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21
마음 굳게 먹고 대청봉 산행에 나섰습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대청봉을 간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봐요.
아침 8시 15분.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한계령으로 넘어 가려고요.
대청봉은 설악산국립공원의 등산로 중 오색 방면, 백담 방면, 설악동 방면, 오색령(한계령) 방면 이렇게 총 4 개의 탐방로를 통해 오를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최단 탐방로는 5km의 오색 방면(오색-설악폭포-대청봉) 코스로,
4시간 가량이 소요됩니다.
그런만큼 힘든 건 감내해야죠.
대청봉 산행은 9~10시간 정도 걸어야 하므로, 한계령에서 서북능선, 대청을 지나 오색으로 내려오면 지치고 다리가 풀린 상태라서 가파른 오색방면 내리막길이 위험할 수 있어
오늘은 오색에서 시작합니다만,
대다수의 회원들은 '한계령에서 넘어와야 제맛이지'라고 그 쪽으로 가고, 이쪽에서 넘어갈 회원들은 그저 몇명밖에 되지 않는군요.
힘들어요.
1,708m를 올라가는게 어디 쉬운 일이겠냐마는, 비스듬히 오르는게 아니고 가파른 오르막을 계속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찹니다.
조록싸리꽃이 피었네요.
초여름에 피는 가장 흔한 싸리인데요, 싸리와 조록싸리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잎모양을 보면 알 수 있죠.
싸리, 참싸리는 둥글거나 약간 오목하지만 조록싸리는 뾰족하다는 거.
쉼터를 많이 만들었네요.
몇년 전에 왔을 때는 없었는데, 6개 정도의 쉼터가 있습니다.
정상까지 5km.
보통의 산 같으면 2시간 남짓걸리는 거리지만, 여기는 2배나 더 걸린다는 거.
그만큼 배나 힘들다는 얘기~ㅎ
숙은노루오줌.
붉은색 꽃이 피는데, 흰색이네요.
속담 중에 “조록싸리 피거든 남의 집도 가지 마라.”라는 것이 있죠.
싸리중에서 조록싸리가 제일 먼저 피는 때인 초여름은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수확할 때가 되지않아
춘궁기인 이즈음에 남의 집을 방문하면 실례라는 의미인데요,
과거 50~60년대의 꿈 같던 옛날얘기죠.
앞서가던 일행이 쉬고 있네요.
뒤 따르던 우리를 보고 반갑다고 ~
연두 연두하던 숲은 짙은 초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봄은 이미 지나가버렸습니다.
숲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립니다.
맑고 고운 새소리에 힘을 내보지만,
바람한 점 없는 이 산길을 걷는 동안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땀에 젖은 옷 때문에 걷는 게 많이 불편합니다.
이제 요만큼 밖에 안왔는데, 벌써 그러면 안되는 건데......
계단도 많군요.
오랫만에 찾은 산이라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때도 계단이 이리 많았나 하는 생각이..... ?
이거 '설악조팝나무'인가요?
모르는게 왜 이리도 많은지....!
아직 절반도 못 왔군요!
다람쥐가,
요즘은 보기 힘든 다람쥐가 보입니다.
먹이사슬 때문인가, 환경적인 문제인가 하여튼 그 많던 다람쥐가 요즘에는 눈에 잘 띄질 않더라구요.
청설모가 잡아 먹는다는 얘기도 있던데....
대청봉은 설악산의 최고봉이자 대한민국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입니다. 면적이 400㎢에 달하는 설악산국립공원의 주봉으로 내설악·외설악의 분기점이 되는데요,
대청봉을 기준으로 서쪽 인제 방향의 내설악,
동쪽 속초·고성 방향의 외설악으로 구분하죠.
천불동계곡, 가야동계곡 등 설악산에 있는 대부분의 계곡의 발원지이기도 하구요.
이 계단을 내려오면 설악폭포가 있습니다.
폭포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보던 그런 폭포가 아니고, 맑은 물이 소리내어 흐르는 개울입니다.
그래도 물은 너무도 차갑고 달아서 한컵씩 떠 마시고,
빈 물병에도 가득 채워서 갑니다.
