽을 내설악, 동쪽을 외설악, 남쪽에 있는 오색 부근을 남설악이라고 한다.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일대에는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 기암 절벽과 수많은 폭포 등이 있다.
설악산은 전역에 걸쳐 아름답고 빼어난 산세, 맑은 계곡들, 많은 암자들과 기암 괴석 등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절경을 이루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설악산은 금강산에 버금가는 명산 · 명승으로 자연 경관이 뛰어나고, 주변에는 문화재와 관광 명소가 많아 산의 일대가 1970년에 국립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공원 면적은 373㎢에 이르고 있으며, 800여 종의 식물과 50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어 귀중한 학술 자원지가 되고 있다. 설악산 일대는 천연 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되었으며,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설정되었다.
내설악은 깊은 계곡이 많고 옥계수가 흘러 설악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승지를 이룬다.
외설악은 비선대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수십 리의 천불동 계곡을 끼고 솟은 기암 절벽이 웅장하다. 천불동 계곡에는 와선대 · 비선대 · 금강굴 등이 있다.
대청봉은 설악산의 주봉으로서 예전에는 청봉(靑峯) 또는 봉정(鳳頂)이라고 불렀다.
이 중에서 청봉이라는 이름은 창산(昌山) 성해응(成海應)이 지은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에서 유래 됐다고도 하고, 봉우리가 푸르게 보인다는 데서 유래 됐다고도 한다.
대청봉은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태백산맥에서 가장 높고, 남한에서는 한라산 백록담(1950M), 지리산 천왕봉(1915M)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공룡릉ㆍ화채릉ㆍ서북릉 등 설악산의 주요 능선의 출발점으로 내설악ㆍ외설악의 분기점이 되며, 천불동 계곡ㆍ가야동 계곡 등 설악산에 있는 대부분의 계곡이 이곳에서 발원한다.
인근에 중청봉(1665M), 끝청봉(1610M), 소청봉(1581M)이 있다.
설악산의 정상인 이곳 대청봉은 일출과 일몰로 유명하며, 기상 변화가 심하고, 몸이 밀릴 정도의 강한 바람, 낮은 온도 때문에 눈잣나무 군락이 융단처럼 낮게 자라 국립공원 전체와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늦가을부터 늦봄까지 눈으로 덮여 있고, 6~7월이면 진달래ㆍ철쭉ㆍ벚꽃으로 뒤덮이며,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글귀가 새겨진 바위와 '1708M 대청봉'이라고 새겨진 정상 표지석이 있다.
정상까지 오색 방면, 한계령 방면, 설악동 방면, 백담사 방면의 코스가 있는데, 오색에서 설악폭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5.0㎞(4시간)가 최단거리 코스이다.
참고로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은 금강산 - 향로봉 - 진부령 - 미시령 -북주릉 - 공룡릉 - 소청봉 - 중청봉을 거쳐 이곳 대청봉을 지나 끝청봉 - 한계령 - 점봉산 - 오대산 - 태백산 - 소백산 - 덕유산 - 지리산까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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