설악폭포 다리를 건너면
아주 가파른 길
봉정암에 거의 다달았을 때 만나는 해탈고개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턱까지 숨이 차오르는 듯 합니다.
계단을 올라와서 왼쪽으로
곳곳에 이정표가 있지만,
이정표가 없다해도 길은 하나뿐이므로, 길 잃고 헤매는 일은 없습니다.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숲길이라 해도 해가 쨍쨍한 날씨에 지칠대로 지쳐, 가다 쉬고 또 가다 쉬고를 반복하면서,
보기에도 숨 차 보이는 이 계단을 올라가서 목을 축입니다.
올라가야 할 방향.
이 불같은 날에 대청봉을 찾은 젊은이들이 몇몇 보이네요.
이제부터 은근히 사람 진 다빠지게 하는, 무너미고개의 시작이라합니다.
처음 보는 들꽃이라 이름도 모르고.
이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몇번을 쉽니다.
갈 길이 먼데 몸은 이미 지칠대로 지치고, 체력도 바닥이 난 듯 해요.
이런 상태로 한계령까지 갈 수 있을 까 걱정되는군요.
뿌리가 땅위로 얼키고 설킨 여기서 또 쉬고
좋은 길이 짠하고, 나타났어요.
이런 길 같으면야 마냥 걸을 수 있죠.
정상이 멀지 않은 듯, 완만한 길이 이어집니다.
이른 봄에 피는 붉은병꽃이 지금 피었습니다.
꿩의 다리꽃이 피었어요.
눈개승마꽃도 피었구요.
대청 가는 길에 만난 꽃.
정상가까이 갈 수 록 여기 저기 눈에 띕니다.
백두산 금강대협곡에서 본 적이 있던 붉은 인가목을 대청에 오면서 봅니다.
높은 산에서 자라는 장미과의 식물로, 장미를 개량한 원종중의 하난데 꽃도, 향기도 장미와 흡사하죠.
요강나물도 활짝 꽃 피웠군요.
아래의 사진처럼 볼 때 마다 검고 둥근 모습만 봤는데, 활짝 핀 꽃은 처음 봅니다.
하늘이 훤 해지는 걸 보면, 거의 다 왔다는거.
정상이 가깝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힘들게 올라 온 기억은 눈 녹듯 사라지는군요.
나무사이로 보이는 산을 보니 꽉 막힌 가슴속이 탁 트이는 것 같습니다.
네잎갈퀴나물이 맞죠?
하늘과 산과 푸른 나뭇잎을 보니, 발걸음이 가벼워 집니다.
꽃바람 들었답니다.
꽃잎처럼 가벼워져서 걸어요.
뒤꿈치를 살짝 들고 꽃잎이 밟힐까,
새싹이 밟힐까 사뿐사뿐 걸어요.
봄이 나를 데리고 바람처럼 돌아다녀요.
나는 새가 되어 날아요.
꽃잎이 되어 바람이 되어
나는 날아요. 당신께 날아요.
나는 꽃바람 들었답니다.
봄봄봄 그리고 봄 (김용택)
범꼬리도 예쁘네요.
가까이 당겨 본 이 건물은 산불감시초소인가요?
진짜 정상에 다 왔습니다.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태백산맥에서 가장 높고,
남한에서는 한라산 백록담(1,950M), 지리산 천왕봉(1,915M)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봉우리.
사방이 뻥 뚫려서 막힘없는 대청봉에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대청봉을 예전에는 청봉(靑峯) 또는 봉정(鳳頂)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이 중에서 청봉이라는 이름은, 창산(昌山) 성해응(成海應)이 지은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에서 유래 됐다고도 하고, 봉우리가 푸르게 보인다고 해서 청봉이라 했다고도 합니다.
함께 걸었던 세여인.
언제, 여기를 또 올 날이 있을까요?
발아래로 보이는 중청대피소에 구름이 휘감고 있네요.
범꼬리와 오이풀과 붉은병꽃이 어울려, 더 아름답게 보이는 대청봉을 내려갑니다.
정상까지 꼭 4시간이 걸렸군요.
중청에 가서 점심을 먹을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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